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84화 (8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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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창운산장…

수백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했다.

철마일영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들렸다.

“준비는 끝났나?”

“예. 끝났습니다.”

곡칠의 대답에 철마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곡칠은 말을 이었다.

“창운산장은 천엽수 초평이 설계한 곳으로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진법입니다. 대책 없이 들어가면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화공(火攻)으로 하죠.”

“화공?”

곡칠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그려졌다.

“까짓것 다 태워 버리면 진법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렇군. 좋아 화공으로 하지.”

철마일영의 입가에도 곡칠의 입가에 맺혀진 미소처럼 잔혹한 미소가 그려졌다.

유세운은 두 눈을 감고 정좌한 체 운기요상에 몰입했다.

저녁부터 몰입했던 운기요상 덕에 상세가 많이 호전 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삼분지 이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다. 몇 군데의 혈도가 막혀 진기 소통의 원활함도 예전 같지 않았다. 유세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휴~ 아직 이거 밖에 회복이 안 됐나?”

유세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새벽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에휴~ 이 시간까지 잠을 안자고 있다니 이게 다 사부 때문이야.”

유세운은 투덜거리고서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곧 고개를 흔들었다.

“아! 젠장 이곳은 뭔가 이상한 방법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했었지.”

유세운은 다시 침대로 돌아가 드러누웠다. 여운에게는 청심환을 줬으니 상세가 많이 호전 될 것 같았다. 길을 잃어

헤매기는 했지만 문정선을 만나 무사히 방으로 돌아왔다.

유세운은 입가에 가는 미소를 그리며 눈을 감았다.

“이제 귀주지부만 되찾으면 되는 건가?”

가만히 있으니 수마(睡魔)가 슬슬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우움. 오늘은 편히 자볼……응?”

갑작스레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유세운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지금 상태가 평상시 같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기운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분명 예전에 느껴본 적이 있었다.

유세운은 창밖으로 몸을 날려 밖에 내려섰다. 창운산장을 빙 둘러 쌓은 듯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유세운은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 올라가서 사방을 돌아보던 유세운은 자신이 느낀 기운이 뭔지 기억이 났다.

“이건 마기(魔氣)?”

유세운은 갑자기 사방에서 동시에 밝혀지는 불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

불들이 움직이며 더욱 많은 불들이 만들어졌다. 수백 개의 불을 보던 유세운은 문정선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곳은 초평의 도움을 받아 진이 펼쳐져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저 불은……?”

슈슈슈슝-

밤하늘을 가르며 올라오는 무수한 불줄기를 보며 유세운은 아차 싶었다.

“앗! 화공을?”

유세운은 진기를 끌어 모아 소리쳤다.

“야습이다!”

퍼퍼퍽-

요란한 소리와 장원의 여기저기 꽂히는 불화살들은 금세 주위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젠장 기름까지?”

유세운이 고개를 돌려 산장 밖을 보자 다시 한번 어둠 속에서 불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창운산자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본 유세운은 주저없이 몸을 날렸다.

슈슈슈슝-

다시 한번 어둠을 가르며 화살들이 날아왔다.

“이것 들이 진짜!”

유세운의 양손에서 수십 가닥의 섬광마멸지가 뻗어 나갔다.

팅! 팅! 팅!

수십 개의 불화살들을 튕겨냈지만 너무나 많은 화살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퍼퍼퍽!

두 번째로 와 꽂힌 불화살들에 의해 창운산장은 금세 불이 뒤덮어 가고 있었다.

진기가 끊겨 바닥에 내려왔던 유세운은 이를 악물고 재차 몸을 날렸다.

“젠장! 하필이면 몸 상태도 안 좋은데.”

몸을 날리던 유세운은 다시 한번 활을 먹이고 있는 붉은 옷의 사내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이 매기고 있는

활에는 검은 색 활들만 있었다.

“암전(暗箭)?”

유세운이 다가오는 것을 본 자들은 주저 없이 두 개의 조로 나뉘었다. 한조는 유세운을 다른 한조는 창운산장을

겨냥했다. 유세운은 더욱 박차를 가하며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유세운이 코앞까지 다가가자 그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채 일장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다가왔다.

파앙-

유세운의 십지에서 섬광마멸지가 뿜어져 나왔다.

팅! 팅! 팅!

유세운은 앞에 내려서서는 곧장 좌우로 강기를 뿜어냈다.

콰쾅!

강기에 휘말려 화살들이 날아가자 유세운은 한숨을 돌렸다.

“으악!”

“크윽!”

“암전이다! 피해랏!”

창운산장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유세운은 이를 갈았다.

“이것들이 비겁하게 암습을 해?”

“웃기고 있군. 죽고 죽이는 무림에서 비겁한 암습이라니? 그럼 대낮에 찾아가 결투를 벌일 줄 알았던 거냐?”

유세운은 자신을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말하는 사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누구냐?”

간단한 유세운의 질문에 상대는 코웃음쳤다.

“방금 암전을 막아내는 솜씨를 보니 무명소졸은 아닌 것 같더군.”

“누구냐고 물었다.”

유세운의 짓눌린 음성에 상대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 난 홍마철시대 오대의 대장이다.”

“홍마철시대?”

“크크크. 이거 생각을 바꿔야 겠는걸? 이렇게 견문이 짧은 놈이라니……”

유세운은 가볍게 어깨를 두어 번 저어보더니 웃음 지었다.

