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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277화 (277/624)

제277화

276화-졸업 선물? (8)

“……그래서,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본인이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가야겠다고 하더군.”

철백의 집.

밖에서 웬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유를 듣게 된 설천위는 헛웃음을 흘렸다.

나름대로 심각한 다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웬 도둑이…….

거기다.

“……진짜 몰라요?”

[나는 혼자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곳곳에 은닉처도 있었다면서요?”

[어허, 진정한 일류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어야…….]

“도둑질에 일류가 어디 있어요?”

도둑질이 도둑질이지.

[어허?! 이놈이?! 자고로 사람을 해치지 않고 재물만을 가져가는 것이 이 무림에서 얼마나 긍지 높은 일인데!]

[음, 그것도 그렇구나.]

[허어, 생각지 못한 접근법이로고.]

아니, 그게 뭔 개소리야.

다른 사람들이 칼 들고 사람을 베고 뺏어 가니까 도둑질은 양반이다, 이거야?

거, 싸울 때마다 사람을 죽이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건 좀…….

[자고로 도둑의 도(道)란! 불살(不殺)에 있는 것! 우리야말로 무림인 중에서도 진정한 활인(活人)의 길을 가는……!]

“헛소리 그만하세요. 무슨 활인이야. 활인(活人)이 목표이시면 가서 농사를 지으세요.”

[음음, 그것도 맞는 말이구나.]

[농업이야말로 나라와 인세의 근본이지.]

거봐.

다른 분들도 동의하시네.

[어허! 그거랑 이거란 같은 말이 아니지 않소! 자고로 무림에서의 활인이란……!]

물론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암영의적은 여러모로 열정적인 설명을 시작했지만.

전부 헛소리라서 대충 무시했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기도 했고.

“아니, 그래서 암영문이 뭔데요?”

[음? 암영문? 나도 모르는……. 아!]

한창 자신의 도도(盜道)를 늘어놓던 암영의적이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떤 놈이 동생이랍시고 달라붙었던 적이 있었지.]

“……동생이요?”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안 나니 스승보다는 동생으로 지내며 보고 배우고 싶다고 했었지. 그놈 참 똘똘했는데.]

무림에 나이 차이는 무슨?

나이보다 배분이 먼저인 세상 아니겠어?

그나저나, 암영의적이 똘똘하다고 말할 정도면…….

상당히 재능이 있었다는 소린데.

“신법도 알려 주고 그랬어요?”

[음, 그놈도 이미 얼추 신법을 익히고 있긴 했다. 다만, 수준이 낮았기에 조금 지적을 해 줬지.]

“그 사람이 문파를 세웠을 가능성은요?”

[모르겠구나. 그 녀석의 재능이라면 초절정 정도까진 어떻게든 올라갔을 것 같긴 한데…….]

“그럼 충분하네요.”

모든 문파의 개파조사가 전설에 나오는 초고수인 건 아니다.

솔직히 초절정 수준만 되어도 웬만한 성 단위에선 꽤나 이름을 날리는 고수의 취급을 받는다.

자기 밑에 제자를 두고 문파를 이루기엔 충분하지.

거기다 문파라는 게 꼭 막 수십 명씩 있는 것도 아니다.

1인 전승으로 이어지는 문파도 있으니까.

“그럼 저기 무릎 꿇고 있는 저 여자는…….”

[그 녀석의 제자쯤 되겠구나.]

“목표는 스승님께 전해 들은 암영의적 선배의 무공이고요.”

[그렇겠구나.]

“흠.”

이건, 좀 쓸모가 있을지도?

잠시 턱을 쓸며 생각하던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영입할까?”

“응?”

“영입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헛소리야?

* * *

‘어떻게든 모셔 가야 한다……!’

마당의 흙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백영은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스승님께서 항상 아쉬워하며 하던 이야기.

자신의 사형이 있었다면 문파의 무공 수준이 몇 단계는 더 높아졌을 거라는 한탄.

왜 스승님이 아니라 사형을 찾으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한 것은 정말 암영의적 사백이 죽어서 혼으로라도 이승에 머물고 계신다면, 어떻게든 모셔 가야 한다.

물론.

