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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57화 (157/624)

제157화

156화-애력(愛力) (7)

용이 운다.

그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는 광경에 봉백은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잊고 일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냥 권속 혹은 수호령 정도라고 생각했던 작은 용이…….

크롸라라라라!!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진짜 용으로 변하다니.

거기에다.

파삭.

식물이 버티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강력한 살기.

아니, 살기 이외에도 무언가가 섞여 있다.

존재를 짓누르는 힘.

짙게 섞인 영력과 또 다른 별개의 힘.

즉, 이 공간에 최소 세 가지 이상의 힘이 섞여 있고, 그 모든 것이 저 꼬맹이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소리다.

‘괴물이다.’

기어코 힘으로 뜯어내 흑관에서 자유를 되찾은 봉백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쇠몽둥이를 쥐었다.

여기에서 정리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봉백이 속으로 생각을 삼키는 사이, 패융을 풀어 준 설천위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패융의 꼬리가 자신에게 닿아 있는 것이 느껴진다.

떨어질 순 있지만, 떨어지는 순간 약해지며 그리 길게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문제없지.”

그 길이가 최소 20m는 될 것 같은 크기다.

말이 20m지 그 두께를 생각하면 밑에 있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하늘을 가린다고 느껴질 크기다.

“빨리 끝내자.”

앞으로 뻗은 손을 살짝 아래로 까딱인다.

그것만으로, 연결된 패융은 그 뜻을 알고 움직인다.

크롸라라!

거대한 포효와 함께 땅으로 꽂히는 패융.

그 거대한 몸이 대지에 박히는 순간, 강렬한 울림이 땅을 뒤흔든다.

[이런 둔한 공격! 내가 맞을 것 같으냐?!]

차마 막아 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옆으로 피한 봉백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래, 고작해야 거대한 뱀이나 다름없는 녀석이다.

천계에 있는 진짜 용이 아니다.

만약 그런 용이었다면 이런 사이하고도 패도적인 기세를 뿜어낼 리가 없지 않은가?

가짜 용.

싸운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고작해야 허세나 다름없는 몸 부풀리기다.

거대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할 수 있다고 되뇌며 봉백은 허리를 비틀었다.

그야말로 필사의 힘을 담아, 쇠몽둥이를 휘두른다.

왜 휘둘렀냐고?

카가가가가각.

대가리를 박고 몸을 비트는 저 용의 몸통이 이쪽을 깔아뭉갤 기세로 덮쳐 오고 있었으니까.

마치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그 육체와 봉백의 쇠몽둥이가 격돌한다.

쾅!!

대지를 뒤흔드는 강렬한 충격과 함께 해일의 움직임이 멈춘다.

압도적인 질량이라곤 하지만, 결국 그 본질은 영체.

실제 용과 같은 힘은 없다.

그런 확신을 얻은 봉백은 기세가 올라 다시 한번 쇠몽둥이를 뒤로 당겼다.

우득.

[……윽?]

그리고 그 순간, 이변을 눈치챈다.

멀쩡하게 뒤로 당겨졌어야 할 팔의 감각이 이상하다.

‘바보 같은!’

버티지 못했다.

이쪽도 결국 반쪽짜리 육체.

저쪽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육체적 성능은 저쪽이 훨씬 우위에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팔이 망가진 것을 확인한 봉백은 이를 악물고 힘을 더했다.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몇 번은 더 휘두를 수 있다.

설령 육체에서 뒤처진다고 하더라도 이쪽은 오랜 세월을 걸쳐 쌓아 온 기술이 있다.

뚫어 주마.

그 육체를 찢어발기고 그 피로 대지를 적셔 주마.

그 본질에 품고 있는 원념이 폭발한다.

육체를 강화하고.

영력을 더욱 견고하게 응집시킨다.

살의는 쇠몽둥이에 깃들고.

분노는 폭력이 되어 현현한다.

[야학지행(野虐之行)]

그것은 야인의 길이니.

들판에서 죽은 이들의 원념은 결코…….

“누가 못 배운 놈 아니랄까 봐 생각이 너무 짧네.”

순간, 흉포하게 올라오던 기운이 꺾인다.

눌린 거다.

이쪽을 압박하는 강렬한 기세에 의해.

