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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546화 (546/624)

제546화

545화-혈주 (8)

순식간에 사방을 가득 메우는 언여휘의 술법과 비후의 악귀들을 보고 설천위는 즉시 움직였다.

땅을 박차서 단숨에 돌파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언여휘의 술법을 돌파해 단숨에 목적지에 접근했다.

[네놈?!]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달려들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혈주가 당황해하면서도 팔을 휘둘렀다.

지금 설천위를 막아 내면 그것만으로 승산은 이쪽으로 넘어온다.

그 뒤에 언여휘와 비후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놈들은 설천위와 다르다.

지쳤다곤 해도 지금의 자신을 공격하는 무리수를 둘 리는 없으니, 일단 이 자리를 넘기고 후일을 도모하면 된다.

무엇보다 지금 황궁에서 진행 중인 일이 완성되면 다른 곳에서 자잘하게 터트린 연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문이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치욕 정도는 얼마든지 갚아 줄 수 있다.

고작해야 인간 나부랭이와 그 힘을 봉인 당한 위선자일 뿐이니까.

이를 악물고 버티려는 혈주의 손이 설천위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든다.

막아 내는 순간, 설천위는 밀려날 것이고 언여휘의 술법은 완성된다.

딱 한 번.

고작 한 번만 밀어내면 될 일이다.

그렇기에 혈주는 망설임 없이 손을 썼고.

콰득!

살을 뚫는 파육음과 함께 혈주의 손이 설천위의 가슴을 꿰뚫었다.

심장이 아닌, 말 그대로 가슴의 중앙을 꿰뚫은 손을 타고 피가 흘러내린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혈주는 바닥에 있는 눈을 뜨고 권능을 발현했다.

죽음의 위기를 느낀 순간, 본능적으로 나온 반응.

신화시대를 살아온 괴이의 행동치고는 너무나도 재빠른 그 반응은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한 수가 되어야 옳았으나.

설천위는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일격을 이미 완성한 뒤였다.

설천위의 손에서 뻗어 나온 흑룡의 아가리가 그대로 혈주를 집어삼킨다.

말 그대로 부정형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킨 흑룡은 혈주의 권능에 멎어 버린 몸과는 별개로 움직였다.

“이야, 진짜 멋있네. 우리 천위.”

“이 상황에서 혈주를 공격할 줄은 몰랐군.”

혈주가 미처 대응하지도 못하고 집어삼켜진 광경에 언여휘와 비후가 감탄했다.

완벽하게 포위된 상황에서 퇴로를 물색하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가 가까웠던 적을 확실하게 끝맺는 선택을 하다니.

목숨이 아까운 자들은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이다.

그리고.

“후회해도 늦었어.”

[위천주박진(僞天呪縛陣)]

그 행동으로 인해 언여휘의 술법이 완성되었다.

철저하게 상대를 제약하는 일에 집중한 술법.

지친 설천위를 이대로 묶고 압박해 짓눌러서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술법이 발동했다.

하늘조차 속이고, 그 존재를 묶는 오만한 이름에 걸맞게 술법은 확실하게 설천위를 짓눌렀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영력의 흐름이 뻣뻣하게 굳고, 내공 또한 굳어서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팔다리의 근육은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내장은 터질 것처럼 갑갑해졌다.

그런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서서 착실하게 혈주를 흡수한 설천위는 무려 5분여 정도의 시간을 그렇게 서 있었다.

“……말도 안 되는군.”

그 모습에 오히려 감탄한 건 비후였다.

언여휘는 사람이 망가진 괴짜이긴 하지만, 술법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애초에 자신의 혼을 나눠서 저렇게 자유자재로 인형을 조작하는 것 자체가 그 실력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혹시 몰라서 준비한 이 술법은 상당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도 힘을 보태고 있기에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재(災)급의 악귀도 무릎을 꿇을 정도의 위력인데…….

비후는 설천위의 강한 정신력에 감탄했지만, 술법을 펼친 언여휘는 다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웅, 역시 너무 조급하게 만들었나?”

