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91화 (191/624)

제191화

190화-난 결백해 (2)

“단체전이라…….”

“우리끼리 나가면 그게 가장 괜찮지 않겠나?”

“음. 그게 또 애매하단 말이지.”

상대는 흑룡학관이다.

단체전이란 것이 강한 개인을 모아 놓는다고 이기는 게 아니란 말이지.

“저희 모두가 한 조가 되는 건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이유는?”

“어디까지나 친선전의 핵심은 개인전이기 때문이죠.”

유예린의 말대로 친선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개인전이다.

결국 사람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는 건 단체전보단 개인전일 테니까.

“무엇보다 철 소협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단체전에서 부상의 위험을 피할 수 없어요.”

“혼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인가.”

“네. 심판의 눈이 전부 닿진 않을 테니 당연히 반칙도 많을 테죠.”

정정당당한 실력 승부?

사파에게 뭘 바라나.

무엇보다 그들에게 정정당당한 실력 승부란 가진 것을,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꺼내는 거다.

반칙도, 음험한 수법도 물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포함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기는 걸 떠나 그냥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높은 확률로 부상을 입을 거다.

“거기에다 저쪽에서도 오룡급이 나오면 상당히 힘들어질 거야.”

“음, 천위 네가 전에 말했던 그들인가?”

“그래.”

흑룡학관의 오룡.

적랑대 대주, 적룡(赤龍) 성무경.

무혈대 대원, 무룡(武龍) 장풍기.

무소속, 강룡(鋼龍) 거완.

금원대 대주, 금룡(金龍) 조규욱.

무소속, 책룡(策龍) 규천.

이들이 설천이가 흑룡학관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들었던 오룡이다.

물론 백유가 성장하면서 조금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이 다섯은 요주의 인물들이다.

“특히, 성무경은 위험해.”

적룡(赤龍) 성무경.

나머지 넷은 그냥 재능 있는 친구들이지만, 얘는 진짜다.

유예린과 맞먹는 진짜배기 괴물.

중소 문파 출신에다 제대로 된 배경도 없어서 지금은 그냥 뛰어난 후기지수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지만.

“백유의 성격을 생각하면 성무경을 그대로 단체전에 내보낼 확률이 높아.”

“음, 하긴 흑룡학관에서 최근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가 데리고 있던 이들 이외에도 뛰어난 자들로 조를 짜면 확실히 강하겠군.”

“아니, 안 그럴걸?”

아마 적랑대 그대로 나올 거다.

“성무경은 개인으로서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타고난 지휘관이야.”

왕(王)이라고 하기엔 그릇이 작다.

모두의 지지를 받는, 그런 정치에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이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타입.

목숨을 내걸고 적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전장의 특성상, 부하들의 절대적 지지는 용병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엄밀히 말해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도 결국 용병술의 영역에 들어가긴 하지만.

여하튼.

“아마 성무경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맞을 거야. 그리고 그가 이끄는 적랑대라면 반드시 부상자가 생기겠지.”

“음, 나라면?”

“철백, 네가 나서면 성무경이 널 맡을 테고 아마 부상 없이 무사하긴 힘들걸?”

“그 정도인가.”

“확실히 전에 봤을 때도 뛰어나 보이긴 했어요.”

“유 매랑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럼 가장 큰 문제는 성무경이란 자인가? 그럼 그자를 단체전에서 잡으면 개인전은 할 만하다는 소리이겠군.”

“그건…….”

철백의 물음에 설천위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성무경.

문제지.

문제이긴 한데…….

“……아마, 아닐걸?”

“흐응? 누구 때문인가요?”

달라붙는 유예린.

살짝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에 설천위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그냥 거기에도 뛰어난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나저나, 황실이 심판을 맡았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달라져요?”

“단체전. 부회장은 뭐, 그냥 적당히 인원을 모아서 나갈 생각인 것 같던데.”

“그런데요?”

“황실이 생각하는 단체전은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단체전이랑 다를걸?”

게임에서도 단체전은 황실의 방식대로 치러졌다.

“황실에서 생각하는 단체전은 그냥 비무대 위에 단체로 올라가서 싸우는 게 아니거든.”

* * *

“으음.”

“고민되네요.”

“단체전이라면 지금부터 훈련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실 측에서 공정성을 위해 단체전 방식을 당일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합니까?”

“일단 모아서 서로 합이라도 맞추게 해 봐야지요!”

