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86화 (86/194)

(86)

은광천세(銀光天勢)

뒤로 물러나는 곡칠은 턱부터 왼쪽 이마까지 흉측하게 생긴 상처가 욱신거렸다. 호강현에게 당했던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철구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너무 오래 끌은 것 같군.”

문정선은 여기저기 찢어진 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렇게 될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니 동도들에게 웃음을 살 일이야.”

“크크크.”

곡칠의 입가에 흉소가 그려졌다.

“크악!”

“컥!”

곡칠과 문정선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홍마철시대원들의 비명소리를 가르고 장내에

이십여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곡칠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냐 너희는?”

“문장주님 괜찮으십니까?”

선두에선 청년의 말에 문정선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정선은 청년을 보는 순간 유세운이 떠올랐다. 어딘가 닮은

분위기.

청년이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유청운이라고 합니다.”

“아! 현영검 유소협이었군.”

문정선은 유청운의 뒤로 서 있는 이십여 명의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창천궁의 무사 중 몸이 건사한

인물들이 나와 있었다.

곡칠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사를 가르는 곳에서 딴청이라니 미쳤군.”

곡칠의 목소리와 함께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는 철구를 보고 문정선은 마보(馬步)를 취하며 쌍장을 밀어 올렸다.

콰앙-

“크윽!”

다급히 막느라 진기를 제대로 모으지 못한 문정선이 입에서 선혈을 뿜어내며 뒤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났다. 곡칠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내 탓은 하지 않겠지.”

“이런 비겁한!”

문정선의 앞을 막아서는 유청운을 보며 곡칠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자네한테 고마워해야겠군. 가뜩이나 창운장주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하게

해주다니 말야.”

“웃기지 마라!”

주저 없이 몸을 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유청운을 향해 곡칠은 철구를 올려쳤다.

“피하게! 패력승천일세!”

유청운은 위로 쳐 올라오는 강기들을 보며 휘두르던 검을 내리그었다. 검의 궤적을 따라 검은 기운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듯 곡칠의 강기를 향했다.

콰쾅!

격돌의 여력으로 허공으로 일장 정도 날아올라가는 유청운을 보며 곡칠의 입가가 씰룩였다.

“놈! 이것이 무슨 초식이냐!”

유청운은 문정선의 옆에 내려서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현류직하(玄流直下)라는 초식이오.”

“현류직하라면… 유가장의 현류십삼검중 하나인가?”

“그렇소.”

곡칠의 미소가 진해졌다.

“웃기는군. 감히 유가장의 무공 따위가 나의 무공에 필적하다니 말야.”

유청운은 대답 없이 곡칠을 쏘아보기만 했다. 곡칠은 자신의 철구를 들어올려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군.”

유청운은 불문곡직 곡칠을 향해 다시 몸을 날렸다. 곡칠은 웃음을 터트렸다.

“건방진 녀석! 받아봐라!”

곡칠의 철구가 앞으로 뻗어오며 패력풍우를 펼쳤다. 전방을 향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강기를 보던 유청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응?”

곡칠이 놀라는 사이 유청운의 신형은 급작스레 뒤로 빠져나갔다. 곡칠의 공세를 교묘하게 벗어나는 거리까지 움직인

유청운의 품에서 검은 용이 포효하며 뛰쳐나오듯 강기를 둘러싼 검은 기운이 뻗어나갔다. 유청운의 현룡출검을 본

곡칠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갈!”

곡칠의 우측 발이 축이 되어 몸을 선회하며 철구를 휘둘렀다. 강력한 회전력이 실린 강기에 현룡출검은 도중에

막혔다.

유청운은 뒤로 삼 보나 밀려나며 곡칠을 바라보았다. 곡칠도 뒤로 이 보 밀려나서는 유청운을 쏘아보며 흉터가 남은

얼굴을 찡그렸다.

“크크크. 이거 어린놈이라고 우습게보다가 크게 당하겠군.”

“방금 그초식은 무엇이오?”

“방금 그거? 패력선풍(覇力旋風)이라는 초식이지. 젊은 녀석이 약아빠지기까지 했군.”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문정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은 바로하게. 약은게 아니라 초식의 운용이 뛰어난 거지.”

“네놈은 목이나 내놓고 기다려라!”

곡칠은 문정선을 향해 일갈하고 전신의 내력을 끌어 모았다.

“이 한 초식으로 너희 둘 다 죽여주마.”

문정선은 곡칠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청운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조심하게. 패력난강이라는 초식을 펼칠걸세.)

(패력난강이라면 어떤 초식입니까?)

유청운의 전음에 문정선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전음을 보냈다.

(나도 직접 본적은 없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강기가 정신없이 휘몰아쳐 온다더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자네가 좌측으로 움직이게. 내가 우측으로 움직여 저자의 공세를 한 명에게 향하게 하지. 단 한 초식을 견뎌내야

하네.)

(알겠습니다.)

곡칠은 장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자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슨 작당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이 한 수로 끝이다!”

