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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249화 (249/624)

제249화

248화-결판 (4)

“무승부라…….”

흑룡학관의 학생들이 머무는 객잔.

1층에 모인 학생들은 무심코 말을 흘린 거완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단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

어색하게 웃을 법한 상황에서 거완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뭐? 무승부가 아쉽지 않은 사람 있나?”

“진 녀석이 당당하기는.”

거완의 태도에 피식 웃은 성무경이 술잔을 내려놓곤 그를 바라봤다.

“우리의 패배가 덮어졌으니 최선 아닌가?”

고개를 돌려 성무경을 바라본 거완은 고개를 저었다.

“내 패배는 내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것이니 상관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끝을 내지 못했다는 거다.”

끝내 결판을 내지 못한 것.

그것이 아쉽다.

말이 무승부지, 결국 승부가 흐지부지 끝났다는 소리 아닌가.

“우리가 또 언제 이런 싸움에 나설 수 있지? 패배든 승리든, 확실하게 챙겨 가고 싶을 뿐이다.”

패배의 씁쓸함도 좋다.

그것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줄 테니.

승리의 달콤함도 좋다.

그것은 자신을 믿는 초석이 되어 줄 테니.

어떤 것이든 좋다.

단.

“패배도 승리도 없는 이 싸움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지?”

담담하게 서서 성무경을 내려다보는 거완의 물음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아예 출전조차 못 한 이들도 있다.

불만이 없을 리 없는 상황.

“……약자인 이유다.”

순간, 객잔에 퍼지는 낯선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낯설긴 하나,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듯한 목소리.

모두를 놀라게 한 목소리의 주인공.

시백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거완을 바라봤다.

“외부와 상관없이, 강해지지 못한 것이 네가 패배한 이유다.”

시백치고 아주 드물게 길게 말하는 모습에 놀란 것도 잠시.

이내 사람들은 그 말에 담긴 내용에 놀랐다.

“뭐?! 이 새끼야?! 싸움 거는 거냐!”

탁자를 박차고 단숨에 시백을 향해 달려가는 거완.

단숨에 시백의 탁자 앞까지 도착해 그 위에 발을 올리고 으르렁거리는 거완의 목에 성무경의 검이 겨눠진다.

“보는 눈이 많다.”

“흥! 우리가 언제부터 그딴 걸 신경 썼다고!”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성무경의 검을 쳐 내는 거완.

튕겨 나간 검에 성무경의 눈가에도 붉은 기가 맴돌고.

그 모습에 가만히 앉아 있던 시백의 눈가에도 예기가 서리는 순간.

“우리 아가들은 또 무슨 이유로 성을 내는 걸까?”

나른한 목소리가 객잔의 2층에서 들려왔다.

흑룡학관의 학생들이 앉아 있는 1층 식당을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난간.

한숨과 함께 머리를 짚고 있는 여미려를 옆에 둔 백유가 나른한 얼굴로 난간에 기대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이 누나만 없으면 치고받고 싸우려고 드는 우리 아가들은 대체 왜 이리 또 뿔이 났나?”

턱을 괸 채 웃으며 묻는 백유의 모습에 성무경마저 검을 거두고, 시백마저 예기를 가라앉혔지만…….

“납득할 수가 없어서!”

거완은 거침없이 불만을 토해 냈다.

“무승부라니, 나는 인정 못 하겠어! 회장! 우리가 왜 무승부로 끝내야 하지? 고작 그딴 습격이나 하는 놈들이 두려워 이런 식으로 친선전을 끝내는 게 말이 되오?!”

거완이 토해 내는 불만에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승부로 끝난 것엔 그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은가.

고작 숨어서 습격이나 하는 놈들이 두려워 이리 찜찜하게 끝맺음을 짓는 건…….

“응. 말이 돼.”

몇몇이 노골적으로 흘리는 불만의 기색에 백유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폭탄을 짊어진 놈들에게 몇이나 반응했지?”

몇이나 반응했냐.

그 의문에 모두의 입이 굳게 닫혔다.

