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창운산장(蒼雲山莊)으로…
갑자기 들려오는 백연혜의 비명소리에 유세운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비켜랏!”
유세운의 전신에서 폭풍처럼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흑마육령이 펼친 육합천마진의 기세가 약해지며 그들은 뒤로 세 걸음씩 물러났다. 유세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방으로 와선파천지를 펼쳤다.
콰콰쾅!
다급히 강기를 뿜어내 와선파천지를 막아내는 진세를 바라보던 유세운은 발을 굴러 높이 뛰어 올랐다. 단숨에 삼장
높이까지 뛰어오른 유세운은 급히 주변을 훑어보았다.
황색의 거한 들이 원을 그리며 창천궁 무사들의 파상적인 공격을 힘겹게 막고 있었다. 유세운은 황색의 거한들
사이에 생긴 공터를 보고 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여운은 힘겹게 세 명의 황색 거한들과 겨루고 있었고 백연혜는 부서진 검의 손잡이만 잡은 체 망연한 표정으로 가장
덩치가 큰 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진짜!”
유세운의 십지에서 섬광마멸지가 번뜩였다.
“크아악!”
“커헉!”
순식간에 원의 중심부에 있던 황색 거한 중 다섯 명이 양쪽 무릎에 구멍이 나며 쓰러졌다. 유세운이 다시 한번
손을 쓰려는 찰나 흑마육령의 진세가 다시 발동했다.
“어디에 신경을 쓰는 거냐?”
노도와 같은 장력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유세운은 심한 갈등을 느꼈다. 자신 혼자만이라면 손쉽게 막을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백연혜에게 다가가는 덩치 큰 녀석을 보니 어쩔 수 없음을 느꼈다. 유세운은 자신의 우권을 뻗어
흑마육령의 장력을 막아가며 백연혜에게 다가가는 자에게 와선파천지를 세 방 날렸다.
퍼엉!
“크윽!”
굉음과 함께 유세운은 몸은 허공으로 일장이나 밀려 올라갔다.
사적은 전의를 상실한 백연혜에게 다가가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지풍을 보고 다급하게 신형을 뒤로 빼며 삼권을
쳐냈다.
퍼퍼펑!
“크윽!”
지력을 감당하지 못한 사적은 뒤로 일장이나 밀려가다가 황마철웅대원의 도움을 받아서야 설 수 있었다. 사적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보았다. 강기로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세 개의 손가락을 못 쓸 정도로 뼈가 조각나
있었다.
사적은 백연혜를 바라보다가 흑마육령의 장력에 밀려 하늘로 높게 떠오른 유세운을 바라보았다. 사적은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백연혜는 지금 내상을 입었을테니 어서 잡아와라.”
“예.”
황마철웅대원은 앞으로 나서며 천천히 내력을 모았다. 그녀를 우습게보고 나섰다가 여럿 죽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었다. 천천히 걸음을 내딛던 황마철웅대원은 갑자기 어깨가 뜯겨져 나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악!”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를 보며 황마철웅대원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뒤에서 사적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역시인가?”
“갈!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냐?”
육합천마진의 진세에 힘을 얻은 장력이 다시 밀려오자 유세운은 연속으로 삼권을 쳐냈다.
퍼퍼펑!
방금 전에도 백연혜가 위험한 것을 보고 무리하게 도와주다가 아까보다 심한 내상을 입었다. 여섯 명의 내력이 담겨
있는지라 소홀히 상대할 수 없었건만 무리를 한 대가였다. 다시 공중으로 밀려올라가던 유세운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푸르기만 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내려 보니 육합파천진의 기세를 등에
업은 흑마육령의 장세가 다시 밀려오고 있었다. 유세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가에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유세운은 허공에서 팔각연환권을 펼쳤다. 일권의 경력을 이어 이권의 경력이, 이권의 경력을 이어 삼권의 경력이,
파도가 들이치듯 밀어닥치자 흑마육령은 연속해서 삼장을 뿌렸다.
펑! 펑! 펑!
