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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탁자를 두들기는 유세운의 손가락이 천천히 멈춰졌다.
“어디보자.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한 것 같은데……”
유세운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며 웃음 지었다.
“어디 확인해 볼까?”
지잉!
유세운의 손앞에 은색의 강환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은색의 강환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눈앞에 떠 있었다.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하나로는 부족해.”
지잉! 지잉!
유세운은 눈앞에 두 개의 강환을 더 만들었다.
“손짓이 아니라 의지만으로도 가능하군.”
유세운은 세 개의 강환을 빙빙 돌리며 중얼 거렸다.
“자연지기로 만들었더니 내력의 소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
유세운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력을 거두었다.
“흐음.”
유세운은 창천궁으로 오는 마차에서 유청운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의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힘이라……’
유세운은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현상금이라… 감히 나한테 현상금을 걸었단 말이지.’
탁자 위에 올라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고작 황금 일만 냥을 걸었단 말이지?”
유세운의 주먹이 강하게 탁자를 내리쳤다.
쾅!
“건방진 녀석들.”
유세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를 갈았다.
대륙 북서부의 극단에 위치하고 있는 신강성(新疆城)을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는 천산산맥(天山山脈). 천산산맥의 주
봉우리인 성리봉에 자리 잡고 있는 수라성(修羅城).
수라성의 태황각(太皇閣).
구층으로 이루어진 태황각의 구층은 오직 태사의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태사의에 앉아 있는 한명의 중년인.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중년인의 입이 열렸다.
“강호는 어떤가?”
“철마성이 크게 당했습니다.”
현 수라성주인 수라마황(修羅魔皇) 단우적은 핏빛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 지었다.
“창천궁은 아직 넘을 수 없나보군.”
단우적의 십장 앞에 부복하고 있던 천이마왕(天耳魔王)은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에 철마성이 크게 당한 것은 창천궁 때문이 아닙니다.”
단우적은 천이마왕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번에 철마성이 당한 가장 큰 원인은 일권무적 유세운이라는 자 때문입니다.”
“일권무적 유세운?”
단우적의 물음에 천이마왕은 고개를 숙여보였다.
“예.”
“흐음. 저번에 얘기한 무광의 제자인가?”
“예.”
단우적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미있군. 그래 어느정도나 피해를 입힌건가?”
“일권무적 유세운이 단신으로 흑마육령을 제압하고 황마철웅대를 패퇴. 철마십영을 단신으로 제압했습니다.”
단우적은 천이마왕의 보고에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번 보고에는 강환에 이른 고수라고 하지 않았나?”
단우적의 물음에 천이마왕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새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초마의 경지에 든 고수라는 보고입니다.”
“초마? 심검에 든 자란 말인가?”
“예.”
“나이가 몇인가?”
“스물다섯이라고 합니다.”
단우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스물다섯에 심검에 든 자라…”
단우적은 태사의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천산산맥의 성리봉에 하얗게 뒤덮인 만년한설을 바라보며 단우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태아에게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아이군.”
단우적의 말에 천이마왕의 깊이 부복한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단우적은 자신의 핏빛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그 아이 옆에 우리 사람을 붙여놓으라고 한 것 같은데?”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았습니다.”
천이마왕의 보고에 단우적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급하게 붙이려고는 하지 말게. 그리고 굳이 다른 제재를 가할 필요도 없네. 그 아이는 태아에게 맡기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단우적은 창밖을 보는 채로 말을 이었다.
“알아서 하리라 믿네.”
유세운은 아침에 열어놓은 창으로 밀려들어오는 햇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흐음. 따뜻한 날씨네.”
유세운은 밤새 고민하고 결정한 일을 시행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끗한 청삼을 집어 입은 유세운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섰다.
유세운은 대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청에는 이미 가족들이 나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유세운은 걸음을 옮겨
대청으로 들어섰다.
유주란은 대청으로 들어서는 유세운을 보며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돼?”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다 나았어.”
유세운의 대답에 유청운이 놀라며 물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것 이라고 하지 않았니?”
