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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56화 (156/624)

제156화

155화-애력(愛力) (6)

달렸다.

미친 듯이.

전력으로 달리는 곤괴를 따르기 위해 청랑을 타고서라도 달렸다.

전투가 가능한 최소한의 몸 상태만을 유지하며 미친 듯이 달렸다.

며칠은 걸렸던 거리를 고작 이틀 정도 만에 주파했다.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빠르게.

그런데도, 너무나도 길었다.

순간, 순간이.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웠다.

“커헉!”

피를 토하며 날아오는 여인.

차마 무시하지 못하고 받아 낸 순간, 그 몸이 움직인다.

“가야……!”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는 의지.

하지만 완전히 골절되어 꺾인 왼팔은 물론 몸 쪽의 출혈도 심상치 않다.

지금 당장 목숨이 위험한 수준.

그렇기에.

[천위.]

천마의 목소리에 설천위는 그녀를 붙잡았다.

알고 있으니까.

왜 이러는지.

그녀가 누구인지.

“쉬어요.”

“……설, 공자?”

끊기는 목소리.

제대로 뜨지 못해 흐릿한 초점.

그 눈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설천위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금방 치료하러 와 줄 테니까 조금만 버티고 있어요.”

“소, 가주…….”

차마 부탁한다는 말까지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는 소정.

그녀의 곁에 청랑을 둔 채 설천위는 다시금 땅을 박찼다.

[그렇기에 죽는 것이다.]

그 눈에 보이는 것은 힘겹게 서 있는 유예린.

그리고 그 머리 위로 떨어지는 쇠몽둥이다.

그 광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사고는 멈춰 버린다.

이어질 광경을 떠올릴 수 없다.

그렇기에 사고는 정지했다.

허나, 정지한 사고와 달리 몸은 즉시 반응해 움직였다.

주먹에서 검지와 중지만을 편 기본적인 수인(手印)만으로 술법을 발동시킨다.

[흑관(黑棺)]

한 점에서 급속도로 생겨난 검은 관이 몽둥이의 경로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콰득!

급하게, 또 부적 없이 만든 관은 무너진다.

아주 약간의 지연.

아주 약간의 방해.

그것을 끝으로 사라진다.

허나.

[방벽(防壁)]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면?

한 개의 돌로는 넘치는 강을 막을 수 없지만 수백, 수천 개의 돌로 쌓은 둑은 강물을 막아 낼 수 있다.

쇠몽둥이의 경로에 무수히 중첩되어 쌓이는 흑관.

그것들을 부수며 나아가던 쇠몽둥이는 결국 점점 힘을 잃고…….

[……늦었군.]

정지한다.

유예린의 머리 위, 족히 한 뼘은 넘을 것 같은 거리를 두고 멈춰 버린 쇠몽둥이를 보며 거한은 고개를 저었다.

[도생 놈…….]

짜증이, 아니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

유예린에게서 시선을 거둔 거한은 고개를 돌려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설천위를 바라봤다.

[네가 설천위라는 녀석이냐? 음, 노인이 아닌 것을 보니 맞는 것 같군.]

“그러는 너는 뭐 하는 새끼냐?”

살의와 적의로 가득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몸으로 받으며 거한은 웃었다.

[흐하하하! 새끼라,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 내 앞에서 이리도 당당한 녀석을 얼마 만에 보는지.]

쇠몽둥이를 어깨에 걸친 거한은 설천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는…….]

“아, 됐어. 생긴 거 보니 대충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대충 알 것 같은 게 아니다.

확실하게 알았다.

“봉백(峰魄). 산에서 죽은 야인들의 원념.”

[……네놈?]

“뻔하디뻔한 놈이야.”

하지만, 그렇기에 강하다.

고개를 저은 후 땅을 박찬 설천위.

단숨에 거리를 좁혀 도(刀)를 휘두른다.

[놈!]

그 공격을 받아 내는 봉백.

허나, 그 기세는 유예린이나 암혈단을 상대할 때처럼 여유롭진 않았다.

그들에게 없는 것이 설천위에겐 있었으니까.

