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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274화 (274/624)

제274화

273화-졸업 선물? (5)

“여기쯤?”

“으음…….”

꽤나 깊게 들어온 산속.

설천위와 철백은 철호의 기억에 의지해 산속을 뒤지고 있었다.

“이쯤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릴 만하지. 뭐,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싹 뒤져 보자.”

꽤나 시간이 지난 탓에 고개를 갸웃하는 철호의 머리를 쓰다듬은 설천위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철호가 봤던 동굴은 나무와 덩굴에 절묘하게 가려져 있었다고 했다.

마치 노린 것처럼.

가능성 있는 일이다.

동굴의 입구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물을 심어 놨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

마구잡이로 검기를 날려 나무나 덩굴을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잘못하다가 검기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무너트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 참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쪽은 딱 식물만 베어 낼 정도의 얇은 검기를 내는 게 불가능해서.

기술이 부족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눈만은 성실히 움직이던 설천위.

꽤나 긴 시간을 그렇게 돌아다녔을까.

“천위.”

“음?”

“흔적이다.”

[누군가가 지나갔구나.]

철백과 암영의적의 공통된 의견.

그 순간, 설천위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말을 듣고 자세히 살피니, 아주 미약한 흔적들이 보인다.

풀이 살짝 꺾여 있거나 나뭇가지의 끝이 살짝 부러져 있는 등의 흔적.

진짜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인 이들이나 남길 수 있는 미약한 흔적이다.

이 산은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이지만, 오가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나무꾼이나 사냥꾼, 약초꾼 정도.

저리도 섬세하게 움직일 만한 사람이 오갈 곳이 아니다.

“이것 봐라?”

상황 파악이 끝나자, 설천위는 입꼬리를 올렸다.

일이 재미있게 흘러가네.

“어떤 놈이 선수를 쳤나?”

“네?”

“아무래도 꽤나 샅샅이 뒤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린 철호가 갈 수 있는 산이라고 해 봤자 그 범위가 한정된다.

그 영역 안을 뒤지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람을 풀어 산을 샅샅이 뒤지면 될 뿐이니까.

다만.

“일단 그 왈패 놈들은 아니네.”

“움직임이 너무 좋다.”

꽤나 좋은 수준의 경신법을 익힌 놈의 흔적이다.

진짜 세심히 살펴봐야 찾을 수 있는 발자국은 그 깊이가 거의 없는 수준.

실력의 고하를 떠나 꽤나 좋은 경신법을 익혔다는 건 확실했다.

전문적인 정보원일 가능성이 크다.

뭐, 암살자일 수도 있지만.

도둑이나.

여하튼.

그 흑철파 왈패 놈들이 부릴 수준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제3의 세력이 끼어 있다는 소리다.

“흐음.”

가만히 흔적을 바라보던 설천위는 짧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

“수색을 계속하자.”

“알았다.”

적이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무공 비급만 찾으려고 하는 걸로 봐선 대놓고 활동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로 둘 중 하나다.

그만한 실력이 없거나 그만한 숫자가 없거나.

대놓고 활동해도 될 정도의 전력은 아니라는 소리다.

물론 그 뒷배엔 어떤 놈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이곳에 온 녀석들은 그렇단 소리다.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철백.”

“음.”

“준비해 둬.”

“알았다.”

조금 불이 붙네?

* * *

“그래서요?”

“그 나쁜 놈을 그냥 정권으로!”

“꺄아!”

철백의 집.

무공 비급을 찾아 나선 남자들을 따라가지 않고 집에 남은 서하영은 철유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다가 손을 놨다.

눈물이 찔끔 나온 상태로 해맑게 웃는 철유.

“너무 귀여워!”

“꺄아! 언니!”

“아우! 누굴 닮아 이리 귀여울까?!”

이번엔 철유를 붙잡아 그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격렬하게 애정을 표현한 서하영은 히히 웃으며 철유를 바라봤다.

막내로 자라서 그런가.

이렇게 어린 동생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간다.

남혜랑 놀 때도 그랬는데.

혜아도 귀여웠지.

역시, 쓸데없이 산을 타는 것보단 이게 백배는 더 낫다.

몸을 움직이면 시원해서 좋긴 하지만…….

‘……땀 냄새가 나는 건 싫고.’

