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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495화 (495/624)

제495화

494화-영약 구하기 (3)

서하영과 철백을 데리고 설천위는 열심히 돌아다녔다.

들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으아아아아!”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으어어어어어!!”

계곡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고생했다.

서하영과 철백이.

“허억! 허억!”

“설천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야야, 그런 말은 안 보는 데서 해라.”

뿌리째 뽑아낸 약초를 손에 쥐고 헐떡이는 서하영을 보며 피식 웃은 설천위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서 약초를 뺏었다.

“자자, 다음 장소로 가자고.”

“으으…….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데요?”

“너희한테 먹일 약이 준비될 때까지.”

그냥 먹어도 내공이야 찔끔찔끔 오르겠지만, 이쪽엔 무려 신의(神醫)가 있다.

무림에서 신의(神醫)라 함은 단순히 침을 잘 놓는 의원이 아니다.

약(藥).

외과 수술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의료 체계에서 약과 침술만으로 환자를 살리는 약학의 정점이 바로 신의다.

그런 어마무시한 사람이 있는데, 이런 영약들을 왜 따로 먹는가?

하나하나 따로 먹었다간 그냥 내공 조금 늘어나고, 몸보신 조금 되는 것밖에 효과가 없지만 신의가 잘 조제하면 소림의 대환단이 부럽지 않은 영약이 나올 텐데.

뭐, 공천석유나 천 년 묵은 이무기의 내단 같은 거라면 그냥 먹어도 충분하겠지만 그런 영약이 어디 흔한가.

아무튼, 그러니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자잘한 영초나 내단을 모아서 제대로 된 영약을 조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걸 위한 여행이고.

한 석 달에서 반년 정도면 되겠지.

“자자, 움직이자고. 아직 갈 길이 멀어.”

“후우.”

설천위의 재촉에 한숨과 함께 먼지를 털어 내며 일어선 서하영은 자신의 창을 점검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벽에 박아서 속도를 늦췄으니 날이 꽤 상했을 거다.

내공으로 보호하긴 했지만…….

“악! 이가 나갔어!”

“어허! 무릇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약간의 손해는 감수해야……!”

“이 인간이! 우리만 부려 먹으면서!”

“너희가 먹을 건데, 너희가 구해야지!”

“술법으로 허공도 자유롭게 나는 인간이 가야지!”

“어허, 그게 다 큰 심력을 소모하는…….”

“구라 치지 마요!”

“흠흠.”

거, 날카롭긴.

빽 하고 소리치는 서하영을 슬쩍 무시하고 설천위는 앞으로 걸어갔다.

“아! 또 무시하네!”

그런 설천위의 뒤를 서하영이 따라붙고, 그런 서하영의 뒤를 철백이 따라붙었다.

강을 따라 마을로 돌아가며 자신의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철백은 입꼬리를 올렸다.

“좋군.”

처음 셋이서 만났던 그때가 떠올랐다.

계(癸).

밑바닥에서 만나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중 한 녀석이 혼자 훌쩍 앞서 나가긴 했지만…….

“곧.”

따라잡을 거다.

반드시.

* * *

“음음, 이제 꽤 모은 것 같지?”

여행을 시작하고 석 달.

기동성이 뛰어난 세 사람은 그야말로 중원을 방방곡곡 누비며 영약이 될 것들을 마구 쓸어 담았다.

그중엔 불법적인 방법으로 영약을 창고에 꿍쳐 두고 있던 탐관오리의 창고에서 가져온 것도 있었다.

정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서 얻은 성과.

“그럼 이제 끝인가요…….”

야무지게 밥을 먹던 설천위는 한껏 늘어진 서하영의 대답에 쯧쯧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장 큰 게 남았지.”

모인 재료를 보고 신의가 이 정도면 얼추 됐다고 판단했다.

남은 재료는 이제 하나.

두 사람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영약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다.

음양초(陰陽草).

뭔가 삼류 무협지에 나올 듯한 이름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약초다.

물론 그냥 음양초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깊은 산속, 같은 자리에서 수십, 수백 년을 나고 자라면서 힘을 쌓은 영초가 필요했다.

