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19화 (1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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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법(指法)을 배우다.”

명상과 함께 자신 내면의 우주에 침잠해진 유세운은 방금 전 은태정이 보여준 빛살을 떠 올렸다. 일체의 변식도 없이 은태정의 손가락을 따라 쏘아져 나가던 빛이었다. 유세운은 마음으로 빛을 떠올렸다. 그 빛은 눈이 부실정도로 빨랐다. 유세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손을 내뻗었다.

슈악!

빛살처럼 빠르게 쏘아져 나간 지력이 가리킨 곳은 은태정의 코 부분이었다. 유세운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퍽!

자신이 쏘아낸 진기의 위력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력을 조절 못하고 쏘아낸 진기이기에 그 위력이라면 바위라도 구멍을 낼만했으니 유세운은 절망했다. 유세운은 고개를 숙인 채 절규했다.

“아아~하늘이여! 제가 사부를 죽였습니다. 아무리 저를 괴롭혔다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아~”

“조금도 없었냐?”

“아니 사실은 조금은 아주 조금…”

“그으래?”

“응?”

유세운은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유세운의 앞에는 은태정이 두 눈 가득 살기를 내뿜으며 서있었다. 유세운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사부 무사하셨군요?”

“물론이지. 고작 네놈의 전력을 다한 지력에 당할 정도라면 네 놈의 사부가 될 자격은 없지 않겠니? 나의 사랑하는 제자야…”

“그럼 물론이죠! 저의 위대하신 사부님이라면 물론…당연히…하하하.”

“크크크. 오늘은 우리 사랑하는 제자의 노래나 실컷 들어야겠구나.”

“노…노래요?”

“응. 노래.”

말을 마친 은태정의 손이 환상처럼 뻗어왔다. 유세운의 시야를 가득 메우며.

“아악! 악! 으악!”

은태정은 신명난 듯 유세운을 두들기며 웃었다.

“하하하. 그리고 축하하마. 섬광마멸지를 터득한 것을. 으하하하.”

“으아아아악!”

유세운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는 은태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은태정은 한쪽 눈에 시퍼런 멍이 든 유세운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명히 말해둔다만 너는 절대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아무리 무방비로 자고 있을 때 네가 전력으로 일장을 내리쳐도 끄덕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예.”

“흐흐. 그래도 제법이군. 섬광마멸지의 요체를 그렇게 빨리 깨닫다니…”

“그야 제가 워낙 잘…”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유세운은 살기등등하게 말하는 은태정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쑤셔오는 왼쪽 눈을 슬며시 누르며 물었다.

“그럼 와선파천지의 요체는 무엇이죠?”

“아! 그래 맞다. 와선파천지를 가르쳐 줘야 되는군.”

유세운은 다행히 화제를 돌리는데 성공하자 안심했다. 은태정은 유세운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잘 들어라. 와선파천지는 섬광마멸지에 비하면 훨씬 익히기 쉬울 거다. 왜냐하면 와선파천지의 요결은 우리 광오문의 내력 발출법이랑 같기 때문이지.”

“흐음. 별거 아니군요.”

은태정은 유세운의 말에 슬며시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되물었다.

“별거 아니라고? 크크크. 좋아. 내가 아까 말한 걸로 아는데 이것은 섬광마멸지와는 전혀 다른 방면으로 필적할 만한 지법이라고…”

“그건 보면 알겠죠.”

“크크크. 잘 봐라.”

은태정은 장정 한사람도 못 안을 만큼 커다란 바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손가락에서 쏘아져 나가는 지력을 바라보던 유세운은 피식 웃었다.

“섬광마멸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콰쾅!

굉음과 함께 바위의 뒤쪽으로 파편들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유세운은 급히 신형을 날려 바위 뒤쪽으로 갔다. 바위 뒤쪽을 바라본 유세운은 입을 쩌억 벌린 체로 은태정을 바라보았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죠?”

