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75화 (7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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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요진인의 불진이 부드럽게 춤을 추며 철마십영 중 삼인의 장력을 흘렸다. 현요진인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철마십영의 연수합격에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현요진인은 다시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장력을 흘리며 장내를 돌아보았다. 홍소의 강룡십팔장도 연수합격에 점점 더 밀리고 있었고 동철은 이미 두 명의 철마십영에게 내상을 입은 듯 뒤로 한참 밀리고 있었다. 혜오와 복상도 점점 더 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현요진인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홍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홍가야. 이러다간 피하지도 못하겠다.)

(으윽! 그러게 말이다.)

홍소의 전음을 들은 현요진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장내를 훑어보았다. 더 이상 주저하다가는 모두 이곳에서 목숨을 내놔야 할 것 같았다. 현요진인은 다시 홍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더 이상 주저해선 안 되겠다. 전력을 다해서 놈들을 물리고 저 녀석들이라도 피하게 하자.)

(좋아!)

홍소는 항룡유회를 연속으로 삼장을 쳐냈다. 홍소의 구성의 공력이 담긴 항룡유회를 함부로 받아내지 못하고 철마일영은 뒤로 몸을 날렸다. 홍소는 연쌍비(燕雙飛)를 펼쳐 나무들을 밟으며 뒤로 몸을 날렸다.

현요진인도 불진에 가득 강기를 담아 휘두르며 왼손으로 빠르게 지력을 뿜어냈다.

“건원지(乾元指)?”

철마십영은 현요진인의 기세에 뒤로 주춤 물러났다. 현요진인은 제운종을 펼치며 동철이 상대하고 있는 철마칠영의 등을 향해 불진을 내뻗었다. 철마칠영은 동철을 공격하려다가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현요진인의 불진을 보고는 몸을 돌려 장력을 내뻗었다. 현요진인은 철마칠영의 장력의 도움을 받아 허공에서 제비를 돌며 동철의 뒤로 내려섰다. 현요진인은 자신과 처음부터 겨루었던 삼인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동철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던졌다. 동철은 뒤에서 당기는 힘에 놀라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허공을 날고 있었다.

“정협련주를 따라가라!”

“사부님!”

홍소도 어느새 혜오와 복상을 뒤로 던지고서는 현요진인의 옆에 내려섰다. 동철이 뛰어나가 도우려고 하자 복상이 동철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동철은 반개한 눈을 돌려 복상을 바라보았다. 복상은 고개를 한번 내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사부님들도 따라오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그 기회마저 없어진다!”

“사부님을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사부님을 위해서라도 지금 가야 돼!”

동철은 복상의 시선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요진인이 자신의 사부님이라면 홍소는 복상의 사부님 이였다. 혜오가 먼저 앞장서고 동철과 복상은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현요진인은 멀어져가는 동철과 복상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홍소는 현요진인을 보며 투덜거렸다.

“뭐가 그렇게 우습냐?”

“하하하. 그래도 녀석들은 구했으니 웃음이 나오는군.”

“쩝. 그건 그렇군.”

홍소는 씁쓸하게 웃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미 철마십영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현요진인은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홍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별수 없군. 둘로 나눠서 도망가세.)

(그래? 그렇다면 내가 오른쪽을 맡지.)

(좋네. 신호는 내가 하지.)

(좋아.)

철마일영은 비웃음을 가득 얼굴에 담고서는 현요진인과 홍소를 바라보았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제자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부라…”

“하긴 제자를 길러보지 않은 너희 같은 놈들이 알 리가 없지.”

“그런가? 크크크. 재미있군.”

철마일영은 눈을 차갑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너희가 목숨을 바치겠다면 거두어주는 것이 예의겠지.”

“글쎄? 그게 가능할까?”

“우리 열명이 모이면 아무리 철마성주라도 한 수 접어준다.”

“우린 철마성주가 아니거든…홍가야 지금이다!”

현요진인은 빠르게 왼쪽으로 신형을 날리며 소리쳤다. 홍소는 주저 없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장력을 뻗어냈다. 현요진인은 불진을 횡으로 그었다.

슈아앙-

철마일영은 현요진인의 불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보고 헛바람을 삼켰다.

“헛! 조심해라! 검풍이다!”

현요진인의 앞에 모여 있던 삼인은 어느새 강기를 뿜어냈다. 현요진인의 검풍이 그 중 두개의 강기를 베고는 사그라졌다. 마지막 강기가 다가오는 것을 본 현요진인은 면장을 펼쳤다. 부드러움 속에 담긴 기운이 강기와 부딪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쾅!

현요진인은 반발력을 이용해 몸을 선회하며 다시 한번 불진을 휘둘렀다.

슈아앙-

다시금 뻗어나가는 검풍을 보고 이번에는 네 명의 철마십영이 강기를 뿜어냈다. 현요진인은 천근추(千斤墜)를 써서 급히 땅에 내려섰다. 땅에 발이 닿기 무섭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들 중 가장 좌측의 인물을 향해 몸을 날리며 불진을 휘둘렀다.

철마팔영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불진을 내뻗는 현요진인을 향해 전력을 다해 장력을 내뻗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제운종을 펼치며 자신을 뛰어넘는 현요진인을 보며 이를 갈았다.

“허초였다네!”

“으윽!”

하지만 현요진인은 자신의 등 뒤로 뻗어오는 강기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느새 철마일영이 자신의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장력을 내뻗고 있었다. 그것도 결코 가볍지 않은 장세였다. 현요진인은 몸을 뒤로 돌리며 면장을 내뻗었다. 하지만 면장의 부드러움을 뚫고 밀려오는 장력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콰직!

