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장강삼검을 선물로 받다.”
악양에 위치한 복호산장.
정협련의 총단에서 현무당을 맡고 있는 복상은 오늘도 소식을 받아보기에 바빴다. 수많은 전서구들이 날아왔고 또 수많은 전서구들을 날려 보냈다. 새로 날아오는 전서구를 받아든 복상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뭐 아마 정협련이 사라지는 그날까지겠지?”
복상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인상을 확 구겼다.
“사부 그 말은 정협련이 없어지게 만들라는 말입니까?”
복상이 따져 묻자 걸기 용두장 홍소는 자신의 손에 들린 다리고기를 한입 베어 물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지 않고 서야 네놈이 현무당주를 그만 둘 일이 없지 않느냐?”
“으윽!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요!”
복상이 소리치자 홍소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다리고기를 던졌다. 복상은 다리고기를 받아 들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 개고기는 어디서 난 겁니까?”
“응? 아 요 앞에 오다 보니 어떤 미친 것이 나한테 짖길래. 별수 없이 조용히 해치웠지.”
“아니 그럼 개 한 마리를 쓱싹하시면서 저한테 다리하나 주신거란 말씀이십니까?”
“허허 이놈 보게. 사부가 제자 생각이 나서 다 먹어치우려다 가지고 왔더니 하는 말 좀 보게?”
“게다가 방금 한 입 뜯어 먹고 주시는 건 뭡니까?”
홍소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묻는 복상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험험. 그렇게 먹기 싫으면 다시 내놓든가…”
“흥. 누가 돌려 드린다고 했습니까?”
복상은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손에 들린 다리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역시 사부가 직접 구운 거라 그런지 기름기와 함께 쫄깃쫄깃한 고기가 미각을 돋웠다. 복상은 홍소가 허리에 차고 있는 호리병을 꺼내 한 입 마시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캬~뭐냐 그 눈빛은?”
“뭐하시는 겁니까? 분주를 구해오셨으면 저도 주셔야죠.”
“허. 요놈 봐라? 뭐 믿고 그렇게 사부한테 바라는 것이 많은 것이냐?”
“흥. 그럼 이런 기름진 음식을 술도 없이 먹으라고 주신거란 말씀이십니까?”
“쳇. 알았다.”
홍소는 호리병의 마개를 닫고는 복상을 향해 던졌다. 복상은 호리병의 마개를 열고 향을 맡았다. 알싸한 향이 코를 타고 들어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복상은 호리병을 들어 입에다 분주를 털어 부었다. 목을 타고 알싸한 기운이 내장까지 단숨에 훑는 것만 같았다. 복상의 입에서 절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캬~죽이는군.”
홍소는 피식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다시 던져라.”
“예.”
복상이 호리병의 마개를 닫고는 다시 홍소에게 던졌다. 홍소는 호리병을 받더니 품에 손을 넣어 다시 하나 다리고기를 꺼내 들었다. 복상은 그것을 보더니 눈에 불을 켰다.
“아니! 또 있으면서 한입 드신 걸 저 주신거란 말입니까?”
불길처럼 흥분하는 복상을 보며 홍소가 키득거렸다.
“큭큭. 당연한거 아니더냐? 그럼 내가 손해 볼 짓을 할 거 같더냐?”
“쳇.”
복상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손에 들린 다리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홍소는 웃음 지으며 다리고기를 베어 물으며 물었다.
“그래. 동철은 어떻게 됐느냐?”
“동철이가 뭘 어떻게 됐냐는 말입니까?”
퉁명스레 대답하는 복상을 보며 홍소는 피식 웃었다.
“사내놈이 쪼잔 하기는… 대체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
“당연히 제자가 사부를 닮지 누구를 닮는단 말입니까?”
“뭐야? 이 놈이…”
“동철은 그 유세운이라는 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유세운? 그놈이 누구냐?”
“하! 사부가 개방의 태상장로 맞습니까?”
“뭣이?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복상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다리고기를 다시 한입 베어 물었다. 홍소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뭐냐! 지금 무시하는 거냐?”
“쩝. 쩝. 그 분주나 다시 주십시오.”
“흥!”
복상은 홍소가 던진 호리병의 마개를 따서 다시 한 모금을 들이켰다. 입안의 기름기까지 모두 날려버릴 듯 독한 분주의 향에 미소가 그려졌다. 홍소는 가만히 복상이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복상은 입에 묻은 기름기를 소매로 닦고는 품에다가 다리고기를 집어넣었다. 홍소는 안색을 찌푸렸다.
“뭐하는 거냐? 현무당의 당주나 되는 놈이 그러고 다니려고?”
“무슨 소리십니까? 저는 사부님의 제자이지 현무당주가 먼저가 아닙니다.”
“흥. 그래 아무튼 그 유세운이란 놈이 뭔데 그러냐?”
“하 이거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거 아닙니까? 사부님이 개방의 태상장로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놈이 진짜 맞아야 말을 할 거냐?”
“유세운. 유가장의 막내아들이자 십삼 년간의 행방이 불분명했던 자로 별호는 일권무적(一拳無敵). 광오문의 이대문주라고 함. 무공수위 대략 강환의 경지로 보여짐. 지금 강호에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입니다. 오히려 삼룡삼봉보다 훨씬 윗줄로 보여 집니다.”
“뭐? 강환? 너 지금 사부랑 장난 하냐?”
“무슨 소립니까?”
태연하게 묻는 복상을 보며 홍소는 손을 내밀었다. 복상은 다시 호리병의 마개를 막아 던져주었다. 홍소는 호리병의 마개를 따며 웃었다.