영초라고 불리지 않을 때도, 음과 양을 조화시켜 열이 끓거나 오한이 있을 때 몸을 안정시키는 약초로도 쓰이는 풀이다.

수많은 영초와 영물의 내단을 섞어 영약을 빚어내기 위한 최종 재료로는 이만한 게 없었다.

“후루룩! 문제는 음양초는 대체로 지키는 영물이 있거든.”

“그게 왜 문제예요?”

영물이라고 해 봤자 고작 영물이다.

여기 모인 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고작 영물 따위에 방해를 받겠는가.

“음음, 영물은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그 영물이 가진 특성이 문제야.”

“특성이요?”

이제 기운이 좀 나는지 소면을 후루룩 마시던 서하영은 설천위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다.

영물이 뭐 특성이 있어 봤자 거기서 거기 아닌가?

치명적인 독을 가졌다든가, 음기가 강해 냉기를 뿜는다든가 뭐 그런 게 끝 아니냐고?

그 정도야 설천위의 도움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음양초는 음과 양의 기운을 맞추는 성질을 가진 영초이지. 그럼 그 영초 주변으로 모이는 영물은 어떤 놈들일까?”

“음과 양의 조화가 깨진 녀석들이겠군.”

“반만 맞았지만, 일단 정답.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대체로 포악하고 강하죠.”

“정답.”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라고 할 것까지 있나요?”

여태까지 잡았던 영물 중에 포악하지 않은 녀석이 있었나?

자기 잡아서 배를 갈라 내단을 꺼내겠다고 하는 인간들한테 포악하지 않으면 그게 영물인가, 부처지.

“뭐, 그놈은 사실 문제가 아닌데. 그놈을 노리는 놈들이 문제가 있어.”

“예?”

“내가 방금 반만 맞았다고 했지?”

어느새 식사를 끝내고 차로 입안을 헹군 설천위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음과 양의 조화가 깨진 게 아니야. 영(靈)과 체(體)의 조화가 깨진 거지.”

“……그래서 음양의 조화를 돕는 음양초를 먹지도 않고 그 곁만 지키고 있는 건가?”

“그래, 먹어 봤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 곁에 두면 심신이 조금이라도 안정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 그 곁에 붙어 있는 거지.”

“그렇다면…….”

“영물이라기보다는 악귀에 가까운 존재지. 반반 섞인 느낌?”

“확실히 귀찮겠군.”

설천위의 대답에 철백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시던 소면의 면을 끊은 서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설 공자가 나서면 별문제 없잖아요?”

악귀가 섞였다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설천위가 휙휙 하면 끝날 텐데.

“에헤이, 어디 우리가 가는 길이 그렇게 쉬웠나?”

서하영의 질문에 피식 웃은 설천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영약을 모으기 시작한 지 석 달. 정보는 퍼지고도 남았지.”

자신을 지켜보는 눈은 어디에나 있다.

무림맹은 물론이고, 사파, 음지에 숨어 있는 놈들까지 전부.

그렇다면, 대놓고 경로를 노출한 채 움직이는 설천위를 노리기 위해서 그놈들은 무슨 짓을 할까?

“……설마?”

“사혈천 혹은 혈교 정도가 움직이겠지.”

음양초를 미끼로 삼기 위해서.

그 음양초를 지키는 영물을 미끼로 삼아서 뒤통수를 치든, 그쪽에 함정을 설치해 놨든.

“뭐가 됐든 슬슬 준비가 끝났을 거야.”

생각이 조금만 있는 놈들이라면 영약의 재료를 이렇게까지 모은 설천위가 노릴 재료는 뻔하니까.

음양초가 그리 드문 약초도 아니고, 자생하는 지역을 샅샅이 뒤지면 설천위가 노릴 법한 음양초의 행방 정도는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다.

“일부러 함정을 파게 놔둔 거예요?”

“파게 놔둔 게 아니라 함정을 판 거지.”

정파의 인간들은 아무리 그래도 이쪽을 노리진 않을 테니까.

그쪽은 유 매한테 맡기기로 하고.

일단은 이쪽에 집중하자고.

