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76화 (176/624)

제176화

175화-혈계(血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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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계(血計)를 훌륭히 막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목표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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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혼귀(血魂鬼) 언여휘의 제2 분신을 성공적으로 격파했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본체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업적 달성!

[패악(覇惡)(上下)]의 레벨이 하나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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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혈기 속에서 겉과는 달리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의 설천위는 눈앞에 뜬 알림창을 바라봤다.

‘일단, 이걸로 끝인가.’

혈계(血計)라는 사건명은 게임 속에선 없었던 것 같은데…….

깊게 고민한들 결과가 나올 일은 아니다.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욘 없지.

혈계에 관한 궁금증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 설천위는 다시 정신을 한곳으로 모았다.

‘일단 흡수는 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몸 안으로 전부 갈무리가 안 되지?

몸 전체를 감싼 혈기(血氣)를 느끼며 설천위는 좀 더 정신을 집중했다.

안 되면 아직 집중이 부족한 거지.

몸 전체를 감싼 기운.

처음 혈기에 휩싸였을 때 몸 안으로 침투한 대부분의 기운은 이미 흡수를 완료했다.

그 덕에 새로운 스탯도 얻었고 스킬도 얻었으니 대만족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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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血氣) : 피와 섞인 기운. 혈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피에 대한 지배력과 내성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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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명.

일단 뭐 딱 봐도 도움은 많이 될 것 같은 스탯이다.

이 미친 무림엔 피에 집착하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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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악(覇惡)(上下)(二星)

패도를 걷는 자가 품은 악의(惡意).

그 의지는 혼에 새겨져 대상에게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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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스킬 이름 하나 괜찮게 잘 지었어.

의지를 혼에 새겨서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이게 패악질이지 뭐.

한자는 다르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악의를 품은 것만으로 상대를 망가트릴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참 대단하지.

물론.

‘써 보니 조건이 조금 까다로운 것 같지만.’

언여휘에게는 즉시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전부 성공한 건 아닌 것 같다.

기운이 팔을 타고 올라가다가 턱 하고 막힌 기분이 들었으니까.

아마 분신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에 당황해 공격을 허용했지만 즉시 조치를 취해 완전히 잠식되는 걸 막아 낸 거겠지.

솔직히 아쉽긴 하다.

제대로 성공했으면 언여휘를 그냥 보내 버릴 찬스였는데.

‘확실히 죽여 놓긴 해야 하는데…….’

언여휘는 혈사련 소속이긴 해도 혈사련의 행사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다.

정리해 두면 앞으로 여러모로 편했을 텐데.

아쉽네.

그나저나, 그럼 학관에 뿌려진 약들도 언여휘가 만든 건가?

설정상 충분히 가능한 것 같긴 한데.

‘진의단 녀석들, 대체 얼마나 손을 벌린 거야?’

광기로 가득 찼지만 무능하고 세상을 향한 분노만을 가진 미친놈들이란 건 알았지만…….

좀 심하네.

[천위, 끝났다.]

진의단 놈들의 행태에 혀를 차고 있으려니 천마 할배가 나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오, 깔끔해졌네.”

[……잡생각을 하면서 전부 흡수하다니.]

[역시 수령원(修靈院)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은가?]

에이, 뭘 수령원까지.

그냥 혼자 해도 서울대는 충분히 가는……. 이게 아니지.

“필요 없어요. 나중에 무림맹 들어가면 백화단주님께 뭐라도 좀 알려 달라고 하면…….”

“그럼요. 알려 드리고말고요.”

순간, 훈련장 입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설천위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백화단주의 모습에 당황했다.

“……여긴 왜?”

“일이 있어서 왔더니, 참 놀랄 광경을 많이 보게 되는군요.”

빙긋 웃으며, 백화단주는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다.

“학관장님, 아무래도 저희가 걱정하던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음, 주위를 전부 둘러보고 왔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소.”

어느새 백화단주의 옆에 나타나 고개를 끄덕인 팽후는 설천위와 그 주변에 모여 있는 그의 친구들을 바라봤다.

“훌륭했다.”

넉넉한 미소와 함께 성큼성큼 다가간 팽후는 설천위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웃었다.

