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28화 (28/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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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성의 수도인 남창(南昌)은 포양호 서쪽 연안으로 흘러드는 간장강 오른쪽 연안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남창의 가장 유명한 명승지로는 강남 삼대 명루중 하나인 등왕각(騰王閣)이 자리 잡고 있었다. 등왕각의 건물 자체의 웅장함은 악양루를 앞지르고 있었다. 외관이 삼층이었고 내부로는 칠층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등왕각의 이층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용했다. 알 수 없는 침묵의 중심은 이층 창가의 자리였다. 그곳에는 한명의 백의 면사녀(綿絲女)가 조용히 앉아 차의 향내를 맡고 있었다. 면사를 하고 있어서 그 외모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면사로 가리지 않은 그녀의 그린 듯한 초승달 같은 아미(蛾眉)와 맑고 큰 눈동자는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예기(銳氣)를 뿜는 옥색의 장포를 입은 백여 명의 인물이 그녀를 호위하듯 앉아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등왕각의 이층에 자리 잡고 있는 점소이들은 손님들의 기세에 숨을 죽이고 조용히 시중을 들고 있었다. 마치 무슨 소리를 내면 안 될 듯 한 그런 느낌에 그들은 백여 명의 검사 아니 침묵의 중심에 있는 면사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 깨지지 않을 듯한 침묵은 갑자기 일층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쉽게 깨져버렸다.

“헉헉. 이봐! 여기가 어디야?”

점소이들은 가볍게 흔들리는 공기에 숨을 멈추었다. 마치 절대 침범 되서는 안 될 곳을 침범당한 듯한 표정을 지은 체 이층을 담당하고 있는 점소이인 왕여는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일층을 내려다 보았다. 지금 일층 입구에는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쓴 한명의 사내가 들어와 점소이를 붙잡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여기가 남창이라고? 그럼 여긴 어디냐? 이렇게 큰 주루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

왕여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가끔 저런 촌놈들이 올라와서 주루를 시끄럽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등왕각 정도 되는 주루에는 저런 시끄러운 촌놈들을 잠재우기 위한 호위무사도 몇 명 고용해 있었다. 역시나 일층의 구석에 앉아서 쉬고 있던 두 명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실패한적 없던 호위무사들이었다. 말라 보이는 두 명의 사내는 형제로 합격술(合格術)의 달인이라고 들었다. 호위무사들은 시끄럽게 굴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봐. 이 곳 등왕각은 너 같은 촌놈이 올 곳이 아니다. 돈만 있다고 올 수 있는 곳도 아니니 조용히 말로 할 때 돌아가라.”

호위무사의 말에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쓴 사내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 훑어보더니 옷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먼지가 쌓이면 저렇게 되는지 궁금할 정도의 먼지를 풀풀 날리는 사내를 향해 호위무사가 이를 갈았다.

“지금 죽고 싶은 것이냐?”

왕여는 이층에 있는 손님들이 저런 작은 소란으로 침묵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고로 불구경과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고 했기 때문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구경을 시작했다.

“하? 너 지금 그거 나보고 한말이냐?”

“그래. 이 촌놈아.”

왕여는 호위무사의 비아냥을 들으며 그들의 잔혹한 성품이 떠올라 몸서리쳤다. 저렇게 가끔 정신 못 차리는 촌놈들이 왔을 때 그들은 항상 어디 한 곳을 부러뜨리곤 했다. 물론 등왕각주의 줄이 대단해서 항상 무사히 넘어가곤 했기에 그들의 성품은 이미 도를 지나치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왕여는 제발 저 사내가 조용히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나 주기를 바랐다. 그래야 이층의 손님들이 보내는 무언의 지시에 호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왕여의 바램은 가볍게 무너졌다.

“흠. 대체 내 어디를 봐서 다들 나보고 촌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가리라는 헛된 상상은 가지지 말아라.”

“뭐? 이런 정신 나간 놈이!”

결국 호위무사중 하나의 주먹이 빠르게 사내를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왕여는 심하게 다치지 않기만을 바라며 상황을 지켜봤다.

퍽!

“커헉!”

신음소리가 이층까지 들릴만큼 크게 들리자 왕여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면사녀의 눈치를 살폈다. 면사녀의 모습을 보아하니 비록 창밖으로 포양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귀는 일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왕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층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눈은 빠지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커졌다.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지? 너희 같은 시정잡배 수준의 무인들이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거냐?”

호위무사 하나가 이미 바닥에 게거품을 물고 혀를 내민 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호위무사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사내를 두렵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는 다시 먼지를 털며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네놈은 아까 조용히 있어서 별로 두들겨 패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 나 자리로 좀 안내해 줄래. 목이 칼칼해.”

“으윽! 그…”

호위무사는 대체 사내의 무엇을 보고 저렇게 떠는 지 왕여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왕여의 생각은 사내와 눈이 마주치며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사내는 이층 입구에 있는 왕여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계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이~ 점소이 이층에 자리 있나? 이상하게 일층은 영 갑갑해서 말야.”

