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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598화 (598/624)

제598화

597화-불가능을 가능으로 (10)

“이쪽이 맞는 것 같아요.”

주현운과 함께 골목을 누비며 언여휘의 인형을 찾던 연화는 주현운이 말한 방향에서 느껴지는 영력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여휘의 인형은 각 개체가 가진 존재감이 워낙 작아서 쉽사리 이거다, 하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게 되지만…….

“너무 느려요.”

언여휘의 인형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확신을 가지고 찾기에 너무 느리다.

“미안, 아직 부족해서…….”

“아뇨, 아뇨. 선배는 충분히 잘해 주고 계세요. 대략적이나마 위치를 특정 지어 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니까요.”

주현운의 탐색 능력은 광범위하면서 섬세하지만, 주현운에겐 안타깝게도 가짜와 진짜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술사적 역량이 없었다.

언여휘가 무분별하게 뿌려 놓은 가짜도 포착해 내니 사실상 반쪽짜리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연화가 따라붙은 것이고.

문제는 연화는 탐지에 그다지 재능이 없어서 기껏 주현운이 탐색해 낸 대상의 근처까지 가야 겨우 진위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지금, 그리고 탐지 범위가 좁아 직접 발로 뛰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은 빈말로도 결코 좋다고 하기 힘들었다.

“제가 좀 더 탐지 능력을 키워 놨어야 했는데…….”

“그건 힘들지. 연 동생은 흑룡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단주님도 아니고, 고작 그 짧은 시간 안에 전투 능력에 탐지 능력까지 기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사실 그 양반이 너무 괴물 같은 거고.

자꾸 자신을 설천위와 비교하는 불쌍한 연화를 위로한 주현운은 단숨에 도약했다.

나무 위로 높이 올라간 주현운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언여휘의 인형을 단숨에 베어 버렸다.

목을 치는 수준이 아니라, 수백의 참격을 쏟아부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조각으로 나눠 버린 주현운은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처리 자체는 쉽네.”

“철저하시네요.”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까.”

할 때 확실하게 정리해야지.

연화의 감탄에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 주현운은 자신의 감각에 걸리는 다음 인형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다음은 저쪽으로 가자. 저쪽 근처에 최소 셋은 있는…….”

……것 같다.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숨에 검을 뽑은 주현운이 검을 휘둘렀다.

천리를 품은 검이 단숨에 무언가를 가른다.

동시에 늦지 않게 괴연천식을 발동한 연화의 두 손이 다른 적을 꿰뚫었다.

“조심해요!”

상대를 꿰뚫은 감각에 적이 인간이 아님을 깨달은 연화가 소리쳤다.

무엇보다 이건 본체도 아니었다.

혼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존재를 꿰뚫었다는 것을 인지한 연화는 다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적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껏 감지력을 끌어올린 자신들을 상대로 기습을 감행했다는 것 자체가 적의 능력을 입증한 거나 다름없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은밀하게 접근하거나,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접근하거나.

주현운과 자신의 감지력을 생각하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가능성이 있겠지만…….

“원거리에서 온 공격이야!”

주현운의 목소리가 연화에게 답을 주었다.

전자가 아니다.

후자.

그것도…….

쾅!!

무시무시한 수준의 원거리 공격이다.

조금 전과 같이 날아온 무언가를 주현운이 베어 낸 순간, 그것은 폭발했다.

그새 공격의 종류를 바꾼 적의 대응에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연기에 휩싸인 주현운의 모습에 연화는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주현운은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그런 확신을 품고 연화는 자신을 공격해 온 상대에게 집중했다.

주현운을 공격한 것은 원거리 공격이 확실했지만, 자신을 공격한 존재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사체를 쏘아 낸 원거리 공격이라기보다는 마치…….

‘분신……!’

환영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

자신이 느꼈던 감각의 정체를 깨달은 연화는 망설임 없이 괴연천식을 발동하면서 자신의 손끝에 피를 냈다.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 괴연천식의 연기.

칙칙할 정도로 검붉은 연기 속에 몸을 감춘 연화는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발끝.

바로 아래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에 고개를 내린 순간, 턱을 스치고 지나가는 공격에 연화는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몸을 비틀고, 다리를 내지른다.

짓밟는 듯한 발차기로 상대를 노린 연화는 자신의 턱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눈에 담으며 상대를 짓밟았다.

분명 확실하게 적을 짓밟았는데, 발에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안개 속에 발을 뻗은 것처럼 기이한 스산함만이 감돌 뿐, 직접적으로 적을 타격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더욱 짧았다.

자신의 턱을 스치고 지나간 무언가를 움켜쥔 연화는 손에 두른 괴연천식의 힘으로 그대로 날을 짓뭉갰다.

그러자 그것을 끊어 내고 즉시 사라지는 환영.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지자, 허무하게 흩어지는 날에 연화는 손을 털었다.

“공간이동이라, 희귀한 능력이네요.”

연화의 짧은 감탄과 함께.

“이쪽도 쉽지 않아.”

자욱했던 연기를 단숨에 날려 버린 주현운의 참격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전각의 지붕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공격을 날렸던 존재가 이미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을 얼추 인지하고 있던 주현운은 몸에 두른 호신강기를 해제하며 연화에게 붙었다.

“일단, 덤벼드는 것들부터 처리해야겠어.”

“그래야겠죠.”

주현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연화는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

공간이동이나 원거리 공격이나 근접하지 않고 이쪽을 방해하기 위해 내놓은 방법일 터.

즉, 적은 근접전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소리이고, 그건 곧 그들의 약점이 근접전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마땅히 취해야 할 방법은 무엇인가?

간단했다.

적을 끌어내서 처리한다.

‘……쉽지 않네요.’