곡칠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오는 것을 본 유청운은 주저 없이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문정선도 그와 동시에

우측으로 신형을 날렸다.

곡칠은 잠시 주저하더니 내상을 입은 문정선 보다는 유청운을 택했다. 유청운을 향해 방향을 튼 곡칠의 철구가

폭풍우처럼 휘둘려 졌다.

“패력난강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난마처럼 얽히며 날아오는 강기를 보며 유청운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현류십삼검중 어떤 초식을 펼쳐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유청운은 전신의 내력을 끌어 모아 검강을 만들었다.

“차앗!”

유청운은 전력을 다해 현류직하를 펼쳐냈다. 검강을 감싸고 있는 검은 기운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콰쾅!

“크윽!”

신음성을 토하며 뒤로 정신없이 밀려나는 유청운의 입가에서 선혈이 주륵 흘러내렸다.

퍼엉!

“크악!”

문정선의 일장에 등을 강타당한 곡칠도 선혈을 내뿜으며 앞으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났다. 문정선은 확실히 숨통을

끊기 위해 재차 몸을 날렸다.

슈슈슉-

문정선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세대의 화살을 향해 모아놓은 진기를 장력에 담아 뿌려냈다.

팅! 팅! 팅!

장력에 튕겨져 날아가는 화살들을 보며 문정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잠깐을 이용해 세 명의 사내가 곡칠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사내 중 한 명이 문정선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한 장의 장주라는 자가 비겁하게 연수를 하다니!”

문정선은 지금 상태로는 세 명을 단숨에 해치우고 곡칠을 죽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물러가게. 더 이상 자네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군.”

문정선의 말에 곡칠이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소매로 닦으며 괴소를 흘렸다.

“크흐흐. 웃기지 마라. 지금 이 정도 병력 차라면 너희 따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일 자신이 있다.”

문정선은 곡칠의 말에 동감하지만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대꾸했다.

“이곳에 있는 인물은 이백여 명 밖에 되지 않는군.”

“밖에? 그 정도면 충분하지.”

문정선은 자신의 뒤를 따라 나온 창운산장의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일대 제자와 이대 제자를 다해 백이십 명 정도가

보였다. 유청운을 따라온 창천궁의 무사들을 다해 보아야 백오십 명이 채 안되었다.

곡칠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너희 창운산장의 잔챙이들 따위야 병력에 치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

문정선은 곡칠의 파리한 안색을 쏘아보며 유성장을 펼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세운은 자신의 앞뒤로 다섯 명씩 자리를 잡는 철마십영을 보다가 백연문을 향해 말을 걸었다.

“소궁주.”

“왜 그러시오?”

백연문의 대답을 들은 유세운은 거열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환자 녀석을 데리고 좀 물러나시오.”

거열의 안색이 붉게 변하는 것을 보며 유세운은 속으로 웃음 지었다.

‘그러게 오는 동안 나를 왜 그렇게 달갑지 않게 쳐다 보냐구. 게다가 도움이 안 될 거면 짐이라도 되지

말아야지.’

백연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열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유세운은 장내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백연문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백연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더욱 뒤로 물러났다.

철마십영과 유세운이 겨루기 시작한 후부터 장내의 싸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있었다. 백연문은 뒤로 물러나

아직까지 살아남은 창명백검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유세운은 충분히 물러난 백연문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철마일영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더 준비가 필요하나?”

유세운의 물음에 철마일영은 부러진 좌측 팔을 부여잡은 체 괴소를 흘렸다.

“크크크. 네놈은 준비하지 않느냐?”

“준비? 하하하. 늙은이들 상대하는데 무슨 준비까지…”

“크크크. 그놈의 주둥이는 갈기갈기 찢어져서도 나불대는지 봐주마.”

철마일영의 말에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건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지. 늙은이들이 농담으로 할 말은 아니군.”

“시끄럽다!”

유세운은 고개를 흔들며 팔을 늘어뜨렸다. 유세운의 전신은 무방비 상태 같았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져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철마일영의 안색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철마일영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 내력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십방쌍강환(十方雙罡丸)을 준비해라!”

다섯 명씩 모인 철마십영의 쌍장이 하늘을 향하고 그들의 내력이 소용돌이치며 두 개의 강환을 만들어 냈다.

백연문은 철마십영의 십방쌍강환을 보며 신음성을 토해냈다.

“저것이… 십방쌍강환?”

거열도 처음으로 보는 강환의 경지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신과 수많은 강호인들이 꿈꾸는 경지인 강환의 경지가

눈 앞에서 펼쳐졌다. 비록 다섯 명의 내력을 합쳐서 만든 것이긴 했지만.

하지만 유세운은 태연히 양팔을 늘어뜨린 자세로 입가에 미소까지 그리며 물었다.

“그걸로 준비가 다 된 건가?”

철마일영은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걸로 네놈의 주둥이를 갈기갈기 찢을 준비는 끝났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슬슬 준비해 볼까?”

