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96화 (9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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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폭발의 여력과 유세운의 강기의 여력에 장강은 바닥이 보일 만큼 커다란 원형의 파문이 생겼다.

원형으로 해일처럼 일어나는 파도의 높이는 무려 이장에 달했다.

이충열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파도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저…저건 뭐지?”

“꺄아아악!”

촤아아악.

이장에 달하던 파도를 미처 피하지 못한 이충열과 적삼의 여인은 삽시간에 파도에 삼켜졌다. 유세운은 표표히

울렁이는 장강위에 내려섰다.

찰팍.

유세운은 자신의 신발에 물이 묻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유세운은 자신의 말의 뺨을 툭툭 쳐주며

웃었다.

“금방 끝날테니 기다려라.”

“푸하!”

“꺄악! 살려주세요.”

장강의 파도가 멀리 뻗어가고 이충열과 적삼의 여인이 물위로 올라왔다. 이충열은 몸을 솟구쳐 올라 물위에 올라서며

물을 토해냈다.

“켁!”

유세운은 걸음을 옮겨 이충열의 코앞으로 다가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분명히 도망가라고 했을 텐데?”

이충열은 유세운의 표정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건 사기야!”

하지만 적삼의 여인은 유세운의 발을 보며 물위로 올라올 생각도 못하고 헛바람을 삼켰다.

“드…등평도수?”

유세운은 싱그럽게 웃음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등평도수 맞아.”

유세운이 적삼의 여인을 바라보는 찰나 이충열의 검이 찔러왔다. 유세운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왼손 수도로 이충열의

검날을 쳤다.

쩡.

대번에 두 조각이 난 검날을 보며 망연자실하던 이충열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악!”

한걸음 더욱 품안으로 들어가며 유세운의 신형이 회전했다. 오른쪽 팔꿈치로 이충열의 뻗어있는 오른팔을 가격하고

반쯤 회전하며 왼손 팔꿈치가 비틀거리는 이충열의 왼쪽어깨에 작렬했다.

빠각.

“크아악!”

몸이 마저 회전하며 바닥을 쓸 듯 가볍게 오른발차기가 뻗어 나왔다. 대번에 양쪽 종아리뼈가 부러지며 이충열의

입에 거품이 물렸다. 유세운의 왼발이 진각을 내딛었다.

퍽!

장강의 물결이 다시 한번 치솟으며 파도를 만들었고 이충열의 가슴에 유세운의 어깨가 틀어박혔다.

퍽!

“켁!”

풍차처럼 몸이 휘돌며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세운은 출렁거리는 물결 위에 선 채로 고개를 돌렸다. 유세운의

눈빛을 대한 적삼의 여인은 물 밖으로 나올 생각도 못한 채 부들부들 전신을 떨었다. 유세운은 물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그녀를 향해 한걸음 다가갔다.

“사…살려주세요!”

적삼의 여인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는 것을 보며 유세운은 귀를 후볐다.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나?”

“하…하지만……”

유세운은 게거품을 물고 장강위에 떠다니는 이충열을 흘낏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저자도 죽지 않았잖아.”

유세운의 말에 적삼의 여인의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되었다. 유세운은 그런 적삼의 여인을 바라보며 턱을 어루만졌다.

“그럼 그냥 단전을 파괴하고 사지의 근맥을 자른 후에 물에 넣어줄까?”

“유…유대협! 제…제발 용서를……”

“하하하. 나를 죽이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해?”

유세운은 허공섭물로 물에서 적삼의 여인을 끄집어 올린 후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린회라고 했나?”

“에? 예!”

절망어린 표정의 여인을 바라보며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살아있는 한은 다시는 그런 곳을 못 들었으면 좋겠군.”

“에?”

“난 내목을 노린 곳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아량이 넓지를 않아서 말야.”

“예!”

유세운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파리가 안 꼬이도록 이번일 소문을 잘 내주면 좋겠군. 가능할까?”