아니, 나는 거야 괜찮지만 어머님이 계시는데 땀 냄새를 풍기고 싶진 않다.

내공으로 거의 날려 버릴 수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래서 수련도 새벽에 바짝 하고 근처 개울에서 땀을 싹 씻어 내고 왔고.

“어머니! 식사 준비하시게요?”

“그래. 애들이야 늦게 온다고 했으니 우리끼리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니?”

“그럼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요리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차마 자기한테 맡겨 달란 말은 못 하고 서하영은 주방에 얼른 들어가 철백의 어머니를 도왔다.

가볍게 칼질부터…….

“언니, 칼질 되게 못한다.”

“흠흠. 그, 그래?”

엉성하게 잘린 야채를 발견한 철유의 지적에 서하영은 어색하게 웃었다.

차라리 창으로 썰라고 하면 잰 것처럼 깔끔하게 썰어 낼 수 있는데.

주방에서 창을 꺼낼 수도 없고.

“에이! 내가 보여 줄게요!”

자신도 자랑할 게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한껏 기분이 좋아진 철유가 서하영에게서 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탁탁탁

깔끔한 칼질.

완벽하게 균일하진 않지만, 아이의 실력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의 칼질이다.

“잘하네?”

“에헴.”

깔끔하게 썰어 놓은 채소 앞에서 콧대를 올리는 철유.

그 귀여운 모습에 자신의 엉성했던 칼질도 까먹은 서하영은 웃으며 철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러면 언니가 배워야겠는데?”

“얼마든지 가르쳐 드릴게요!”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우리 철유를 스승님으로 모셔야 할 것 같은데?”

“에이, 스승님이라뇨.”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면서도 히죽히죽 웃는 철유.

그 모습이 만나자마자 울면서 뛰어왔던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되어 서하영은 작게 웃으며 철유를 끌어안았다.

“아우! 귀여워!”

한껏 철유를 안아 이리저리 비비던 서하영은 이내 상황을 다시 인지하고 헛! 소리와 함께 철유를 놓았다.

“죄송해요! 도와드린다고 하고!”

“됐네요. 보기 좋구먼. 철유가 언니 갖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데 말이야.”

“어, 엄마!”

깜짝 놀라 엄마라고 부르는 철유.

그 모습이 귀여워 다시 미소 짓던 그 순간.

“어머니.”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의 서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계세요.”

“……무슨 일이니, 얘야?”

“조금 불편한 손님이 찾아온 것 같아요.”

철유와 어머니를 집 안으로 들여보낸 서하영은 마당으로 나와 허리춤에 분리해 소지하던 창을 꺼내 단숨에 조립했다.

촤라라락

경쾌한 소리와 함께 결합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창.

“어머? 손님이 있네?”

조잡한 싸리문 밖에서 웃고 있는 여인.

그 복장은 법사의 그것이었고, 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거의 종아리까지 닿았다.

여인의 외모는 유려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그 미소 또한 부드러워 불교에 귀의한 귀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런데, 혹시 이 집에 남자아이가 하나 있지 않니?”

“있는데, 왜 찾나요?”

“음,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자연스럽게 대답하며 문을 여는 여인.

그 순간.

키잉!

강렬한 금속음과 함께 문을 잡았던 여인의 손이 튕겨 나왔다.

“어머? 왜 이러니? 나는 그냥…….”

“거짓말을 하고 싶으면 좀 씻고 다녔으면 좋겠는데요.”

냉랭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로 여인을 바라보며 서하영은 창을 겨눴다.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나거든요.”

“이래서 무인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은 여인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희는 어찌 그리 코가 좋니? 무림맹의 개라서 그런가?”

“피비린내를 풍기는 아줌마보단 개가 더 나은 것 같네요.”

날카롭게 쏘아보는 서하영의 눈빛에 어깨를 으쓱인 여인은 품에서 부적을 꺼냈다.

“아이야, 원래 깨달음을 찾아가는 길은 붉게 물들어 있는 법이란다.”

단숨에 십수 개의 부적을 뿌리는 여인.

“너도 무인이니 알지 않니?”

서하영을 보며 웃는 여인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고.

“모르는데요.”

촤라락!

창이 거칠게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모든 부적이 찢겨 나갔다.

단 일격.

한 번 창을 휘두른 것으로 모든 부적을 찢어발긴 서하영은 여인을 노려봤다.

