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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271화 (271/624)

제271화

270화-졸업 선물? (2)

“형님, 그 애새끼 아직도 입도 뻥긋 안 하는데요?”

“쯧, 독한 새끼. 그 형 놈도 그렇게 독했는데.”

“형님한테 팔이 부러졌다는 그놈 말입니까?”

“그래, 내가 그놈의 팔을 그냥…….”

부하에게 으스대며 옛 무용담을 꺼내 놓는 사내.

흑철파의 돌격대장 고두식은 히죽히죽 웃었다.

“그놈도 어지간히 독해서 팔을 부러트려도 기절을 안 하더라고.”

“그럼 어떻게 해치웠습니까? 죽인 것 같진 않은데.”

“그러고도 거의 한 일각을 더 패니까 기절하던데?”

“어우, 애를 일각이나 더 팬 겁니까?”

“어쭈? 눈깔 봐라?”

혀를 내두르는 부하에게 눈을 부라린 고두식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주먹 들고 덤비는데 애, 어른이 어디에 있어? 그나마 그놈이 칼 들고 안 덤볐으니까 살려 줬던 거야.”

“그래도 그때 포쾌들이 움직여서 잠시 숨어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근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놈이 와서 애들을 두들겨 패 놨더라고. 살려 준 은혜도 모르는 놈.”

진심으로 기분이 나빠졌는지 미간을 팍 구기는 고두식의 모습에 부하는 이번엔 잘 참았다.

속으로만 혀를 찼으니까.

‘진짜 상종 못 할 짐승 놈이긴 하네.’

그때 당시에 열 살이 조금 넘었을 애를 그렇게 패 놓고 저리 당당하냐.

아무리 우리가 사람들 등쳐 먹고사는 흑도 무리라곤 해도 그 선이란 게 있는 법인데.

자신이야 뭐, 농사짓는 일이 싫어서 이러고 있지만.

이놈은 진심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게 좋아 이러고 있는 놈인지라 절로 거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겉에선 웃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놈 앞에서 우는 사람을 어디 한둘 봤는가?

그걸 웃으며 짓밟는 꼴을 보는 것도 슬슬 지쳐 간다.

물론.

‘도망치면 내가 그 꼴이 되겠지.’

내가 아픈 것보단 다른 녀석들이 아픈 게 낫지.

양심이 살짝 찔리는 게 몸이 아픈 것보단 낫다.

양심이야 뭐, 금방 무뎌지니까.

저기 매달려서 두들겨 맞고 있는 녀석한텐 아직도 조금 미안하지만.

‘본보기를 애로 하냐.’

진짜 내가 먹고살 길만 있었어도…….

“야! 뭐 해?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뒈지고 싶어?”

“죄, 죄송합니다!”

“아오!”

짝!

사과와 동시에 날아오는 귀싸대기.

묵직한 충격에 목이 휙 돌아간 부하는 얼얼한 뺨의 통증만큼이나 뻐근한 목의 통증을 이 악물고 참았다.

“죄송합니다!”

“하여튼 꼭 처맞아야 말을 들어요. 저기 애새끼 대충 물 뿌려서 깨워 놔. 좀 있다가 다시 시작할 거니까.”

“옙.”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지 가랑이 사이를 긁적이며 옆방으로 들어가는 사내.

낮인지라 쉬고 있던 기생의 앙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새끼.

속으로 시원하게 욕을 갈긴 부하는 물 양동이를 챙겨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의 눈이 훤히 닿는 곳에서 고문을 할 순 없으니 마련해 놓은 지하실.

내려가니 코를 절로 찡그리게 만드는 악취가 올라온다.

고문하는 인간을 씻길 리 만무한 데다 사람은 고통에 노출되면 땀을 흘린다.

심지어 지리는 사람도 많으니 언제나 대충 청소하는 이곳의 냄새가 좋을 리 만무했다.

여전히 들어올 때마다 새로운 악취에 코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부하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보이는 건 열네다섯쯤 되어 보이는 아이다.

무려 사흘간의 고문을 버티고 있는 독종.

그래도 고두식이란 놈이 날붙이랑 인두를 쓴다는 것을 마지막 양심으로 겨우겨우 말려 그나마 몸의 형태는 아직 멀쩡한 편이다.

그거 말리다가 이쪽은 어금니 하나가 나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까지 그러는 건…….

“애효.”

그때 왜 그런 오지랖을 부렸을까.

아직도 통증이 가시지 않은 아래턱이 아까 맞은 귀싸대기로 한층 더 아파 오는 것을 느끼며 부하는 아이를 깨웠다.

“야, 야, 일어나.”

“……시작?”