한 명도 없었으니까.

심지어 반응했던 이들조차 나서지 않았다.

왜냐고?

혹시 모르니까.

폭탄은 근접에서 터지면 무인이라도 중상을 입는다.

고작해야 구경꾼들을 구하겠다고 자신의 몸을 내던질 순 없지 않은가.

“지금 너희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우리가 친선전을 끝내는 이유야.”

“그게 무슨…….”

“거완.”

짧은 부름과 함께 거완을 똑바로 내려다보는 백유.

그 눈동자엔 여태까지의 나른함이 마치 거짓이라는 듯 강렬한 무언가가 일렁였다.

“우리가 누구지?”

“……흑룡이오.”

“그래, 우리는 흑룡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백유의 몸에서 거친 기운이 일렁인다.

그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은 용의 기세.

위에 서는 자 특유의 기도.

흑룡학관의 모두를 내려다보며, 백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우리의 행사에 웬 놈들이 끼어들어서 깽판을 쳤는데, 한 새끼도 움직이지 않더군.”

인명?

소중하지 않다.

생판 남인 구경꾼들이 뒈지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들의 목숨은 지키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자존심.

고고하기 위해 필요한, 그 자존심 때문에 그들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한낱 들개도 자신의 영역에서 무리를 건드리는 존재를 물어뜯거늘 너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지?”

황실이 개최했으니, 상관없어?

그럴 리가.

이 친선전 자체가 자신들의 의지로 이뤄진 것 아닌가.

“흑룡의 영역에 똥을 뿌린 놈들을 너희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게 우리가 이번 싸움의 끝을 내지 못한 이유다.”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외부에서 보기에 저들은 그 습격에 대응할 능력이 없거나 혹은 겁을 먹어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이니까.

자존심이 짓밟힌 거다.

아마 사천맹에서도 이번 일로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짐을 챙겨라.”

어느새 똑바로 선 채 모두를 내려다보는 백유의 한마디에 흑룡학관의 학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는 사천맹으로 귀환한다.”

짧은 복귀 선언과 함께 돌아서는 백유의 뒤로 고개를 숙인 학생들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명을 따릅니다!”

“명을 따릅니다!”

* * *

“아주 제대로 휘어잡아 놨군.”

흑룡학관의 학생들이 빠져나간 객잔의 구석.

술을 홀짝이던 소국은 피식 웃으며 백유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성조차 잠식시키고 본능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지배자의 풍모.

그들이 품고 있던 불만조차 그 기세로 짓밟아 단숨에 없애 버린다.

저 모습에 맹주가 고른 것일까.

아니면, 맹주가 골랐기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뭐가 됐든.

“똥줄 타는 놈들이 꽤 있겠어.”

낄낄 웃으며 술잔을 든 소국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대했다.

최근 들어 잠잠해진 맹주의 활동에 어떻게든 권력을 쥐려고 난리를 치고 있는 놈들.

후계자를 자처하며 맹주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

그들의 나이는 당연히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실력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저런 어린 녀석이라니.”

참 인생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잔을 내려놓고 술병을 집어 들고 일어선 소국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황실 그리고 무림맹과 대충 의견 조율을 끝냈으니, 이쪽도 돌아가야지.

그리고.

“기대되는구먼.”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사천맹에서 벌어질 일을 상상하는 소국의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 * *

“아미타불, 고생했습니다. 여러분.”

무림학관의 학생들이 머무는 객잔.

그곳을 방문한 무진은 아니라며 고개를 내젓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여러분들이 고생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고생한 겁니까?”

“아닙니다. 무진 대사, 저희는…….”

“허허, 아닙니다. 여러분의 노고는…….”

끝도 없이 이어지려는 칭찬과 겸손의 고리에 한숨을 내쉰 설천위는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끊었다.

하여튼, 소림의 무진 대사라고 하나같이 어려워하기는.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아, 본론을 말하는 걸 잊고 있었군요.”

설천위의 물음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웃은 무진은 부하를 불렀다.