“크흐흐. 그것 봐라. 이건 솔직히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지. 와선형으로 진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뒤쪽은 그렇게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거지.”

“하지만 사부!”

“왜?”

유세운은 가만히 바위의 뒤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전 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하지만 이런 무공을 남발하고 다니다간 금세 전 무림의 표적이 되겠는데요?”

“응? 그런가?”

은태정도 사뿐히 날아와 유세운의 옆에 서서 바위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고민에 빠진 은태정을 바라보며 유세운은 다시 한번 바위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것을 사람이 맞는다면…으~”

몸서리치는 유세운을 보며 은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거는 일단 당한 상대는 절대 치료가 불가능하겠지. 좋아 그렇다면 이것을 조금 다르게 써보자.”

“다르게요?”

“그래.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만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예.”

은태정은 가볍게 손을 들어 다른 바위를 가리켰다. 다시 한번 지력이 쏘아져 나갔고 이번에는 단번에 바위를 박살냈다.

퍼퍽!

“에엑?”

유세운의 반응에 은태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어떠냐?”

“어떻게 한거에요?”

“으흠. 이건 말이지. 지력의 회전력을 적의 앞에서 최대로 만들면 이만큼의 위력을 가지게 되는구나.”

“허. 그래도 그렇지. 장력도 아니고 어떻게 지력만으로 이정도 위력을…”

은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해했다.

“이정도면 어지간한 호신강기 정도는 한방이겠군.”

“좋았어. 이정도 위력이라면 어디 한번!”

유세운은 팔각연환권을 쓰며 질리도록 몸에 익힌 와선형 진기 발출법을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바위를 가리켰다. 유세운은 전력으로 지력을 발출했다.

빠악!

“악!”

유세운은 갑작스레 뒤통수를 엄습하는 고통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은태정은 유세운의 뒤에서 주먹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이런 무식한 놈을 봤나. 지력을 발출하는데 그렇게 전력으로 발출하는 녀석이 어디 있냐?”

“그럼 어떻게 하란 거예요?”

은태정은 손가락을 하나 들어 유세운의 머리를 콕콕 찍으며 입을 열었다.

“멍청한 녀석. 지력 한번에 모든 내력을 발출하면 그 뒤로는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그리고 이걸 팔각연환권처럼 쏘아내면 위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거냐?”

“으~”

“아까도 말했듯이 지력의 회전력을 적의 앞에서 최대로 만들라고!”

“…예.”

유세운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회전력을 적의 앞에서 최대로…’

유세운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대지의 기운이 자신의 단전을 새롭게 채워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유세운은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 오장 밖의 바위를 가리켰다.

‘회전을 걸되 적의 바로 앞에서 최대로…’

유세운의 검지를 통해 뿜어져 나간 지력은 바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유세운의 시선은 자신이 뿜어낸 지력을 따라갔다.

“지금!”

콰쾅!

굉음과 함께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유세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으하하하. 성공이다. 성공!”

은태정은 유세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조금 일렀다. 하지만 회전력의 조절은 제법이었다. 이걸 잘만 응용하면 팔각연환권도 더욱 완벽해지겠군.”

은태정의 말에 유세운이 양볼을 부풀리며 투덜댔다.

“조금은 제자의 성공을 기뻐해주라고요!”

“아니야. 아직 멀었어.”

“으윽!”

은태정은 유세운이 투덜거리며 폭포수 앞의 연못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어디 가는 거냐?”

“점심거리 준비하러 가요!”

“힘을 썼더니 배가 고프다. 오늘은 조금 많이 잡아 오거라.”

“…예.”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가는 유세운을 보며 은태정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대단하긴 대단해. 이정도로 빨리 깨달을 줄이야.”

유세운은 은태정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가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사부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탈이야. 그냥 앞에 놓고 대단하다고 하면 될 걸 가지고…흐흐흐’

지법(指法)을 배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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