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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85화 (185/624)

제185화

184화-그거 맞아? (5)

쿵!

묵직한 걸음에 설천위는 몸을 움직였다.

일단 한 번.

공격을 피하자.

그리 생각하며 도약한 설천위가 있던 곳에 거대한 주먹이 박힌다.

털이 듬성듬성 자란 두꺼운 팔뚝.

마치 짐승의 것이 되다 만 것 같은 느낌의 팔.

“야수형이군요.”

“……그런 구분도 있어요?”

“물론이죠.”

청아의 질문에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성화린.

“꼭 인간만 악귀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짐승이 악귀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식용을 위한 사냥이 아닌, 학대를 위한 사냥을 하는 이들.

그 외에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벌어지는 학대.

사는 것이 힘든 이 시대에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는 손쉽게 인간의 악의에 노출된다.

“저 사람의 경우는 짐승의 혼이 씐 것 같네요.”

“그럼 피해자인가요?”

“음. 아닐 걸요, 아마?”

짐승은 의외로 착각을 잘하지 않는다.

대상을 확실하게 인지하면 생각보다 더 뚜렷하게 구분한다고 해야 하나.

시력은 좋지 못할지라도 청력과 후각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서 각 개체를 보다 잘 구분한다.

그리고 그런 개의 악귀들도 생각보다 더 인간을 잘 구분해 낸다.

“아마 자신을 죽인 인간이라고 생각해 공격한 것이겠죠.”

그리고.

“아마 한둘이 아닐 거예요.”

고작해야 개 하나의 원한만으론 사람을 저리 만들 수 없다.

못해도 열, 혹은 그 이상의 숫자를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학대 끝에 죽여야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성화린의 모습에 청아는 오히려 미간을 찡그렸다.

“상당히 느긋하신데 안 도와줘도 돼요?”

“음, 딱히 그럴 필요 없지요.”

무차별적으로 바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악귀.

꽤나 날렵하고 파괴적인 공격이지만…….

“역시 무인은 무인이네요.”

너무나도 손쉽게 그 공격들을 피해 내고 있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중간중간에 멈춰 서서 상대를 살펴보는 여유까지 부린다.

‘이러면, 조금 더 연습해도 괜찮겠네요.’

사실 적의 등장에 연습을 그만둬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딱히 그만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굳이 편하게 보내 줄 필요도 없는 것 같군요.”

악귀에 침식당한 혼은 말 그대로 혼이 뒤틀리는 고통을 겪지만…….

“참, 잔인한 생물이에요. 인간이란.”

[왕?]

이런 아이들을 괴롭힌 죗값이라 생각하면, 뭐 그리 안타깝지도 않다.

어느새 완전히 긴장을 푼 청아를 놓고, 청랑을 끌어안은 성화린은 자신에게 맞춰 크기를 줄여 주는 청랑의 턱을 만지며 웃었다.

이리도 착한 아이들인데.

‘……이 아이는 늑대니까 조금 다른가?’

아니, 그럼 강아지들은 얘보다 더 착한 거 아니야?

천벌 받을 만하네.

“……당신, 내 생각과 조금 달라요.”

“제가요?”

“뭔가, 갑자기 거리감이 확 줄었다고 해야 하나…….”

“후후, 저는 기본적으로 어린애와 동물을 좋아해요.”

“누가 어린애야!”

“후후후, 안타깝게도 제겐 보이거든요!”

발끈하는 청아의 머리를 조금 거칠게 쓰다듬으며 성화린은 빙긋 웃었다.

설천위가 왜 이 아이를 자신의 식령으로 받아들였는지 이해가 간다.

‘몇몇 이해 안 되는 것들도 있지만요.’

설천위가 품은 혼들.

설천위의 혼이 깊어 전부 볼 순 없지만, 가끔 보이는 이들 중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존재들도 있다.

물론 설천위도 다 생각이 있을 거라고 여겨 딱히 얘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크오오오오! 촐랑거리지 마라!!]

악귀의 고함에 잡념에서 빠져나온 성화린은 앞을 바라봤다.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근육을 부풀리는 악귀.

그 얼굴은 짐승의 것이 섞여 이미 인간의 형체를 벗어났기에 생전에 어찌 생겼을지 짐작도 가질 않았다.

‘……너무 많이 섞였는데요?’

그리고 그 순간, 놓치고 있던 점을 깨달은 성화린은 청랑을 내려놓고 즉시 부적을 꺼냈다.

이상하다.

개나 고양이 정도의 얼굴만 섞인 게 아니다.

소나 돼지는 물론…….

