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41화 (4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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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백마인의 대장인 전소는 좌중(座中)을 훑어보았다. 백연문에게 시선이 닿은 전소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게 누구야? 흐흐흐. 대어를 낚았군.”

백연문은 침중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창!

백연문의 눈빛에 긴장한 빛이 어렸다.

“전소! 모든게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크크크. 오~ 창운쌍검도 있었군. 네놈들이냐?”

“뭐가 말이냐?”

창운쌍검도 검을 움켜쥐며 되물었다.

“고작 창천백검수 따위에게 잡힐 흑마천살대가 아니다. 네놈들이 수작을 부렸나 보군.”

“헛소리 마라.”

전소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고개를 돌리다 유세운과 함께 있는 호강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기쁨이 넘치기 시작했다.

“크크크. 이거 오늘 무슨 날인가? 가뜩이나 눈에 가시였던 정협련의 련주를 이곳에서 보다니?”

호강현은 침착히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 나는 오늘 철탑백마인을 벨 수 있다는 것이 기쁜데?”

“크크크. 네놈 실력 따위로 말이냐? 화산파는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고 자만심만을 가르치나?”

“뭣이!”

“큭큭.”

유세운은 전소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자 헛기침을 했다. 전소는 유세운의 옆에 서 있는 동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누구냐?”

“동철이라 하오.”

“크크크. 강호의 소문은 역시 믿을 게 못되는군. 네놈이 정협련주에게 패했다고 하더니…”

“맞소. 패했소만…”

“크크크. 그럼 일부러 져 준 것이냐?”

“…”

동철은 반개한 눈으로 빛을 내며 전소를 쏘아 보았다. 호강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냐!”

“궁금한가?”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그럼 한번 네가 겪어 봐라.”

슈앙!

호강현은 자신을 향해서 쏘아오는 전소의 철시를 보며 안색이 변했다. 동철이 막을 때는 우습게 알았는데 푸르스름한 기운을 품으며 날아오는 철시의 기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호강현의 몸에서 자색(紫色)의 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에 맺히기 시작한 자색의 검기가 길게 뿜어져 나오자 날아오는 철시를 향해 검을 베었다.

쩡!

“크헉!”

철시에 담긴 강맹한 기운에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난 호강현은 신음성을 토해냈다. 전소는 각진 얼굴에 딴에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지었다.

“크크크. 어떠냐? 이제 알겠냐?”

“크윽! 헛소리!”

호강현은 당황했다. 동철은 비록 유세운이 받아 주었다지만 뒤로 한걸음 밖에 물러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호강현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하신공까지 일으켜 막았는데도 이 정도라면 자신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였다. 호강현은 잠시 장내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전소를 감당 못한다면 백연문이나 창운쌍검 정도가 그를 상대해야 했다. 그렇다면 철탑백마인을 상대할 자가 너무나 적었다. 호강현은 창천백검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흑마천살대 전원을 부상자 하나 없이 잡았다는 것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듯 했다.

백연혜가 조심스럽게 유세운의 소매를 붙잡았다. 유세운은 자신의 소매를 붙잡은 백연혜를 돌아보았다. 백연혜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조용히 말을 건넸다.

“방금 저를 막아주려고 그 자리로 가신건가요?”

“예? 하하하. 그게 뭐…”

백연혜는 보기 좋게 눈웃음을 지었다. 백연혜는 슬며시 유세운의 소매를 흔들며 부탁했다.

“유공자.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들은 너무나 강해요…”

“그래요? 별로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저들은 외문무공을 극성까지 익힌 자들이에요. 이미 도검불침(刀劍不侵)의 신체이거든요. 게다가 무공 또한 아주 뛰어나 저들 열명이면 창천백검대도 무너질 거예요.”

“하! 보기보다 제법이네.”

“예. 저들은 강해요.”

“하지만 백공자도 굉장한 고수이고 창운쌍검도 전소 못지않아 보이는데…”

“물론 창운쌍검은 상당한 경지의 고수에요. 하지만 그들조차도 철탑백마인 다섯 명의 합격을 막아내지 못해요.”

“흐음.”

유세운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차의 문이 벌컥 열리며 독고극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오~전소 와 주었군.”

“아. 둘째 공자님 왜 그렇게 다치셨습니까?”

“크~그게 말야.”

독고극은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는지 눈빛이 떨려왔다.

유세운은 독고극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백연혜에게 작게 물었다.

“흠. 도와주면 뭘 해줄래요?”

“예?”

백연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뭘 해주다뇨?”

“그럼 그냥 내 부탁 하나 들어주겠소?”

“예? 뭔데요?”

백연혜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자 유세운이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나를…당신의 오라버니처럼 대해줄 수 있겠소?”

“예…?”