“예!”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적삼의 여인을 보며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아 들었으리라 믿고 가겠어. 명심해.”

“예!”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적삼의 여인을 물위에 세워 놓고는 유세운은 신형을 돌렸다. 유세운은 뭍을 향해 몸을

날리며 중얼거렸다.

“젠장! 배로 가려고 했더니 그냥 말타고 가야겠다. 남쪽으로 가다보면 되겠지.”

유세운의 신형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적삼의 여인은 훌쩍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쪽은……”

향원정(香元亭).

별궁의 중앙 부분에 위치한 곳으로 사방에 꽃이 만개했고 그 사이 정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을인지라 향원정

주변에는 국화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위에 세워진 향원정에는 국화향이 가득했다. 백연혜는

국화향을 맡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백연혜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셨다. 문득 차를 못 마신다고 했더니 단숨에 들이켜다 화상을 입던 유세운이

떠올라 미소를 머금었다.

백연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여운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백연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쩐 일이죠?”

여운은 상처가 완쾌되고서는 기도가 남달라져 있었다. 백연혜는 여운의 입가에 그려져 있는 미소를 보고 의아해

했다. 여운은 향원정의 밑에 멈춰 서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유공자에 대한 일이 보고가 올라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다급히 물어오는 백연혜를 향해 여운은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지었다.

“유천에서 장사로 가는 배를 타고 가는 중에 어린회와 싸움이 있었답니다.”

“어린회?”

“장강이남에서 활동하는 살수 집단인데 이번에 전원이 올라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건방진!”

발끈하던 백연혜는 여운이 미소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화를 삭혔다.

“그래서요?”

“장사로 가는 도중에 일전을 벌이셨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어린회에서는 산공독과 연노, 화약까지 준비했다지만 철저하게 당했습니다.”

“휴. 그러면 그렇지.”

여운은 백연혜의 안심하는 모습에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뒤의 유공자님의 향방이……”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여운은 씁쓸히 웃어 보였다.

“그게……”

다그닥. 다그닥.

유세운은 태연하게 말을 몰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관도를 한참이나 달렸는데도 어떻게 마을 하나가 안 나오냐.”

유세운은 투덜거리면서 말을 몰다가 저 멀리보이는 성벽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오늘은 따뜻한 물에 씻고 멋지게 한잔하는 거야!”

유세운이 말의 박차를 가하자 갈색의 준마는 질풍처럼 내달렸다. 유세운은 바람을 느끼며 금세 성문에 도달했다.

성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것을 본 유세운은 슬며시 말을 몰아 그들의 뒤에 섰다. 모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무림인이라지만 황금 일만 냥이라니 장난이 아닌걸?”

“그러게 말이야.”

“자네가 한번 도전해 보지 그러나?”

“에끼! 이사람아. 집에 마누라와 새끼들은 누가 돌보라고 그런 소리를 하나 그래.”

유세운은 어딘지 귀에 익은 현상금이라는 생각에 성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철마성에서 내건 자신의 초상화와

현상금이 적혀 있었다. 유세운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조금 잊고 쉬려고 하니까 이것들이 정말……”

쫘악!

“헉!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대낮에 귀신인가?”

유세운이 허공섭물로 찢어버린 방문(訪問)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 진저리 치며 자리를 피했다. 유세운은 이미

찢어버린 초상화가 붙어 있던 자리를 쏘아보았다.

“철마성주. 쉽게 끝내진 않겠다.”

유세운은 말머리를 돌려 성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화를 식히기 위해 주루를 찾던 유세운은 성문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현하루(賢河樓)를 보고 말에서 내려섰다.

점소이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 말고삐를 받아 들였다.

“어서 오십시오.”

유세운은 말없이 주루 안으로 들어섰다. 주루의 일층에는 자리가 없어 유세운은 이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층에

있던 점소이가 달려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창가로 하시겠습니까?”