입가에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으며 올라오는 사내를 향해 왕여는 고개를 흔들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이층에는…”

“자리만 있으면 됐어. 점소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매상은 많이 올려 줄 테니 걱정 말라고.”

“그…그게.”

왕여는 다급하게 호위무사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호위무사를 들쳐 업고 등왕각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왕여가 이미 계단을 거의 올라온 사내를 말리려고 할 때 뒤에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올라오지 못한다. 물러가라.”

왕여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옥색의 장포를 입은 두 명의 사내가 올라오는 사내를 쏘아보며 경고하고 있었다. 왕여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비켜줄래? 나 지금 목이 많이 마르거든? 괜히 시비 걸다 죽도록 맞고 후회하지 말고 비켜라.”

왕여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이 겁 없는 사내는 이층에서 아까부터 풍기던 무거움을 모르고 저렇게 생각 없이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호위무사들이 무섭긴 했지만 이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들이 입고 있는 옥빛의 장포는 점소이 생활로 잔뼈가 굵은 자신도 물론 알고 있었다. 옥빛의 장포는 창천궁의 무인들이 입는 옷이라는 것을 말이다.

창천궁(蒼天宮).

일궁, 이성, 삼문 중 일궁에 속하는 창천궁은 정파 무림의 하늘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점소이 생활을 하는 자신도 그들의 무서움은 알고 있었다. 장강을 중심으로 사천, 귀주, 호남, 강서성 네 개의 성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무인들은 항상 옥빛의 장삼을 입고 다녔다. 그리고 옥빛의 장삼을 입은 무인들이 나선 곳에서 해결 되지 않은 문제 또한 없다고 들었다. 왕여가 안전부절 못하는 사이 다시 한번 창천궁의 무사가 입을 열었다.

“물러가라.”

사내는 자신의 머리에 앉은 먼지를 털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너희가 누구 앞을 막고 있는 건줄 아는 거냐?”

“그런 건 상관없다. 그게 누구라도.”

“너희는 지금 유세운의 앞을 막고 있어. 그건 누구라도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지.”

유세운의 입가의 미소가 진해지자 왕여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유세운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고 숨이 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차창

왕여는 흠칫 놀랐다. 갑작스레 창천궁의 무사들이 검을 반쯤 뽑아 든 것이었다. 그들의 눈빛도 무척이나 진중하게 변했다. 마치 생사대적을 만난 듯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당황하던 왕여를 구해주는 목소리가 창가에서 들렸다.

“뭐하는 겁니까? 물러나세요.”

새벽이슬이 모여 한 방울이 맑은 연못물에 떨어지는 듯 맑고 청량한 목소리였다. 창천궁의 무사들은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아 넣고는 뒤로 물러났다. 유세운은 흘깃 면사녀를 바라보고는 빈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유세운은 아직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왕여를 불렀다.

“이봐. 뭐해? 손님이 왔으면 주문 받아야지.”

“아. 예.”

왕여는 자신의 이마를 수건으로 닦고는 유세운에게 다가갔다. 그 정체모를 미소에 긴장한 탓에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뭘로 드릴까요?”

“흠. 일단 죽엽청 한 병이랑~아! 이건 빨리 내와야해. 그리고 오리구이 한 마리 가져오게.”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예.”

“여기서 길안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나?”

“이곳에서 길안까지 말입니까? 남쪽으로 말을 달리면 일주일이면 충분할 겁니다.”

“일주일? 말을 타고? 흠. 알았네.”

“그럼 죽엽청부터 갖다 드리겠습니다.”

“빨리 부탁하네.”

“예. 공자님.”

유세운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등왕각의 이층을 둘러보았다. 자기한테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이층에는 옥빛 장포를 입은 무인들 외에는 백의 면사녀 밖에 없었다. 유세운은 심드렁하게 탁자에 팔을 걸치고는 한숨을 쉬었다.

“에휴. 그렇다면 또 죽을 듯이 달려가야겠군.”

유세운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백의 면사녀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남자들이야 볼 필요도 없었으니 그쪽으로 시선이 갔는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유세운은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동자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 때 그녀의 반보 쯤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조용히 그녀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자는 만나서 뭐하시려는 겁니까?”

“말이 너무 심하군요. 그렇게 걱정되면 따라오세요.”

조용히 무사를 만류하는 목소리를 들은 유세운은 가볍게 웃었다.

‘훗. 다행인줄 알라고 여자가 그나마 예의를 좀 알아서 봐주는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용서도 모른 채 무사는 자신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유세운은 피식 웃어주고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백의 면사녀는 유세운의 앞에 서더니 잠시 그 크고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세운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눈만큼 다른 곳도 아름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유세운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읍을 했다.

“창천궁의 창검낭화(蒼劍娘花) 백연혜라고 합니다.”

