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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전(出戰)
아침식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며 유세운은 위지평과 위지청을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창천궁 내의 무슨 일이 있는지 아직 무상을 못 만나고 같이 지내고만 있었다. 위지청은 유주란과 언니 동생하며 의남매처럼 친해졌고 위지평과 유청운도 금세 친해졌다. 유세운은 혼자만 멀뚱히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다 들려오는 인기척에 밖을 내다보았다. 보는 이의 기가 죽을 만한 거구에 굵은 눈썹. 각진 턱을 가진 하후패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후패는 유세운을 보고는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 왔다. 유세운도 호감이 가는 호방형의 하후패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하후패가 들어오자 위지남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오. 그래. 허허 이제 완전히 다 컸구나. 허허허. 무림의 흥복이야.”
하후패는 넉살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추아는 잘 지내느냐?”
“예. 사부님께서도 정정하십니다.”
“흠. 그렇구나. 미안하다. 일찍 와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틈이 나지 않더구나.”
“괜찮습니다.”
유태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안녕하십니까. 하후선배님.”
“허허. 그런 말은 거둬주시오. 유장주.”
“아직 아침 전이라면 같이 드시지요.”
“허허허. 그래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여기 앉으십시오.”
하후패는 입가에 가득 웃음을 지으며 유태청이 내준 상석에 앉았다. 유태청은 그의 옆에 앉았다. 시비가 더운 수건을 내오다가 하후패를 보고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하후패는 넉살좋은 웃음만을 흘리며 더운 수건을 받아 손을 닦았다. 하후패는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이곳 음식은 입에 맞소?”
“솜씨가 아주 뛰어나더군요.”
“허허. 내가 보기에도 창천궁내 제일의 숙수는 별궁의 숙수 같더이다. 손님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태상성주님의 뜻이셨소.”
“그렇군요.”
하후패는 식사가 나오자 시장했던지 무척이나 잘 먹었다. 유세운은 그런 하후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식사가 끝나고 차가 나오자 하후패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평아야.”
“예.”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느냐?”
“철마성의 공격 말입니까? 하지만 마멸극 원선배님이 귀주지부장으로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나도 그 친구를 믿으니까.”
“예, 비록 철마성의 내성의 고수라고 해도 마멸극 원선배님이시라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도 이일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떤 고민을 말입니까?”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 얼마나 쟁쟁한 녀석들이 내성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지금 귀주지부는 궤멸되었다.”
“예?”
“어떻게 그런 일이…”
하후패는 침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들도 전력을 다하려는지 철마성의 중추세력이 움직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무림에 내성의 고수들이 나온 적도 없는데 그런 일이…”
“그래. 하지만 이미 그들의 대외적으로 알려진 흑마천살대와 철탑백마인이 잡혔으니 그들도 나름대로 급했겠지.”
“그렇겠군요.”
“그래. 그런데 문제는 그들만 움직인 것이 아니다.”
위지평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하후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혈천문에서도 같이 움직이더구나. 그들이 강서지부를 노리고 움직인다는 정보가 들어와서 도저히 틈을 낼 수가 없었다.”
“혈천문까지 말입니까?”
“그래. 청의문에서 조소저와 추아가 강서지부를 도와주러 출발했다고 들었다.”
그 말에 위지남매는 둘 다 안색이 변했다.
“예? 사부님과 소문주께서 이번 일에 나오셨다 고요?”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하후패를 보며 위지평과 위지청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후패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지금껏 이렇게 큰 분란이 없었는데 문제가 커졌다.”
“그렇군요.”
“그래. 너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위지평은 하후패의 물음에 위지청을 바라보고는 곧 대답했다.
“저희는 서둘러 강서지부로 가겠습니다. 사부님과 소문주님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 그게 옳은 선택이니라.”
여태껏 말없이 듣고만 있던 유태청이 입을 열었다.
“저희도 참가하게 해주시겠습니까?”
하후패는 유태청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허허허. 그러면 저희야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겠지만 이번 일은 저희가 철마성에 혈채를 받으러 가는 길이라 가시면 손에 피만 묻힐 뿐이오.”
하후패의 말에 유태청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런 무림의 대혈란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가 고마울 따름이오.”
“그럼 언제 떠나실 겁니까?”
“시간이 촉박하여 오늘 정오에 출발하기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준비하겠습니다.”
하후패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역시 유장주의 협에 대한 정신. 다시 보게 되었소.”
“과찬이십니다. 그럼 정오에 뵙겠습니다.”
