소설리스트

광오문-153화 (15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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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감고 운기에 들어간 하후추의 등을 바라보며 유세운은 웃음을 지었다. 북천방이 내일 온다는 말에 재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답하고 운기에 들어간 하후추의 뒷모습에서 청의문을, 중원을 염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대단한 분이군.’

유세운은 하후추의 명문혈에 장심을 가져다 대었다. 미약하게 움직이는 진기의 흐름이 곳곳에서 막히는 것이 느껴졌다. 간신히 실처럼 가늘게 작은 진기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느꼈다.

진기가 부작용은 없더라도 흐름은 따라줘야 하기에 유세운은 침착히 소주천과 대주천을 마치길 기다렸다.

관백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이곳은 아무도 들어 갈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위지청이 소리치자 관백은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안에서 문주님이 하후 외문주님을 치료하고 계십니다. 내상치료가 어떤 건지 아신다면 조용히 해주 십시요.”

관백의 말에 위지청은 입을 다물었다. 위지평은 위지청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관백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죄송했습니다. 저희도 호법을 서는 것을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관백은 위지평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위지평은 웃음을 지으며 검병을 움켜쥐며 천막의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지청도 관백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위지평을 따라갔다.

위지청은 위지평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오빠.”

“왜?”

“어떻게 알고 세운오빠가 이곳에 온 거지?”

위지청의 물음에 위지평은 피식 웃었다.

“훗. 그게 무슨 상관이냐. 우리가 다시 한번 세운이에게 도움을 얻는 중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가?”

위지청은 위지평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첫 만남에서도 유세운의 격장지계 덕에 무사히 넘어갔었다. 그리고 북천방의 선발대도 막아 주었고. 화를 내긴 했지만 순전히 도움만 받아왔다는 것을 느낀 위지청은 뺨을 긁적였다.

“괜히 화냈네.”

“그러니까 말이다.”

위지평은 위지청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유세운은 침착하게 하후추의 소주천과 대주천을 지켜본 다음에 내력을 조금씩 불어 넣어줬다.

하후추는 자신의 명문혈을 통해 들어오는 유세운의 자연지기를 느끼며 속으로 실소를 터트렸다. 이렇게 순수한 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무인으로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자연지기가 들어오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단전으로 회수한 자연지기와 함께 소주천을 시작했다. 막힌 혈맥들이 거침없이 뚫려 나갔다. 자신이 운기할 때는 막힌 혈맥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갔건만 유세운의 자연지기를 등에 업자 막힘없이 뚫어내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길어도 한 시진이면 충분할 듯 싶었다.

그것보다는 아까 유세운이 한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북천방의 본진이 하루거리도 안 되는 곳에 있다던 말. 하후추는 내력 운기에 더욱 집중했다.

만년설로 뒤덮인 천산산맥을 바라보던 사내의 입이 열렸다.

“요즘 강호는 어떻습니까?”

사내의 말에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단우적이 대답했다.

“지금 강호의 시선은 모두 북천방으로 향했습니다.”

사내는 단우적을 돌아보았다. 은은히 광채를 뿌리는 사내의 혈발에 혈미는 그의 하얀 피부를 더욱 하얗게 보이게 만들었다. 사내는 단우적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씀하시죠. 아버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초대 수라마교주님의 유지를 어길 수야 없는 일이니까요.”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알겠습니다. 편하실 대로 하세요.”

사내는 다시 등을 돌렸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의 표정은 냉막하게 변했다.

“지금 강호에 뭔가 주의해야 할 만한 일이 있나요?”

“강호에 두 명의 신성이 등장했습니다.”

“신성?”

사내의 물음에 단우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권무적 유세운과 천검 영호천이라는 두 명의 젊은입니다.”

“유세운… 영호천?”

사내의 작은 중얼거림에 단우적은 말을 이었다.

“둘 다 심검의 경지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내가 뒤돌아보자 단우적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세운이라는 자는 조사된 바로는 백 년 전의 고수인 무광 은태정의 제자입니다.”

“무광이라…”

사내는 작게 중얼거렸다. 단우적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영호천이라는 자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그들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

사내는 단우적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단우적의 심각한 표정을 보던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설마 그들을 말하는 거요?”

단우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보이는 남쪽 하늘을 보며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흥미있군. 그들이라…”

사내는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가 움직일 시기는 언제입니까?”

사내의 물음에 단우적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중원의 병력이 모두 북천방을 향해 모였을 때. 그때라면 그들의 본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길어야 십 일이군.”

죽립인의 보고를 받던 옥빛의 머리를 한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찾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예.”

중년인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녀석은 그렇게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다.”

중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온통 구름 끼고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지만 그의 시야를 가리지는 못했다.

“그건 그렇고 철마성의 일은 어찌 되었나?”