동시에.

[흑관(黑棺)]

[노오오옴!!]

두 다리가 봉인된다.

십수 개의 흑관이 그의 다리를 봉한다.

“물러서지 못하면,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는 법.”

패융의 육체 너머,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설천위가 그를 비웃는다.

“짓눌려라.”

크롸라라라!!

거대한 묵빛의 해일이 다시 한번 봉백을 덮친다.

압도적인 질량.

압도적인 파괴.

크기는 그것만으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격이 봉백을 짓밟는다.

[끄오오오오오오!!]

쇠몽둥이를 휘둘러 그 육체를 받아 내며 봉백은 모든 힘을 쥐어짰다.

버텨야 한다.

버티면, 그리고 거리를 벌리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니, 저기서 이쪽을 보고 웃고 있는 설천위 놈에게 접근만 할 수 있어도 이 상황은 해결할 수 있다.

설천위가 근처에 있는데, 저 거체를 마음껏 휘두를 순 없을 테니까.

그러니, 어떻게든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전해야 한다!’

이 괴물의 존재를!

조직의 가장 큰 적이 될지도 모르는 놈의 존재를!

분신을 심어 놓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봉백은 있는 힘을 전부 쥐어짰다.

그리고.

[허억 허억.]

버텨 냈다.

두 다리를 땅에 붙인 채, 이 거대한 해일을 견뎌 냈다.

이를 악물며 두 다리에 힘을 더한다.

충격을 함께한 덕인지 손쉽게 부서지는 흑관.

이것 때문에 강제로 버티긴 했으나 이 녀석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충격을 일부 받아 내 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리 생각하며 허리를 펴는 순간.

“역시 쉽게 볼 수 없네.”

살짝 미간을 찡그린 설천위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까진 가능하고…… 셋은 좀 힘들려나?”

둘은 가능하고, 셋은 힘들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봉백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왜냐고?

[노옴……!]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저놈이 말하는 둘이나 셋이 자신과 같은 십이군을 가리키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설천위를 직접 공격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선 둘이라고 해도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니.

‘다가가야 한다.’

저 거대한 용을 지나 도달해야 한다.

유일한 길을 되새기며 봉백은 움직였다.

용의 움직임이 멈춘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아니,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결정을 내린 순간, 봉백은 망설임 없이 대지를 박찼다.

단숨에 뛰어 용을 넘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힌다.

아주 조금.

조금만 더 가면 설천위에게 자신의 공격이 닿는…….

크르.

[흡!]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거대한 용안(龍顔)에 봉백은 본능적으로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허나.

크롸라라라!!

거기까지.

주둥이로 그 공격을 받아 낸 용이 머리를 털자 그 힘을 이겨 내지 못한 몸이 반대 방향으로 붕 떠오른다.

자신의 시도가 무산된 것을 깨달은 봉백은 이를 악물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얻은 것을 깨달았다.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구나!’

하긴 당연한 일이다.

이만한 용이다.

그런 존재를 불러내고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일.

조금 전, 자신의 다리만을 묶었던 술법도 그렇고 놈은 이 용을 다루는 데 심력을 쏟고 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저놈의 입장에선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힘을 아낄 이유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봉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시간을 끌자.

이만한 거체를 유지할 수 있게 하려면 그 소모도 분명 만만치 않을 터.

여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버틴다는 선택지도 나쁘지 않다.

그리 생각한 봉백은 대지에 땅이 닿는 순간부터 쇠몽둥이를 들어 기세를 끌어올렸다.

버틴다.

그 의지가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방어 자세.

그리고 그 눈은 설천위의 표정을 살핀다.

조금이라도 일그러진다면 이것이 맞는 선택…….

“하, 참 멍청해.”

짜증이 섞인 표정.

정답이라고 해야 하나?

미묘한데?

뭔가 대수롭지 않은 것을 보는 눈빛인데?

봉백이 설천위의 의중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갈등하는 그 순간.

[음?]

강렬하기 그지없는 검격이 설천위를 덮쳤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갈아 버릴 것 같은 파괴적인 검강의 응집.

허나, 그 위력은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았다.

[흑관(黑棺)]

그렇기에 십수 개가 중첩된 흑관에 막혀 사그라든다.