“그러니까 어떤 상황을 대비해 학생들을 모으느냔 말입니다! 그냥 강한 아이들만 모을 건 아니지 않소!”

점점 과열되기 시작하는 회의 분위기.

논점은 하나, 단체전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이다.

원래는 이런 고민도 안 했을 거다.

그냥 적당히 강한 애들을 뽑아서 내보내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거대한 비무대 위에 열 명 정도가 올라가서 함께 싸우는 것뿐이다.

무조건 난전으로 흘러가니 책략보다는 개개인의 기량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나눠서 한다는 공지를 받은 황실 측에서 연락이 왔다.

단체전을 위해 경기장을 만들고 있으니 인원은 어느 정도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스무 명이 안 될 거라고.

그랬더니 무슨 답이 왔는지 아는가?

‘아, 그러면 소규모 전투 위주로군요? 그럼 대략 각 변이 2리인 숲으로 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들었을 때, 아차 싶었다.

황실이 생각하는 단체전은 군대의 운용을 기본으로 하는 단체전.

즉, 규모가 다르다.

애초에 단체전의 개념 자체가 다른 거다.

게다가 그런 사정을 읽은 건지 제대로 된 규칙은 당일 공개하겠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대장전이 될지, 깃발 뺏기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다.

즉,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전략을 짜고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숨을 내쉰 교관 하나가 조금 진정된 모두를 둘러보며 물었다.

“……일단, 부회장의 대답은 어떻습니까?”

“본인에게는 동의를 얻긴 했습니다만…….”

“스스로도 용병술에는 능하지 못하다고 하는지라…….”

“으음.”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급히 머리가 될 학생을 찾긴 했지만,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런 일에는 제갈이라는 성이 참으로 듬직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학관에 다니는 학생들 중 제갈이란 성을 쓰는 학생을 오직 제갈소뿐이다.

물론 그녀를 제외하고도 머리가 뛰어난 학생은 많을 터이나…….

“실력이 되면서 기본적인 전술에도 능한 학생을 이리도 찾기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은 둘 모두를 공부하진 않으니까요.”

기(己) 이상이면 기본적으로 용병술을 배우긴 하지만, 그래 봤자 수박 겉핥기 정도다.

어차피 맹에 들어가면 실전에서 제대로 배울 테니 그때 힘들지 않도록 기본 지식만 쌓는 수준이다.

애초에 학생 대부분이 그걸 원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용병술을 가르치는 수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용병술은 그냥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힘드니까요.”

한 교관의 말에 다른 교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술은 기본적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에다 그것을 머릿속에서 그려 낼 수 있는 공간감.

그리고 전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까지.

모든 것이 필요하다.

열 명이 조금 넘는 단체전으로 무슨 그 정도의 능력까지 필요하겠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이기기 위해선 필요하다.

흑룡학관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애초에 사파는 절대적 고수보다는 머릿수를 이용한 용병술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사파 무공의 특성상, 일정 수준까진 빨리 강해져도 진짜 고수의 경지에 올라서는 건 더디기 때문이다.

학관의 가장 뛰어난 학생 다섯을 칭하는 오룡 중에 무력보다 책략으로 이름을 올린 학생이 있다는 것만 봐도 명확하지 않은가.

“단체전을 그냥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소.”

“아무리 그래도 포기라니! 황실에서 주최하는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터인데 그 자리에 설 학생들에게 그게 할 말이요!”

“아니! 현실이 그렇다는 것 아니오! 그렇다고 개인전을 포기할 순 없지 않소!”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모여서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아니오! 고민할 생각은 안 하고 포기나 하는 게 교육자로서……!”

“그만!”

시끄러웠던 회의장에 순간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교관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던 팽후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단숨에 회의장을 가득 메우는 기세.

내공을 일으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존재감.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본능을 자극하는 맹수의 그것이 교관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단체전을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이 친선전의 의미는 경쟁 이전에 학생들의 성장이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포기를 말했던 교관의 빠른 사과에 고개를 끄덕인 팽후는 다른 교관들을 둘러보며 팔짱을 꼈다.

“차라리 이게 어떤가?”

“이거라고 하시면…….”

“아예 학생들에게 전부 맡겨 보자는 걸세.”

허허로운 웃음과 함께 팽후는 교관들을 바라봤다.

“이번에 친선전에 나가는 학생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지 않은가? 아예 그 친구들의 선택에 맡기자는 거지.”

