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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 무산에 자리 잡고 있는 창천궁의 거대한 철문이 열리며 백선후가 문상 천엽수 초평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백선후가 무산을 향해 올라오는 길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천엽수 초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철마성에서 이렇게 까지 무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위험했지.”
백선후는 입맛이 썼다. 백연혜가 부탁을 해서 유세운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 이번 일에서 낭패를 면하게 했다.
자신의 계획이 잘못 되어서 철마성의 술수에 말려들 뻔 한 것을 그가 다 막아주었다.
백선후는 창천궁을 향해 오는 일행들을 보며 말에서 내려섰다.
초평도 백선후를 따라 말에서 내려서며 입을 열었다.
“철마성의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백선후는 초평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군.”
백선후는 점점 더 다가오는 마차와 말에 올라탄 무사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본인에게 먼저 알려주고 결정해야지.”
“예.”
초평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가오는 마차에 시선을 돌렸다.
천천히 멈춰서는 마차의 움직임에 유세운은 운기요상을 멈추고 눈을 떴다.
“창천궁에 다 왔어요.”
“응? 벌써?”
마차의 창밖으로 백마를 탄 채 눈웃음을 짓고 있는 백연혜를 보며 유세운도 따라 웃었다. 백연혜는 말에서 내리며
물었다.
“내릴 수 있겠어요?”
유세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청운도 운기요상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세운은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웅장한 창천궁의 담을 보며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시 봐도 대단하기는 하네.”
“예? 뭐가요?”
“응? 아! 창천궁의 위세가 대단하다고.”
백연혜는 유세운의 칭찬에 눈웃음을 지었다. 유세운은 철문 앞에 나와 있는 백선후를 보고 갸웃거렸다.
“어라? 궁주님도 나와 계시군.”
백연문도 마차에 내려서 유세운에게 다가왔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직 괜찮진 않군요.”
유세운은 가볍게 대답하고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산까지 오는 동안 줄곧 운기요상을 실시했지만 아직 내상이
나으려면 족히 일주일은 더 걸릴 것 같았다.
유세운은 다가오는 백선후와 초평을 바라보았다.
백연문과 같이 마차에서 내린 하후패가 앞으로 나서 읍을 했다.
“궁주님. 다녀왔습니다.”
“무상. 수고 많았소.”
백선후는 하후패의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고생이 많았구료.”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후패의 표정을 바라본 백선후는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을 이었다.
“빚은 갚으라고 있는 것이오.”
“예.”
백선후는 유세운을 보고는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유세운은 멀뚱히 백선후를 바라보았다. 백선후는 유세운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고맙소. 유공자.”
“엑?”
유세운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백선후를 향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창천궁에서 같이 귀주지부로 떠났던
무사들이 모두 돌아온 자리였다. 수백 명의 사람이 있는 곳에서 갑작스레 고개를 숙인 백선후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백선후는 고개를 들고 유세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번에 신세를 많이 졌소.”
“하하하.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러십니까.”
유세운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백선후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여독을 풀고 내일 쯤 창주궁에 들러 주시오.”
“아. 뭐 그러지요.”
유세운은 어색한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얼른 대답했다. 백선후는 고개를 돌려 유태청에게 다가갔다.
“일단 들어가 쉬고 다음에 차나 같이 합시다.”
“알겠습니다.”
유세운은 유태청의 태도에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직도 저러시는군.’
백선후는 내력을 담아 창천궁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모두들 수고 많았다. 이번 일의 포상은 차후에 통지 할테니 오늘은 푹 쉬어라.”
“예.”
창천궁 무사들의 우렁찬 대답소리를 듣고는 백선후는 몸을 돌려 말에 올라탔다. 백선후는 태연하게 말을 몰아
창천궁의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유세운은 백선후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궁에 들어선 유가장의 식구는 마중 나온 창검무영 왕전을 만났다. 왕전은 밝게 웃으며 일행을 맞이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이곳에서 못 움직이셔 애만 태우셨을 것 같군요.”
“하하하. 그건 그렇긴 했습니다.”
왕전은 유세운을 보고 웃음 지어보였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에? 아니요. 그러실 건 없습니다. 그냥 해야 될 일을 한 걸요.”
유세운은 사람들이 갑자기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왕전은 그런 유세운의 표정에 미소만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많은 창천궁의 무사들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왕전은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고 유세운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일단 들어가서 쉬시도록 하지요.”
왕전은 유태청을 향해 말을 건넸다. 유태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그럼.”
왕전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유주란은 유세운의 어깨를 두들기며 웃음 지었다.
“흠. 이번에 네가 한 일이 확실히 대단하긴 했나보다.”
유세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 지금 내상을 입었거든?”
“아! 그렇지?”
유주란이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본 유세운은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일부러 그런거 아냐?”
“어머. 무슨 소리니? 아픈 동생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니?”
“흥! 그걸 어떻게 알아?”
“뭐야?”
유세운은 유주란이 주먹을 들어올리자 경신술을 펼쳐 도망가며 소리쳤다.
