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79화 (7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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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말을 몰아가던 하후패는 마음이 다급해져 옴을 느꼈다. 어느새 달려온 거리가 오리(五里)정도 되었다.

이제 얼마 안가면 창천척마대의 생존자들을 볼 수 있을 듯 했지만 이렇게 느리게 가서는 도저히 그들을 구해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후패는 명천십이검을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이대로는 늦을 것 같으니 경공으로 먼저 가는 게 어떻겠소?”

“무상의 뜻대로 하시지요.”

명천십이검의 명천일검의 대답을 들은 하후패는 고개를 돌리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선발대로 나와 명천십이검이 먼저 경공으로 가겠다. 모두 소궁주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도록 하라.”

“존명!”

하후패는 명천십이검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그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어서 갑시다.”

“저도 가겠어요!”

백연혜가 불쑥 나서며 소리치자 중인들의 시선이 모였다. 하후패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되오. 소공녀가 선발대로 가기에는 위험하오!”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백연문이 말머리를 돌려 그들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안된다! 어디를 가겠다는 것이냐!”

“오라버니!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은 선발대잖아요!”

“안된다. 너는 나랑 같이 가자.”

하후패는 백연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소궁주의 말이 맞으니 그렇게 하시오.”

“…예.”

하후패는 명천십이검을 돌아보고는 눈짓했다.

“모두 따라오시오!”

하후패가 커다란 거구로는 믿기지 않을 속도로 신형을 뽑아 올리자 그의 뒤를 따라 명천십이검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유세운은 말머리를 돌려 백연혜의 곁으로 말을 몰아갔다. 백연혜는 말없이 말을 몰아가고 있었다. 유세운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런 위험한 곳에 왜 먼저 가려고 한거야?”

“하지만 지금 그곳에 사람이 가장 필요하잖아요.”

“그래.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해.”

“위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잖아요.”

유세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속도로 달려간다면 반각 안에 우리도 그들을 만날 수 있어.”

“고수들에게 있어 반각이면 목숨이 경각에 달하고도 남아요.”

유세운은 멀뚱히 백연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유세운은 백연혜의 바로 뒤를 따라오는 여운을 바라보고 말을

건넸다.

“여운.”

“예. 유공자님.”

“아무래도 한 번 더 부탁해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유세운의 말에 여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

유세운은 백연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가볼 테니 일단은 여운의 곁에 있어.”

“하지만 오라버니 혼자…”

유세운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먼지를 손으로 흩어 보내며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잊었나본데 난 광오문의 문주야.”

유세운의 자신감 어린 말투에 백연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매번 이렇게 신세만 져서…”

“됐어. 그럼 조금 이따가 봐. 먼저 가 있을게.”

“예. 부탁드려요.”

“걱정마.”

유세운은 달리고 있는 말의 안장을 박차며 신형을 날렸다. 일행에서 멀어지는 유세운을 보며 거열은 혀를 내둘렀다.

“저런 경신법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유세운은 한 걸음에 십장씩 뻗어나가며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서 경신법을 펼치고 있는 하후패와 명천십이검이

보였다. 유세운은 대번에 그들을 따라잡으며 하후패에게 말을 건넸다.

“이 인원으로 괜찮을까요?”

유세운의 물음에 하후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명천십이검과 내가 간다면 적어도 본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 거요.”

“다행이군요.”

유세운을 바라보며 하후패가 웃음 지었다.

“더욱이 이렇게 유공자가 같이 가니 걱정이 없소.”

“하하하. 그건 그렇지요.”

유세운은 웃음을 지어보이고 같이 신형을 날렸다. 저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창천척마대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흑마일령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드디어 창천궁의 녀석들을 만난건가?”

“아까도 만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애송이들과 손을 섞는 이유는 피 맛을 보기 위한 것뿐이다.”

사적은 흑마일령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약 일 각 전에 자신들을 막아서던 창검백영대의 인물들을 장난치듯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장면을 보고 절로 안색이 찌푸려졌었다. 아무리 내성에서 나왔다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끔찍한 것

밖에 없었다. 자신도 강남무림에서 꽤나 악명을 떨쳤었지만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절로 느꼈다.

흑마일령은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물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금무신장이라는 녀석이야 저기 금색 장포를 입은 녀석일 테니 상관이 없다만 그 뒤의 열세 명은 누구지?”

