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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의 이름 높은 무산(武山). 호북성의 경계에 가깝고 장강의 북안에 위치한 무산은 기암절벽과 십이 봉도 유명했지만 당금 무림에 무산은 다른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창천궁(蒼天宮)
당금 무림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않고 꼽는 곳이었다. 옥빛의 장삼을 입은 그들이 나서는 자리에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다 할 정도의 저력을 가진 곳이었다. 당금 정파의 세 기둥 중 가장 손꼽히는 곳이었다.
창천궁의 위세를 알려주듯 성벽의 높이가 무려 삼장에 달했다. 그리고 그 길이는 좌우로 얼마나 펼쳐졌는지 한눈에 담을 수가 없었다.
“우와~ 이게 창천궁이란 말야?”
“촌티 나게 계속 그럴 거냐?”
옆에서 주는 유주란의 핀잔에 유세운이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누나가 보기에는 안 신기하다는 거야? 이게 어딜 봐서 무림 방파라는 거야? 어지간한 성에 맞먹겠는데…”
유주란은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야! 창천궁을 일개 방파라고 부르는 놈은 전 대륙에 너 하나뿐일걸?”
“엥? 그럼 아니라는 거야?”
“강호 제 일의 방파야. 이미 방파라고 하기에도 어패가 있지.”
“쳇. 거 봐 누나도 제 일의 방파라고 하면서 왜 방파가 아니라는 거지?”
유주란은 유세운의 머리를 붙잡고 창천궁의 정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하!”
유세운은 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높이만 삼장에 폭은 오장에 달하는 거대한 철문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높이 일장에 길이가 오장에 달하는 편액에 웅혼한 필채로 창천궁이라고 쓰여 있었다. 유세운은 간신히 말을 이었다.
“하하하. 이거 장난 아닌데?”
유주란은 거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봐. 저게 성이지 어딜 봐서 일개 방파로 보이는 거냐?”
유세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갈이 있었는지 거대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이 보였다. 열리는 철문 사이로 바닥에 깔려있는 청석(靑石)에 높이 서 있는 고루거각들이 보였다. 유세운은 실소를 터트렸다.
“하하~ 이거 혹시 자금성보다 더 웅장한 거 아냐?”
유세운의 말에 유주란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닐걸?”
“왜?”
유세운의 물음에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유청운이 대신 답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황권에 도전하는 꼴이 되니까…관과 얽히게 되면 귀찮거든…”
“흐음. 그런가? 하긴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
유세운은 나름대로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주란은 그런 유세운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십년간 변한게 하나도 없냐? 게으른 거 하며 귀찮아하는 거 하며…”
“쳇! 뭐 누나는 변한 줄 알아?”
“뭐야? 이게 진짜…”
어느새 손을 들어올리는 유주란을 향해 유청운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해라. 밖에 보는 눈들이 많다.”
“엥?”
유세운은 철문 뒤로 보이는 옥빛의 장삼을 입은 수많은 무리들이 도열한 모습에 웃음 지었다.
“하하 저렇게 세워 놓으니 장난 아닌데?”
유주란은 두 손을 맞잡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휘유~멋지다.”
유세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차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옥빛의 장삼을 입은 사내들 뒤로 또 하나의 거대한 문이 보였다. 유세운은 피식 실소했다.
“저건 또 뭐야?”
유주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가 바로 진짜 창천궁이겠지.”
“그래? 흐음. 지금 밖에 나 있는 이 길만해도 길이가 장난이 아닌데?”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은 강호 제 일의 방파라니깐…”
“그래?”
마차가 다가가자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정문에 버금가는 크기의 철문을 보고 유세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 정도 크기의 문이면 대체 몇 자루의 검을 만들 수 있을까?”
“하여튼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유주란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는 동안 마차는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마차의 속도가 천천히 줄었다. 유세운은 마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금세 자신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내를 올려 보았다.
“일단 오늘은 짐을 푸시고 내일 궁주님을 만나 뵈시죠.”
“아! 여운. 그래도 돼?
“예. 일단 제가 별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있던 유태청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늘은 쉬고 내일 사람들 만나자는 데요.”
“그래. 그게 좋겠구나.”
유세운은 고개를 다시 내밀고 여운에게 대답했다.
“여운. 어서 안내해 줘.”
“예. 나를 따라오게.”
여운은 유세운에게 대답하고 마부를 향해 말을 건넸다. 마부가 말고삐를 틀자 여운은 말을 몰아 좌측으로 난 길로 빠졌다. 마차가 그를 따라 옆으로 방향을 틀자 유세운은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았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운오라버니. 그렇게 고개 내밀면 위험해요.”