“아버지! 형! 모두 편히 쉬세요!”
“야! 너 거기 안서!”
유세운은 유주란의 외침에 아랑 곳 하지 않고 신형을 더욱 빨리 움직였다. 유주란은 발을 구르며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하후패는 상자를 들고 걸음을 옮기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벌써 해는 지고 사위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하후패는
걸음을 옮기다가 인상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내상도 문제지만 외상도 쉽게 낫지를 않는군.”
하후패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을 보고 웃음 지었다.
“무상 어르신.”
사내들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하후패는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문상께 무상이 찾아왔다고 일러라.”
“예.”
하후패는 기별을 넣으러 간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달을 보던
하후패는 초평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피곤하실 텐데 쉬시지. 이 늦은 시각에 웬일이십니까?”
“허허허. 쉰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 말이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차나 한잔 주시구료.”
“하하하. 물론입니다.”
하후패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들고 온 상자를 흔들어 보였다.
“이게 뭔지 아시오?”
“그게 뭡니까?”
하후패는 초평의 물음에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문아우가 전해달라고 한 최상급 철관음이오.”
“아! 창운산장주를 만났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일단 드시지요.”
“허허허. 그럼 어디 문상의 차를 한잔 얻어먹어 볼까요.”
유세운은 아침을 먹자마자 찾아온 무사를 따라 창주궁에 도착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정말 계단으로만 가야 하는 거야? 단번에 뛰어오르면 훨씬 쉽겠구만.’
유세운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사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오르기만 했고 유세운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그의 뒤를 따르기만 했다.
유세운은 칠층의 대전에 도착해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고맙네.”
유세운은 가볍게 인사하고 대청에 걸음을 들였다. 예전과 같이 다섯 명의 인물이 대청에 앉아 있었다. 유세운이
들어서자 백선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음 지었다.
“어서 오시오.”
유세운은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말투도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구요.”
유세운의 말에 백선후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그래도 일문의 문주인데 대우는 해줘야 하지 않겠소? 창천궁에서는 광오문을 인정하겠소.”
“하하하. 이것 참 재밌는 얘기군요.”
유세운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눈을 빛냈다.
“광오문을 누가 인정한다고 말한 겁니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소?”
백선후의 물음에 유세운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광오문을 너무 우습게 알고 있는거 아닙니까? 제가 창천궁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죠.”
“버릇없는!”
창천궁주의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노인이 검을 뽑으려 하자 백선후가 손을 들어 말렸다.
유세운은 우습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백선후는 그런 유세운의 표정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오. 내 생각이 짧았소.”
유세운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발끈하는 두 노인을 보며 유세운은 피식 웃었다. 하후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일단 앉으시오. 서서 이야기 할 거 아니잖소.”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선후의 맞은편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백선후는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유세운의 물음에 백선후가 웃으며 초평을 바라보았다. 초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내들고
유세운에게 다가왔다. 유세운은 자신의 앞에 내려지는 옥병을 보지 않고 백선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사의를 표하는 것이니 제발 거절하지 말아 주시오.”
“뭔지 알아야 거절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백선후 대신 하후패가 말을 꺼냈다.
“내상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듯 싶구료. 공청석유요.”
“공청석유?”
하후패는 유세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효능은 무림인이라면 이십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고 일반인은 무병장수 할 수 있는 거요.”
“흐음.”
유세운의 표정을 본 하후패가 말을 이었다.
“꼭 받아 주시구료. 그렇게 많은 신세를 졌는데 그거라도 받아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소. 그리고 필요할
겁니다.”
“필요하다고요?”
유세운이 다시 묻자 백선후가 물었다.
“철마성 얘기는 들었소?”
유세운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들어 볼 틈이 없었지 않습니까. 창운산장에서 바로 오는 길이었는데.”
유세운의 말에 초평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철마성 입장에서는 유공자가 벌인 일이 모두 치명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내성의 고수들을 제압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죠.”
“그런가요?”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유세운의 말에 초평은 말을 이었다.
“철마성은 지금 거의 전력의 오할 가까이를 잃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들의 위신도 크게 깎였습니다.”
“흠.”
유세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평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자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현상금?”
“황금 일만 냥이라는 거금을 유공자의 목에 걸었습니다.”
유세운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지금 뭐라고 한겁니까? 일만 냥?”
“그렇소.”
백선후의 대답을 들은 유세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것 들이 감히 나한테 현상금을 걸어?”
유세운은 이를 갈았다.
“게다가 고작 황금 일만 냥?”
백선후를 포함한 일행은 모두 유세운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유세운은 두 눈을 빛내다가 공청석유를 바라보았다.
일단 영약이라면 뭔가 내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더욱이 철마성의 얘기를 듣자 그들을 가만 둬서는 안 될 것
같아 옥병을 손으로 쥐며 말했다.
“일단 이건 잘 쓰죠. 그리고 철마성 얘기도 잘 들었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소.”
유세운은 옥병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대청을 벗어났다.
“이 건방진 자식들이……”
생사현관 타통!(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