“먼저, 설 시주께 주는 황실의 포상입니다.”

보검 하나에 기물 하나, 영약 하나.

영약은 원래 두 개였으나, 하나는 급하게 먹어 버려서 없다.

그래서 원래 이 세 개가 끝이어야 하나…….

“이것들은 처음 주기로 한 포상이고, 다음은 개인전에서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포상입니다.”

또 줘?

다음으로 무진이 내민 것은 꽤나 조그마한 상자였다.

기물인가?

살짝 두근두근하면서 상자를 받아서 열고…….

“어억?!”

설천위의 입에서 흔치 않은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호기심이 동한 이들이 설천위에게 달라붙었고…….

“허어?”

“어억?!”

그들의 입에서도 그와 비슷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허허, 나도 처음에 보고 놀라긴 했네.”

허허 웃은 무진은 놀라는 설천위의 어깨를 두들겼다.

“내 기억으론 무림맹 근처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장원이니 잘 쓰시게.”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

그건 집문서였다.

* * *

“무림맹은 원래 숙소에서 같이 묵지 않나요?”

“음, 그건 평대원일 때의 이야기네. 대주급 이상이 되면 외부에 있는 자택에서 머무는 경우가 꽤 있네. 가족도 있으니.”

억 소리가 나는 포상 타임이 끝나고.

큰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무진과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로 묻는 것은 무림맹에서의 생활.

물론 스님인 무진은 자신이 겪은 것이 아닌, 들은 것으로 설명해 줄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속에서 설천위는 조심스럽게 포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황실에서 준 포상은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검은 충분히 보검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좋았고, 영약도 살짝 미심쩍은 기운이 있긴 했지만 일단 효력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기물인데…….

‘그들도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는 모른다고 했소이다.’

무진의 설명을 듣자 하니, 이 자식들 애물단지를 그냥 넘긴 것 같았다.

주술로 기물인 것은 확인했지만 사용법은 모르는, 게임으로 따지면 미감정 상태의 물건.

검은 구슬.

외관은 나름 영롱하고 예쁘긴 한데, 이것만으로 무슨 기물인지 파악하기는 좀…….

일단 포기하고 구슬을 품에 넣은 설천위는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물론, 황실이 준 보상은 앞선 것들이 끝이다.

장원이야 뭐 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고.

사실 황실이 주는 보상보다 더 기대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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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과 흑룡학관의 친선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합니다.

성과를 계산합니다.

단체전에서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개인전에서 패배하였습니다.

훌륭한 업적! 수많은 인명을 구했습니다!

전체 승부에서 무승부가 나왔습니다.

업적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계산합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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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보이는 두 문장이 조금 마음 아프긴 해도, 메인 스토리 보상이니 꽤나 쓸 만한 걸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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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강화권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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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 * *

“천위, 왜 그래요?”

무림학관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유예린만큼이나 상태가 안 좋아 주위의 강권으로 유예린과 함께 마차를 탄 설천위는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별거 아닌데…….”

“별거 아닌 표정이 아닌데요?”

유예린의 물음에 설천위는 입을 다물었다.

진짜로 별거 아닌 건 아니었으니까.

친선전의 결과로 주어진 단 하나의 보상.

스킬창을 열면 구석에서 작게 빛나는 [스킬 강화권]이라는 글씨.

스킬 포인트는 아니다.

애초에 친선전에서 펼친 활약은 스킬 포인트 한두 개로 퉁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승패를 떠나 안에서 펼친 활약이 꽤 됐으니 상당히 괜찮은 보상이 주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 스킬 강화권이 스킬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라면, 꽤나 좋은 보상임은 분명하다.

스킬의 등급 자체를 올리는 건 어떤 의미로 스킬 포인트 열 개가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단 소리니까.

물론, 최대 상급까지라는 제한이 붙어 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충분히, 아니, 그냥 진짜 좋은 보상일 텐데…….

‘……게임에서는 이런 거 없었는데?’

이게 문제다.

육도(六道)를 플레이할 때, 이런 보상은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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