“아! 연혜구나.”
“오는 길에 힘은 안 들었어요?”
백연혜의 걱정스런 말투에 유세운은 작게 웃음 지었다.
“후후. 뭐 지겨워서 그랬지. 힘들게 뭐 있어?”
“일단 위험하니 들어가 있어요. 거의 다 왔어요.”
유세운은 백연혜의 말에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보았다.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별궁이라고 들었는데…”
“예. 원래 손님들이 묵어가는 곳이기도 하죠.”
유세운은 마차 안으로 들어가며 작게 웃음 지었다.
“저건 우리 집보다 훨씬 큰데…”
“하하 당연하지. 우리 유가장이 커서 뭐하겠니?”
“그건 그런가?”
유청운의 대답에 유세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별궁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 일행은 마차가 서자 모두 내렸다. 그들은 가장 먼저 자신들 앞에 나와 있는 중년인을 만날 수 있었다. 청의를 입고 허리에 한 자루 검을 찬 중년인은 날카로운 코가 인상적이었다. 중년인은 다가와서 읍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궁을 책임지고 있는 왕전이라 합니다.”
유태청은 마주 읍을 하며 웃음 지었다.
“아! 창검무영(蒼劍無影) 왕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유태청이라고 합니다.”
유태청의 말에 왕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날카로운 코 때문에 인상이 날카로워 보였는데 웃음을 짓자 의외로 무척이나 선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강호에 안 나간지도 벌써 몇 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군요.”
유태청은 손을 흔들며 웃음 지었다.
“하하 저랑 비슷한 시기였는걸요.”
유태청의 말에 왕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군요. 일단 따라오시죠.”
왕전의 뒤를 따르던 일행은 다시 네 명의 시비가 와서 각자의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유세운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오호! 괜찮은데?”
방안은 전체적으로 수수하게 꾸려져 있었다. 비록 수수해 보였지만 탁자는 모두 자단목에 사실 모두 최고급으로 만들어진 방안이었다. 분위기만이 수수할 뿐이었지만 유세운은 그것이 더욱 맘에 들었다. 유세운이 웃음을 짓고 있는데 시비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 모두 대청에 모이신답니다.”
“아아~ 금방 나갈게.”
유세운은 가볍게 짐을 침대위에 던져놓고 방을 나왔다. 방밖에는 방금 전 자신을 안내한 시비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유세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대청이 어디야?”
“예. 저를 따라오시죠.”
시비는 먼저 고개를 숙인 체 앞장섰다. 유세운은 기지개를 피며 시비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대청은 방과 다르게 상당히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유세운은 미리 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가족들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 앉았다. 유세운이 의자를 당기고 앉자 유태청이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흠. 그래 철탑백마인을 상대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많이 놀랐지만…기연이 있었나 보구나.”
“예? 하하. 뭘요. 다 아버지 덕이죠.”
유주란은 작게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그거야 다 세운이가 방향치라서 그렇죠.”
“쳇! 누군 그런 줄 알았나?”
유세운이 투덜거리자 유주란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체 한마디 더했다.
“어떻게 방향을 못 찾을 수 있지?”
“체!”
유세운이 토라지며 고개를 흔들자 유청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해라. 그래도 세운이 덕에 무사히 이번 일이 무마되지 않았니.”
“그건 그렇군.”
유주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까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유세운의 볼을 잡아 당겼다.
“요 녀석 진짜 변한 게 하나 없네.”
“쳇! 애 취급하지마.”
“아직도 이렇게 어리광만 부리는데 어떻게 애 취급을 안 하냐? 이구~”
“이거 안 놔?”
유세운은 양볼을 잡힌 체 협박을 했지만 유주란의 눈에는 더욱 귀엽게만 보였다. 유세운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누가 온다고 이거 그만 놔.”
“응? 누구?”
유세운은 잠시 위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르겠는데? 하지만 제법 하는 고수인가 봐. 느낌이 그래.”
“체! 아니기만 해봐.”
유주란은 유세운의 볼을 놔주며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유세운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대청입구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대청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 백연혜와 백연문 그리고 한명의 중년인과 그 뒤를 호위하듯 따라오는 두 명의 노인이었다. 유세운은 유주란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유주란은 그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법 고수라고? 아무리 봐도 창천궁주 같은데?’
창천궁주와의 첫만남(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