“아니야. 새끼야. 잠깐 씻는 시간. 물도 좀 마시고.”

일부러 조금 깨끗한 물을 떠 온 부하는 물을 뿌리기 전에 먼저 떠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손발이 다 쇠사슬에 묶여 자유가 없는 아이인지라 직접 손으로 먹여 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아이에게 물을 먹여 준 부하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럼 조금 있다가 물 뿌리고 갈 테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 둬라.”

“……고마워.”

“개소리?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눈이나 감고 쉬어라.”

고맙기는 개뿔이 고마워.

진짜 사람이 이렇게 몰리면 이런 쓰레기한테도 감사하는 법이구나.

평소보다 조금 더 찔리는 양심에 부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반대쪽 어금니가 나가겠어.

조금 있다가 고두식이 오면 어떻게 빌어야 그놈의 기분이 좋아져 아이를 덜 때릴지 고민하던 그 순간.

“이 새끼들 봐라?”

등줄기가 싸르르 식는다.

그와 동시에 아찔한 통증이 왼쪽 귀에서 울려 퍼진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한 몇 초의 시간.

윙윙 울려 대는 공간 속에서 부하는 비척이며 몸을 일으켰다.

“죄, 죄…….”

“죄송은 무슨, 이 호로새끼야!”

퍽!

비척이며 일어서는 순간, 복부를 강타한 고두식의 오른발에 부하의 몸이 형편없이 구른다.

더러운 바닥을 구르고 벽에 가서야 겨우 멈추는 부하의 몰골이 마구 흐트러졌지만, 고두식은 상관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가 부하를 밟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애새끼가 왜 이렇게 버티나 했더니! 이딴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어?!”

온갖 성을 내며, 얼굴을 감싸고 몸을 웅크리는 부하를 연거푸 밟아 댄 고두식은 홱 고개를 돌렸다.

“애새끼, 아직도 버틸 생각이냐? 이젠 네 녀석 뒤 닦아 주는 머저리도 없다.”

“……나는 부러지지 않아.”

“하? 부러지지 않아? 오냐, 오늘 내가 사지를 다 분질러 주마. 애새끼라고 봐줬더니 이 새끼가 아예 뵈는 게 없구나.”

거친 걸음으로 아이에게 걸어가는 고두식.

그런 고두식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던 부하는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부하의 작은 반항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아이의 앞에 도착한 고두식의 손이 아이의 뺨을 내려친다.

“자! 말해 봐! 부러지나, 안 부러지나!”

“……안 부러져.”

“허? 이놈 새끼가?”

헛웃음과 함께 휘두르는 손.

거침없이 아이의 따귀를 때리는 손에 담긴 힘이 너무나도 살벌해서 아이의 볼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허나.

“……퉤.”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남은 아이가 기어코 고두식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피가 섞인 붉은 침이 고두식의 뺨을 타고 흐른다.

그 순간, 열불이 뻗친 고두식이 팔을 높게 들어 올리는 순간.

“그, 만.”

“뭐?! 이 새끼야?!”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단숨에 몸을 돌린 고두식의 발이 부하의 턱을 강타한다.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부하.

그 모습에 이를 악물고 버티던 아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리 형이 돌아올 거야.”

“하, 그 애새끼가 돌아와서 뭐?”

“형, 무림학관에서 병(丙)으로 승급했다고 했어.”

“새끼야, 그걸 믿어? 당연히 구라지. 무림학관의 병(丙)이면 초절정이야. 저기 지체 높은 대문파의 장로급이라고, 새끼야!”

고두식의 호통에 턱이 부러진 부하는 두 눈을 감았다.

맞는 말이다.

병(丙)이라니 구라를 쳐도 너무 크게 치지 않았는가.

적당히 기(己) 정도라고 하지.

그럼 고두식, 이놈이 조금 겁먹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조금 실현 가능성이 있으니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두 눈을 감았던 부하는 묘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턱에서 올라오는 끔찍한 고통에 정신을 잃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강렬하게 뇌리를 자극한다.

“철호.”

그 순간, 고두식은 모를 아이의 이름을 누군가가 부르는 것과 동시에 부하는 목격했다.

“눈 감아.”

대체 어떻게?

저런 거한이 이곳에 들어온 걸 모르고 있었지?

고두식보다도 반 뼘 이상 큰 키에 고두식의 살덩어리 덩치와는 다른 압도적인 근육의 육체.

그 거한이 고두식의 어깨와 팔을 붙잡는다.

그제야 자신이 뒤를 잡혔다는 것을 깨달은 고두식이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는 순간.

“정녕 오랜만이다.”

뿌득.