“술사가 무인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슨 생각일까요?”

서하영의 물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는 서하영의 창.

거리 따윈 무의미하다는 듯 쇄도하는 창의 잔영이 여인을 난자한다.

허나.

“응. 혹시 몰라서 분신을 보내길 잘했다 싶구나.”

관통당한 부분이 안개가 되어 사라지는 와중에도 웃으며 여인의 몸은 서서히 흩어져 갔다.

[꽤나 강한 녀석들이 왔다고 해서 준비했는데, 아깝지 않게 됐구나.]

이윽고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철퍽대는 소리가 집 주위를 둘러싼다.

그리고.

그어어어어어.

기이한 소리와 함께 일어서는 붉은 인형들.

[실패작들이란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실패해서 속상했는데, 이리 써먹을 수 있게 됐으니 잘됐구나.]

몸 전체가 녹아내린 핏덩이처럼 철퍽대며 걸어오는 괴물들.

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을 억지로 삼킨 서하영은 창을 들고 겨눴다.

누가 적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하나니까.

베고 찌른다.

형체조차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면, 괴물이라고 한들 죽지 않겠는가?

술사가 쓰는 것이니 조금 불안하긴 해도 자신도 약하게나마 영력을 다룰 수 있다.

어떻게든 상대할 순 있을 터.

가볍게 심호흡한 서하영이 창을 들고 땅을 박찬다.

단숨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괴물의 앞에 도착한 서하영의 창이 괴물을 베고 지나간다.

무르기 그지없는 육체 따위 서하영의 창 앞에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번 휘둘러서 하나.

많을 땐 두세 개의 개체를 동시에 부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정리될 것 같은 속도로 괴물들을 처리하기 시작한 서하영.

허나.

그어어어어어.

재생한다.

베었던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서서히 다시 합쳐지며 일어서는 괴물들.

심지어 상체와 하체를 나눴던 녀석들은 앞으로 기어가면서 서서히 합쳐졌다.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면, 내가 이곳까지 왔겠니?]

그렇기에 서하영을 비웃는 여인의 웃음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한껏 발악해라.

사람은 결국 지치게 되는 생물.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고 해도 죽지 않는 적을 계속해서 베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큰 부하가 걸리는 일.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이다.

무인이란 참으로 상대하기 쉬운 짐승들이라니까.

철백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무.

그 정상에서 자신의 혈윤귀(血潤鬼)들과 싸우는 서하영을 바라보는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런 식으로 무인을 사냥하는 건 언제 봐도 즐거운 광경이기에.

하지만 너무 팔팔한 서하영의 모습에 잠깐 고민한 여인은 조금 더 힘을 쓰기로 했다.

듣자 하니 셋이나 왔다고 해서 최대한 아끼고 싶었지만, 저 계집의 체력을 보면 지치기까지 한세월이 걸릴 것 같았다.

생기를 빨아들이는 술법을 담은 부적을 은밀하게 던진 여인은 전투에 정신이 팔린 서하영이 술법의 범위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곤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젠 조금만 기다리면…….

따끔!

“음?”

순간, 살갗에 닿는 따가움에 깜짝 놀란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볼을 만졌다.

축축한 감각.

피다.

자신의 볼에서 약간이지만,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가슴속에서 비틀린 분노가 피어오르지만, 이성이 이내 그 분노를 억눌렀다.

대체 어떻게?

아니, 누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피어올랐으나 행동은 빨랐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

“아니?!”

검은 실이 자신의 왼쪽 발목을 휘감고 있다.

도망치는 순간, 꽉 조여진 그 실의 감각에 여인이 당황하는 그 순간.

“거기구나.”

상당히 멀리서 들리는 서하영의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창기(槍氣)가 날아와 여인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절단까진 아니지만 뼈가 훤히 보일 정도의 끔찍한 창상.

아찔한 통증이 밀려 올라왔으나, 여인은 그것보단 자신의 발목을 휘감은 실의 존재에 주목했다.

이 실.

‘……영력?’

영체의 것이다.

즉.

[도망칠 수 없다.]

식령(式靈)의 것이다.

여인을 찾으며 뻗어 나간 실로 만들어진 포위망.

그 포위망을 서서히 조이며, 흑사(黑絲)는 자신의 몸을 더욱더 깊게 어둠 속에 묻었다.

자신은 그것을 위한 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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