“설천위, 오늘부로 네 등급을 병(丙)으로 격상한다.”

“……예?”

“또한, 유예린.”

“네.”

“오늘부로 네 등급은 을(乙)로 격상한다.”

……이렇게 갑자기?

뜬금없는 등급 상승에 철백마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거의 기절할 듯 눈이 커진 주현운과 그 옆에 선 철백을 바라본 팽후는 아쉽다는 듯 두 사람을 위로했다.

“너희는 아직 조금 성장이 부족하구나. 이번 업적을 인정해 후에 실력이 입증되면 바로 승급시켜 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조금 놀랐으나 이내 차분하게 포권과 함께 고개를 숙인 철백과 그 뒤를 따라 고개를 숙이는 주현운.

두 사람을 보며 흡족하게 웃은 팽후가 뒤를 돌려는 순간.

“자, 잠깐만요! 갑자기 웬 승급이요?!”

이런 놈들을 잡고 승급?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승급인지라 당황한 설천위의 질문에 팽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급이다. 교관들의 죄를 너희가 줄여 주었으니 그 업적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예? 하지만 이 녀석들…….”

별로 안 강했…….

[충분히 강했다.]

“예?”

“예. 충분히 강했겠죠.”

천마의 말에 긍정하는 백화단주.

그 모습에 설천위에게 붙어 있는 혼이 입을 열었다는 것을 깨달은 팽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올챙이 시절을 잊지 못한 학생을 보며 작게 웃었다.

“잘 모르고 있구나. 이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너희가 강해진 것이다.”

주변에 너무 뛰어난 친구들만 있어서 생긴 부작용인가.

아직 자신의 강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설천위를 바라보며 팽후는 웃었다.

“무엇보다, 이만한 습격의 주동자를 잡은 일이다.”

팽후의 손짓에 수많은 시체들을 눈에 담은 설천위는 드디어 깨달았다.

좀 많이 죽이긴 했네.

죽기도 꽤 죽었을 거고.

조금 무겁게 가라앉은 설천위의 두 눈에 팽후는 더욱 만족스럽게 웃었다.

“충분한 업적이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큼.”

* * *

“으아! 끝인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

무림학관의 여자 기숙사.

설천위에게 부탁받은 일을 철백과 주현운이 하는 사이, 다른 조짐이 있나 살피기 위해 학생들이 모인 곳을 찾던 서하영과 소윤혜.

그렇게 여러모로 사람들을 찾으며 이것저것 조사하던 중에 갑자기 폭주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된 제압.

하나둘 제압하니.

또 다른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그렇게 제압과 이동을 반복한 결과, 결국 여자 기숙사까지 도달하게 된 두 사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몰라요.”

“괜찮겠지. 그 사람들인데.”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정말 위험하면 도망칠 정도의 유연함은 있는 사람들이니까.

친구들을 향한 걱정을 살짝 접어 둔 서하영은 이내 일어나서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저희도 빨리 돌아가죠. 아까까지 꿈틀거리던 친구들이 조용해진 것을 보니 근원이 해결된 것 같은데.”

“역시 주술적인 일이겠지?”

소윤혜의 질문에 서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단숨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건 주술 이외엔 설명이 안 되긴 한다.

뭐, 가서 물어보면 알게 되겠지.

친구들 중에 주술 전문가가 있으니.

짝퉁 전문가이지만.

“으아아아아! 이게 뭐야!!”

두 사람이 기술사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꽤나 절절한 울음소리에 두 사람 모두 걸음을 멈췄다.

기숙사 구석.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공간에서 여기저기 다쳐 피투성이가 된 어린 여학생이 울고 있었다.

아마 일학년이겠지?

무림학관은 입관 당시의 나이를 따지진 않아서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최대한 빨리 들어오는 편이다.

뭐, 자신들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빨리 졸업해 무림맹에 들어가 실적과 인맥을 쌓는 것이 좋으니까.

그래서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최소 연령 제한만 넘으면 입관하는 편인데…….

“아빠한테 다 말할 거야!! 이 학관 대체 뭐냐고!”

