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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308화 (308/624)

제308화

307화-인재 (2)

서승(恕僧) 무해.

거철도(拒鐵刀) 정규철.

이 둘을 시작으로 진행된 공채 시험의 결과가 꽤나 흥미롭게 흘러갔다.

뭐, 그렇게 느낀 건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는 외부인들뿐이지만.

“……호오, 흑룡단주는 인망이 참 높은 것 같구려.”

“좋은 소문이 얼마나 퍼졌으면 인재들이 이리 찾아갈꼬?”

허허롭게 웃는 단주들 사이로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다들 겉으로는 넉넉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속내가 어찌 여유롭기만 할까.

무려 다섯이다.

무해와 정규철 수준의 인재만이 아니라 꽤나 탐이 나는 인재가 셋이나 더 흑룡단을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합격자의 과반수가 다른 단으로 분배되긴 했지만…….

새롭게 생긴 단(團)에, 그것도 단주가 이제 고작 약관 정도인 단에 다섯이나 되는 합격자가 몰린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합격자들을 데리고 빠져나가는 설천위를 바라보는 단주들의 시선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의외네.”

“너무 많이 선택한 거 말인가요?”

“응.”

뒤통수를 쿡쿡 찌르는 단주들의 시선을 느끼며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일 수밖에.

이만한 인재들은 생각보다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심지어, 정규철은 이 시기에 무림맹에 들어오지도 않는 인재다.

‘나비효과가 장난 없네.’

내가 한 날갯짓이 좀 거대하긴 했지.

작게 고개를 주억거린 설천위는 뒤를 돌아봤다.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단주들보다도 더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이들.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네?”

“아미타불, 저는 딱히 없습니다.”

“음, 그럼 상관없긴 한데요…….”

원래라면 그냥 반말을 했겠지만…… 묘하게 반말이 어려운 무해의 대답에 웃은 설천위는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은 아닌 것 같네?”

“물론이다.”

정규철의 대답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 봐. 우리 훈련장에 도착하면 다 해소해 줄 테니까.”

“그건 기대되는군.”

당당한 기세와 대답.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설천위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꽤나 빠르게 도착한 훈련장.

“뛰어!!”

“뛰어!!”

철백의 지휘 아래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땀이 반짝인다.

물론 표정은 전혀 반짝이지 않고 있었지만.

“자, 그럼 일단 대화부터 할까.”

합격자들을 데리고 단상 쪽으로 이동한 설천위는 단상 위에 앉았다.

“그럼 가장 먼저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당신부터.”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다.”

설천위의 시선에도 정규철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소문이 사실인지 그것을 듣고 싶다.”

“소문? 무슨 소문?”

“이곳의 이름이 지어진 이유.”

정규철의 말에 합격자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들도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

무언가에 대한 열망으로 일렁이는 그 눈빛들에 설천위는 피식 웃었다.

“악을 물어뜯는 흑룡이 되겠다는 소문 말인가?”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그게 궁금한가 보군.”

“그렇소.”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그 모습에 설천위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

“맞아.”

[크르르르르르르.]

설천위의 몸을 타고 올라오는 패융.

그 몸을 휘감은 흑룡 안에서 설천위의 눈이 그들에게 꽂혔다.

움직이는 용의 몸체.

번뜩이는 금빛 안광을 목도한 정규철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우리는 악을 물어뜯는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지.”

* * *

“흐응? 재미있네.”

불타오르는 장원.

그곳의 주인이었던 자가 앉던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꼰 백유는 여미려의 보고에 히히 웃었다.

“천위에게 안 물리려면 사(邪)를 벗어나면 안 되겠는데?”

“애초에 벗어날 생각도 없으면서.”

“어허? 요즘 말이 짧아진다?”

“아닌데요.”

눈을 살짝 치켜뜨는 백유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돌린 여미려는 한숨과 함께 장원을 바라봤다.

시체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장원은 불타고 있었다.

백유와 그 부하들이 만들어 놓은 참상이다.

물론, 자신도 그 부하이기에 한 손을 보탰다.

전혀 치열하지 않았던 전투를 떠올린 여미려는 휘휘 고개를 저었다.

