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73화 (7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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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음의 검이 횡으로 베어지며 강기를 내뿜었다. 철마일영은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장을 내뻗었다. 원청음의 강기와 철마일영의 강기가 허공에서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콰쾅!

“커헉!”

뒤로 정신없이 밀리다가 등이 나무에 부딪쳐 멈춰선 원청음의 입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철마일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채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제법이구나. 그 상태로 날 한걸음이나 물러나게 하다니.”

“크…웃기지 마라.”

간신히 검을 짚고 서있는 원청음의 모습을 보며 철마일영은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뭐하고 있는 거지? 부하가 죽어야 다시 덤빌 거냐?”

“헛소리!”

원청음은 다시금 검을 짚고 일어서서 품에 손을 넣었다. 품에서 검은색 옥병을 꺼내든 원청음은 내력을 모아 깨트렸다. 적혈색의 단환이 깨진 옥병 안에서 나왔다. 원청음은 주저 없이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철마일영이 보며 웃음을 지었다.

“뭐냐? 적왕환(赤王丸)이냐?”

원청음이 삼키는 단환을 본 철마일영의 말에 창천척마대원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장님!”

“안 됩니다. 그건!”

원청음은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천천히 몸을 바로 했다. 전신의 혈맥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원청음은 얼굴까지 붉게 물들인 채 창천척마대원들을 돌아보았다. 대원 하나가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잠력(潛力)을 끌어 올리는 대신 적왕환은 누구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다.”

원청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철마일영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철마일영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원청음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기는 미증유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원청음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복수는 해주고 가겠다.”

철마일영은 뒷짐을 진 채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 적왕환이 만들어낸 잠력만 가지고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원청음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원청음의 검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철마일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좋아! 이제는 뭔가 살아 있는 것 같구나!”

철마일영의 장심(掌心)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오며 원청음의 검강을 후려쳤다.

콰쾅!

철마일영은 경력에 밀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원청음을 바라보았다. 원청음은 세 걸음을 뒤로 밀렸다가 다시 튕기듯 몸을 뽑아내었다. 철마일영의 입가의 조소가 진해졌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춤추듯 휘둘러지는 원청음의 검을 따라 검강이 뿜어져 나왔다. 철마일영은 자세를 바로하고 장을 내뻗기 시작했다.

콰쾅!

“크윽!”

원청음은 철마일영의 장력에 밀려 뒤로 물러나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잠력을 끌어올려도 무리였다. 원청음은 천천히 검을 들어 철마일영을 가리켰다. 원청음의 자세를 본 창천척마대원들이 소리쳤다.

“대장님! 그건 안 됩니다!”

“됐다. 어차피 이곳이 우리의 끝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철마일영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다시 느긋하게 뒷짐을 지었다.

“크크크. 그래봐야 별거 있겠느냐?”

“겪어보면 알겠지.”

“좋아. 어디 한번 와보거라.”

“창천척마대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배우지만 가장 마지막에 사용하는 검이다. 받아랏! 척마헌원검(斥魔獻源劍)!”

원청음의 달려드는 기세를 바라본 철마일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미 모든 것을 도외시한 공격인 것이었다.

“헌원(獻源)이라…동귀어진(同歸於盡)을 바라는 것이냐?”

패력구 곡칠은 멀리서 원청음과 철마일영의 결전을 지켜보며 투덜거렸다.

“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빨리 잡아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저렇게 느긋하게 싸운단 말야?”

곡칠은 절로 한숨이 베어 나왔다. 저 정도로 지친 인원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철마십영정도라면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면 여기서 약간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을 시간을 잡아끌고 있었다.

“대주님. 급히 보고 드릴께 있습니다.”

“뭐냐?”

자신의 옆에 서있던 삼대의 대장이 급한 목소리로 묻자 곡칠은 짜증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그의 짜증을 더욱 돋웠다.

“약 백여 명의 무리들이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백여 명? 그것 들은 또 뭐야?”

“아직 신원 파악은 안됐습니다.”

“그냥 처리해!”

“예.”

곡칠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장내로 시선을 돌렸다.

호강현은 경신술을 펼치며 복상을 향해 물었다.

“저곳이 확실한가?”

“저기 있는 녀석들이 아마도 철마성의 녀석들 같으니 말이오. 아직 늦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슈슈슈슉-

허공을 가득 매우며 날아오는 철시들을 보며 복상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확실하오. 홍마철시대가 와있군.”

호강현도 날아오는 철시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제부터 저들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창천척마대의 인원들을 구출한다!”

“예!”

“가자!”

호강현은 달려 나가는 기세를 죽이지 않은 채 검을 뽑아 휘둘렀다.

팅! 팅! 팅!

철시들을 어지럽게 튕겨내며 앞으로 빠르게 돌진해 들어갔다. 호강현의 시야에 최초로 철궁에 철시를 다시 매기는 자들이 들어왔다. 혈의의 홍마철시대원은 철궁을 들어 호강현의 머리를 노렸다. 호강현은 오행매화보(五行梅花步)를 시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가볍게 철궁을 피한 호강현의 검에서 자색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슈각-

“크악!”