영체인 자신에게 간섭할 수 있는, 진하디진한 영력(靈力).

아무리 실체를 얻었다고는 하나, 그 본질은 영(靈)이기에 영력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공격엔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렇기에 암혈단과 유예린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이 노공과의 싸움으로 크게 지쳤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유예린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버틴 놈들 덕에 수월하게 이길 수 있었다.

설천위의 도(刀)를 받아 낸 봉백은 생각보다 더 강한 위력에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버틸 것인가.

아니면 거리를 벌릴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유예린을 인질로 잡는다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저 여자는 아마 잡히는 순간, 아니 잡힐 것 같은 순간에 자결할 여자다.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다간 당할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장서를 죽인 놈이다.

방심은 금물.

힘의 격차는 있다고 해도 결국 같은 십이군(十二君)의 일원.

주군께서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존재.

그의 죽음을 좌시하는 것은 우행을 넘어 주군을 향해 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임무를 맡았다면 반드시 이뤄 낸다.

그것이 자신들의 최우선 사항이 아닌가.

거리를 벌린 봉백의 눈이 한층 더 낮게 가라앉는다.

조금 전 자신의 공격을 막았던 기술.

분명 도생에게 전해 들은 것과 비슷했다.

단단하고, 빠르게 생성되는 흑관(黑棺).

참으로 기이한 술법이면서 동시에 강력하다.

뭐가 됐든,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펼친 술법으로 자신의 일격을 막아 냈으니까.

거기에다.

‘기이할 정도로 잔잔하군.’

기분 나쁠 정도로 눈동자가 차분하다.

유예린이란 녀석이 무사해서 안도한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그냥 관심이 별로 없던 것인가.

조금 판단을 다르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봉백이 설천위를 경계하는 사이, 설천위도 움직이고 있었다.

봉백과 유예린의 사이.

정확히 말하면 유예린의 앞.

그곳에 선 설천위는 혼들에게 경계를 맡긴 채 아예 몸을 돌렸다.

“상태는?”

“……괜찮다곤 못 하겠네요.”

설천위의 질문에 작게 웃는 유예린.

몸 전체를 휘감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유예린은 웃었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다.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뇨.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에요.”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노공과의 싸움으로 그렇게 무리를 한 상태에서 저 봉백이라는 자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기까지 했다.

내상은 이미 말로 하기도 힘들 정도로 심했고, 외상도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으로 죽었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러니.

“그러니 웃어 주세요.”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여태까지와 다른, 절실함이 담긴 눈으로 유예린은 부탁한다.

아니, 애원한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여태껏 본 적 없는, 슬픔과 나약함이 깃든 눈동자.

그 눈동자를 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해. 그런 쓸데없는 신파.”

“……왜?”

억울함마저 담긴 물음.

그 물음에 설천위는 왼손으로 유예린의 뺨을 쓸었다.

“필요 없으니까.”

순간 품에서 부적을 꺼내 머리 위로 던지는 설천위.

[흑관(黑棺)]

쾅!!

아까 펼쳤던 술법과는 격이 다른, 크고 단단한 흑관이 봉백의 공격을 막아 낸다.

“그러니, 다 끝나고 말해 줄게.”

조용히 유예린의 눈을 쓸어내리고, 그 몸을 조심스럽게 받아 든다.

[노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태도에 봉백이 분노해 소리치지만, 설천위는 그저 한결같이 조심스럽게 유예린을 내려놓았다.

곱게 누운 유예린의 몸 상태를 살핀 뒤 천천히 일어나는 설천위.

어느새 기절한 그녀를 [흑관(黑棺)]이 감싼다.

[오만하구나!!]

그 모습에 다시금 쇠몽둥이를 들어 내려치는 봉백.

이번엔 그 안에 담긴 힘이 범상치 않았지만, 설천위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쉽지만, 시간이 없다.”

어둡다.

아니, 검다.

그야말로 농밀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눈동자.

설천위의 두 눈을 마주한 봉백은 자신도 모르게 반걸음 물러섰다.

접근해선 안 된다.

그런 예감이 강렬하게 드는 눈동자.