“부대주님! 이것들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얌전히 밖으로 끌고 가서 관청으로 인도하세요.”

“예!”

때마침 찾아온 부하의 질문에 짧게 지시한 여미려는 고개를 저으며 백유를 돌아봤다.

“벌써 몇 군데예요?”

“음……. 안 세어 봐서 모르겠는데?”

“열셋이에요. 열셋!”

답답함을 참고 한숨을 내쉰 여미려는 부하들이 끌고 가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봤다.

인신매매를 하는 이 장원의 놈들에게 붙잡혀 있었던 아이들.

어린아이들은 잘 팔린다.

제물로 써도 좋고, 세뇌와 특수한 교육을 통해 살수로도 기를 수 있으며, 변태들의 취향에도 맞는다.

가장 장사가 잘되는 사람 장사.

그렇기에 이 사파의 권역에선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보면 구역질이 나고 짜증이 솟구치지만.

어린아이들을 가지고 장사하는 꼴이 보기 좋을 리 만무하다.

그래.

그러니 들이박는 거?

알겠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한다.

그런데…….

“대체 왜 맹에 보고를 안 하는 거예요…….”

“선조치 후보고 몰라?”

“선조치 후보고는 무슨! 지금 우리 대(隊)로 몇 개나 되는 곳에서 시비를 걸고 있는지 알아요?!”

“음……. 열셋?”

“그보다 더 많아요! 연결되어 있는 놈들 전부가 시비를 걸고 있으니까!”

“그래?”

사천맹의 보호 아래 있던 놈들을 이렇게 학살하면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이쪽을 향해 칼을 갈고 있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맹주가 정한 규칙을 벗어난 놈들이니 대놓고 싸움은 못 걸고 있지만, 뭐 하나라도 트집이 잡히는 날에는…….

‘어쩌다가 이런 상사를 만나서…….’

깊은 한숨을 내쉰 여미려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이미 늦었다.

“계획이나 말해 주세요.”

“뭘?”

“대장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러진 않았을 거잖아요.”

“딱히 별생각 없었는데?”

“진짜…….”

부릅뜨는 여미려의 두 눈에 이 이상의 장난은 썩 재미있지 않을 거란 걸 깨달은 백유는 피식 웃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간단해.”

툭툭 엉덩이를 털고 발에 걸리는 시체를 발로 밀어서 치워 버린 백유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달려드는 건 전부 집어삼키고 소화한다.”

우리는 뱀.

용은 이무기에서 시작하니.

거대한 이무기가 되기 위해선 집어삼키는 수밖에 없다.

큼지막한 돼지들을.

“슬슬 돌아가자. 때가 된 것 같으니까.”

* * *

“뭐 나쁘진 않네.”

얼추 구색이 갖춰진 단(團)을 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백이 이끄는 청혈대(淸血隊).

본래 여웅이 지도하고 있었으나, 무해의 합류로 무해가 이끌게 된 불살대(不殺隊).

대충 구색은 갖춰졌다.

불살대가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뭐, 무해쯤 되는 인물이 대주로 앉았으니 알아서 잘들 하겠지.

그나저나.

“벌써 임무인가?”

“인원수도 꽤 모였으니 그냥 놀게 놔둘 생각은 없다는 거겠죠.”

유예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자신의 앞에 놓인 문서를 바라봤다.

“도시에 돌고 있는 마약 단속인가.”

“흔한 임무네요.”

흔한 임무.

그 말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에서 받을 수 있는 임무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호위나 토벌이 가장 대표적이고.

그 밖에 정찰이나 조사, 지원 등도 있다.

마약 단속은 조사 쪽에 속하는 임무로 꽤 흔한 의뢰다.

이 무림은 더럽게 넓어서 아무리 단속하고 단속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깊은 산에서 대마초나 양귀비를 대량으로 재배하면 잡아내기도 힘드니까.

거대 조직에서 유통하는 경우도 많지만, 소규모 판매상들이 유통하는 경우도 많다.

단속해서 잡아도 계속 나타난다는 소리다.

