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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오문-143화 (143/194)

(143)

청룡도 육우령

뒤돌아 자신들의 진영으로 물러나는 무리를 보며 유세운은 경공을 멈췄다.

“뭐야? 도망 간 거야?”

뒤이어 달려온 동무벽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우리가 무서운 줄은 아나보군.”

유세운은 멀어지는 북천방의 무인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젠장. 괜히 경공까지 썼네. 아 피곤해!”

두두두두.

곧장 말을 몰아온 관백과 도병우의 무리들을 보고 유세운은 피식 웃었다.

“이미 도망갔는데?”

“흐음. 저 정도 인원이면 해볼 만 했을 텐데 어떻게 알고 도망갔을까요?”

관백의 물음에 도병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 없는 자군. 저 정도 인원이라면 우리가 합류해도 충분히 감당할 인원이거늘.”

도병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능하긴 뭘 가능해. 문주 혼자면 다 쓸어 버리겠구만.”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이 웃음 지을 때 조상이 청의문의 무인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지원군인가?”

유세운은 조상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군은 맞습니다만 누구신지…?”

유세운의 물음에 조상의 뒤에 서 있던 산영삼검의 얼굴이 대번에 험악해졌다.

“무례한 자! 여기가 어디라고!”

유세운은 흥분하는 산영삼검을 보고 피식 거렸다.

“누군지 몰라서 묻는 게 죄가 되나? 웃기는 놈들이군.”

도병우가 다급히 말을 몰아 다가와 속삭였다.

“청의문주님이십니다.”

유세운은 도병우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원군을 맡고 있는 유세운이라고 합니다.”

유세운의 포권에 조상을 비롯한 청의문의 무인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유세운?”

“설마 일권무적?”

청의문 무인들이 쑥덕거리는 소리에 조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일권무적 유세운인가?”

“맞습니다.”

조상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자네 덕에 오늘 하루를 더 막을 수 있었네.”

조상의 모습에 청의문의 무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아무리 유세운이 요즘 강호를 떨어 울리고 천하제일에 논해진다 해도 육대세력의 한 문주인 조상이 고개를 숙이다니.

유세운은 손사래를 쳤다.

“저희가 왔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본대와의 싸움이나 걱정하시죠.”

유세운의 말에 조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네 정말 광오하군.”

“하하하. 광오문주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단 진영으로 돌아가세.”

유세운은 자신의 먼지투성이 옷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안 그래도 부탁드리려 했습니다.”

커다란 팔인교에 올라타 천천히 과일을 집어 들던 이청형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육우령이 일주일째 평야에 머물러 있다고?”

“예.”

이청형은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웃음 지었다.

“청의문이 생각보다 제법인가 보군.”

“청의문의 인원들이 모두 죽을 각오로 막는다고 합니다.”

보고를 올리던 자를 바라본 이청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급했나 보군. 하지만 그것도 내가 갈 때 까지다. 가서 전해라.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존명.”

보고를 올리던 자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청형의 팔인교 바로 옆을 따라붙은 검은 색 일색의 복면인이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육우령의 발걸음도 거기까지군요.”

이청형은 비천마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명색이 육대 세력의 주인 중 하나가 나왔는데 그를 막지 못했다면 꽤나 실망했을 거야.”

이청형은 미소를 지은 채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그래봤자 그를 막아 세울 뿐이지.”

비천마왕은 이청형의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웃음 지었다.

“그럼 우리도 속도를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청형은 비천마왕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본좌가 뭐가 아쉬워서 서두르지?”

“그래도 각개격파를 하려면…”

이청형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각개격파? 그 따위 번거로운 짓을 왜 하지?”

이청형의 전신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와 팔인교에 쳐져 있던 주렴들을 휘날렸다.

“단 판으로 승부를 지을 걸세. 그리하려면 내가 그들의 속도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지.”

비천마왕은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물을 데워서 씻은 유세운은 자신의 천막으로 모인 동무벽과 관백, 도병우를 차례로 돌아봤다. 유세운의 시선이 도병우에게 멈춰 섰다.

“몇 명이나 떨어져 나갔어?”

“남은 인원이 사백삼십육 명입니다. 적지 않은 수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유세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 거렸다.

“뭐 그들이야 나중에라도 합류하겠지. 그보다 어때? 승산은 얼마나 돼?”

유세운의 물음에 도병우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문주님. 만약 동호법과 진지하게 겨룬다면 몇 초 만에 죽일 수 있으시겠습니까?”

도병우의 물음에 동무벽과 관백의 시선이 유세운을 향했다. 유세운은 잠시 생각해보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길면 십 초. 생포하려면 이십 초 정도 걸리겠군.”

유세운의 말에 동무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아직 그 정도 밖에 안되나.”

“그래도 십 초는 넘게 버티지 않나. 하하하. 나는 그것도 안 될 걸세.”

관백의 말에 동무벽은 피식 웃었다. 도병우는 유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육우령이라는 자는 최소 동호법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야? 제법 강한데?”

동무벽은 자신의 보도를 어루만지며 유세운을 향해 물었다.

“그자와 겨뤄 봐도 되겠습니까?”

도병우는 동무벽의 물음에 인상을 확 구겼다.

“그럼 네가 데리고 있는 선발대는 놀리란 말이냐!”