그의 말에 잠시 놀랐던 백연혜는 해맑게 웃었다.

“풋. 난 또…운 오라버니 도와주실꺼죠?”

그녀의 말에 유세운은 얼굴을 붉히더니 웃었다.

“하하하. 걱정마. 이 오라버니가 책임질게.”

“고마워요.”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저 빌어먹을 년 놈들이 치사하게…”

퍽!

와장창!

“끄아악!”

유세운의 호쾌한 옆차기가 독고극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그의 몸은 마차의 반대편 문을 부수고 길 한복판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전소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갈! 뭐하는 짓이냐!”

유세운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웃음 지었다.

“치사하다고 하잖아…”

“이 개…”

“무슨 짓이야!”

찢어질 듯 높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전소는 말문이 막혔다. 전소는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유주란은 나는 듯이 달려와 유세운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너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응? 지금 죽고 싶어서 그래?”

유청운과 유태청도 어느덧 다가와 유세운의 앞을 막아섰다. 동철도 검을 고쳐 잡으며 유세운의 앞을 막아섰다. 유세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하는 거야?”

“시끄러. 이제부턴 쥐 죽은 듯이 있어.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네가 나서는 거야! 거기 전소라는 늙은이! 내 동생은 털끝하나 건드릴 생각 하지마. 알았어?”

유주란의 거침없는 말이 터져 나오자 전소는 코웃음을 쳤다.

“흥. 어쩌지? 저놈이 방금 지 무덤을 팠거든?”

“이 헛소리 하지…”

유주란은 자신의 목을 감아오는 팔에 말이 멈춰졌다. 유세운은 유주란을 뒤에서 가볍게 안아주고는 작게 말했다.

“역시 누나야. 내 걱정 많이 했구나. 고마워. 걱정 하지마.”

“어떻게 걱정을 안 해…이 바보야!”

“흥. 쓸데없는 짓은 그만 하고 꺼져랏!”

전소가 거대한 철궁을 부러질 듯 당기고는 철시를 매겼다. 유세운은 가만히 동철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앞으로 나섰다.

“분명히 말해 두는데…”

“크크크. 빨리 말해라. 이렇게 당기고 있는 거 생각보다 많이 힘드니까.”

“그거 만약 쏘면 반드시 오늘 네놈의 사지를 박살을 내주마.”

“그래? 크크크. 철탑백마인은 들어라.”

“예.”

“일조 이조는 창천백검수를 도륙하고 삼조는 창운쌍검을…그리고 사조와 오조는 정협련의 떨거지들을 해치워라. 그리고 육조는 백연문을 상대해라. 그리고 칠조는 가서 둘째 공자님을 모셔오고 나머지는 내 뒤에 대기해라.”

“예.”

우렁찬 대답과 함께 회색의 거한들이 조를 나눠서 흩어지는 모습을 보는 백연혜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유세운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이거 바쁘겠는데…”

유세운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여운을 불렀다.

“여운.”

“예. 유공자님.”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부탁해야 되겠소. 무슨 일이 있어도 연혜를 지켜주시오.”

“예.”

고개를 숙이는 여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나서려는 유세운의 어깨를 유청운이 붙잡았다.

“물러나라. 저자의 철궁의 위력을 보지 않았느냐.”

“됐어요. 형 나 믿죠?”

“응? 그야 당연하지.”

“그럼 잠깐만 기다려 줘요…”

“그만 지껄이고 이거나 받아랏!”

철궁이 부러질 듯 당겼던 시위를 놓으며 철시가 바람을 가르며 쏘아져 왔다. 유세운은 코웃음을 치고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섰다. 다른 사람보다 앞으로 나선 유세운은 날아오는 철시를 왼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거짓말처럼 유세운의 손에 잡힌 철시를 보며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태까지 다른 고수들이 힘겹게 막는 장면을 보였기 때문에 좌중의 눈빛은 의혹을 품은 채 전소를 향했다. 하지만 전소의 놀라움은 다른 이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네…네놈은 뭐냐?”

전소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유세운은 손에 든 철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날아온 철시까지 바라본 유세운은 입가에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첫번째 화살은 연혜를 향해서 날아가더군. 그리고 두 번째 화살은 우리 가족을 향했고…아까의 경고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허…헛소리 하지마!”

전소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 소리를 들은 유세운은 손에 들고 있던 철시를 검집을 달 듯 허리띠 뒤쪽으로 꽂아 놓았다. 전소의 명령이 들려왔다.

“팔, 구, 십조는 저 자식을 짓밟아라!”

“예!”

우렁찬 대답소리와 함께 신형을 날려 오는 거한들을 바라보며 유세운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아까 물었지? 내가 누구냐고?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난 광오문의 이대 문주인 유세운이다!”

철탑백마인과의 결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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