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83화 (8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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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철마십영중 수좌인 철마일영의 목소리가 절로 커졌다. 그의 앞에서 보고를 하던 인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니까 흑마육령과 황마철웅대, 멸천이십사검이 갔는데 패했단 말이냐?”

철마일령의 물음에 보고를 하던 인물은 고개를 숙인 체 대답했다.

“예. 멸천이십사검 전멸. 황마철웅대 사상자 칠십여명. 흑마육령님은 사로잡히셨답니다.”

“사로잡혀?”

“예.”

철마일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뒤 돌아섰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패력구 곡칠이 재차 물었다.

“어떻게 사로잡힐 수 있지? 그리고 멸천이십사검의 전멸이라니?”

보고를 하던 자는 고개를 들어 곡칠을 바라보더니 곧장 대답했다.

“멸천이십사검은 금무신장과 명천십이검과의 대결에서 전멸했습니다.”

“명천십이검과 금무신장? 그럼 창천궁의 내궁에서 다른 인물들도 나왔단 말인가?”

“다른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흑마육령님들은 뭘 했단 말이냐!”

“그게…”

곡칠은 강렬한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보고를 하던 자는 주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권무적 유세운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일권무적 유세운?”

“예. 광오문의 이대 문주라는 자로…”

“아! 철탑백마인을 단신으로 제압했다는 그녀석 말인가?”

“예.”

곡칠의 안색이 나빠졌다.

“아니 그자가 여기는 왜 온 거지?”

철마일령은 뒷짐을 진체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겠군. 그자를 알아보고 흑마육령이 먼저 덤벼들었겠지.”

“하지만 육합천마진이 있지 않습니까?”

철마일령은 곡칠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군. 육합천마진이 있는데 어떻게 그자에게 진거지?”

“저도 그 부분이 잘……”

곡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육합천마진이라면 흑마육령 여섯 명의 내력이 하나로 합쳐지는 진세로 그 거력은 가히 말로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보아도 팔 갑자에 달하는 거력을 현 무림에 있어 누가 당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전대

철마성주가 다시 붙는다해도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의 절세의 진이다.

철마일령도 그 부분에서 더 이상 생각에 진전이 없자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지금 우리 정도의 인원이면 충분하다.”

곡칠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홍마철시대의 전원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강호를 나와서 해결 못한 일이 없었다. 비록 이번에 정협련의 인물들을 놓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들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황마철웅대원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곡칠은 철마일령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들이 어디로 갔다고 했나?”

“대방현 외곽의 창운산장으로 피했습니다.”

“그래?”

철마일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긴 우리도 이렇게 빨리 돌아올줄 몰랐으니 바로 들이닥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여기서 대방현까지라면 서두르면 하루면 도착하겠군.”

“예.”

“좋아! 그렇다면 내일 축시(丑時 오전 1시~3시)에 공격하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곡칠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유세운은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몸을 이끌고 시녀의 안내를 받아 별채로 향했다. 앞서가던 시녀는 별채의 방

앞에서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곳입니다.”

“음. 수고했어. 그만 돌아가 봐.”

유세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몸을 뉘이고 있던 붕대로 전신을

휘감은 사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유공자님.”

붕대로 전신을 휘감은 사내가 일어나 앉으려는 것을 본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됐어. 일어나지마.”

“괜찮습니…크윽.”

억지로 몸을 일으키던 사내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결국 자리에 앉았다. 유세운은 의자를 갔다가 그의 옆에 놓고는

앉았다. 사내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차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차? 하하하 됐어.”

유세운은 손까지 흔들며 대답했다. 유세운은 붕대로 전신을 휘감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고생 많았어.”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뭐가?”

유세운이 정말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사내는 어색하게 웃었다.

“부탁하신 것을 들어 드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아! 그거?”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냐. 여운이 아니었으면 그동안의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무슨 일이 있었을 지도 몰라.”

여운은 유세운의 말에 가볍게 웃음 지었다. 유세운은 여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어보였다.

“이거 내 부탁 때문에 본대에서 떨어져 나와서 너무 심한 상처 입은 거 아냐?”

“하하하. 아닙니다. 이정도면 한 보름만 요양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보름? 흐음. 그럼 이번 귀주로 가는 건 빠져야 하겠군.”

유세운의 말에 여운은 흠칫 놀라더니 곧 말을 바꿨다.

“아닙니다. 내일이면 거뜬할 것 같습니다.”

“내일? 하하하. 농담이야. 그 몸으로 어딜 돌아다닌다 그래?”

유세운은 가만히 여운을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여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유세운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놀이 아름답게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유세운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기 전에 들었어.”

