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하후추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태산같이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내 육우령의 내력은 이미 자신을 확실히 앞서고 있었다.
육우령의 청룡도가 하후추를 향해 겨누어졌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가?”
“아니. 이제 시작일 뿐이네.”
하후추의 발끝에서 청류보가 펼쳐지며 흐르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힘을 빌어 그의 패검이 놀라운 속도로 베어나갔다. 하후추의 성명절기인 분광참뢰검(分光斬雷劍)이 펼쳐졌다.
섬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검강의 무리들을 보는 육우령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좋구나.”
육우령은 청룡도의 중간 부위를 움켜쥐었다. 짧게 쥔 그의 청룡도가 선풍처럼 회전을 시작했다. 줄기줄기 뻗어나가는 도강이 하후추의 검강들을 맞아갔다.
콰쾅.
육우령은 경력의 여파를 견뎌내며 앞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청룡도가 경력을 가르며 뻗어나갔다. 하후추의 신형이 옆으로 미끄러지며 청룡도를 피해냈다. 살며시 뛰어오른 하후추의 신형이 선회하며 그의 품에서 삐져나온 패검이 사선을 그었다.
육우령의 좌측 발이 진각을 내딛으며 좌수가 청룡도의 중앙을 받쳐 들었다.
텅.
코앞까지 들이 닥친 하후추의 패검과 청룡도의 날이 부딪쳤다.
끼이익.
귀를 자극하는 쇳소리와 함께 하후추와 육우령의 얼굴이 서로의 호흡을 느낄만큼의 거리에 들어섰다. 육우령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하후추를 삼장 밖으로 튕겨냈다.
주륵.
눈에 미끄러진 하후추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청룡도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어 회심의 일격을 가했건만 육우령은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하후추의 패검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우우웅.
패검의 끝에 맺히는 검환을 보며 육우령은 청룡도를 들어올렸다.
청룡도의 끝에 맺히는 푸른 도환을 보고 하후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한수로 결판이 나겠군.”
위지청은 위지평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어쩌면 좋지?”
위지평은 자신의 어깨에 매어놓은 검병을 움켜쥐었다.
“만약의 경우에는 사부님을 구해야 한다.”
“그래요.”
위지청도 손에 땀을 쥐며 자신의 검병을 힘껏 쥐었다.
쏟아져 내리는 눈발사이로 푸르게 빛나는 도환을 바라보던 하후추가 일갈을 터트렸다.
“차핫!”
가장 단순하면서 위력적인 찌르기가 펼쳐졌다. 사방으로 눈발이 휘날리며 그 사이로 하후추의 일검이 찔러 들어갔다.
“하앗!”
하후추의 패검을 향해 일직선으로 육우령의 청룡도가 찔러 들어왔다.
스걱.
하후추의 검환을 베고 육우령의 푸른 도환이 찔러 들어갔다.
“차핫!”
하후추를 향해 찔러가던 청룡도가 흔들렸다.
챙챙.
잠깐의 틈을 통해 하후추는 뒤로 몸을 뺐다. 청의쌍검 위지남매가 그의 곁에 내려섰다. 하후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는 짓이냐?”
위지평은 굳은 얼굴로 육우령을 바라보며 답했다.
“벌하신다면 달게 받겠지만 여기서의 패배로 포기하시면 청의문은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제자의 일갈에 하후추는 자신의 패검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육우령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할말은 그뿐인가?”
“물러간다!”
하후추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말에 올라 후퇴를 시작했다. 육우령은 묵묵히 서서 청룡도를 비켜든 채 청의문의 후퇴를 지켜보았다.
이번 것도 아니다.
묘한 끌림의 답은 청의문에 있지 않았다.
육우령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야영을 준비하라.”
시선이 닿는 곳 어디나 푸른 초원만이 펼쳐져 있다. 초원에 우뚝 솟은 파오들. 파오들의 중앙에 가장 커다란 파오 안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흐흐. 무슨 말이냐?”
초췌한 안색의 사내가 힘겹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파오의 중앙에 앉아 상채를 벗어 던진 채 양다리를 잡아 찢어 먹던 거한의 사내가 수염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며 말했다.
“너 지금 네가 누구인지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
거한의 사내가 하는 말에 초췌한 안색의 사내가 힘겹게 답했다.