사적도 흑마일령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요. 그래도 일단 열두 명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있는 녀석들 같습니다.”

“열두 명으로 구성된 놈들이라면 누가 있지?”

“그렇군요. 한조에 모두 열명 단위로 이루어지는 창천궁에서 열두 명이 움직인다면 아마 내궁의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사적의 명쾌한 추리력에 흑마일령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 지었다.

“그래? 내궁에서 나온 녀석들이란 말이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어디보자. 내궁에 들 정도의 고수라면 아마 명천십이검 정도 되겠군.”

“명천십이검 말입니까?”

“크크크. 그래. 아마 그 녀석들일 거다.”

사적은 명천십이검이란 이름을 듣고 고개를 내저었다. 명천십이검이 무상 하후패만큼은 안되지만 그래도 상당한 명성을

쌓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펼치는 명검십이진(明劍十二陣)은 전부다 펼쳐본 적이 단 한번 밖에 없다고 할

만큼 유명했다. 그들이 펼치는 명검십이진을 전대 창천궁주가 두시진에 걸쳐서 상대해서 꺾었을 때 그들은 바로

창천궁의 내궁으로 들어갔었다. 사적의 표정을 바라본 흑마일령이 물었다.

“걱정되나?”

“명천십이검이라면 생각보다 큰 수를 둔거군요.”

“크크크. 하지만 걱정마라. 멸천이십사검(滅天二十四劍)을 아직 네가 제대로 몰라서 그러는 거다.”

“그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크크크. 녀석들은 내성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이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놈들이지.”

“그 정도 입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그럼 저기 하나 남는 놈은 뭐냐?”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경공실력으로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경공만이라면 절정으로 봐도 무방하겠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만한 자가 창천궁에 있었나?”

사적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하후패와 명천십이검을 보다가 손뼉을 쳤다.

“아! 저번에 흑마천살대와 철탑백마인을 단신으로 잡았다는 자가 창천궁에 의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자 인 것

같습니다.”

“유세운이라는 녀석 말이냐?”

“예. 일권무적 유세운이라는 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저자를 우리가 상대하면 되겠군.”

“예? 하지만 명천십이검과 하후패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건 멸천이십사검에게 맡겨도 될 거다. 우리는 저자나 잡도록 하자.”

“흐흐흐. 형님 또 강환에 이른 고수 같다는 말에 혹하셨구려.”

흑마이령의 말에 흑마일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크. 성주님을 제외하고 그만한 고수를 만난다는게 쉬운게 아니잖은가.”

“그건 그렇소. 그렇다고 성주보고 한판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좋은 기회인 것 같소.”

“그래.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저 녀석으로 정했다. 불만 없지?”

“좋소. 우리 저놈이나 잡으러 갑시다.”

사적은 걱정스런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들의 본대가 도착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네 녀석이 알아서 버텨라.”

“에? 하지만 황마철웅대 백오십으로 전부다 막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만…”

“걱정마라. 우리가 설마 저놈하나 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

사적은 흑마일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은 본대는 저희가 막고 있겠습니다.”

사적의 대답에 흑마일령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거의 창천척마대원에게 다 다가간 하후패를 바라보았다. 흑마일령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후패는 아직까지 무사한 창천척마대원들을 보고 안심했다. 온통 피칠 갑을 하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인원들을 보고 빠르게 다가갔다. 하후패의 눈은 그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자들에게 가 있었다. 창검백영대의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저들을 막다가 모두 죽은 것 같았다. 하후패는 내력을 담아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모두 뒤로 피해라!”

명천십이검도 빠르게 그의 뒤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하후패와 명천십이검이 창천척마대원들의 사이를 지나갈 때

유세운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인물들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만 이 기운은 마기(魔氣)?”

유세운은 비틀거리며 다가오던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유세운의 외침이 들리는 순간 하후패를 지나치던 창천척마대의 인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검강을 보고 하후패는 다급하게 신형을 틀었지만 허리에 긴 자상(刺傷)을 남겼다. 하후패는 허리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나는 무상 하후패닷!”

“크크크 물론 알고 있다.”

하후패가 일장을 날리자 처음에 대답한 자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멸천이십사진(滅天二十四陣)을 펼쳐랏!”

결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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