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62화 (62/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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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으윽! 누구야?”

유세운은 억지로 눈을 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만에 깊이 잠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일어나는 유세운의 눈에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 유세운의 인상은 더욱 찡그려졌다.

“뭐야? 이런 아침부터.”

“호호호. 네가 말한 거 구해왔다. 어서 가자.”

“뭐? 무슨 소리야?”

유세운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물어보자 유주란은 바구니 하나를 내밀었다. 유세운은 바구니를 보고는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깃털?”

유세운의 물음에 유주란의 표정이 돌변했다.

“기억 안나? 네가 깃털 준비해오라며.”

유세운은 어제 깃털을 보고 변검을 수련하던 유주란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밖으로 나왔다.

“알았어. 깜빡했네. 가자.”

유세운이 나오자 유주란은 바구니를 앞으로 내밀었다. 유세운은 부지불식간에 바구니를 받아서는 멀뚱거리며 유주란을

바라보았다. 유주란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걸 이 누나가 들고 가겠니? 따라와.”

유주란은 경공을 펼치며 달려 나갔다. 유세운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저

멀리 경공을 펼치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유세운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 나왔다.

“어디 잡히기만 해봐.”

유세운은 바구니를 한 손에 든 채로 경공을 펼쳤다. 유주란은 벌써 연무장 입구 가까이 가 있었다. 유세운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연무장 입구를 지나가는 유주란의 옆을 스쳐 지나가서 연무장의 중앙에 멈춘

유세운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투덜거렸다.

“대체 뭔가 부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구. 이렇게 짐까지 맡기면서 뭘 부탁하겠다는 거야?”

“흥. 시끄러. 그렇게 가벼운 걸 들고 온 주제에 투덜거리기는.”

“차라리 무거운 걸 맡기라구. 날아가지 않게 진기로 누르고 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그런 소리야?”

“흥. 시끄러. 어서 연습이나 하자.”

유세운은 가볍게 유주란을 쏘아보고는 바구니에서 깃털 하나를 들어 올렸다. 유세운은 하늘 높이 깃털을 집어

던졌다. 진기를 머금고 쏘아져 올라가던 깃털은 유세운이 진기를 거두자 팔랑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주란의 시선이 다시 깃털을 바라보았다. 팔랑이며 어지럽게 움직이며 떨어져 내리는 깃털을 따라 검을 뽑아

휘둘렀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검은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었다. 유세운은 멀뚱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도와달라고 하더니 혼자서 다 알아서 하는구만.“

어지럽게 움직이는 검 끝에 걸린 깃털이 베어지는 순간 유세운은 다시 바구니에서 두 개의 깃털을 집어 던졌다.

높이 날아올라 어지럽게 떨어지는 깃털을 따라 유주란의 검이 더욱 어지럽게 움직였다. 유세운은 두 개의 깃털을 벤

유주란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뭔가 부족하지 않아?”

“맞아. 뭔가 부족해.”

유주란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난해한 검이긴 했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유세운은 가볍게

귀를 후비며 말했다.

“누나 그 검을 내게 펼쳐 볼 수 있겠어?”

“응?”

“그 검은 깃털의 어지러운 움직임을 따라 만든 거라서 오묘하긴 하지만 일정 고수 이상에게는 통하지 않아.”

“무슨 말이야?”

“내게 펼쳐 봐.”

“흥! 좋아!”

유주란은 깊이 숨을 들이키더니 검을 내뻗었다. 눈앞에 펄럭이며 떨어져 내리는 깃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깃털의

움직임을 따라 내뻗는 검극은 어지럽게 흩날렸다.

유세운은 가만히 유주란의 변검을 바라보았다. 어지럽게 찔러오는 검을 보던 유세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유세운의 장심에서 와선형의 강기막이 형성 되었다.

쩌정!

“꺅!”

뒤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가는 유주란을 보며 유세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 영호형님에게 어떻게 가르쳤는지 물어보고 싶은 일이군.”

“뭐야! 어떻게 막은 거지?”

유세운은 따지는 유주란을 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의 검에는 날카로움이 없어. 한마디로 검에 마음을 싣지 못했다는 거야. 그러니 일정 이상의 고수 눈에는

단지 현란하게만 보이는 검이 되는 거지.”

“검에 마음을 싣는다고?”

“응 그게 중요해.”

“어떻게 하는 건데?”

“으음. 그건 내가 검을 익히지 않아서 확실히 뭐라고 말은 못해주겠지만 말야. 검에 의념을 담는 거야. 베겠다.

찌른다는 마음가짐. 검과 기와 신이 일치가 되어야 할 거야.”

“검기신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그 말이라면 질리도록 들었는걸.”

“그래? 흠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하군.”