‘도, 돌아가신 상태라도 정신은 멀쩡하시겠지?’

귀신이라는 것이 아주, 아주 살짝 무섭긴 하지만.

흑룡성(黑龍星)이라는 별호로 불리기 시작한 설천위는 고강한 무공 이외에도 몇 가지 특징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혼을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수준의 술법을 구사하는 술사라는 점이고.

그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신법이다.

유독 빠르며 은밀한 신법.

그의 연인인 유예린이 신법을 가르쳐 줬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많지만…….

‘만약 암영의적 사백께서 가르쳐 주신 거라면……!’

가능성이 충분했다.

진짜 믿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소, 솔직히 조금 겁나는 부분도 있지만, 문파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백영이 이를 악물고 그렇게 다짐하던 그때.

“거, 무릎도 많이 아플 텐데 그만 일어나요.”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에요.”

문을 열고 나온 설천위가 부드러운 미소를 입에 머금고 다가왔다.

솔직히.

‘……잘생기긴 했네.’

조금 흔들릴 뻔.

설가의 인물들이 훤칠한 건 유명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확실히 느낌이 새롭네.

‘핫!’

순간, 잡념이 끼어든 것을 깨달은 백영은 작게 헛기침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 스승님께서 암영의적 사백을 많이 그리워하십니다! 한 번이라도 기회를……!”

“에이, 우리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맙시다.”

“……예?”

“거, 다 들었어요. 원하는 건 무공 맞죠?”

“그, 그게…….”

아니, 이걸 이렇게 직설적으로 들이받는다고?

무공은 이 무림의 핵심 자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다.

당연히 그냥 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지 잘 알기에 일단 친분부터 다지려고 했던 건데…….

“제가 암영의적 선배께 신법을 배우긴 했지만, 제자는 아니거든요?”

“예?”

아니, 신법은 배웠는데 제자가 아니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시대의 상식에는 맞지 않는 기이한 관계에 백영의 사고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

“그러니, 선배께서도 당신에게 신법을 가르치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제자가 없으니 제대로 자신의 무(武)를 이어 갈 사람이 없다는 점에 얼마나 아쉬워했는데요.”

[……나는 그런 적 없다만?]

스승님의 뜻이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쉬우나, 무공은 이어졌다.

설천위에게.

물론, 재능이라곤 터럭만큼도 없는 녀석이란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능의 부족함을 노력으로 메우려는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고.

애초에 죽은 몸이기도 하니 딱히 미련 같은 건 없는데?

“선배님께선 항상 정통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하셨지요.”

“그렇다면…….”

“암영문이라면 그 후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격에 차서 깊이 고개를 숙이는 백영.

‘이렇게 빠르게……!’

환심을 얻어 무공의 편린이라도 배우려면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감격에 찬 백영이 속으로 기쁨을 삼키는 그 순간.

“그런데 참, 이게 일이 복잡해요.”

“예?”

“제가 배우긴 했어도 가르치는 건 잘 못한단 말이죠?”

“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설천위는 계(癸)에 있었을 정도로 무공에 재능이 없다고 들었다.

물론 갑(甲)에 오른 지금은 대기만성형의 재능이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재능이 정말로 뛰어났다면,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리가 없다.

설가의 자식인데, 설마 어릴 때 제대로 된 무공을 못 배웠겠는가?

진짜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이거, 제가 그냥 전해 드린다고 무공이란 게 똑바로 익힐 순 없단 말이죠?”

그건 맞다.

무공의 비급만 얻은 이들 중에서 정말로 그 무공을 제대로 익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공이란 것이 글과 그림만으로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 좀 무한한가?

경험과 지식이 섞인 가르침을 배워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승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고.

설천위의 말에 백영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하게 꺾였지만, 설천위는 그녀를 향해 당당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아주 좋은 해결법이 있지요.”

“해결법 말씀이십니까?”

“암요. 정말로 좋은 해결법이 있지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손으로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철백을 가리켰다.

“저 친구가 말했죠? 암영의적 선배께 당신의 위치를 들었다고.”

“네……. 그런데 그게 왜…….”

“저 친구라고 처음부터 선배님을 뵐 수 있었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

설천위야 뭐 술사니까 가능하겠지만, 철백은 순수한 무인 아닌가?