‘원숭이? 아니, 하지만…….’

잘 모르겠다.

크게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하나가 아닌 것 같은데요.”

설천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성화린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장원의 곳곳.

몸을 숙인 채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혼들의 모습이 보인다.

조금 전 달려들었던, 살아 있던 인간의 찌꺼기 같은 것들이 아닌 진짜 악의를 품은 귀신.

‘원(怨)? 음, 얼추 그 정도는 될 것 같군요.’

사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악귀들의 수준을 가늠하며 성화린은 설천위를 바라봤다.

“도와줄까요?”

“음……. 괜찮아요.”

잠깐 고민하던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얼추 감도 잡았고.”

부적을 꺼내는 설천위의 두 눈이 기이한 검은빛으로 일렁인다.

“제대로 한번 가 볼게요.”

[수란(水亂)]

열 개의 구체가 설천위의 주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버텨!”

이를 악물고 근육을 조이는 철백.

불굴을 자랑하는 그 몸은 이미 수많은 생채기에서 흐르는 피로 번들거렸다.

웬만한 도검조차 튕겨 내는 그 육체에 수많은 상처를 만들어 낸 공격.

‘당가(唐家)라는 이름이 왜 공포의 대명사가 됐는지 알겠군.’

전부 암기다.

손바닥보다 작거나 손가락보다도 작은 암기들.

그것들이 성인 남자가 있는 힘껏 힘을 실어 휘두르는 도검조차 튕겨 내는 철백의 살가죽을 꿰뚫은 것이다.

물론, 아주 살짝 가죽만 뚫은 수준이지만…….

‘독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끔찍할 뻔했어.’

수련 전에 모든 독을 압수하길 잘했다.

안 그랬다면 아무리 독에 대한 내성이 높은 자신이라도 버티질 못했을 테니까.

“흡!!”

생각을 이어 나가던 철백은 요동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다시 호흡을 멈췄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근육을 조인다.

“끄으으읍!”

그 품 안에 붙잡혀 있는 당화유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튼다.

대체 무슨 단련을 한 건지, 철백조차 저항감을 느낄 정도의 힘이 그의 팔을 밀어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풀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빨리 재워 주시오!!”

“거의 다 됐어요!”

그리고 그런 철백의 품에 안긴 당화유의 혈을 유예린이 짚는 것으로 그 움직임을 봉한다.

내공이 요동치고 있어 이마저도 그리 길게 가진 않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공의 흐름이 한 번 가라앉는 것으로 당화유는 이성을 되찾을 테니까.

“당 소저를 재웠으면 이쪽에도 와 주세요!!”

다급한 주현운의 외침에 품 안에 안겨 있는 당화유의 의식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철백은 즉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펑!

“아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주현운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간다.

“주 소협!”

“전 괜찮습니다!”

다급하게 그를 부른 서하영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안도하며 창을 움직였다.

진짜.

‘너무 힘드네!’

왜 하필 둘이 동시에 발작을 일으켜서는!

“아-미-타-불!!”

“아미타불은 무슨!”

저 양반은 대체 왜 폭주를 하면서도 불호를 외는 거야!

더 열 받게!

강맹하기 그지없는 혜송의 공격을 받아 내며 서하영은 이를 악물었다.

“잡을게!”

“네!”

단숨에 혜송을 향해 달려간 철백이 양팔을 벌린다.

훤히 열린 가슴을 향해 혜송이 망설임 없이 두 주먹을 내지르지만…….

끼기기긱.

“흐으읍!!”

창대가 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서하영의 창이 그 주먹을 받아 낸다.

심지어, 둘 다 받아 낸 것도 아니다.

나머지 하나는 겨우 때를 맞춘 소윤혜가 받아 내고 있었다.

하체가 약한 소윤혜가 위태롭게 떨렸지만, 서하영도 마냥 그녀를 걱정할 처지는 못 되었다.

오로지 한쪽.

한 주먹만을 받아 내고 있는데도, 이리도 버겁다.

뿌득 뿌득.

창을 너무 강하게 쥔 탓에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왔기에 서하영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이 정신 나간 스님이 창을 튕겨 내고 발차기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으니까.

“흡!”

쩡!

어느새 돌아온 주현운의 검이 다리를 쳐 낸다.

대체 무슨 단련을 했길래 인간의 종아리랑 검이 부딪혔는데 저런 소리가 나는 거지.

섬뜩하게 울리는, 쇠가 쪼개지는 소리에 서하영이 혀를 내두르는 사이, 온전히 혜송에게 도달한 철백이 그 육체를 포박한다.