“흑무기마대 제 삼 부대장입니다.”
거한의 사내는 옆에 놓인 미유주를 항아리째 집어 들이켰다.
벌컥. 벌컥.
듣는 이마저 침을 삼키게 할 만큼 시원하게 들이킨 거한의 사내는 항아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흑무기마대 제 삼 부대장. 너의 임무가 뭐였지?”
“천마방을 도와 중원 상권에서의 이익을 저희 쪽으로 보내는 임무였습니다.”
“크흐흐. 그렇다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도 알겠군.”
거한의 사내가 눈에서 거역할 수 없는 빛을 뿜어냈다.
“예.”
“그런 네놈이 제 삼 부대를 몽땅 부상자로 만들어서 돌아와?”
“죄송합니다.”
거한의 사내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우수를 옆으로 뻗었다. 파오의 구석에 세워 놓았던 길이 일장이 넘는 장창이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턱.
허공섭물의 신기. 거한의 사내는 장창을 겨누었다.
“누구냐?”
거한의 사내가 묻는 물음에 제 삼 부대장은 고개를 숙였다.
“광오문의 이대 문주인 유세운이라는 자입니다.”
“광오문?”
처음 들어보는 문파다. 자신들의 행사를 막고 제 삼 부대 전체를 저 모양으로 만든 곳이라면 육대세력 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뜬금없는 광오문이라니?
“육대세력이 아니고?”
“예. 그 유세운이라는 자가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넘기 전에는 중원을 넘보지 말라고.”
“뭐?”
거한의 사내는 겨누고 있던 장창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쾅.
파오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충격. 거한의 사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쩌렁쩌렁 울리는 웃음소리가 파오를 지나 초원으로 퍼져나갔다.
“흑무기마대장인 나 출파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는 자가 있더란 말이냐?”
흑무기마대장인 출파는 장창을 다시 구석으로 집어던졌다.
“광우문주 유세운이라고?”
출파의 물음에 제 삼 부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출파는 양고기를 집어 들며 말했다.
“돌아가 쉬어라.”
“예?”
출파의 말에 제 삼 부대장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잘못을 봐줄 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하지만 출파는 양고기를 찢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한 달 안에 제 삼 부대를 예전처럼 만들어 놔라.”
출파의 말. 용서한다는 뜻이다. 제 삼 부대장의 고개가 깊이 숙여졌다.
“예.”
“그리고 유세운이라는 자의 목을 따는 선봉에 너희가 선다.”
“감사합니다.”
제 삼 부대장의 머리가 땅에 닿았다. 출파는 미유주 항아리를 들어 올리며 고갯짓을 했다. 제 삼 부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파오를 나갔다.
출파는 미유주를 들이키고는 항아리를 내리쳤다.
퍽.
빈 항아리가 깨져 나가고 출파의 시선은 열린 파오의 문 틈 사이로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중원. 네놈들이 나 출파가 어떤 놈인지 모르는 구나.”
출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유세운이라고 했나? 감히 내게 그런 말을 전하다니 용기만은 인정해 주마. 한 달.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마음껏 마지막 인생을 즐겨라.”
야숙을 위해 모인 자리.
모닥불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다. 도병우가 유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문주님.”
“왜?”
모닥불을 바라보던 유세운은 도병우의 부름에 돌아보았다.
“어떻게 그들을 막으실 생각이십니까?”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걸 일일이 생각하고 하냐?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 거지.”
유세운의 대답에 동무벽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병우는 동무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주님. 인원을 좀 나눴으면 합니다만.”
“인원을 나눠?”
유세운의 물음에 도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단은 급한 김에 연환강편이라도 가르쳤으면 싶어서…”
“연환강편이라면 그 예전에 용병단이 썼던 기술 말야?”
“예. 그것은 강기를 사용하는 자와 검기를 쓸 줄 아는 자들만 모아서 가르쳐도 제법 모양새가 날 것 같습니다.”
유세운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도병우가 데리고 있던 용병단의 연환강편은 사방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강기의 조각들이 제법 위협적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라면 막아내겠지만 다수에게 쓰면 제법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
유세운의 대답이 떨어지자 도병우의 시선이 동무벽과 관백을 향했다.
“이 둘도 좀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도병우의 말에 동무벽이 슬그머니 자신의 보도를 잡아갔다.