“아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그런 눈동자와 달리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로 설천위는 움직였다.

허공에 손을 짧게 두드리는 동작.

그 동작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봉백이 미간을 찡그렸고…….

“너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공기가 변했다.

무거워진다.

[크르르르르르르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며 설천위를 감싸는 검은 용.

그 낮은 울음소리에 봉백이 한층 더 경계하는 순간.

설천위는 시야를 채우는 알림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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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력(靈力)이 上下로 상승합니다!

영혼지체(靈魂之體)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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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예상했다.

영력이 상급으로 오르는데 영혼지체 하나 정도야 자동으로 딸려 와야지.

물론, 성장시키기 가장 쉬운 영력에 스탯을 투자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끌면 부상자의 치료가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손을 못 쓰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 생각하고 영력에 투자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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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殺意)에 영력이 반응합니다!

스탯 [살기(殺氣)]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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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의외였고.

솔직히 여태까지 저 스탯을 못 얻었다는 게 더 의문이었으니까.

살의도 무(武)의 범주에 포함되는 건가 해서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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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살의(殺意)가 혼을 포식하기 시작합니다!

영력(靈力)의 흡수가 가속화됩니다!

스킬 [영살(靈殺)(上下)]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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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가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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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속이 아닌 혼들을 강제로 흡수합니다!

영혼지체(靈魂之體)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권속의 힘이 크게 증가합니다.

권속을 향한 장악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혼과 관련된 모든 스킬이 성장합니다.

스킬 [영악(靈握)(上下)]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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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이게 정말 맞나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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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殺意)가 영력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스킬 [영악(靈握)(上下)]이 스킬 [영살(靈殺)(上下)]과 융합합니다.

스킬 [살악(殺握)(上中)]을 습득합니다.

스탯 [살기(殺氣)]가 [영력(靈力)]과 [패기(覇氣)]의 영향으로 진화합니다.

스탯 [살업(殺業)]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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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되나 싶어졌다.

지금의 상황조차 일순 잊을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의 알림창.

여태까지 차곡차곡 모아 놨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 듯한 상황.

일순 정신이 아득해지는 상태에서도 설천위는 일단 움직였다.

[살업(殺業)]

새롭게 얻은 힘.

스탯이지만, 그것은 패기와 동류의 것.

그의 몸에서 검은색의 농밀한 살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다.

쿠웅!

[흡?!]

공간 전체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힘에 순간 허리를 세워 겨우 버티는 봉백.

일순 기세만으로 자신의 허리가 꺾일 뻔했다는 것을 깨달은 봉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이건 굴욕이며, 치욕이다.

고작해야 기세 따위로, 고작해야 인간 따위에게……!

분노로 일렁이는 봉백은 한껏 기세를 끌어올렸다.

고작해야 인간 따위가 나를 억누를 수 없다.

그런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는 봉백.

그 순간.

[흑관(黑棺)]

[이익?!]

검은 관이 그의 팔다리를 속박했다.

일순 움직임을 제압당한 순간.

“이건 조금 예상외야.”

담담한 목소리로 설천위가 말했다.

허나, 여전히 그 눈동자에 서린 살의만은 선명해 그것이 오히려 더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네가 치러야 할 대가가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은데.”

장난스러운 말과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봉백을 향해 걸어오는 설천위.

그를 향해 봉백은 악을 썼다.

[노오옴! 이딴 것으로 나를 얼마나 묶어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뿌득 뿌득.

호언장담한 대로 흑관에 금을 만들어 내며 필사적으로 자유를 되찾으려 애쓰는 봉백.

그리고 그런 봉백을 보며 설천위는 말했다.

“애초에 길게 묶어 둘 생각이 없었는데?”

동시에 설천위의 몸을 감싸던 패융이 그에게서 벗어나 그 크기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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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룡(覇龍)의 새끼가 주인의 살업(殺業)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패융(覇隆)이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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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의 성장 이외에 처음 있는 패융의 성장.

그리고 그 성장의 결과.

크롸라라라라라라라!!

실체를 얻은 검은 용의 포효가 숲 전체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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