철마일영은 유세운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유세운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주변의 진기를 받아들였다.

유세운을 바라보던 철마일영의 안색이 미미하게 떨렸다.

‘이…이건 뭐지? 주변…주변의 생기(生氣)가 모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주변의 진기를 받아들인 유세운의 입이 벌어지며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부님이 말년에 창안한 무공이야. 은광천세(銀光天勢)라는 무공이지. 강환 따위와 비교할 무공은 아니야.”

“강환따위…?”

철마일영의 물음에 유세운은 환하게 웃음 지었다.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무공이니 확실히 봐 둬.”

“헛소리 집어치워라!”

철마일영은 왠지 모르게 다가오는 불안함을 애써 부인하듯 고함을 쳤다. 유세운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볼 수 있다면 말이지.”

“갈! 그렇다면 받아 봐랏! 십방쌍강환!”

일갈과 함께 십방쌍강환은 유세운의 앞뒤에서 그를 향해 쏘아졌다. 주변의 흙들이 휘날리고 낙엽이 치솟는 장면이

느리게 보였다.

백연문은 절로 안타까운 신음성을 토해냈다.

“안돼!”

너무나 압도적인 강환의 위력 앞에 유세운은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유세운은 되레 그런

백연문을 향해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십방쌍강환이 코 앞까지 들이 닥쳤을 때 유세운의 입에서 창운산장

주위의 숲을 떨어 울리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광천세!”

유세운의 몸을 중심으로 눈을 뜨고는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강한 은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츄-아--악!

은광이 닿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소리 없이 소멸되었다. 유세운을 압박하던 강환도 그의 앞뒤로 포위하다가 뒤로

몸을 날리려던 철마십영도 비명소리 조차 못 지르고 사라졌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낙엽들도 사라졌다. 은광이 닿는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갔다.

은빛의 공간이 사라지자 유세운은 자신이 만든 화구 밖에 서서히 내려섰다. 유세운은 치밀어 오르는 핏물을 애써

삼켰다.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펼친 은광천세는 주변 십장 정도만을 완전한 무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상이 더욱 심각해졌음이 느껴졌다.

백연문은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이…이것은 뭐지? 대체 어떤 무공인거지?”

오연히 서 있는 유세운의 모습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태산이 느껴졌다.

백연문의 주위에 있던 홍마철시대원들이 하나 둘 철궁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유세운은 그런 홍마철시대원들을 쭈욱

둘러보았다. 홍마철시대원 하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중얼거렸다.

“이…이것은 전설에서나 전해지던 초마(超魔)의 경지……?”

“이…이런 것은 당해 낼 수 없어.”

유세운은 무릎 꿇고 전의를 상실한 홍마철시대원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런 제길! 서 있기도 힘든데 이 자식들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잖아!’

유세운은 다시 치밀어 올라오는 핏물을 삼키고 혀로 입안을 청소했다.

‘젠장. 이 짓도 못할 짓이군.’

유세운은 백연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창명백검수들과 함께 저자들의 혈도를 제압하시오.”

“아…알겠소.”

백연문의 대답이 떨어지자 잘 훈련받은 병사처럼 창명백검수들이 빠르게 홍마철시대원들의 혈도를 제압해갔다.

곡칠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은색의 광구를 보고 전신이 경직됐다. 곡칠은 불길한 기분에 자세를 바로하며

물었다.

“뭐냐? 저건?”

곡칠의 물음에 그의 앞을 지키고 있던 일, 이, 삼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곡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정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은색의 광구가 생겼던

곳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문정선이었다. 곡칠은 한숨을 내쉬며 철구를 들어 올렸다. 저것이 무엇이든

철마십영이 간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별다른 일은 없을 듯 보였다. 진기를 끌어올리던 곡칠의 귀로 그 방향에

있던 홍마철시대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대주님!”

“뭐냐?”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달려오는 자를 보던 일대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냐?”

평상시에도 강심장에 뛰어난 무재라 자신의 후임으로 점찍어 둔 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오다니. 일대장이 나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나타난 홍마철시대원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초…초마의 경지에 든 자가 저…적에 있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곡칠의 일갈에 홍마철시대원은 겨우 말을 이었다.

“철마십영님이 한 수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개소리나 지껄이다니!”

곡칠은 철구를 들어 단숨에 보고하던 자의 머리를 쳐내려 했다. 일대장이 다급하게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곡칠은 들었던 철구를 천천히 내리며 작게 으르렁 거렸다.

“확인하고 와라. 헛소리라면 너희 둘 다 용서치 않을터! 전의를 꺾는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존명!”

일대장은 철궁을 어깨에 걸치고 신형을 날렸다. 나무 위로 뛰어오른 일대장은 은색 광구가 나타난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곡칠은 문정선을 쏘아보며 이를 갈았다.

“헛된 망상은 버려라. 어차피 너희는 죽은 목숨이니까.”

문정선은 아무 대답 없이 신형을 날리고 있는 일대장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았다.

은광천세(銀光天勢)(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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