일검에 홍마철시대원을 베어 넘긴 호강현의 시선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두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현무당주인 복상과 부련주인 동철이 앞으로 나서는 것이 보였다. 복상은 등에 메고 있던 죽봉을 들어 타구봉법(打狗棒法)을 펼치며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고 동철의 검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하지만 동철의 앞을 막아섰던 자들은 채 일초도 마주치지 못했다. 동철의 부드럽게 그려지는 호선 상에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베어져 나갔다. 호강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아직은 나보다 위이군. 좋다! 두고 보자.’

동철의 무위를 본 호강현의 검도 더욱 사납게 휘둘러지며 적들을 베어갔다.

“끄아악!”

곡칠은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비명소리에 짜증을 버럭 냈다.

“어떻게 된 비명소리가 이리도 가깝게 들리느냐!”

“대주님! 정협련의 무리들입니다.”

“정협련? 그자들이 여기에는 왜 나타났단 말이냐!”

삼대의 대장의 보고를 들은 곡칠의 안색이 돌변했다. 곡칠은 손을 들어 소리쳤다.

“일대와 이대는 포위를 풀고 저들을 안으로 들여라!”

“존명!”

곡칠은 빠르게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내주는 일대와 이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철마십영이 있는 장내로 신형을 날렸다. 장내에는 철마일영과 원청음의 결전이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원청음의 검이 강기를 내뿜으며 비스듬히 처올렸고 철마일영의 강기가 내리찍었다. 원청음은 순간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내뻗었다. 곡칠은 순간 혀를 찼다.

“한심하군.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 아닌가?”

곡칠의 예상대로 철마일영의 장력이 원청음의 가슴을 향해 뿜어졌다. 원청음은 몸을 왼쪽으로 틀어 철마일영의 장력을 어깨로 받으며 손에 들린 검을 던졌다.

“검을 던져?”

곡칠의 눈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마일영의 얼굴에도 놀람이 가득했다. 원청음은 이미 왼쪽 어깨에서부터 철마일영의 장력에 뜯겨져 나갔다. 하지만 철마일영 또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하다가 왼쪽 귀의 절반이 잘려나갔다. 곡칠이 당황하는 사이 원청음은 다시 몸을 날려 철마일영을 향해 장력을 내뿜었다. 철마일영도 눈에 독기를 품고 덤벼드는 원청음을 보고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콰쾅!

“크어억!”

철마십영 중 한명이 다급하게 장력을 내뿜어 원청음을 날려 보냈다. 원청음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창천척마대가 있는 곳까지 날아갔다. 철마일영은 자신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만져보고는 눈이 광기가 번뜩였다.

“크크크. 이 미친 꼬마 녀석이 제법인데?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피 맛이지?”

철마일영은 자신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받아 혀로 핥았다. 원청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다급하게 창천척마대원들이 어깨를 지혈 했지만 상처가 너무 커서 제대로 지혈이 되지 않았다. 원청음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크윽! 운이 좋았군. 아니 내 운이 여기까지 인건가? 욱! 네놈의 목을 베지 못하다니.”

피를 토해내며 간신히 말을 잇는 원청음을 보며 철마일영은 작게 키득거렸다.

“크크크.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 모두 죽여주마.”

앞으로 나서려는 철마일영을 곡칠이 다급하게 말렸다.

“철마일영님! 잠시 멈춰주십시오.”

“뭐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는 철마일영을 향해 곡칠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에게까지 살수를 펼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정협련의 녀석들이 쳐들어와서 포위가 무너졌습니다.”

“뭐?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정협련의 녀석들이 미쳤다고 우리를 친단 말이냐?”

철마일영의 외침에 대한 대답은 원청음의 바로 뒤에서 들렸다.

“크크크. 우리가 미친건 이미 전 강호가 다 아는 일이 아니냐?”

“흐흐흐. 그러게 말야. 저 녀석도 늙어서 그런지 영 소식이 형편없군.”

철마일영은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두 노인을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무림이괴(武林二怪)!”

홍소는 자신의 코를 후비며 철마일영을 비웃었다.

“크크크. 그래도 우리 이름을 아는 것을 보니 무명소졸(無名小卒)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게 말야. 어이 넌 이름이 뭐냐?”

철마일영은 현요진인의 말을 듣고서는 눈에서 번뜩이는 광기가 더해졌다.

“모르겠군. 내가 강호를 주유할 때는 무림이괴 따위 관심도 없었거늘…”

철마일영의 말에 현요진인이 붉은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무지하게 늙어 보이는군. 그런데 대답을 못하는 것을 보니 결국 무명소졸이란 얘기냐?”

“크크크. 좋아. 나를 비롯해서 이렇게 형제들을 강호에서는 철마십영이라 불러주더군.”

장난을 치며 여유를 부리던 현요진인과 홍소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었다.

“철마십영?”

도주(逃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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