“어떤 것을……?”

“보름은 무슨… 한달을 요양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판에…”

“……”

유세운의 말에 여운은 같이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알고 계셨습니까?”

“물론이지. 원기까지 손상될 만큼 무리를 하다니 말야.”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가 해야 될 일이었습니다.”

“난 별로 괜찮지 않아.”

유세운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운은 따뜻한 눈빛으로 유세운을 바라보았다. 유세운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상하네. 부탁할 사람이 여운밖에 없다는 게 말야.”

유세운은 품을 뒤져 자그마한 옥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런데 만약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또 부탁하게 될 것 같아.”

“그런 부탁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그려보였다.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군.”

유세운의 손에 들린 작은 옥병을 바라보며 여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뭡니까?”

“이거?”

유세운은 작게 키득거렸다.

“약간의 사연이 있는 물건이야.”

“사연이라면…?”

유세운은 옥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청심환(靑心丸)이라는 거야. 알아?”

“청심환이라면… 설마 청의문의 청심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아네?”

여운은 유세운의 말에 웃음 지었다.

“물론이죠. 강호에서 소문난 명약중 하나입니다. 소림의 대환단에 비견되는 명약이죠.”

“어라? 정말?”

“예.”

유세운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대환단도 무지하게 쓰겠군.”

“예?”

“응? 아니야. 그럼 조금 도움이 되겠네. 외상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상이라면 이게 도움이 될 것 같군.”

“예?”

유세운은 옥병을 두고 돌아서며 말했다.

“먹고 빨리 나아. 그래야 부탁을 하던지 말던지 하지.”

“유공자님…”

유세운은 뒤돌아선 채로 가볍게 손을 들어 보였다. 유세운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유세운은 문에

등을 기대며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 그건 그렇고 그렇게 좋은 약을 나한테 불쑥 넘겨 줬단 말야?”

유세운은 위지남매를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그쪽은 무사하겠지. 후후.”

작게 웃음 지으며 등을 때고 걸음을 옮기려던 유세운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내 방이 어디더라?”

문정선은 하후패의 방을 찾아가던 중 자신의 정원에 낯선 인물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다가갔다.

“누구신가?”

“응? 하하하. 난 유세운이라 하오.”

유세운의 대답에 문정선은 백연혜가 간호하던 사내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더욱이 어제

하후패에게 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의 주인이기도 한 인물이라는 것도 기억났다.

“아! 광오문의 문주이신 유대협이시군요.”

“에? 대협은 무슨…하하하하.”

유세운은 어색하게 웃음 지어보였다.

문정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아! 그게 여운의 방에 갔었는데 시녀가 가버려서…”

문정선은 유세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정도로 뛰어난 소문의 주인공이 자신의 방도 찾지 못한다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문정선을 보고 유세운은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혼잣말을 했다..

“장원이 무척이나 복잡하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에? 뭐가 감사하다는 말이오?”

유세운의 물음에 문정선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희 장원은 창천궁의 문상이신 초어르신이 직접 설계해주셨답니다.”

“아! 그 천엽수라고 하던……”

“그분이 직접 건물에 오행의 묘리를 담아 주셨기 때문에 초행이신 분은 대부분 길을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시녀들이 같이 다니게 되어 있지요.”

“음.”

고개를 끄덕이는 유세운을 보며 문정선은 웃음 지어보였다.

“유대협을 혼자 두고 가다니 그 시녀는 제가 나중에 따로 따끔히 얘기해 놓겠습니다.”

“응? 아! 내가 가라고 했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소.”

문정선은 다급하게 말하는 유세운을 바라보며 속으로 작게 웃음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대협의 방까지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주겠소?”

유세운은 문정선의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저녁놀이 지는 시간에 여운의 방에서 나와 벌써 하나 둘 별이

뜨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대략 이각이나 헤맨 것 같았다.

문정선은 먼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유세운은 혹시나 또 길을 잃을까 그의 뒤에 바짝 붙어 걸음을 옮겼다.

문정선은 넌지시 물었다.

“의원들의 말로는 상세가 가볍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그거라면 한 이틀 정도만 요양하면 다 나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될 거요.”

문정선은 유세운의 말에 은근히 놀랐다. 의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 정도의 내상이라면 한달을 족히 요양해도 나을까

말까한 상처였다. 그런 것을 이틀이면 나을 수 있다니. 역시 소문의 주인공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세운은 문정선의 뒤를 바짝 따라 붙어 걸어가며 속으로 궁시렁댔다.

‘아니 장원을 이따위로 만드는 데가 어딨어? 이거 초면에 쪽 팔리네.’

불타는 창운산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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