“쳇!”

투덜거리는 동무벽을 향해 유세운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해.”

“문주님!”

놀라 소리치는 도병우를 향해 유세운은 손을 들어 다음 말을 막았다.

“시끄럽게 굴지 마. 어차피 본대와의 싸움도 아니잖아. 솔직히 말해서 나 혼자라도 시간만 있다면 다 정리할 자신 있어. 그렇다면 문도의 소원 하나 들어주는 셈 쳐 주지.”

“하지만…”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동호법.”

“예.”

“대신 조건이 있어.”

유세운의 말에 동무벽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관백과 도병우의 시선을 받으며 유세운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를 사로잡아라.”

“말도 안 됩니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도병우를 향해 유세운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군사 보고 잡으라는 것도 아닌데 왜 난리야?”

“아무리 동호법이라도 그를 상대하기도 벅찬데 그를 생포하라니요!”

유세운은 동무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안 되겠어?”

동무벽은 묵묵히 유세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보도를 움켜쥐었다.

“알겠소. 반드시 그놈을 잡아 오겠소.”

“좋아. 대체 그렇게 유명한 녀석이 어떤 놈인지 예전부터 궁금했어.”

관백은 동무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크흐흐. 안 그래도 저변 염악과의 결투이후 깨달은 게 있었거든. 잘됐군.”

동무벽의 자신에 찬 목소리에 관백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도병우는 그런 동무벽을 향해 피식 거렸다.

“웃기는군. 얘기 못 들었어? 청의문주와 동수를 이뤘다는 말?”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이 웃음 지었다.

“그래? 그럼 가능하겠는데?”

“문주님.”

유세운은 동무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 눈엔 동호법이 그 정도도 안돼 보여?”

“아무리 그래도…”

유세운은 도병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좋아. 일단 그렇게 알고 남은 병력은 어떻게 할 거야?”

유세운의 말에 도병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좌우로 갈라져서 공격하지요.”

“호오. 그래? 그거 괜찮은데?”

유세운의 반응에 도병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농담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유세운은 걱정하는 도병우를 향해 물었다.

“또 뭐가 문제야?”

“좌우로 분산 되었다가 적에게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습니다.”

유세운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쉽지 않을걸? 나도 있잖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아까도 말했잖아. 시간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유세운의 말에 도병우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좌우로 나눠서 공격하도록 하지요.”

관백은 걱정하는 도병우를 향해 아찔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 말게. 천하에 문주님을 막을 자는 없으니 편하게 가면 될 걸세.”

“문주님을 믿는 방법밖에 없을 듯 하군.”

“오빠!”

갑자기 유세운이 머무는 천막을 들추며 들어오는 여인을 향해 좌중의 시선이 모두 향했다.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청아냐?”

“응. 오빠 왔다는 얘기 들어서 와봤어.”

커다란 눈을 뜨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위지청을 향해 유세운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어차피 내일 볼 텐데 뭐하러 왔어?”

“그런데 정말 오빠가 일권무적이야?”

유세운은 위지청의 질문에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아직은 그래.”

“아직은?”

“무권무적이 되야 진정한 내 별호에 어울리겠지. 하하하.”

유세운을 바라보는 좌중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유세운은 분위기가 싸하자 발끈 해 소리쳤다.

“어쭈? 농담인 것 같아?”

“하하하. 아닙니다. 그럼 저희는 내일을 위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자리를 피해 나가던 도병우는 들어오는 위지평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정말 청의문의 미래를 짊어질 고수들이로군.”

위지평은 도병우의 말에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아닙니다. 아직 많이 미숙합니다. 도단주님을 이렇게 뵙게 되는 군요.”

“하하. 이제는 단주란 말은 하지 말게나. 버린 지 오래네.”

“알겠습니다. 도선배님.”

“그럼 가보겠네. 문주님은 쉬지 않고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지금 많이 피곤하시니 적당히 회포를 풀게나.”

“예.”

도병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천막을 나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무벽이 투덜거렸다.

(뭐야?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군.)

(뭐 옳은 말이긴 하잖아. 문주님이 이번에 얼마나 말을 독촉했는지 알잖는가.)

(그래도. 쳇!)

동무벽과 관백이 천막을 걷고 나가자 위지평은 유세운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유세운의 물음에 위지평은 웃음을 지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왔네.”

“뭐가 말입니까?”

유세운의 물음에 위지평은 코를 긁으며 말했다.

“말들과 무인들의 상태를 보니 정말 쉬지도 않고 달려왔나 보더군.”

“뭐 지쳐 죽지 않을 만큼만 달려왔습니다.”

“헤헤. 오빠 나보려고 이렇게 달려 온 거지?”

콩!

“빨리 끝내고 빨리 돌아가려고 서둘렀다!”

유세운에게 머리를 쥐어 박힌 위지청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쳇! 두고 봐! 다신 안 놀아 줄 거야!”

위지평은 뛰쳐나가는 위지청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군. 워낙 응석받이라서 말야.”

유세운은 위지평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음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뭐 저도 막내다 보니 동생이 없었는데 동생 같은 녀석이니까요.”

“알겠네. 그럼 그만 쉬게.”

위지평은 유세운을 향해 웃음 짓고는 천막을 나갔다. 유세운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했다.

“아!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청룡도 육우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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