“그럼 이따 보겠소.”
하후패가 물러가자 위지평과 위지청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지평이 포권을 취하며 마랳T다.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허허. 그러게나. 만나서 반가웠네.”
“저희야 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족애(家族愛)였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유청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위지평과 악수를 나누었다.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군.”
“이번에 가서 조심하시오.”
어느새 말을 놓고 있던 유청운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위지평을 바라보았다. 위지평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 비록 청운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내 몸 하나는 건사할만하니 그런 시선은 거두게.”
“그럼 다음에 만날 때 까지 무사하길 빌겠네.”
유세운은 유청운과의 인사를 마친 위지평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지평은 웃음을 지으며 유세운은 손을 마주 잡았다.
“조심해요. 위지형.”
“그래. 너도 조심 하거라.”
“예.”
유세운은 섭섭한 눈빛을 하고 있는 위지청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웃음 지었다.
“무사해라.”
“오빠도 잘 있어요. 선물 고마워요. 다음에 또 사줘야 해요.”
“알았어. 그러니 무사하기만 해라.”
“예. 그럼 언니 저 이만 가볼께요.”
인사를 나눈 위지남매가 떠났고 유태청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서두르자. 우리도 비록 따로 챙길 것은 없다지만 시간이 많지 않구나.”
유세운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쳇. 귀찮은데…”
딱!
“아야! 왜 때려!”
유주란이 번개 같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소리치자 유주란이 버럭 화를 냈다.
“야! 지금 무림에 대혈난(大血亂)이 일어나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와?”
“그…그게.”
유청운도 실망했다는 투로 한마디 했다.
“그래 이번 일은 확실히 세운이가 말을 잘못했다.”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유태청도 무서운 눈으로 유세운을 쏘아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너를 이렇게 밖에 못 키웠구나.”
“아…아버지!”
“가기 싫으면 안가도 좋다. 주란이 너도 어서 준비 하거라.”
“예.”
다들 서둘러 준비한다고 대청에서 나가자 유세운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씨! 말 한마디 잘 못해서 이게 뭐야.”
유세운은 투덜거리며 준비하러 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선 유세운은 안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구세요?”
문을 열고 들어선 유세운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백연혜를 보았다. 백연혜는 유세운을 보며 물었다.
“오라버니 표정이 왜 그래요?”
유세운은 백연혜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 지었다.
“응. 아냐. 그냥…”
“그래요? 그럼 이제 표정 좀 풀어요.”
“응. 알았어.”
유세운은 백연혜가 머리에 봉황비를 꽂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흐뭇해하며 말했다.
“봉황비가 정말 잘 어울리는데?”
“호호. 알아봤어요? 앞으로 꼭 가지고 다닐게요.”
“응, 물론 그래야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오면 안 되는 곳인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백연혜를 보고 유세운은 안절부절 못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백연혜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대답했다.
“이번에 귀주성 탈환에 저도 가게 되어서요.”
“에? 하지만 철마성의 내성의 고수가 나와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 같던데?”
“어떻게 알았어요?”
“응? 그야 다 아는 수가 있지.”
백연혜는 유세운의 말에 웃음 짓고는 가슴을 피며 말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장강삼검의 이 초식 장강붕파를 어느정도 펼칠 수 있게 된걸요. 저도 이제 고수라고요.”
“정말? 벌써? 야~연혜 장난이 아닌데?”
백연혜의 말에 유세운은 기뻐하며 칭찬하다가 곧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내성의 고수들이라면 분명히 그 이상의 경지의 고수들일 꺼야. 그것만으로는 안돼.”
“피~”
백연혜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그럼 오라버니는 제가 가는데 같이 안 가주실 건가요?”
“응?”
“오라버니가 지켜주시면 되잖아요.”
백연혜의 말에 유세운의 입은 귀밑까지 찢어졌다. 유세운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푸하하하.”
“그럼 정오에 출발이어서 저 먼저 가볼게요.”
“응. 알았어. 이따 봐~”
“그럼 이따 봐요.”
“응. 물론이지.”
백연혜는 밝게 미소 짓고는 방을 나갔고 유세운은 방에 홀로 남아 실실 웃었다.
“후후후. 그럼. 그럼. 내가 같이 왜 위험해?”
유세운은 창밖의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내 옆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야. 하하하하.”
유세운은 웃음을 터트리다가 문득 높게 보이는 가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요즘 어떻게 지내려나? 후후후.”
출 전(出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