“우린 호법이야. 문주님 곁에서 떨어질 순 없다.”
“그 말엔 나도 동감한다.”
관백마저 편을 들었지만 도병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희 정도의 고수가 문주님 곁에만 있다면 이번 싸움. 이기지 못할 거다.”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은 관백과 동무벽을 바라보았다.
“관호법과 동호법은 뭐하게?”
도병우는 야숙을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건량을 뜯으며 앉아 있는 무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명단을 훑어보았는데 이곳에서 부대장을 맡을 만한 이들이 없습니다.”
“그래?”
도병우는 관백과 동무벽을 바라보았다.
“패도적인 동호법이 선봉을 그리고 관호법이 중견을 그리고 제가 연환강편을 가르칠 자들이 후익을 맡았으면 합니다.”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은 피식 거렸다.
“그럼 난?”
도병우는 자신의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었다.
“문주님이야 혼자서 일개 부대 역할을 해주셔야죠.”
도병우의 말에 동무벽의 보도가 반쯤 뽑혔다.
“뭐야?”
하지만 유세운의 손이 그를 막았다.
“잠깐.”
유세운의 시선이 도병우를 향했다.
“하나만 말해라.”
“예.”
“네가 말 하는 대로만 하면 북천방을 막을 수 있을거란 말이냐?”
유세운의 물음에 도병우는 눈을 빛냈다.
“물론입니다.”
유세운은 도병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빛나는 도병우의 눈을 보던 유세운은 미소를 지었다.
“좋다. 대신 가장 적은 피해를 입고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라.”
“흐흐. 물론입니다.”
동무벽이 유세운을 향해 호소했다.
“문주. 그러면 안 됩니다.”
유세운은 동무벽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동호법. 우리의 이번 목적은 북천방을 막아내는 거야. 그리고 가장 적은 피해만 입고 이기겠다잖아. 이번만 들어.”
도병우는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그럼 저는 인원 분류를 위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도병우는 돌아서서 자신의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자신의 말로 걸어갔다. 동무벽은 도병우의 뒷모습을 쏘아보며 전음을 날렸다.
(만약 문주님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기필코 네놈의 목을 따주마.)
도병우는 곰방대를 빨며 화답했다.
(전장의 어디가 위험하지 않겠나? 문주님이 있는 곳이 그나마 가장 안전하겠지.)
멀어져 가는 도병우의 뒷모습을 보며 동무벽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동무벽의 시선은 모닥불을 바라보며 하품을 하는 유세운에게로 향했다.
‘문주. 걱정 마시오. 이 내가 호법으로 있는 한 누구도 문주의 터럭하나 건들지 못할 거요.’
철썩.
장강의 물살이 뱃전에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져 나갔다.
삼홍검 서중이 자신의 검을 하나하나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죽립을 눌러쓴 채 뱃전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던 영호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북천방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
서중은 자신의 첫 번째 검을 들었다. 새하얀 검신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낭인천의 무사가 한꺼번에 움직인 일은 아마 무력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
서중은 검을 한번 내리그으며 말을 이었다.
“그만큼 움직이기 힘들지만 한번 움직였다하면 어느 곳 못지않은 곳이 낭인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괴물들이 한 가지를 위해 움직인다니 생각만으로도 오싹합니다. 하하하.”
영호천은 북극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천방도 꽤나 당황할 거다.”
서중은 두 번째 검을 뽑아 들어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북천방주 휘하의 사대천왕이라는 자들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사대천왕?”
서중의 두개의 검이 월광을 어지러이 베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강환의 경지에 든 고수들입니다.”
서중의 말에 영호천이 웃음을 지었다.
“대단한 자들이군.”
찰칵.
서중의 검이 모두 회수 되었다. 서중은 진지한 얼굴로 영호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중 한명과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
영호천의 시선이 북쪽 하늘에서 서중을 향해 돌려졌다. 두눈 가득 정기를 담고 바라보는 서중에게 영호천은 고개를 끄덕여 줬다.
“좋다. 어떤 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겨뤄보게 해주마.”
“천주.”
영호천은 갑판으로 올라오는 단량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자네도인가?”
단량은 자신의 장검을 두들기며 말했다.
“저에게도 한 놈 남겨주십쇼.”