“아는거랑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구.”

“맞아. 이건 형까지 나서야 겠는데?”

“나는 왜 찾는 거냐?”

연무장으로 들어서던 유청운은 유세운의 말에 의문을 던졌다. 유세운은 유청운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형이 어떻게 검에 의념을 싣게 됐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에요.”

“그거 말야?”

“예.”

유세운과 유주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담스럽게 바라보자 유청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랄까? 극한의 상황에서 얻게 된 거라 정확히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든데?”

“그래요?”

유세운은 유주란을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유주란은 유세운과 유청운을 돌아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운이 있다고 그런 것을 쉽게 얻겠어?”

“누나 그런 말 하지마. 일단 차근차근 얘기해 보자고.”

“그래. 주란아 일단 검을 들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어라.”

“예.”

유주란은 검을 들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혔다. 유세운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 마디 했다.

“검의 마음을 떠올려봐. 차분히.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검의 마음을 떠올려.”

“검의 마음. 검의 마음.”

유주란은 차분히 검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도 사부도 항상 검기신 일체가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건 한번도

와 닿지 않았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경지를 얼마 전에 넘어선 유청운의 말을 듣자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검의 마음을 느끼려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그것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유주란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잡힐

듯 잡히지 않자 더욱 저돌적으로 다가가려했다.

“그만!”

갑작스레 소리치는 유세운의 목소리에 유주란의 상념이 멈춰졌다. 유주란이 눈을 뜨고 바라보자 유세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헤유~ 시간이 많다니까 왜 그렇게 서둘러?”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그래.”

유주란도 속상한 듯 어두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세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영호형님이 형에게 그렇게 극한으로 몰아 부치며 가르친 것은 시간이 없어서였지만 누나는 그게 아니니까 그렇게

조급해 하지마. 그리고 그건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아냐.”

“그런가?”

“그래. 너무 성급해 하지 말거라.”

유청운도 나서서 한마디 하자 유주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미안해요. 천천히 할께요.”

유세운은 가볍게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그게 그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니야. 그리고 그것에 이르는 길이 그렇게 명상만 있는 것도 아닐

꺼야.”

“그런가?”

“그래. 그건 세운이 말이 맞구나.”

유청운도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우리 가문의 현류십삼검도 꾸준히 수련을 하다보면 충분히 검강을 펼쳐낼 수준까지 익힐 수 있으니까.”

“검강이요?”

“그래. 검강.”

유청운의 확답에 유주란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익히고 있는 환막칠검(幻幕七劍)도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하하하. 당연하지 이미 환막신녀(幻幕神女)님도 검강의 경지를 뛰어 넘으셨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러네요.”

유세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누나가 가지고 있는 환막칠검부터 확실히 연성하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래. 좋았어.”

유주란은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누나. 환막칠검을 펼쳐봐.”

“좋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다.”

유주란이 날렵하게 몸을 날리며 확막칠검을 펼쳐냈다. 유세운이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언제 날 공격하라고 했어!”

유세운은 구름이 흐르듯 뒤로 물러났다. 유주란의 검에서 줄기줄기 검기가 뻗어 나오며 하나의 막을 만들어 갔다.

유세운은 멈추지 않는 유주란의 검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 제대로 해보자는 건가 본데?”

유세운의 신영이 흐릿해 지더니 검막을 만들고 있는 유주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유주란의 검이 비스듬히 찔러

올라오는 것을 본 유세운은 가볍게 손으로 쳐냈다.

땅!

하지만 유주란의 검은 흔들리더니 두 개로 늘어서 다시 덮쳐왔다.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유세운은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유주란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유세운은 유주란의 코앞까지

다가가서는 혀를 내밀었다.

“흥! 안된다고 이렇게 빈틈이 많아서야 곤란해.”

“이게 진짜!”

유주란의 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유청운이

앞으로 나서서 막으려 하자 유세운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유주란의 품에서 검이 뻗어 나왔다.

“환막칠검 환영산막(幻影散幕)!”

유주란의 품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이 검막을 형성했다. 유세운은 촘촘히 검막을 짜고 날아오는 유주란의 검을 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상대에게 휘두를 만한 검이 아냐!”

유세운은 오른 발을 들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쿵!

유세운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유주란의 검막은 유세운의 기세 앞에서 봄바람처럼 흩어졌다.

유세운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주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검에 베이지는 않는다고 환막칠검의 오의를 먼저 깨달아야해.”

“그래…”

유세운은 힘이 빠진 듯한 유주란을 향해 한마디 했다.

“걱정 하지마. 누나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럴까?”

유세운은 유주란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안 되면 내가 누나를 극한의 상황까지 모는 한이 있더라도 되게 해줄게.”

중추절(仲秋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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