“하하. 강환의 경지라면 구파일방의 장문인들 보다도 윗줄이란 말이구나. 지금 그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광오문의 이대 문주라지 않습니까. 일파의 종주라면 그 정도도 가능하겠지요.”
복상의 말에 홍소는 호리병의 분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놈 올해 나이가 몇인데?”
“저랑 같은 스물다섯 입니다.”
“하하하. 그 헛소문은 어디서 들은 거냐?”
“전 정협련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현무당주입니다.”
진지한 표정을 짓는 복상을 보며 홍소는 다시 한번 분주를 들이켰다.
“그럼 정말이란 말이냐?”
“물론입니다. 며칠 전에 돌아온 련주와 십강호법의 진술도 동일했습니다.”
“뭐? 련주와 십강호법도 그를 봤다고?”
“예. 그들이 보는 앞에서 철탑백마인을 단신으로 부쉈다고 하더군요.”
“뭐? 너 지금 뭐라고 한거냐?”
“유세운이라는 자는 단신으로 철탑백마인과 철궁마 전소를 포획했답니다.”
“뭐! 그건 또 어디서 나온 헛소리야!”
복상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방금 말했지 않습니까. 련주와 십강호법이 봤다고…”
“그놈들이 제정신이냐?”
“예. 어디에도 섭혼대법(攝魂大法)이나 미혼약에 중독된 현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사부랑 장난하는 거냐?”
“저도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그게 사실인 걸 어쩌란 말입니까.”
“허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홍소는 애꿎은 호리병만 다시 들어 올렸지만 방금 전 마신 것이 전부였는지 분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홍소의 안색이 확 구겨졌다.
“누가 이렇게 많이 마시라고 하더냐?”
“별로 많이 안 마셨습니다.”
복상은 자신의 까치집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 지었다. 홍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정말로 철탑백마인과 철궁마 전소를 단신으로 잡았다면 최소 강환의 경지겠구나.”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동철은 그 녀석을 만나고 있다고?”
“예. 동철이 십삼 년 전쯤에 술 먹었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녀석에게 술 먹인 놈이 유세운이라고 하더군요.”
“뭐? 그럼 그놈이 그놈이냐?”
“예.”
홍소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무공 하나 안 익혔던 놈이 십삼 년 만에 불쑥 나타나서 강호에서 손에 꼽힐 만한 고수가 되서 돌아 올 수가 있는 거지?”
“그만큼의 노력을 했겠지요. 기연만으로 해결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허허허. 그래도 다행이군. 일단 철마성의 외성의 세력을 많이 줄였으니 말이다.”
“예. 하지만 이렇게 되면 철마성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요.”
“그래. 어쩌면 잠자는 범을 건드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구나.”
복상은 의자를 뒤로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의 등장이 강호에 길이 될지 흉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갑작스레 등장한 거물이라…큰일이구나.”
홍소는 걱정스레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호리병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역시 분주는 두 방울이 고작이었다. 홍소의 표정을 보던 복상은 피식 웃으며 자신이 업무를 보던 책상 밑에서 호리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삼화주(三花酒)라도 드시겠습니까?”
“뭐? 그런 것이 있으면 진작 내놔야지!”
복상은 삼화주가 든 호리병을 던져 주었다. 홍소는 호리병의 마개를 따고는 깊이 냄새를 마셨다.
“흐음. 향기도 좋구나.”
홍소는 호리병을 흔들었다. 잠시 흔들고서 병 마개를 열어서 구멍을 바라보는 홍소를 바라보며 복상이 말했다.
“그거 삼화주 맞습니다. 그렇게 직접 확인해 보시지 않아도 제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호리병 속이 보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거품을 확인해야 하느니라. 삼화주란 원래 세 가지의 거품을 확인해 봐야…”
“쳇. 그럼 한 번 봐 보십시오. 호리병 속이 보이나.”
홍소는 말없이 호리병 속을 바라보려고 하다가 곧 고개를 내저었다.
“됐다. 제자의 말이니 믿어야 하겠지.”
홍소는 호리병을 들어 삼화주를 들이켰다. 계수나무의 꽃향기가 은은히 스며 나왔다. 홍소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것 어디서 낫느냐?”
“전 현무당주입니다. 그 정도 대우는 받을 수 있습니다.”
“뭐! 태상호법인 내게는 이런 거는 아무도 안 주던데?”
“달라고 안 해서 그렇지. 달라고 하면 어지간한 거는 다 구해 줍니다.”
“그런가?”
홍소는 피식 웃고는 복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어떠냐?”
“제가 뭘 말입니까?”
“네놈의 진전은 어느 정도냐고 묻는 거다.”
복상은 자신의 까치집 머리를 막 긁으며 투덜댔다.
“저 일하는 거 못 보셨습니까? 언제 수련을 할 시간이 있어야 진전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가? 크. 그것도 그렇구나. 큰일이군.”
“그러게. 안나간다는 거 억지로 내보내 실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크윽.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느냐?”
“휴. 그저 이제야 슬슬 강룡십팔장의 진수를 깨달아가는 정도입니다. 아직 강기는 못 만들겠고요. 몇 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뭐? 하하하. 요녀석! 그래도 남몰래 수련하는 구나.”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리는 홍소를 보며 복상도 따라 미소 지었다.
‘저렇게 좋으실까? 그래. 어차피 동철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더 강해져야 하니 말이지. 조금만 기다리라구.’
장강삼검을 선물로 받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