“아무리 상태가 이 모양이라도 너 하나쯤은 충분할 것 같군.”

“충분하다고? 크크크 웃기지 마라.”

“누구한테 당한지는 기억해야겠지.”

“그래 네놈은 뭐하는 놈이냐?”

“나? 광오문의 문주인 유세운이닷!”

유세운은 쏜살같이 달려들어 일 권을 뻗었다.

큐웅-

공기를 찢어버리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들이닥치는 유세운의 일 권보다 그가 던진 말에 더욱 놀란 듯 상대는

어이없이 일 권을 허용했다.

퍼억!

“크악!”

일격에 우측 어깨를 내준 상대는 비명을 내질렀다.

슈욱-

유세운은 가장 가장자리에 있던 자가 쏘아올린 신호탄을 보며 물었다.

“뭐냐?”

“크윽! 별거 아니다. 혹시나 네놈을 발견하게 되면 쏘아 올리기로 한 신호탄이지.”

“그래? 그렇다면 이곳으로 중요한 놈들이 온다는 건가?”

“그렇지. 네놈을 여기서 묶어 놓으면 창운산장을 좀 더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지. 크크크.”

“그래? 그렇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게 아니군.”

유세운의 양손에서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문정선은 밖으로 나와 우왕좌왕하는 무사들을 향해 일갈했다.

“지금 뭐하는 거냐?”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무사가 다가와 대답했다.

“지금 진화작업과 부상자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멍청한!”

문정선은 벼락 같이 고함을 지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두 번의 불화살과 곧바로 이어지는 암전에 수많은 무사들이

쓰러져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적들은 누가 막고 있나?”

“그게……”

문정선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은 무사는 간신히 대답했다.

“창천궁의 소궁주님과 창명백검수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무사는 문정선의 일갈에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창운산장을 공격한 자들을 남의 손을 빌려 공격하다니!”

“죄송합니다.”

문정선은 내력을 담아 소리쳤다.

“제 일대 제자들은 지금 당장 동서남북으로 이대 제자들을 데리고 공격해라!”

“예!”

문정선의 일갈에 우왕좌왕하던 무사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정선은 신형을 날려 하후패가 머무는

곳으로 갔다.

하후패는 어느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 있었다. 문정선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

“몸도 안 좋으신데 왜 나와 계십니까?”

“응? 하하하. 무슨 소린가? 안에 있다가 불에 익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하하하. 형님도 참. 일단 그럼 몸을 좀 피하십시오. 소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누가 공격을 한건가?”

“저도 나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조심하게.”

하후패의 걱정스런 말투에 문정선은 피식 웃음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쇼. 이래봬도 형님들 빼고는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알겠네.”

문정선은 신형을 날리며 내력을 담아 소리쳤다.

“삼대제자들은 나와 진화작업과 부상자들을 돌봐라!”

“예!”

문정선은 곧장 정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아악!

“크악!”

철궁과 함께 적의 수급을 같이 밴 백연문의 검이 호선을 그리며 피를 바닥에 뿌렸다. 백연문의 그의 옆에 내려선

거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창명백검수 중 열일곱이 당했습니다.”

“벌써 말인가?”

“예.”

백연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세 명의 사내가 나타나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누군가? 창천궁의 소궁주님이시군.”

거열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뭐하는 놈들이냐?”

“크크크. 우리? 홍마철시대의 육, 칠, 팔대의 대장들이지. 그리고 지금 너희는 철시연환진의 중앙에 들어왔다는

것도 알려 줘야 겠군.”

“철시연환진?”

거열은 상대의 말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백연문도 같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침음성을 삼켰다. 이미 그들의 주위에는

이백여명의 홍마철시대원들이 진을 짜고 있었다.

“당했군.”

“하하하. 물론이지. 그것 때문에 애꿎은 철시대원만 스무 명이 넘게 너희의 손에 당했지.”

“이런 비겁한!”

거열의 외침에 백연문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흥분해선 안돼.”

“아! 괜찮아. 흥분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너희는 이제부터 포로 신세가 됐으니 말이지.”

“웃기지 마라!”

거열은 결국 참지 못하고 신형을 날렸다. 거열의 검에서 피어나는 검강을 보고 홍마철시대 육대장이 놀란 듯

소리쳤다.

“오! 어린놈이 제법이군. 철시연환진을 펼쳐라!”

슈슈슈슝-

“차핫!”

거열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강이 사방으로 휘둘러지며 자신을 향해 쏟아져 오는 화살들을 베었다.

백연문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피해!”

슈아악!

거열은 황급히 몸을 비틀며 검을 쳐냈지만 한 대의 화살을 허벅지에 맞았다.

“크윽!”

떨어져 내리는 거열을 향해 육대장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게 함부로 날뛰면 먼저 화살을 맞는 법이지.”

“크윽! 시끄러워!”

“성질까지 더럽군. 저들을 포획해라.”

백연문은 검을 들어 육대장을 가리키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육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냐? 죽여달라는 거냐?”

“죽으면 죽었지 너희 따위에게 포로로 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크크크. 좋아! 한번 기대해 보지.”

백연문이 일 검에 벨 각오를 하고 몸을 날리려는 찰나 우측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악!”

“비켜! 급하단 말야!”

사방으로 비산해 날아가는 부하들을 보며 육대장의 눈썹이 모여졌다.

“무…무슨 일이냐!”

백연문도 갑자기 사방으로 날아가는 상대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유…세운?”

불타는 창운산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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