여기까지 도달하면 사실상 끝이다.

철백의 근력에 한번 묶인 순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수준으로 몸을 속박하니까.

자잘한 반항이 있어도 철백의 육체라면 충분히 버텨 내고.

물론.

“서둘러라!”

촌경(寸勁)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틈만을 이용하는 기술이 소림에는 있다.

당연히 혜송도 그것을 익혔고.

당장 팔을 풀어야 할 정도의 위력은 없지만 솔직히 너무 많이 맞으면 철백이라도 내장이 상한다.

그러다가 풀리면 진짜 답이 없고.

“점혈 들어갑니다!”

“발차기 조심하세요!”

철백에게 상체를 붙잡힌 혜송은 어떻게든 반항하려 애썼지만, 그 틈도 못 찌를 만큼 미숙한 사람은 여기에 없다.

“……진짜 대단하네요.”

어느새 점혈을 당해 의식을 잃은 혜송을 보며 제갈소가 감탄과 함께 다가왔다.

방해될 테니 빠져 있긴 했지만…….

‘이런 인원으로 질 수가 있나?’

친선전, 나가기만 하면 지는 게 불가능한 거 아니야?

폭주하는 혜송과 당화유도 강하지만, 그 둘을 제압하는 이들의 솜씨도 정말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저 셋은 이미…….’

철백, 서하영, 주현운 이 셋은 병(丙)에 도전해도 될 정도 같은데?

을(乙)까지 도달했지만, 사고를 쳐서 강등된 당화유.

내면의 심마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을에 도전해 쟁취할 수 있었을 혜송.

이 둘은 이미 후기지수의 영역을 벗어난 이들이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데…….

‘둘이서라곤 해도 별다른 상처도 없이…….’

마지막에 흐트러지며 한 방 먹긴 했지만, 치명상도 아니다.

지금 주현운은 옆구리를 대충 어루만지며 웃고 있으니까.

거기에다 한번 붙잡기만 하면 완전히 움직임을 막는 철백.

‘만약 죽일 생각이었다면?’

아무리 내공으로 몸을 보호한다고 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대로 조이면 팔과 함께 가슴 전체가 으스러지지 않을까?

‘……괴물들이네.’

섬뜩한 상상에 고개를 저은 제갈소는 챙겨 온 빗자루를 들고 움직였다.

“다들 쉬세요.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끄아! 진짜! 겁나 힘드네요!”

“……솔직히 수련은 잘되긴 해요.”

“슬슬 합도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갈소가 어지러워진 훈련장을 정리하는 사이, 나머지는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혜송 스님을 제압할 땐 오늘처럼 아예 내가 달라붙는 게 낫겠어.”

“그래도 위험하지 않아요? 폭주한 순간 거침없이 살수를 날리던데.”

“이번처럼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빠르게 제압할 수 있으니 조금 위험해도 그게 나은 것 같은데, 소저들의 생각은 어떻소?”

“음,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철 소협만 괜찮다면요.”

“저도 찬성이에요.”

주현운의 걱정에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은 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는 이 방법을 쓰겠소.”

“좋아요. 당 소저는 원래 하던 대로 하나요?”

“음, 저기도 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찾아보겠지만, 일단은 이대로 가겠소.”

그렇게 폭주하는 이들을 제압하는 방법에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천위, 이 녀석은 아직도 소식이 없소?”

“백화단의 임무를 따라 나갔다고 해요. 아무래도 연락이 엇갈린 것 같아요.”

끙.

이 자식은 뭐만 하면 엇갈려.

가볍게 혀를 찬 철백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 그 녀석도 고생하고 있을 테니 우리도 조금만 더 버텨 보자고.”

임무까지 따라 나갔으면 꽤나 고생하고 있겠지.

* * *

“……어, 이거 맞나요?”

완전히 초토화된 장원.

아직 제대로 성불하지 못한 악귀들이 그 몸을 비튼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로 흐르는 물의 성질을 품은 영력.

반으로 갈라진 악귀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악의조차 그 물에 휩싸여 한 곳으로 향한다.

장원의 중앙에 서서, 거대한 육체를 가진 악귀의 안면에 손을 올린 설천위에게로.

“뭘 가르친 거예요?”

“……전 이런 걸 가르친 적이 없는데요.”

아니, 진짜로.

물 속성 계열에 이런 기술이 있단 말은 정말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차마 말을 이어 가지 못한 성화린은 점점 옅어지는 영역을 보며 속으로 되물었다.

‘……이게 맞나?’

내가 아는 술법은 이런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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