설천위.

그 녀석이라면 꽤나 재미있는 일을 벌여 줄 것 같으니까.

* * *

“……라는 일이 된 것 같아요.”

“우리한테 왜 그런데?”

“그러게요.”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찾아온 제갈소의 설명에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이리 전폭적으로 믿어 줘도 좀 부담스러운데.

“포기라는 선택지는 아예 없는 거지?”

“아무래도 그렇죠.”

“흠.”

제갈소의 대답에 설천위는 턱을 쓸며 주위를 둘러봤다.

한창 수련에 열중하다가 제갈소의 방문으로 모인 이들.

그들도 하나같이 제갈소의 설명을 듣곤 고민에 빠진 상태다.

문제는.

‘백유를 상대하려면 최소 유 매가 나가야 하고, 그 외에도 전부 나가야 해.’

황보척의 출전이 불안한데 나머지 둘도 빠진 상태.

개인전은 상당히 빡빡하다.

최소 반 이상은 이겨야 할 텐데…….

‘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이쪽도 장난 아닌 녀석들이 모인 건 마찬가지니까.

지금 흑룡학관은 오룡과 백유를 빼면 적당한 수준이니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흠, 그거 우리한테 모든 권한을 준다는 거야?”

“예? 그렇죠? ……하시게요?”

“까라면 까야지.”

여기가 어딘가.

군대 아닌가.

까라면 까야지.

무엇보다.

“마침 잘됐어.”

쓸 만한 녀석들을 놓치고 있어서 참 아쉬웠는데.

이 기회에 싹 모아야겠어.

후딱 모아서 훈련하면 단체전 정도야 어떻게든 되겠지.

“바로 움직이자고.”

* * *

“자! 전원 주목!”

무려 학관장의 허가로 전세를 낸 대형 연무장.

그곳에 모인 열다섯의 학생들을 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대로라면 하나하나 온갖 이벤트를 거쳐서 모아야 하는 녀석들.

서고에 자주 드나들거나, 무슨 수업을 듣거나, 밖에서 마주쳐야 한다거나 등등.

아주 귀찮은 시작점이 필요한 녀석들이다.

살아남기 위해 수련하는 것으로도 벅차서 아예 연 맺기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너희들 전부 단체전에 나간다!”

이 기회에 안면 정도는 터놓으면 무림맹에 갔을 때 도움이 되겠지.

물론…….

“……저는 나가기 싫습니다만.”

“거절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행패가……!”

“여기에 있다!”

시작이 그리 좋진 않을 수도 있지만.

반항기 가득한 얼굴로 부들거리는 한 학생을 보며 설천위는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꼬우면 덤벼라!”

“하?”

“단체전 준비를 위한 시간이 얼마 없다. 하하호호 웃으며 눈치 싸움이나 할 시간 따윈 없다!”

괜히 처음부터 반말을 쓰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은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서.

끝만 좋으면 괜찮은 인연 정도로 남을 수 있다.

애초에 못 맺을 인연이니 그 정도로 만족해야지.

무엇보다.

‘학관장의 배포가 커!’

학생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팽후가 약속한 보상.

무려 영약이다.

그것도 팽가의 곳간을 털어 나오는 영약.

뒷말도 없이 깨끗하게 꿀꺽할 수 있다.

거기에다.

‘얘들한테도 준다니까.’

뭐, 바로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일단은 기강부터 잡자고.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

“하! 그런다고 못 나갈 줄 알고?”

오, 뻔한 대답!

그야말로 예상대로의 대답에 설천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오십을 세겠다. 그 안에 나가면, 그냥 순순히 보내 주지.”

“하! 우리를 아주 물로 보고 있군!”

설천위의 약속에 몇몇이 불만을 터트렸고.

“자, 그럼 세지. 하나.”

설천위가 하나를 세고.

“난, 가…….”

호탕하게 입을 열었던 이의 목소리가 끊긴다.

그리고 이내.

‘……이, 이게 무슨?’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모두가 당황하는 순간.

[패령안(覇靈眼)]

“둘.”

엄청난 기세가 그들을 짓누른다.

거기에다.

“셋.”

[암천룡(暗天龍)]

[크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용이 연무장의 담벼락을 따라 똬리를 튼 채,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도망가겠다고 발을 떼면, 당장에라도 그 주둥이를 벌려 자신들을 모조리 삼켜 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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