“그게 봉문을 당해버려서…”

중년인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웃기는 놈들이군. 꼬리를 말고 숨었단 말이지.”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내가 친히 한번 가봐야겠군. 준비는 어떻게 되가나?”

중년인의 물음에 죽립인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래?”

중년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주받은 이곳을 벗어 날 방법을 준비한 기간이 사십 년이다. 이제야 자신이 천륜광검을 깨달으며 마지막 준비가 완료됐다.

“중원의 상황은 어떤가?”

“지금 현재 북천방의 침략으로 모든 시선이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북천방?”

“수라마교의 짓인 듯 합니다.”

죽립인의 보고에 중년인은 피식 웃었다.

“그런가? 하긴 세외의 세력을 이용할 만한 자들이라고는 그 들 밖에 없지.”

중년인은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두 녀석을 다 데리고 와라. 그건 자네에게 맡기지.”

“알겠습니다.”

죽립인은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중년인은 구름 낀 북쪽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와라. 누굴 위해 계획된 천하통일이건만. 너희가 없단 말이냐.”

유세운은 하후추의 명문혈에서 장심을 떼어냈다.

한 시진에 걸쳐 막힌 혈맥은 모두 뚫었고 이제 남은 일은 하후추가 내력을 갈무리 하는 일만 남았다.

유세운은 하후추의 뒤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깊이 들이마신 숨으로 받아들인 자연지기를 전신으로 돌렸다. 하후추를 치료하기 위해 소모된 진기의 양이 적지 않았다. 최상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하루 종일 운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유세운은 운기를 멈추고 눈을 떴다. 이곳에서 운기를 할 것이 아니라 막사로 돌아가 해야 할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하후추가 자리에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문주에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유세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사래를 쳤다.

“하하하. 한 명의 도움이라도 더 필요해서 그런 거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유세운의 말에 하후추가 고개를 내저었다.

“많은 내력 소모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말 마십시오.”

하후추의 말에 유세운은 그저 웃음만 지어 보였다.

“이거야 하루만 운기해도 회복될 양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세운은 자리에 일어나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천막을 지키고 있던 관백의 모습이 보였다. 관백이 돌아서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뭐 걸을 만은 하군.”

유세운의 농담에 관백은 피식 웃었다.

“별로 무리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뭐 움직일 만 하니까 막사로 돌아가지.”

“알겠습니다.”

유세운은 관백과 함께 걸음을 옮기려다 부르는 목소리에 멈춰섰다.

“세운 오빠.”

“응?”

위지청과 위지평을 보고 유세운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이곳에서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고맙네.”

포권을 취하는 위지평을 향해 유세운은 손을 내저었다.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저희가 남도 아닌데.”

유세운의 말에 위지평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사부님이 받은 것만큼 언젠가 꼭 돌려주겠네.”

“하하하. 그 말 기억하겠습니다.”

유세운은 위지청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냐?”

“뭐가요?”

위지청이 태연히 되묻는 것을 보고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다치진 않았나 보구나. 다행이군.”

“흥! 한번만 더 그래 봐요!”

유세운은 위지청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먼저 사고나 치지 마라.”

“흥!”

유세운은 위지평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들어가 보세요.”

“알겠네.”

위지평은 위지청과 나란히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유세운의 둘의 뒷모습을 보다가 관백을 향해 말했다.

“막사로 가자.”

“예.”

유세운은 관백과 막사로 돌아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난히 밝은 겨울 밤하늘의 별들이 은태정을 떠올리게 했다.

하후추는 자신의 패검을 허리에 차다가 들어오는 위지남매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허허. 어쩐 일들이냐?”

“사부님 뵈러 왔죠.”

활짝 웃으며 하후패의 소매를 붙잡는 위지청을 보며 위지평도 웃음을 지었다.

“청아가 워낙 사부님 걱정을 해야 말이죠.”

“허허. 유문주님 덕에 거의 완쾌 된 듯 하다.”

“괜찮으신 겁니까?”

하후추는 패검을 뽑아 들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상대해 볼 수 있겠다.”

위지청은 하후추의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삼일이나 누워계시다가 일어나셨는데 바로 나가시다뇨.”

위지청의 말에 하후추는 몸을 움직여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청아 말이 맞구나. 아무래도 오늘은 밤새 검을 휘둘러 봐야 감이 돌아올 것 같군.”

위지평은 하후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연무장을 비워 놓겠습니다.”

하후추는 위지남매를 돌아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너희도 놀지는 않았겠지. 준비하고 나오거라.”

“예? 사부님 저희는 왜요?”

위지청의 놀란 모습을 보며 하후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야밤에 혼자 검을 휘두르란 말이냐? 명색이 청의문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들이 제자들을 두고?”

하후추의 말에 위지청은 울상을 짓고 위지평을 바라보았다. 위지평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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