흑마육령의 삼장에 팔각연환권이 막혀 전혀 득을 보지 못하자 유세운은 자신의 발등을 슬며시 밟으며 다시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지상에서 상대하는 것보단 허공에 떠 올라 있으니 한쪽만 상대해도 좋다는 점이 있어 굳이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유세운은 입가에 다시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일권을 내 뻗었다.
“이것도 한번 막아보시지?”
유세운은 일권에 장강불진의 묘리(妙理)를 담아 내 뻗었다.
가볍게 생각한 흑마육령이 뻗은 장력을 헤치며 파고 들어오자 흑마일령의 안색이 다급하게 변했다.
“모두 육합파천장(六合破天掌)을 펼쳐라!”
흑마육령은 동시에 쌍장을 내뻗었다. 그들의 쌍장에서 뻗어나온 경력은 유세운의 코앞에서 하나로 뭉쳐지며 여태껏
보지 못한 정도의 거력이 형성 되었다. 유세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법인데?”
가볍게 일권을 뿌려 경력을 이용하여 다시 허공으로 몸을 치솟은 유세운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흑마일령은 유세운을 향해 득의에 찬웃음을 지어보였다.
“크크크. 육합파천장은 우리 여섯의 공력이 합쳐진 공격이니 아무리 네가 날고 기어도 소용이 없다.”
“과연 그럴까?”
“곧 죽어도 큰소리군.”
“이것도 막아낸다면 인정해주지.”
“얼마든지…”
유세운은 백연혜가 있는 곳을 다시 바라보았다. 황색의 거한 다섯 명이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세운은 굳은 얼굴로 흑마육령의 육합파천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간혈적으로 도와주어서는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것을 느끼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잘 봐라! 두 번 보기 힘들테니!”
“아직도 입만 살았느냐? 육합파천장!”
“장강양단풍(長江兩斷風)!”
유세운은 자신의 주위의 기를 받아들였다.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오는 진기를 수도(手刀)에 모았다. 은빛광채가
어리자 자신의 눈앞에 밀려오는 육합파천장의 거력을 향해 내리그었다. 반월형의 은빛광채가 빠르게 육합파천장의
거력을 가르며 들어갔다.
츄아악!
“크윽!”
“커헉!”
육합파천장이 무너지며 흑마육령은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 유세운은 무너진 그들의 진세 안으로 내려왔다. 유세운의
양손에서 섬광마멸지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악!”
“이 치사한!”
흑마육령의 양쪽 무릎 뼈를 관통한 섬광마멸지에 비명소리와 원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세운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고.”
유세운은 백연혜가 있는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크크크. 이거 어쩌나? 이젠 그녀석도 보이질 않는군.”
사적은 황마철웅대원 다섯 명의 사이에서 백연혜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비켜라! 그분에게 손댄다면 용서치 않겠다.”
사적은 자신에게 으름장을 놓는 여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법이군. 단신으로 황마철웅대원 셋을 상대하다니 말야. 하지만 그게 끝 아닌가?”
사적의 빈정거림처럼 여운은 힘겹게 서 있었다. 여기저기 이가 나간 검에 의지하여 위태롭게 서 있던 여운은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한번 경고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물러서라.”
“만용은 그만 부리고 쉬어라.”
사적의 눈짓을 따라 다시 세 명의 황마철웅대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백연혜는 망연한 표정으로 여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적의 눈에 놀람이 깃들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건가?”
“창천궁의 무사에게 포기란 없다.”
“창천궁의 무사라…”
백연혜의 말을 되씹어 보던 사적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은 필요 없고 일단은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네가 필요하니 그만 귀찮게 굴어라.”
백연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자세를 바로했다.
‘운오라버니 어서 도와주세요.’
백연문은 입술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황마철웅대원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투혼에 벌써 많은 수의 무사들이
당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는 창명백검수 뿐이었다. 유청운의 솜씨도 소문이상의 것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단숨에 황마철웅대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까 처음부터 깊이 파고드는 백연혜를 막아서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일렬로 막아서던 병력이 그녀를
중심으로 원을 짜며 방어를 하고 동귀어진도 서슴지 않는 황마철웅대원들 덕에 속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뚫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뚫어야 한다!”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듯 외친 백연문은 지친 몸을 앞으로 나서며 다시 한번 강기를 뿜어냈다. 지친 백연문의 귀에
거열의 탄성이 들려왔다.