“자, 다 먹었으면 슬슬 움직이자. 음양초가 있는 곳도 꽤 깊은 곳이라 하루는 꼬박 달려야 하니까.”

* * *

“노골적이군.”

“너무 노골적이어서 솔직히 빼고 싶은데…….”

깊은 산골, 술법으로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설천위 일행을 감시하던 이들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괴물 같은 놈. 몇 번이나 눈이 마주친 기분이야.”

“우리의 위치를 특정하진 못했겠지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진즉에 눈치챘겠지.”

자신들이 함정을 팠다는 것을 진즉에 알고 움직이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그 정도 준비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부족하면 뭐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지금도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한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발을 붙잡아 두라는 건지…….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다급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힘들었다.

음양초를 지키는 괴물은 이쪽에서 손을 쓰기엔 너무 강했으니 어쩔 수 없었고, 설천위에게 직접 손을 쓰기에는…….

‘그 괴물도 상대가 안 될 텐데?’

음양초를 지키는 괴물도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들이 설천위를 상대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니 적당히 함정을 파 놓은 것에서 만족하자.

막말로, 상부의 지시대로 발만 묶어 두면 되는 거 아닌가?

설천위가 지나가는 모습을 술법으로 관찰하며 술사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저 괴물이 빨리 지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 * *

“흠, 쫄보들이네.”

“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놈들. 실력은 영 시원찮아 보이니까 굳이 처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처리하고 오는 게 맞았나?

흠.

잠시 고민하던 설천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됐다. 일단 음양초 확보에 집중하자.”

“네.”

“그래.”

설천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하영과 철백은 설천위의 뒤를 따라붙었다.

이제는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설천위의 신법.

솔직히 말해서 수련이 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빨랐다.

설천위는 속도를 조금 늦춘 수준임에도.

‘반드시…….’

이번에 저 등을 따라잡을 기틀을 마련하리라.

설천위가 쥐여 준 짐을 어깨에 걸친 철백은 짐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땅을 박찼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여기인가?”

어느 동굴 앞에 도착한 설천위는 눈을 감고 기감을 퍼트렸다.

음양초가 자라는 조건은 햇볕과 충분한 습기.

보통은 이 충족하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이끼가 가득한 숲에서 조금씩 자라는 편이다.

그마저도 환경이 계속 변해서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자라긴 힘들고.

반면 이런 동굴에서 그런 조건이 만족하면, 지형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음양초가 꾸준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시들었다가 다시 자라고, 시들었다가 다시 자라고를 반복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은 음양초가 가장 크게 생기를 머금은 때.

괜히 이 시기에 맞춰 음양초를 찾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걸 아니까 사혈천이나 혈교도 함정을 판 거고.

“자, 들어가자.”

“천위, 이거 결계…….”

“응?”

“아니, 됐다.”

동굴 앞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철백이 경고하기가 무섭게 영력으로 결계를 통째로 짓밟아 버린 설천위는 담담하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무식한 녀석.

옛날에는 그래도 결계를 부술 때 박수를 치면서 ‘사계(挱界)!’ 막 이렇게 외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이 숨 쉬듯 그냥 짓밟아 버리네.

흑룡단이 재정비에 들어간 1년.

설천위는 다른 이들을 수련시키는 데 집중했음에도 더욱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설천위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보던 철백은 이내 담담히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더 강해졌다면, 더 달려서 그 뒤를 따라잡으면 될 일이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철백과 서하영이 설천위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뒤.

쾅! 쾅!

안에서 전투가 벌어졌음을 사방에 알리는 폭음이 동굴 안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동굴의 입구.

“흐으으으…….”

봉두난발에 쇠말뚝이 몇 개나 몸에 박힌 노인이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그곳에 섰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라곤 하나도 없는, 산송장 같은 노인의 모습에 동굴을 감시하던 술사들도 뒤늦게 그 존재를 알아챈 그 순간.

쿠릉!

하늘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벼락에 먹힌 술사 둘은 단숨에 숯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흐으으으…….”

쇠말뚝이 박혀 있음에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노인은 천천히 동굴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노인의 발이 동굴의 안을 밟는 그 순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섬뜩한 살의가 노인의 발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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