“예. 저는 유세운이라고 합니다.”

백연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했다.

“유세운이라고 하시면 혹시 길안의 유가장의 행방불명된 둘째 공자이신가요?”

“예. 제가 유가장의 둘째 아들이 맞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당연히 집으로 가야겠죠. 어떤 빌어먹을 망나니 녀석 얘기를 들었거든요.”

“망나니요?”

“아! 그 왜 있어요. 철마성의 둘째 아들이라나? 감히 우리 누나를 넘봤다는 미친 녀석. 흥. 넘볼 걸 넘봐야지.”

“풋.”

백연혜는 유세운의 말에 입을 가리고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 서있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천둥벌거숭이로군. 대체 자네는 철마성을 뭐로 보는 거지?”

“철마성? 고작 일개 문파 따위에는 관심이 없소.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식교육이 엉망이니 가서 한바탕 해야 될 곳이라는 것 밖에는…”

“이런…”

백연혜는 정색을 하고는 걱정스레 말을 꺼냈다.

“철마성은 결코 그렇게 우습게 볼 곳이 아닙니다. 공자님께서는 그들을 너무 경시하시는 것 같군요.”

“흥. 별거 아니에요. 걱정 마시죠.”

“공자님은 어디서 오시는 건가요?”

“아! 악양에서 왔죠. 젠장. 대체 길안이 그렇게 먼 곳에 있었나? 동남쪽이라고 해서 일주일동안 죽도록 달려왔는데 아직도 일주일거리나 남았다니…”

백연혜와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무사는 가볍게 안색을 굳혔다. 무사와 백연혜는 동시에 물었다.

“악양에서 동남쪽으로 내려 오셨다고요?”

“자네 악양에서 이곳까지 일주일 밖에 안 걸렸단 말인가?”

“음. 악양루에서 동남쪽으로 가면된다고 해서 얼마나 달려왔는데…먼지를 하도 먹어서 목구멍이 막힐 지경이야.”

유세운의 대답에 백연혜와 무사는 동시에 작게 웃었다.

“풋.”

“훗.”

“뭐야? 왜 웃는 거야?”

백연혜는 얼굴표정을 최대한 진지하게 지으며 대답했다.

“악양에서 이쪽은 동쪽에 자리 잡고 있어요. 동남쪽으로 가셨으면 거의 하루거리 밖에 안 남았을 걸요?”

“헉!”

유세운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며 백연혜는 눈웃음을 지었다. 백연혜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무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여기 이분은 저랑 같이 이번에 창천궁에서 나온 창천백검수(蒼天百劍手)의 대장이에요.”

“반갑소. 유세운이라고 하오.”

퉁명하게 말하는 유세운을 보고 창천백검수 대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읍을 했다.

“창천백검수의 대장인 여운이요. 만나서 반갑소.”

유세운은 백연혜에게 의자를 권했다.

“앉으시지요.”

백연혜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유세운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왕여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투로 말을 건넸다.

“목말라 죽으면 줄 건가? 죽엽청은 왜 들고 서 있는 건가?”

왕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연혜와 얘기를 나누고 있어 차마 다가오지 못했던 것을 유세운이 단호하게 자신을 뭐라고 하자 억울한 심정이 들었다. 왕여는 억울한 심정에 화풀이하는 심정으로 탁자위에 소리 나게 죽엽청 병을 내려 놓았다.

“응?”

유세운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죽엽청 병에 손을 가져갔지만 백연혜를 따라 온 창천백검수들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왕여를 쏘아 보았다. 왕여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는 유세운의 한마디에 의해 깨졌다.

“카! 좋다. 이제 살 것 같군. 응? 자네 여기서 뭐하나? 오리구이는 안 가져다 줄 건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왕여는 유세운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일층 주방으로 내려갔다. 유세운은 백연혜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저한테 온 이유가 뭐죠?”

백연혜는 유세운이 질문에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지금 유가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 같이 동행해 주시면 어떨까 해서요.”

“유가장으로 간다고요? 왜죠?”

“철마성에서 무력집단을 길안의 유가장으로 보낸 것은 창천궁에서 중재를 해야 겠지요. 아직 저희는 서로 상대의 영역을 넘본 적이 없으니 말이죠.”

“흐음. 그러니까 유가장을 도우러 간다는 말이군요.”

“예. 그리고…”

“그리고?”

말을 끄는 백연혜를 보며 유세운이 의문을 표하자 그녀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저희랑 같이 가시는게 길을 잃어버리시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 그…”

유세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당신들이랑 가면 늦어지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받자마자 사천성의 무산에서 바로 장강을 타고 움직였기 때문에 저희가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빨라요.”

유세운은 고개를 돌려 백연혜의 눈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을 바라본 유세운은 거절의 뜻을 밝힐 수가 없었다.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 우리가 늦어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소.”

“물론이죠.”

백연혜는 다시 한번 눈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유세운과 백연혜의 첫 만남은 이루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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