현요진인은 자신의 왼팔의 뼈가 장력에 완전히 부서져 나가는 틈을 타 그 힘을 빌려 더욱 몸을 밖으로 뽑아냈다. 철마일영은 현요진인이 뒤로 더욱 몸을 날리자 다급하게 소리쳤다.

“따라와라! 멀리 가지 못할 거다!”

“좋소. 저놈은 내게 맡기시구려.”

철마팔영이 자신을 속이고 넘어간 현요진인을 향해 이를 갈며 신형을 날렸다. 오인의 철마십영이 차례로 몸을 날리며 현요진인의 뒤를 따랐다.

혜오는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홍마철시대를 향해 대력금강장을 뻗었다.

“크헉!”

일장에 홍마철시대를 해치운 혜오는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계속 살수를 펼쳐냈다. 이미 정협련의 정예들이 꽤나 많이 움직였는지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홍마철시대의 인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 갈수록 막아서는 홍마철시대의 인원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그의 뒤를 따라오며 복상과 동철의 검도 부지런히 검강과 장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홍마철시대원들에게 포위당했다. 동철은 복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아닐세. 아직 아니야.”

복상은 자신들을 가로 막고 있는 홍마철시대원들을 바라보며 동철에게 전음을 날렸다.

(네가 뒤를 맡아라. 우리는 이제 방향을 약간 틀어야겠다. 어차피 련주의 뒤만 쫓아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좋아.)

동철은 사방으로 시선을 돌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복상은 혜오에게도 전음을 보냈다.

(일단 우리 둘이서 앞을 뚫읍시다. 뒤는 동철에게 맡기면 될거요.)

(좋소. 그럽시다.)

(방향은 내가 정하겠소.)

(알겠소.)

복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좌측의 인물을 향해 몸을 날리며 장력을 내뻗었다. 복상의 손에서 강룡십팔장의 비룡재천(飛龍在天)이 펼쳐졌다. 혜오의 손에서는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이 뻗어 나오며 그들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홍마철시대원들을 향해 뿜어졌다. 홍마철시대원들 사이로 한명의 사내가 소리쳤다.

“철시연환진(鐵矢連環陣)을 펼쳐라! 개인이 맞서지 마라!”

순간 홍마철시대원들은 활에 화살을 먹인 채 부채꼴로 퍼지며 복상과 혜오의 장력을 피해냈다. 제때 피하지 못한 자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들의 장력을 피하며 뒤로 물러나서는 그들을 겨냥했다. 복상은 소리 지른 자를 쏘아보았다.

“쏴라!”

철시가 스무 개가 동시에 쏘아져 왔다. 하나하나의 철시에 담긴 공력이 범상치 않자 동철은 앞으로 나서며 태극혜검을 펼쳤다.

팅! 팅! 팅!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동철의 검로에 걸려든 모든 화살이 튕겨져 나가자 곧장 스무 개의 철시가 이어서 날아왔다. 동철은 어금니를 깨물며 소리쳤다.

“좋아! 그렇다면 이것도 받아 봐라!”

동철의 검이 태극을 그리며 강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팅! 팅! 팅!

철시들을 튕겨낸 동철의 검이 그리던 태극모양의 강기가 곧장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모두 피해라!”

동철이 현요진인에게 쓰지 말라고 당부를 들었던 검을 펼치자 홍마철시대원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자들은 대번에 팔이 잘려 나가고 다리가 잘려나갔다. 동철이 다시 검을 드는 모습을 보고 복상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지금은 피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동철은 복상이 잡아끄는 대로 신형을 날렸다.

온통 피칠을 한 호강현은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패력구 곡칠.

철마성의 외성의 실력자중 한명으로 뛰어난 추적술과 패도적인 공격으로 유명한 자였다. 호강현은 왼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아직도 흐르고 있는 피를 닦아냈다.

곡칠은 호강현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무슨 말이냐?”

호강현의 말에 곡칠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이었다.

“화산파의 자하진기 말이다. 고작 너 정도 녀석도 이정도의 실력을 보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대 화산파의 진산절기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후후후. 아직도 구파일방은 옛날의 영광에 집착하고 있나보군.”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호강현은 말과 함께 자하진기를 일으켰다. 호강현의 검에 자색의 검기가 피어올랐다. 곡칠은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등에 매고 있던 자신의 애병인 패력구(覇力毬)를 꺼내 들었다.

“정협련의 련주의 실력을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기쁘군.”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호강현의 검에서 다섯 송이의 매화가 아름답게 피어났다.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다섯 송이의 매화를 바라보며 곡칠은 웃음을 지었다.

“오행매화검(五行梅花劍)인가? 크크크. 패력진천(覇力震天)!”

곡칠의 철구가 하늘 높이 치켜 올려 졌다가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강력한 강기를 머금고 떨어져 내리는 철구의 기세에 다섯 송이의 매화가 흩어졌다. 호강현은 뒤로 두 걸음을 물러나서는 경악했다. 소문으로는 많이 들어왔지만 곡칠의 실력이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일수에 자신을 두 걸음이나 물러나게 했다는 것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곡칠은 자신의 애병인 패력구에 흠집이 난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제법이군. 내 패력구에 흠집을 내다니 말야. 대가는 자네의 목숨으로 받아가지.”

“헛소리!”

곡칠은 앞으로 크게 한걸음 다가오며 패력구를 횡으로 그었다.

부웅-

호강현은 빠르게 검기를 뿌리며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곡칠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도망가는 솜씨는 일품이군.”

“크윽!”

곡칠의 도발에 호강현의 안색이 붉게 타올랐다.

도주(逃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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