……그러니 저렇게 칭얼거리는 나이도 있을 수 있겠지.

“많이 서러웠나 보네.”

“뭐, 무서울 만했죠.”

웃으며 인사하던 지인이 갑자기 폭주해 날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다 무섭지.

그나저나.

“아빠라…….”

“……보고 싶긴 하네.”

작게 중얼거리던 서하영은 소윤혜의 씁쓸한 목소리에 아차 싶었다.

“언니…….”

“아니야. 괜찮아. 충분히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게 시간이 지난다고 괜찮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삼키며 서하영은 소윤혜를 바라봤다.

“……그럼 빨리 돌아갈까요?”

“에이, 정말 괜찮다니까?”

“그래도…….”

“됐어. 신경 안 써 줘도 돼. 충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 할아버지한테도 그렇고.”

웃으며 서하영의 어깨를 두드린 소윤혜는 역으로 작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서 동생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셔? 아직 못 뵀는데.”

“그게……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만 살아 계세요.”

“아……. 그…….”

“미안하다 하지 마요?”

“……응. 알았어.”

소윤혜의 말을 끊은 서하영은 살짝, 쓰게 웃었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긴 한데…….”

“한데?”

“……지금 제가 얼굴을 봐도 될진 모르겠네요.”

나는 지금 아버지의 얼굴을 뵐 자격이 있는 걸까?

자신의 허리춤에 자리한 선백창(旋百槍)을 바라보는 서하영의 눈이 조금 깊게 가라앉았다.

* * *

“이익! 대체 왜!”

작은 공방.

이를 악물고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는 소녀.

특이한 것은 그 목덜미로 문신 같은 것이 얼핏 보인다는 점이다.

그 소녀의 등 뒤에 나타난 사내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왜? 뭐가 안 돼?”

“왜 대체 혈기가 안 터지냐고!”

“응? 뭐야? 혈폭술이 실패했어?”

그건 상당히 의외인데?

소녀의 모습을 한 노괴.

언여휘의 혈폭술은 그 위력이 상당한 데다 결코 쉽게 떨쳐 낼 수 없을 만큼 독하다.

무엇보다 수많은 인체 실험을 통해 완성한 술법은 그야말로 완벽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인데…….

분노로 부들거리는 언여휘의 모습에 비후(悲吼)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누굴 상대하고 왔는지 알기에.

“그 아이, 진짜 대단하구나? 벌써 거기까지 도달했다고?”

“뭐가!”

“네 혈기를 전부 흡수해서 완벽하게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리잖니?”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는 언여휘를 바라보며 비후가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완전히 실패한 것 같은데?”

“이익……!”

비후마저 답을 내린 상황에 언여휘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혈폭술이 발동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타오른다고! 이 문신이!”

몸을 지지는 것 같은 고통,

문신이 있는 쪽의 감각을 전부 차단했는데도 고통이 이어진다.

혼에 새겨진 것이라는 증거.

아마 육체를 바꿔도 끊임없이 따라오겠지.

“죽여야 돼! 놈을 죽이지 않으면……!”

이 주박은 풀리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악을 쓰는 언여휘를 보며 비후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아무래도 우리가 아닌 다른 전문가들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은데?”

* * *

“그래서, 승급하셨다고요? 두 분 모두?”

“어. 일단은?”

놀란 서하영의 두 눈이 이내 유예린을 향한다.

설천위가 병(丙)에 올랐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옛날 유예린에게서 그녀가 부모님과 한 내기 내용을 들은 적 있는 서하영이다.

“우후후후.”

“뭐야, 얘 왜 이래?”

“나도 모른다.”

갑자기 음흉하게 웃는 서하영의 모습에 설천위가 주춤 뒷걸음질쳤지만, 서하영은 그런 모습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유예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쿡쿡.

“언니는 좋으시겠어요?”

과감하게 유예린의 옆구리를 찌르며 도발한다.

쟤가 드디어 맛이 갔구나.

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순간.

“……응.”

수줍게 고개를 숙인 유예린의 모습에 모두의 표정이 묘해지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한 주가 지나서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학관장 나오라고 그래!!”

무림학관이 발칵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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