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원영극의 방천화극에서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원영극의 맞은편에 서있던 철마십영 중 네 명이 일시에 장력을
뿌렸다.
부우웅-
콰쾅!
굉음과 함께 경력과 강기의 충돌이 일어났다. 다시 한 걸음 앞으로 쏘아져 나가려던 원영극은 뒤에서 밀려오는
장력에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원영극의 방천화극이 그의 뒤로 휘둘러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기를 뿌려댄 원영극은 경력과의 충격을 이용하여
더욱 빠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철마십영들의 안색이 일변했다. 원영극이 일갈과 함께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받아라! 마멸참(魔滅斬)!”
원영극의 방천화극이 횡으로 그어지며 푸른 강기를 쏘아냈다.
츄아악-
허공을 베어가는 강기에 철마십영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원영극은 앞으로 달려가던 기세에서 바로 신형을 틀며
다시 한번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그의 뒤에서 바짝 쫓아오던 철마십영 중 여섯 명을 향해 강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철마십영 중 일영의 입에 미소가 어렸다.
“제법이구나! 크크크.”
철마십영들의 손에 강기들이 맺혔다.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던 네 명에게서도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쾅!
먼지사이로 일렬로 서 있는 철마십영을 보며 원영극은 침음성을 삼켰다.
“역시인가?”
철마십영중 일영은 입가를 혀로 핥으며 웃음 지었다.
“그때 이후로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이 없군. 국서방주의 목을 딸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원영극은 걱정스런 시선으로 장원 밖을 한번 살펴보고는 방천화극을 움켜쥐었다. 어차피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정도로 애를 먹일 줄은 몰랐다.
콰쾅!
원청음은 뒤로 밀려나는 발에 힘을 주고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검을 뿌렸다.
츄악!
원청음의 검기가 뿜어져 나가자 사적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원청음은 다급히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사적이 그가 있던 자리까지 신형을 옮기고 주먹을 내뻗고 있었다.
후웅-
사적의 경력에 휘말려 두건이 찢어졌다. 원청음은 검을 들어 다시 사적을 가리켰다. 사적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포기 안하는 거냐?”
“포기 그따위 것은 모른다.”
“대장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원청음의 뒤로 두 명의 창천척마대원들이 나타났다. 사적이 코웃음을 쳤다.
“일대일의 대결에 뭐하는 것이냐?”
사적의 물음에 원청음은 잠시 고민하다가 소리쳤다.
“아니! 이곳은 죽고 죽이는 전장이다. 그런 감상은 집어치워라!”
원청음이 앞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척마멸진 제 삼형 대인전(對人戰)!”
원청음의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대원들도 몸을 날리며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사적은 자신을 향해 쏟아져 오는
검기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크크크. 좋다! 발버둥을 언제까지 치나 보지.”
사적의 옷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사적의 입가에 조소가 진해졌다.
“황영철웅권(黃靈鐵熊拳)이다. 한번 받아봐라.”
사적의 전신에서 황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적의 왼발이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내뻗었다. 사적의
주먹을 따라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슈아악!
“산개!”
주저 없이 터져 나오는 원청음의 명령과 함께 두 명의 대원은 좌우로 몸을 날렸다. 원청음도 검기들을 헤치며
밀려오는 강기를 피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원청음의 몸이 떠 있는 틈을 이용해 사적이 몸을 날려 왔다. 사적의
양옆으로 두 명의 대원들이 재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사적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쪽으로 손을 내뻗으려는
찰나 원청음의 검이 빠르게 그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사적은 고개를 옆으로 틀어 원청음의 검을 피하고는
신형을 뒤틀어 이어지는 두 명의 검격을 피했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뒤로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린 사적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한 놈도 살아남기를 바라지 마라.”
“적어도 네놈의 뼈는 이곳에 묻어주마.”
사적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원청음과 겨루고 있는 사이 황마철웅대의 인원들이 창천척마대에게 밀리고 있는 것을
본 사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적과 시선이 마주친 원청음이 웃음 지었다.
“부하들 좀 신경 쓰지 그러나?”
“어차피 우두머리를 제압하면 귀찮은 일은 만사 해결이니까.”
“가능할까?”
사적은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마라. 이제 곧 알게 될 테니까.”
사적의 몸에서 다시 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청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청음이 몸을 날리려는 찰나
사적의 신형이 빠르게 좌측으로 움직였다. 원청음이 빠르게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사적의 신형은 좌측에 있는 대원의
코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안돼!”
원청음의 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갔지만 이미 사적의 주먹은 대원의 심장을 꿰뚫었다. 사적은 대원의 시신을
원청음의 검기에게 집어 던졌다.
스거걱!
대원의 몸이 갈리고 그 사이로 사적의 강기가 날아왔다. 원청음은 다급하게 몸을 틀어 피했다. 사적은 그에게
비릿한 조소를 보여주고는 우측의 대원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런 빌어먹을!”
원청음은 다급하게 몸을 날렸지만 그의 시야에는 대원의 검기를 뚫고 뻗어나가는 사적의 강기가 사로잡혔다. 원청음의
검기가 뿜어져 나갔지만 이미 대원의 신형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사적은 여유롭게 신형을 돌려 원청음의 검기를
향해 일권을 내뻗었다.
콰쾅!
원청음은 뒤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나갔다. 원청음의 시선에 노기가 충천했다. 사적은 그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이제 곧 알게 된다고 했잖아.”