심지어 내공도 못 쓴다고 알려진 외공만 익힌 무인.

그런 무인이 혼을 보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영안의 개안, 제가 도와드리죠. 그리고 직접 선배님께 배우시면 됩니다.”

“그, 그런 방법이!”

“크, 내가 생각해도 명답이다. 그렇죠?”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하긴요.”

하하 웃으며 손을 휘저은 설천위는 이내 아, 하는 표정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런데 이게…… 참, 제가 무림맹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아…….”

무림맹에 들어가면 당연히 외부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도움을 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상황을 깨달은 백영의 머릿속에 이내 빠르게 하나의 답이 지나갔다.

“저도 무림맹에 들어가겠습니다!”

“예? 정말로요?”

“암영문은 정사지간의 문파이긴 하지만, 무림맹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다.

스승님도 이해해 주실 터.

결심을 굳힌 백영의 목소리에 설천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입맹 시험을 치러서 들어와 주세요. 제가 있는 단에서 뽑아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돌아가시고 무림맹에서 봐요.”

“예!”

“그나저나 무릎도 아프실 텐데 어서 일어나세요. 밥이나 같이 먹어요.”

하하 웃으며 부드러운 태도로 백영을 챙기는 설천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서하영은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유 언니한테 다 이를 거야.”

“……인재 영입의 방식이라고 생각해.”

“아무리 그래도 외간 여자한테…….”

아니, 천위는 아직 홀몸인데…….

짧게, 속으로만 반박거리를 생각한 철백은 말을 아꼈다.

천위를 변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다 자신의 업보인 게지…….’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어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상황을 지켜보는 동생들에게 나쁜 예를 보여 주지 않기 위해 참기로 했다.

물론, 동생들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테지만.

* * *

“철 소협의 가족분들께서는 집을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철백이 잡아 온 멧돼지를 어머님의 진두지휘 아래 요리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마루에 앉은 철백과 설천위, 백영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그냥 무공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는 설천위에게 백영은 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기에 자신이 전해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알려 줬다.

그중 하나가 가족에 대한 문제.

서하영과 설천위는 가족이 겁나 강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무림에서 무사하리란 보장은 없었으나 가족들 전체가 무인(武人)이기에 충분히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철백의 가족은 아니었다.

철백이 무림에서 살아갈수록 은원(恩怨)은 쌓이기 마련이고, 도리를 벗어난 방식으로 자신의 원한을 풀려는 자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면 철백의 가족은 무조건 철백의 손이 닿는 곳에서 사는 것이 옳았다.

가족이야말로 무인의 최대 약점이 아닌가?

괜히 문파나 가문 전체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무림이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음,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서안에 집을 구해 놓지 못한 상황인지라…….”

가족들을 길바닥에서 자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철백의 말에 설천위가 고개를 끄덕이고.

백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임시로 지낼 곳이라면 있지 않은가요?”

“서안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우리가 무슨…….”

“설 공자가 받은 장원, 엄청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

백영의 말에 잊고 있던 자신의 자산을 떠올린 설천위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철백과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고.

“……고맙다.”

마찬가지로 까먹고 있던 철백도 뒤늦게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철백네 가족의 이사가 결정됐다.

큰 문제가 해결되어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찰나.

“그런데, 무슨 무공이었나요?”

백영의 질문이 철백과 설천위를 붙잡았다.

무슨 무공?

신법을 말하는 건가?

철백과 설천위 두 사람 다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동굴에서 얻은 비급, 무슨 무공인가요?”

두 사람이 자신의 말뜻을 이해 못 한 것을 눈치챈 백영의 두 번째 질문에 이번엔 설천위가 철백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진짜 못 들었네.”

무슨 무공이지?

게임에서도 나온 적 없어서 솔직히 궁금하긴 한데.

설천위의 질문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 철백은 자신의 기억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음, 나도 내용은 보지 못했으나 분명 제목이…… 염마준천공(炎魔焌天功)…….”

[뭐라?!!]

아씨, 깜짝이야!

[염마(炎魔)의 독문절기가 이곳에 있다고?!]

아니, 그 인간은 또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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