그러니 임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건 일단 소수 정예로 가야겠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유예린의 동의에 설천위는 사람을 헤아렸다.

일단, 철백이랑 서하영…….

“저랑 둘이서 가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설천위는 작게 웃고 있는 유예린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 * *

“부단주가 둘이니 좋네요.”

철백에게 부단주 업무를 맡긴 유예린과 함께 무림맹을 나선 설천위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자신과 유예린이면 무력으로 부족한 건 없으니 문제는 없었다.

철백도 뭐 머리는 좋은 편이니 서류 업무도 문제없고.

다만.

“뭐가 문제인가요?”

“아니, 아무것도.”

둘이서 가는 건 좀…….

[허허, 임무는 임무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눈에 사심이 가득하구나!]

[빠졌구나! 빠졌어!]

[정신이 글러 먹었다!]

놀림과 힐책을 동시에 하는 혼들을 대충 밀어서 치워 버린 설천위는 작게 심호흡하고 걸음을 옮겼다.

뭐, 생각해 보면 이상할 건 없지 않은가.

단주랑 부단주가 단둘이서만 임무를 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뭐 아예 없는 일도 아니고.

단이야 뭐 믿을 만한 철백이 있으니 맡기면 될 일이고.

서하영도 있으니 문제가 생겨도 어련히 알아서 잘 대처하겠지.

평범하게.

평범하게 가는 거다.

“공자.”

“응?”

“거리도 있고 하니 신법으로 갈까요?”

“응. 알았어.”

그래, 달리다 보면 바람에 걱정도 흩날려 사라지겠지.

살짝 웃고 먼저 달리기 시작하는 유예린의 뒤를 따라 달리는 순간.

“쓰읍.”

설천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향 좋네.’

바람에 흩날리는 게 걱정이 아니라 번뇌일지도.

* * *

“……없어.”

그새 어딜 간 거야.

정식으로 단(團)이 창설되고.

설천위가 말한 대로 정식으로 입맹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백영은 순식간에 사라진 설천위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뭐 전에 알려 준 것도 아직 온전히 숙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배움이라는 게 끝이 없다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은데…….

“아미타불, 시주는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대사, 아니 대주님.”

“고민이 깊은 얼굴인데, 속앓이를 하는 게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시는 것이 마음의 건강에 이롭습니다.”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요…….”

살짝 말끝을 흐리던 백영은 끈질기게 자신의 얼굴을 따라오는 무해의 시선에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털어놨다.

철백의 고향에서 만나 어찌어찌 연이 생겨 설천위에게 신법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

설천위가 혼을 데리고 다니고, 그의 신법이 기이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백영의 설명이 전부 끝나자, 무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때 설 단주께 무공을 배우고 계셨던 거군요.”

“네에…….”

그러고 보니 설 단주의 장원에 잠깐 같이 살았었지.

지금은 흑룡단용으로 배정된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거기 시설이 너무 별로여서 솔직히 조금만 돈에 여유가 생기면 나올 생각이다.

여하튼.

“그런데 단주님이 바로 임무를 떠나 아쉽네요.”

“맞는 말입니다. 배움을 갈구하고 있는데, 스승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무해의 긍정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백영.

“허나 그런 걱정을 해결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예?”

“배우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그게 무슨?

백영이 되묻기도 전에 무해가 한쪽을 가리켰다.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청혈단.

그리고.

“저리도 훌륭한 경쟁자가 있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이겠지요.”

잔잔하게 웃은 무해는 어느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불살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수련을 하겠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오?”

“당연한 일이지요.”

정규철의 물음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무해는 연무장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면, 먼저 구보로 시작하겠습니다.”

무해.

그는 불살(不殺)을 주장하는 기이한 ‘소림’의 중이다.

무림 전체에서 수행이 가장 힘들다고 정평이 난 소림의 제자.

수련의 힘듦도 고행의 영역이라 여기는 중들 속에서도 불살(不殺)이라는 신념을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는 독종.

“가볍게 오십 바퀴로 시작하겠습니다.”

그 지독한 훈련 욕심, 아니 열정이야말로 설천위가 원하던 인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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