“이제야 나오는 거야?”

“역시 알고 있었나?”

설천위의 질문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검격의 주인.

겨우 몸을 추스르고 전장에 선 노공은 이를 악물었다.

“못 본 사이에 완전히 괴물이 되었구나.”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그나저나 당신은 그새 더 늙었네.”

“네 녀석의 독하디독한 정인 때문이지. 내 살면서 그리 독한 인간은 처음 봤느니라.”

여유 있는 말과 달리, 노공의 눈은 한껏 가라앉아 설천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 가지 궁금하구나. 정녕 나와 저 괴물을 같이 상대할 자신이 있는 것이냐?”

검을 겨누며 묻는 노공의 질문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죽어 가는 노인 하나에 어중간한 놈 하나 정도야 무난하지.”

“오만하구나.”

“해야 할 때 할 일을 할 뿐이야.”

담담하게 말하는 설천위의 눈이 낮게 가라앉은 채 노공을 응시한다.

너무나도 깊고 검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늪.

그 눈동자에서 지옥에나 있을 법한 끝없는 수렁을 느낀 노공은 이를 악물었다.

“내, 반드시 네놈을 벨 것이다.”

이리도 위험한 놈인 줄 알았더라면, 처음 만났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저놈의 목을 벨 것을.

천추의 한이다.

‘……아니,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

천추의 한이 되지 않게 지금 죽이면 될 일이다.

모두의 시선이 봉백에게 쏠렸을 때, 기척을 죽이고 몸을 추스른 덕에 몸 상태는 상당히 좋아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

지금은 조력자도 있지 않은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움직일 조력자.

본래라면 적대 관계나 다름없지만, 지금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쪽도 멍청하게 굴진 않겠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노공이 땅을 박찬다.

봉백의 도약보다도 훨씬 빠른 일보(一步).

단숨에 거리를 좁히는 모습에서 화경이라는 강자의 기세가 느껴질 정도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검을 내리치는 노공.

허나.

[흑관(黑棺)]

또다시 중첩된 흑관이 그 검을 막아 낸다.

하지만 이번엔 근접에서 직접 휘두른 검이다.

콰득.

마지막 흑관이 버티지 못해 끝내 부서지고, 그것을 지나 검이 설천위를 향해 떨어진다.

힘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 일격은 사람의 피와 살을 가르기엔 충분했다.

닿는다면, 치명상으로 이어질 공격.

허나, 막힌다.

무엇에?

설천위가 쥔 도(刀)에.

“하나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왜 무공을 익히는지.”

설천위의 질문에 일순 고개를 돌린 노공.

그 눈에 봉백을 압도하는 흑룡이 들어온다.

거기에다 자신의 검격을 크게 약화시키고 사라진 흑관의 파편들까지.

그러고 보니, 그렇다.

이만한 술법적 재능이 있는데, 이 녀석은 왜 무림학관에 있지?

계(癸)로 떨어질 정도로 절망적인 재능을 가지고?

“간단해. 필요해서야.”

일순 품은 노공의 의문을 설천위는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 줬다.

“술법만으로는 이기지 못할 놈들이 득실거릴 테니까.”

게임 속에서 술법을 익힌 설천위가 1인분이 못 되는 이유.

무공을 익히지 못해 체력과 방어력이 압도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술법이 있으면 뭐 하나, 한 대 맞으면 뒈져 버리는데.

그래서 살아남으려면 필수로 무공을 익힐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조금 부족하긴 하지. 무(武)로 당신과 맞선다면, 아마 제대로 된 승부 따위 멀고도 먼 이야기겠지.”

도를 힘껏 휘둘러 노공과 살짝 거리를 벌린 설천위는 이번엔 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 몸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기세.

마치 사람이 바뀐 듯한…….

그 순간, 지금 설천위가 무엇을 하는지 깨달은 노공이 다시금 검을 휘둘렀지만 어김없이 검이 막혔다.

“하지만, 이제 기본적인 틀 정도는 갖췄거든.”

히죽 웃는 미소.

그리고 바뀌어 버리는 육체의 주인.

“또 보는군.”

[또 보는군.]

[소적검(消跡劍)]

언젠가 겪어 봤던 강렬한 무흔(無痕)의 일격이 노공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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