약해져 있을 때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너무 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술법이 삐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애초에 설천위를 제압할 생각으로 만든 술법이다.

그 혼의 총량을 어느 정도 어림짐작으로 만들어서 딱 맞춘 술법이란 소리다.

덕분에, 설천위가 혈주의 영력을 흡수한 시점에서부터 진이 한계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이 진에 갇혀 영력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설천위라는 괴물이었으니, 준비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설천위가 이 상황에서 혈주를 공격해 흡수할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뭐, 그래도 너무 길게 버티진 못할 거야.”

실시간으로 진을 수정하며, 언여휘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혈주는 흡수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물이다.

그 영력을 일시적으로 흡수해서 진의 압박을 밀어내고 있지만, 그것도 금세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이 싸움은 이쪽의 승리로 끝…….

“하아아아아…….”

깊게 숨을 내쉰 설천위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짜증 나네.”

마지막까지 최대한 아끼려고 했는데.

손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설천위의 영력이 사라졌다.

진을 밀어내던 힘이 사라진 것을 느낀 순간.

“엎드려라!!”

비후의 외침에도 인형인 언여휘의 몸은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소리 없는 폭발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것이 영력의 발현임을 깨달은 언여휘의 두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그 여파를 맞이한 것만으로 인형에 담겨 있던 혼이 비틀리고 꺾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육체적 고통도 견딜 수 있는 정신력이 끝내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비명조차 소리 없는 폭발에 섞여 사라지고.

“……너무 막 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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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력이 上上으로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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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스탯을 찍은 설천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 영력에 후회했다.

혈주의 흡수로 上中에 오른 영력을 여태까지 모은 경험치를 전부 투자해 단숨에 上上으로 올린 결과였다.

너무 과하게 영력이 폭증한 결과.

“이건 안 되겠는데.”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위! 천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대체 어떻게 인간이 그 괴물들과 맞먹는 영력을! 꺄하하하하하!!”

영력의 폭발에 휘말려 육체는 멀쩡했지만, 그 혼은 갈기갈기 찢겨 맛이 완전히 가 버린 언여휘의 인형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비명에 가까운 그 웃음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몸을 비틀던 언여휘는 이내 입꼬리를 비틀었다.

“응, 무리네. 비후. 도와줘.”

언여휘의 도움 요청에 비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악귀들이 그대로 언여휘의 인형에 빨려 들어갔다.

막대한 영력을 지원받은 언여휘는 자신의 혼을 불태워 술법을 펼쳤다.

“여기에 묶어 놓고 가야겠어.”

웃음이 사라진 얼굴로 술법을 펼치는 언여휘의 모습에 설천위는 얼굴을 찡그렸다.

움직이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혈주를 흡수하면서 턱걸이로 上中에 올랐을 때는 애초에 힘이 빠진 상태였고, 언여휘의 술법에 압박당하고 있었던 터라 제어에 문제가 없었다.

단순하게 힘을 끌어올려 언여휘의 술법을 밀어내기만 하면 됐으니까.

오히려 힘이 고갈된 상태였기에 언여휘의 술법에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스탯을 올린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上上에 오르고 그 영력을 풀어내는 여파만으로 언여휘의 술법을 전부 날려 버린 지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망한다.’

지금 자신은 힘 조절을 모르는 거인과 같았다.

까딱 잘못했다간 모든 것이 망가진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영력을 가두기만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미칠 듯이 폭주하는 영력에 육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혼에 짓눌려 육체가 망가진다.

뛰어난 술사이기에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즉각 파악한 설천위는 고심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언여휘의 술법에 순순히 당해 줘서 일단 힘을 진정시켜?

아니, 그럴 순 없다.

언여휘가 무슨 술법을 쓸지도 모르고 딱 봐도 인형에 깃든 혼까지 태워서 쓰는 술법인데 까딱 잘못하면 벗어나는 데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언여휘의 술법에 순순히 당해 주는 건 하책이다.

그렇다면, 최선의 수는?

적당히, 최대한 힘 조절을 해서 힘을 쏟아 내어 육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언여휘의 술법까지 방해한다.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힘 조절을 익혀서 내려간다.