“소궁주님 저곳을 보십시오.”
“응?”
백연문은 거열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들이 진짜!”
유세운은 연신 투덜거리며 자신에게 뻗어오는 경력을 밟고 더욱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내상을 입은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이다 보니 점점 안색이 안 좋아졌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허공으로 몸을 날렸지만 무리한
공력의 운용으로 내상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뻗어오는 경력을 밟고 높이 떠오른 유세운은 백연혜에게 다가가는 녀석을 보고는 혀를 찼다.
“쯧! 저런 치사한 자식을 봤나!”
그자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황색의 거한 다섯을 먼저 쓰러트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유세운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천근추(千斤墜)를 썼다.
쿠웅-
굉음과 함께 떨어져 내린 유세운은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한 시선들을 바라보았다.
힘겹게 황마철웅대원들을 상대하고 있던 여운의 얼굴과 사적에게 마지막으로 대항을 하려던 백연혜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유세운은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운을 공격하는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깔끔한 일권과 일각, 그리고 다시 내뻗은 일권에 황마철웅대원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사적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뭐…뭐냐?”
유세운은 여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고는 돌아섰다. 사적을 쏘아보며 유세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적의 앞을 다섯의 황마철웅대원들이 막아서자 유세운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비키는 것이 신상에 좋다. 나 지금 기분이 상당히 더럽거든?”
“웃기지 마라!”
“항상 벌주를 택하는 놈들이 있긴 하지.”
유세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춤추듯 팔각연환권을 풀어냈다.
“크헉!”
“크악!”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가는 황마철웅대원들을 보며 사적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유세운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비켜라.”
“웃기지 마라!”
“네 녀석도 벌주를 택한 거냐?”
“흥! 나를 우습게 아나본데…”
“시끄럽다!”
유세운은 빠르게 다가가 진각을 내딛으며 우권을 내질렀다.
사적의 입가에 고소가 맺혔다.
“걸려들었군.”
사적의 쌍권이 내뻗어지며 그 사이로 들어온 유세운의 팔을 향해 진기를 뿜어냈다.
백연혜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소리쳤다.
“공수입백인이에요!”
유세운은 태연하게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어 보여주고는 내력을 방출했다.
우드득!
와선형으로 방출되는 진기에 휩쓸린 사적의 양팔이 기이하게 꺾였다. 유세운은 내뻗던 권을 그대로 내질렀다.
쩌억!
“크으윽!”
사적의 우측어깨 뼈를 조각낸 유세운은 사적의 정강이뼈를 걷어찼다.
“크억!”
유세운은 사적의 목 줄기를 움켜쥐고는 천천히 들어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애들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항복해라.”
“크윽!”
사적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마철웅대원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물러나라.”
사적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황마철웅대원들이 일제히 바닥에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일시에 바닥에 주저앉아
창천궁의 무사들을 쏘아보는 그들의 기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유세운은 천천히 사적을 내려주며 말했다.
“생각 잘 한거야.”
백연문과 유청운 거열등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던 유세운은 백연혜를 돌아보았다. 백연혜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유세운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려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후읍.”
“괜찮아요?”
유세운은 창백한 얼굴로 웃음 지어보였다.
“조금 무리했나봐…”
천천히 쓰러지던 유세운의 눈에 명천십이검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하후패가 비춰졌다.
백연혜는 쓰러지는 유세운의 몸을 받쳐 안았다. 유세운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연혜 품안이라 다행이군…”
“예? 오라버니!”
백연혜는 유세운의 장난에 화를 내며 밀쳤지만 그 충격으로 유세운은 기절했다. 백연혜는 쓰러진 유세운을 다시 받쳐
안으며 소리쳤다.
“괜찮아요!? 운오라버니! 운오라버니!”
창운산장(蒼雲山莊)으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