“끄아아아아악!!”

뼈가 빠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고두식의 비명.

그 끔찍한 비명에 부하의 정신이 한층 더 맑아지는 순간.

부하는 거한이 아직도 고두식의 어깨와 팔을 붙잡은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깨뼈를 뽑았는데 왜 아직도?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드는 순간.

뿌드드득.

상상을 초월하는 섬뜩한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진다.

동시에.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앙가악가가!!”

기괴해진 고두식의 비명 또한 크게 울려 퍼졌다.

생으로 뽑혀 나가는 팔의 고통을 어떻게든 표현하겠다는 듯이.

“사람을 쉽게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야.”

뽑아 낸 팔을 바닥에 던지며, 거한은 고두식의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 반사적으로 휘두른 고두식의 팔이 거한의 얼굴에 닿았지만.

뿌득.

“끄아악!”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꺾인 고두식의 팔목이 덜렁거린다.

비명을 내지르는 고두식의 남은 팔을 붙잡고 강제로 끌어내며 거한은 몸을 돌렸다.

악을 쓰는 고두식을 마치 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끌어낸다.

“철호, 형의 친구가 내려올 거다. 그 친구가 부를 때까지 눈 감고 있어.”

“으, 응.”

형.

그 말에 부하는 거한의 정체를 깨달았다.

병(丙)에 올랐다는 아이의 형.

‘지, 진짜였다고?’

옛날에 고두식한테 처맞아 사경을 헤매며 누워 있었다는 놈이?

마른침을 삼키려다 부러진 턱의 통증에 얼굴을 구긴 부하는 거한이 사라진 입구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다시 얼굴을 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런 강자가 자신의 동생을 맡길 정도면 무조건 한가락 하는 인간일 게 뻔하다.

지은 죄가 있으니 어떻게든 잘 보여야…….

“아, 씁, 저 역할을 내가 했어야 했나?”

퉁퉁 부은 아이의 뺨과, 멍과 상처로 가득한 몸을 발견한 설천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내가 진짜 애들 건드리는 건 잘 못 참는데.

나가서 고문이라도 도와야 하나, 잠깐 고민하던 설천위는 이내 아이의 상태를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일단 치료부터지.

“부탁해요.”

[맡기거라.]

설천위의 몸에 깃든 신의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곳은 없구나, 관리만 잘하면 일주일 안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게다.]

“그럼 다행이네요.”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아직까지도 두 눈을 꾹 감고 있는 철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됐어. 눈떠. 누구 동생 아니랄까 봐 말은 잘 듣는구나.”

“……형 친구세요?”

“그래. 그러니 이제 걱정 말고 쉬어라. 그나저나.”

고개를 돌린 설천위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부하를 바라봤다.

일단 복장이나 생긴 걸 봐선 지금 끌려 나간 놈의 동료 같은데.

목 아래에 보이는 문신이 고두식이 녀석의 것과 같다.

설천위의 눈에 서늘함이 깃드는 순간.

“도, 도와주세요.”

“쟤도 한패 같은데?”

철호의 부탁에 고개를 갸웃한 설천위는 철호의 두 눈을 바라봤다.

“저한테 먹을 것도 챙겨 주고, 아까 그 인간을 말리다가 대신 맞기도 한 분이에요.”

“그래?”

그럼 얘기가 다르지.

저런 미친놈한테 납치된 아이가 어떻게 사흘이나 버텼나 했더니.

“당신, 이름은? 아, 턱이 부러져서 말을 못 하는구나.”

단숨에 부하의 상태를 확인한 설천위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일단 대충…….”

설천위가 말을 흐리는 순간, 부하가 품에서 꺼낸 목패를 확인한 설천위는 묘한 표정으로 부하를 바라봤다.

“……우목?”

끄덕.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통증에 얼굴을 구기는 부하, 우목.

“……이상하다.”

그 익숙한 이름에 설천위는 가만히 그 부하를 바라봤다.

“진짜 이상하다…….”

광귀(狂鬼) 우목이랑 이름이 똑같네?

진짜 이상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찝찝함과 함께 신의의 힘을 빌려 우목의 턱에 알맞은 조치를 취한 설천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찝찝한 건 다음이고.

“그래서 철호야. 이 개, 아니 이 인간들이 너한테 듣고 싶은 정보가 대체 뭐니?”

단순히 반항했다고 데려와서 고문까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답은 대충 예상이 간다.

설천위의 물음에 잠시 우물쭈물하던 철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찾았어요. 무공 비급이랑 영약이 있는 동굴을요. 형이 돌아오면 알려 주려고 했는데, 친구들한테 말한 게 소문이 퍼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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