좋아.

빠르게 결정을 내린 설천위는 즉시 행동했다.

섣불리 움직이면 망할 수도 있지만, 뭐 망해 봤자 이 인근의 동식물들만 피해를 보겠지.

영물 정도는 살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엔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간단하게.

힘을 막 방출하는 형태 말고, 응축시켜서 짧게 치고 빠지는 형태로 조금이라도 힘을 방출해 보자.

그렇게 감을 익히고 천천히 적응해 나가면 될 일이다.

“후우.”

천천히 손에 영력을 모은 설천위는 흑도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손에 잡힌 흑도를 휘두르려는 그 순간.

[천위! 멈춰라!]

천마 할배의 다급한 목소리에 설천위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눈으로 직접 본 뒤에야 왜 천마가 멈추라고 한 건지 깨달았다.

평소와 같은 감각으로 영력을 불어넣어 만든 흑도가.

[……하늘도 꿰뚫겠구나.]

수십 미터 길이로 길어져 있었다.

날의 폭만 해도 웬만한 성인의 팔을 두 개 정도는 붙여 놓은 듯했다.

영력으로 만든 도였기에 무게를 느끼지 못해서 휘두를 생각을 한 거지, 만약 실제 무게를 가진 도였다면 휘두를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리고 이런 도를 평소의 감각으로 참수의 묘리를 담아 휘둘렀다면…….

‘……이 근방의 생명체는 다 죽었겠는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화전민 같은 사람들은 왜 죽는지도 모르고 목이 떨어졌을 거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설천위는 천천히 흑도를 거뒀다.

그 안에 불어넣었던 영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설천위는 이번엔 방법을 바꿨다.

언여휘가 술법을 펼치고 있으니 어떻게든 방해해야 했다.

저쪽도 지금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아예 대놓고 술법을 펼치고 있으니, 방해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격적인 수단 말고 수비적인 수단으로 가자.

그렇게 판단한 설천위는 흑관을 만들어 냈다.

애초부터 수인이나 주문 따위는 쓰지도 않고 만들어 내는 자신의 가장 기본인 오리지널.

그거라면 충분히…….

쾅!!

순간,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기둥이 땅에 꽂히는 것을 목격한 설천위는 두 눈을 감았다.

“에라, 모르겠다.”

쾅! 쾅! 쾅!

그 크기가 통제되지 않았지만, 설천위는 미친 듯이 흑관을 떨어트렸다.

중요한 것은 영력을 쏟아 내는 것과 언여휘의 술법을 막는 것이니까.

순식간에 언여휘와 비후가 있던 장소에 몇 번이고 거듭 거대한 흑관이 꽂히며 초토화됐다.

문제는 이 흑관은 너무 기초적인 술법이라 이렇게 쏟아 내고 있음에도 영력이 줄어드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뭔가 다른 영력의 소모가 극심한 술법을…….’

거기까지 생각한 설천위는 지금 이 순간에 쓰기 가장 좋은 술법을 떠올렸다.

이 자리도 피하고, 영력도 대량으로 소모할 수 있는 술법.

전이문.

설천위가 자의로 문을 열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식령들이 있는 곳.

가장 먼저 떠오른 청아를 생각하며 설천위는 술법을 펼쳤다.

그리고.

“완, 성.”

쏟아지는 흑관 속에서 이미 도망쳐 버린 비후와 달리 홀로 남아 술법을 완성한 언여휘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무나도 강력해진 자신의 영력 때문에 미약하게 남은 언여휘의 영력을 눈치채지 못한 설천위가 전이문을 발동시켰고.

우웅!

설천위가 전이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 언여휘의 술법이 전이문에 개입했다.

설천위를 이 자리에 봉인하기 위해 펼친 술법이 설천위의 전이문에 개입했고, 술법과 술법이 만나며 일어난 충격으로부터 전이문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영력이 쏟아졌다.

전이문을 통과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막대한 영력을 쏟아부었지만, 전이문에 가해진 충격은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여긴 어디냐?”

설천위는 그만 무림맹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전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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