말은 쉽지만, 지금 주현운의 탐지조차 벗어나 공격해 오는 적들이다.

본체가 어디에 숨어 있을지 쉽사리 감을 잡을 수 없는 지금, 적들을 처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확실했다.

시간이 지체될 것이 분명했고, 그 끝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명확했다.

설천위가 큰 부담을 지고 있는 지금, 언여휘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건 상당히 좋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연화의 고민이 깊어지는 그 순간.

“아미타불.”

저 멀리서 들리는 불호와 함께 공기가 흔들렸다.

새하얀 빛이 세상에 내려온 듯한 착각이 드는 그 순간.

“무해 대사!”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의 모습에 연화가 환호했다.

전신에 새하얀 빛을 두르고 나타난 무해는 평화로운 시절에 보았던 것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두 시주께서는 하고자 하는 일을 하러 가십시오.”

“네? 하지만…….”

무해 대사에게 맡길 수는…….

화경을 넘었다고는 해도 거기까지.

상대의 본체도 찾아내지 못한 지금, 둘이나 되는 적을 무해에게 맡기는 건 그를 사지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연화가 고개를 저으려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연화를 팔로 막은 주현운이 웃으며 무해를 바라봤다.

주현운의 물음에 합장과 함께 작게 고개를 숙인 무해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미타불, 그저 작은 사실 하나를 눈치챘을 뿐입니다.”

“그것을 사람들은 깨달음이라 부릅니다. 대사.”

화경이었던 무해가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전부가 벽을 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넘었군.’

무해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를 읽은 주현운은 확신했다.

술사인 연화는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천위 형이 맞았다는 건가.’

언젠가 물었던 적이 있었다.

불살(不殺)이라는 불가능한 신념을 내세우는 무해를 왜 굳이 받아들였느냐고.

당장 그것 때문에 설천위가 무리하다가 실종되어 사파로 흘러 들어가 몇 달이나 실종됐던 적도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설천위 본인은 불살을 딱히 지지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무해 대사를 중히 쓰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오히려 설천위의 일 처리 방식을 생각하면 불살을 말하는 무해는 방해만 될 터인데.

그런 주현운의 물음에 설천위가 했던 대답은 간단했다.

‘불가능한 신념을 현실에 펼치는 사람을 우리는 선지자(先知者)라고 부르기 때문이지.’

부처가 그러했던 것처럼.

달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세상 사람들 전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뤄내는 자들이야말로 후대에 신(神)이라 기록되는 자들이라고.

인간이면서 신이 된 자들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고.

그 말을 들은 천마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눈으로 보니 부정하기도 힘들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연화에게 고개를 저어 준 주현운은 무해에게 상황을 맡기기로 하고 움직였다.

언여휘의 인형이 있는 다음 장소로 이동.

당연하게도 이동의 순간, 끼어든 것은 적의 공격이었다.

원거리에서 들어오는 혼을 쪼개는 것 같은 공격.

막는 순간 터져서 그 파편들이 영육에 파고드는 지독한 공격이었지만.

“아미타불.”

아무런 반응도 없이 이동하는 주현운 뒤로 나타난 무해의 손이 그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깔끔하게 공격을 지워 버린 무해는 합장한 상태로 천천히 몸을 띄웠다.

가부좌를 튼 채 허공에 떠오른 무해가 조용히 눈을 감는 순간.

[생엄지명영륜천명기(生掩之銘零倫天命記)]

무해의 뒤로 나타난 흰색의 부처가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새하얀 손이 움직이는 순간.

허공에 나타난 수많은 빛이 글귀가 되어 요동쳤다.

경전의 내용들을 담은 빛은 그 자체로 의지를 머금고 적을 향해 나아간다.

방해하기 위해 날아드는 적의 공격들을 전부 받아 내며, 꿋꿋하게 나아간 빛은 무해조차 위치를 모르던 적에게 도달했다.

새하얀 빛으로 적을 휘감은 불법의 글귀들이 빛나는 것과 함께.

“아미타불…….”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으으어어어어어어어억!!]

순백의 불법이 그들의 혼을 파고들었다.

그들이 참회하고,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할 때까지.

그 혼에 깃든 악이 모두 타올라 재가 되어 흩어질 때까지.

빛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쓴다고 한들.

절대로.

* * *

‘지독하네.’

도시의 지하.

곳곳에 숨어서 술법을 관리하던 언여휘의 인형들 중 하나는 지척에서 느껴지는 무해의 힘에 혀를 내둘렀다.

지독한 힘이었다.

대상의 혼에 직접 불법(佛法)을 때려 박아 개심시키는 힘이라니.

저 힘에 당한 존재가 풀려난다고 한들, 본래와는 다른 존재가 되겠지.

‘지독해. 너무 지독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결정체나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기준에서 나쁘다고 하여 마음대로 바꾸고 고치려 들다니.

아니, 애초에 고치려 든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무엇을 마음대로 문제라 정하고 고치려 든단 말인가?

자신들은 그저 살고 싶은 것일 뿐인데.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나서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인간들은 언제나 그랬다.

예전에도, 지금도.

“히히.”

비틀린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 자신이 원하는 건 자유다.

완벽한 자유.

그 자유를 얻기 위해 그동안 어떤 고난을 겪어 왔던가.

그 고난의 끝이 드디어 다가오고 있었는데…….

“천위, 천위, 천위……!”

그걸 이딴 식으로 방해하다니.

이대로 흘러가면 대법은 완전히 실패다.

일반 백성들은 설천위가 확실하게 잡고 지키고 있었고, 추가 제물이 되어야 할 군대는 지금 밖에서 발이 묶여 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 고심의 순간.

“……아.”

언여휘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생각해 보니, 가장 맛있는 제물이 이곳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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