단량의 말에 영호천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생각 같아서는 사대천왕이라는 자들을 잡아다가 자네들 앞에 던져주고 싶군.”
말을 듣던 서중도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 주시면 저희야 고마울 따름입니다.”
서중의 말에 단량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검환에 이른 고수들은 다 어디의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있어서 겨루기가 쉽지 않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영호천은 단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래서 자네들을 찾아간 거 아닌가?”
단량은 영호천의 말에 미소를 진하게 지었다.
“그러니 이번엔 저희 소원도 들어 주십시오.”
“알겠네. 내 반드시 그들과의 싸움에 자네들을 던져주지. 대신 꼬리를 말고 도망가면 내 다시는 안 볼 것이야.”
단량은 갑판에 드러누우며 대답했다.
“그마만한 상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내게도 어울리는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군.”
돌아서는 영호천의 시선이 북쪽 하늘을 향했다.
뱃전에서 장강의 물살이 부서져 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동철은 반개한 눈을 들어 갑판에 오르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유청운은 동철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말마시오. 태혜검에게 그런 호칭을 들을 만한 인물이 못되오.”
동철은 유청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지기의 형님 되십니다. 당연히 제가 형님이라고 불러야 지요.”
동철의 말에 유청운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알겠소.”
동철은 자신의 옆에선 유청운을 바라보았다. 동철은 솔직히 유세운과 같은 조에 속해 북천방을 향해 일전을 벌일 줄 알았다. 그것은 유청운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곳은 영호천의 조다.
“문상께서 무슨 생각으로 이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청운도 내심 궁금해 하던 일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오. 세운이와 같이 나갈 줄 알았건만.”
동철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야 당연히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지.”
까치집을 하고 손에 술병을 들고 올라오는 복상을 보며 동철은 미소 지었다.
“형님. 강룡장 복상이라고 합니다. 인사들 나누시지요.”
복상은 유청운을 향해 읍을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복상이라고 합니다.”
“명성은 익히 들어왔소. 유청운이라고 하오.”
복상은 유청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개방도 한물 갔나보다.”
복상의 말에 동철이 무슨소리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복상은 유청운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대체 저런 신룡이 숨어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개방의 정보력도 끝이야. 끝.”
“하하하. 복소협의 농이 너무 지나친거 아니오?”
유청운의 웃음에 복상도 미소를 지었다.
“뭐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지요. 아마 다른 문파의 정보망에 비하면 빠른 편이지요.”
동철은 복상의 너스레에 웃음을 짓다가 생각나 물었다.
“그런데 무슨 말이야?”
“그거? 혹시라도 유문주가 정에 이끌려 제대로 이정도의 자원들을 활용 못할까봐 그랬을걸!”
“그런가?”
수긍하는 동철을 바라보며 복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봐봐. 너 이쪽 조는 어떻게 편성됐는지 봤냐?”
“아니.”
동철의 대답에 복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넌 부련주를 맡았을 때도 지금 부대장을 맡아도 항상 변함이 없냐?”
동철은 복상의 투정에 어색한 웃음만을 지었다. 복상은 술병의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다 정파의 인물들이다. 구파일방을 비롯. 우리와 연관된 자들. 그들과 낭인천의 무리들이 한 조로 어울릴 꺼라 생각하냐?”
“흐음. 그렇게 편성된 건가?”
유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복상은 말을 이었다.
“오죽하면 출발한 당일 날 영호천주가 너에게 나머지 이백오십 명의 대장을 맡으라고 했겠냐.”
“그렇게 된 거군.”
동철은 자신의 허리에 매여진 검에 손을 얹었다. 유세운의 한마디에 얻음 심득. 계속해서 잊지 않기 위해 항상 검에 손을 얹었다.
동철의 시선은 멀리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가서라도 만나게 될 거야.”
복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중원의 사천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집결해야 제대로 된 결판이 날 테니 말야.”
동철은 복상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도와줘.”
복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는 네가 내가 없이 뭐 된 적이 있냐?”
“그런가?”
동철의 시선은 다시 북쪽 하늘을 향했다. 술병을 들이키는 복상의 시선도. 말없이 검을 어루만지는 유청운의 시선도.
북천방을 막으러가는 무인들의 시선이 북쪽 하늘을 향했다.
수레바퀴는 돌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