빠르게 신형을 날리던 원종은 걸음을 멈췄다. 그를 뒤 따르던 창영검대도 일시에 멈춰 섰다. 원종은 전신을 휘감는
불길한 기운에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아직까지 홍마철시대의 인물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고 주변을
휘도는 불길한 기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원종은 이미 장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잊어갔다. 원종은 자신의
방천극을 움켜잡고 자세를 바로 했다.
“나와라!”
원종은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소리쳐서 반항했다. 하지만 그의 일갈에 반응이 왔다.
“흐흐흐. 이렇게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돌아다니다니 의외군. 원영극은 어디 있나?”
“누구냐?”
원종은 방천극을 움켜쥔 손에 식은땀이 서리는 것을 느꼈다. 대답은 금세 다시 들려왔다.
“흐흐흐. 너 같이 어린 녀석이 우리를 알 자격이 있으리라 생각하나?”
“헛소리 집어치워라!”
“흐흐흐. 장난 그만 치쇼. 큰형님.”
원종은 만월의 월광을 받으며 여섯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창영검대의 사방에 나타난 인물들을 보고 원종의 시선에
의혹이 어렸다. 그의 맞은편에 서 있던 인영의 입이 열렸다.
“흐흐흐. 이거 얼마 만에 맛볼 피 맛이냐.”
“큰형님 오늘 크게 한번 피 맛을 보겠는데요.”
“이 미친 늙은이들이!”
원종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며 신형을 날리려는 찰나 그의 귀를 파고드는 파공성이 들려왔다.
슈슈슈슉-
원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떨어져 내리는 철시들이 시야에 잡혔다. 원종은
방천극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회전을 시켰다.
팅! 팅! 팅!
집중적인 공격이었는지 몇 명의 창영검대 원들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원종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원종의 욕설에 그의 맞은편에 서 있던 노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곧 죽을 녀석이 입이라도 조심 하거라.”
“웃기지마라!”
원종은 방천극을 움켜 쥔 채로 신형을 날렸다. 원종의 방천극이 강기를 머금은 체 노인을 향해 뻗어나갔다. 노인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번진 것 같다는 생각이 어슴푸레 들었다. 노인은 장난스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콰쾅!
정신없이 뒤로 밀려가던 원정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노인의 입가에 웃음이 진해졌다.
“제법 손맛이 느껴지는 꼬마구나.”
“대체 누구냐?”
슈슈슈슉-
노인의 뒤로 다시 쏟아져 내리는 화살의 비도 그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했다. 원종의 방천극이 크게 원을 그리며
강기를 뿌려냈다. 노인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쌍장을 내뻗었다. 노인의 쌍장에서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쾅!
원종은 선혈을 뿜어내며 뒤로 밀려났다. 창영검대를 은연중 포위하던 노인들이 일시에 화살비 속으로 뛰어들며
창영검대원들을 무차별 살육이 시작됐다.
“으아악!”
“크악!”
“크크크.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피 맛이냐!”
“흐하하하하. 둘째야 누가 더 죽이는지 시합할까?”
“좋아. 시합하자고!”
노인들의 광소와 함께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원종은 미칠 것만 같았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방천극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기도 처음이었다.
“대체 누구냐?”
“노부가 누군지 아직도 궁근한 거냐?”
“크윽! 그래!”
“부질없는 짓이지만 알려주지. 어차피 알려줘도 알지도 못 할테니 말이다. 나는 흑마육령(黑魔六靈)의 수좌인
흑마일령이니라.”
“흑마육령…?”
“그래. 이제 그만 쉬어라.”
흑마일령의 손이 하늘 높이 들어올려졌다.
무수히 뻗어나가는 강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원영극의 방천화극이 춤을 췄다. 원영극은 차분한 표정으로 일장일장
뻗어내는 철마십영을 보며 이를 악 물었다. 지금 자신은 전신의 진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리고 있건만 마치 차륜전을
치르는 마냥 점점 지쳐갔다. 원영극은 갑자기 강기의 소용돌이가 멈춰지는 것을 느끼고는 방천화극을 세우고서는 숨을
골랐다. 원영극의 시선이 철마십영중 일영에게 멈춰졌다.
“뭐냐?”
“아! 저기 자네에게 선물이 오는 것 같군.”
원영극은 담장 너머 날아오는 물건을 보고 가볍게 몸을 움직여 피해냈다. 하지만 원영극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원종의 시신이었다. 원영극은 천천히 다가가 원종의 눈을 감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되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방천화극을 들어 철마십영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원영극의 기세가 대번에 변하자
철마일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자네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어 보이는군.”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원영극의 시선은 철마일영에게 멈추어졌다. 철마일영은 손을 들어올려 강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십방쌍강환(十方雙罡丸)이네.”
철마십영들의 강기들이 모여 두 개의 강환을 만들어냈다. 강환이 만들어지며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원영극의 옷이
미친 듯이 펄럭였다. 원영극의 입가에 초연한 미소가 그려졌다.
“좋네. 멋진 강환이군.”
원영극의 손이 자신의 애병인 방천화극을 움켜쥐었다. 원영극의 시선이 원종에게 머물었다가 다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십방쌍강환을 바라보았다. 원영극의 방천화극이 어둠을 가르며 강기를 뿜어냈다.
중추절(仲秋節)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