유세운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입을 벌리면 또 철마성주에 대해 욕을 할 것 같아 말없이 걸음만을 옮겼다.

유세운은 가볍게 몸을 털고서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엽청 한 병. 안주거리로 음식 세 가지 정도만 내오게.”

“예.”

유세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회를 해치운 지 이제 오일이 지났다. 그런데 자신이 가는 곳에 버젓이 걸려있는

초상화에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듯했다.

유세운은 화를 삭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밖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어 주루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 탁자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는 세 명의 도사 차림의 무인을 바라보았다. 두 명은 검을 등에 매고 있었고 한

명은 판관필을 허리춤에 꽂아 놓고 있었다. 모두 동문인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제들 들었는가?”

“뭘 말입니까?”

중년의 사내는 사제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 강호에 초강고수(超剛高手) 둘이 나타났다는 거 말일세. 들어 보았는가?”

“둘이나 된단 말입니까?”

가장 어려 보이는 열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말에 중년의 사내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거봐. 무공 수련만 한다고 산에서 내려오지 않으니 그런 소식을 들을 일이 있나.”

“사형이야 마음껏 나가 실 수 있지만 저희야 어디 그게 쉽습니까?”

판관필을 허리춤에 꽂아놓은 사내가 웃으며 말하자 중년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쉬운 일이야. 자네는 그래도 정협련에 들어서 밖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사형도 참.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그런데 나갑니까?”

판관필의 사내가 웃으며 손사래를 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어린 소년이 투덜거리며 물었다.

“사형. 하지만 일궁이성삼문의 주인들이 있는데 어떻게 갑작스레 초강고수가 나타난단 말입니까?”

“흐음. 그게 의문이기는 한데 어쩌면 그 주인들보다 강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고 있어.”

유세운은 중년 사내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어린 소년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노강호들이 어째서 이제야 나타난 걸 까요?”

“엥? 누가 노강호라고 하더냐?”

“예?”

“소문에 의하면 네 정사형만큼 정도의 나이 밖에 되지 않았다.”

“예? 정말요?”

“그래.”

어린 소년이 판관필의 사내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유세운도 그를 바라보았다. 많이 잡아 줘야 자신 정도 밖에

나이를 먹은 것 같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때 점소이가 죽엽청을 내왔다. 유세운은 죽엽청을 받아 잔에 따르며

다시 귀를 기울였다.

“후후후. 그 얘기를 들으면 믿기지도 않을 꺼다.”

“어서 해주세요.”

어리광을 부리듯 말하는 어린 소년의 말에 중년인은 안주를 하나 집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쩝. 그러니까 첫 번째로 강호를 들썩이고 있는 사내는 낭인천(狼人天)을 접수한 사내이지.”

“낭인천을요?”

“그래.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낭인천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고수들이 널려 있다. 모두 자신만의 무도를

추구하는 자들이라 그들의 진정한 경지가 어디인지 모르지.”

“정말요?”

어린 소년의 질문에 판관필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나도 들어 본 적이 있구나. 낭인천은 두 명의 초절정고수가 아직 승부를 못 내서 양분 돼있다고

들었는데……”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이번에 낭인천을 접수한 사내가 단신으로 둘을 제압했다고 하더구나.”

“정말입니까?”

놀라는 판관필의 사내를 향해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사제가 놀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네. 나도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지.”

“대체 누구에요?”

어린 소년의 물음에 중년인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현 낭인천주인 천검(天劍) 영호천이라고 하네.”

“푸흡!”

유세운은 갑작스레 들은 영호천의 이름에 저도 모르게 입안에 있던 술을 쏟았다. 세 명의 무인은 유세운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주섬주섬 엎은 술을 닦는 모습을 보고는 곧 고개를 돌려 다시 얘기에 열중했다.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하하. 형님 이렇게라도 소식을 듣게 되는 군요.’

천풍쌍기(天風雙奇)(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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