“뭐. 어쩌다 보니 나았어요.”
유청운은 하루 만에 완전히 달라진 유세운의 기도에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유주란도 뭔가를 느끼고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유주란의 물음에 유세운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아주 조금 기연을 얻었어.”
“기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유주란에게 유세운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유주란이 차를 한잔 따라주자
유세운은 자신의 앞에 차를 놓은 채 가족들을 돌아보았다.
유태청은 오늘따라 많이 달라 보이는 유세운에게 물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이냐?”
유세운은 유태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태청은 유세운의 말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음 지었다.
“그래. 편히 말해 보거라.”
유세운은 유태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족들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철마성에서 저에게 현상금을 걸었답니다.”
“철마성에서?”
유주란이 놀라 되묻자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걸었대?”
유주란의 질문에 유세운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가 중요한 거야?”
“아니. 뭐 그건 아니지만.”
유세운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황금 일만 냥을 걸었대.”
“화…황금 일만 냥?”
유주란이 놀라 입을 쩍 벌리는 것을 보며 유세운이 물었다.
“왜 너무 많아?”
“야! 황금 일만 냥이면…”
유주란의 말은 유청운의 말에 의해 끊어졌다.
“그래. 솔직히 이번이나 저번이나 철마성에 큰 타격을 줬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유청운의 말에 유태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철마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럴만 하겠구나.”
유태청의 말에 유주란이 말했다.
“그래도 황금 일만 냥은 너무 많이 건거 아닌가요?”
유주란의 말을 유태청이 막으며 물었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유세운은 차분한 눈빛으로 자신의 가족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해맑게 웃음 지었다.
“고작 황금 일만 냥을 건 것에 대해 철마성과 담판을 지으러 다녀오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고작이라니?”
동시에 터져 나오는 유청운과 유주란의 질문은 전혀 달랐다. 유세운은 가만히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유태청도 흔들림
없는 눈으로 유세운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네가 심검에 든 고수라고는 하지만 한손으로 열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유세운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유태청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번 일은 담판이 나지 않으면 두발을 뻗고 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세운의 대답을 들은 유태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너를 유인하기 위한 작전일지도 모른다.”
“상관없습니다.”
유세운의 대답에 유청운은 걱정스레 물었다.
“철마성에는 지금껏 만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수가 모여 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거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괜찮아요.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난 광오문의 문주니까.”
유주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흑마육령이나 철마십영에게 고전했잖아.”
유세운은 피식 웃음 지었다.
“이제는 그럴 일 없어.”
“그게 그렇게 쉽게 말할게 아니잖아!”
화를 내는 유주란을 보며 유세운은 손을 내밀었다.
“상대할 방법을 찾았거든.”
“뭐?”
유세운의 손앞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은빛의 강환에 유주란의 말문이 막혔다. 유세운은 강환을 천천히 손위에서
회전시키며 미소 지었다.
“죽이지 않고 이길 수 있어.”
유세운의 손위에 강환이 두 개가 더 나타나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유주란은 태연한 유세운의 표정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강환을 세 개나 만들어 냈는데 괜찮아?”
유세운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아니. 강환이라면 몇 개라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이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유세운은 자신 앞에 뭉쳐진 강환을 가볍게 흘려 없애버리고는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담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유태청은 유세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는 유태청의 입이 열렸다.
“알겠다.”
유세운은 유태청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만 있던 유청운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같이 가자. 어차피 강호에 나가야 할 일이 있으니.”
유청운의 말에 유세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형. 미안하지만 이건 광오문과 철마성의 일이에요. 저 혼자 해결해야 해요.”
유세운의 말에 유청운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유청운은 유세운의 기도가 점점 가볍지 않고 일문의 문주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조심하거라.”
“걱정말아요.”
유세운의 말에 유주란은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 안하긴. 길이나 잃어 버리지마!”
유세운은 유주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그때처럼 애인 줄 알아!”
“호호호. 그건 모르는거지.”
“뭐야!”
화를 내는 유세운을 보며 유청운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사현관 타통(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