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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40화 (140/624)

제140화

139화-노인 공경 (1)

“이게 정녕 맞는 결정입니까?”

누군가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에 사천맹의 제3 참모, 도백은 담담히 그를 바라봤다.

“맹주님의 결정입니다.”

단 한마디.

이 이상의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품은 그 한마디에 불만을 토로하던 상대는 입을 꾹 닫았다.

물론 여전히 의문이 남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 입을 연 사내처럼.

“딱히 이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유는 좀 알려 줬으면 좋겠군.”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의도는 알고 싶다.

“맹주님의 뜻을 알아야 우리도 따를 것 아닌가?”

언뜻 충심으로 보이는 그 발언에 도백은 작게 웃었다.

“맹주님께서 제자를 찾으셨습니다.”

“……뭐라?”

순간 눈이 커지는 사내.

회의실에 있던 다른 이들의 표정도 크게 변했다.

맹주가 누구인가.

어떤 인재도 마음에 안 든다며 제자로 들이기를 거부했던 이가 아닌가.

그런 노인이 갑자기 왜?

모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 순간.

“그 제자가 이번 일의 주동자라는 건가?”

“예.”

“과연.”

어떤 처벌도 없이 넘어가는 이유가 그것인가?

사내와 도백의 대화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또 몇몇은 미간을 찡그렸다.

고개를 끄덕인 이들은 제자로 받아들였으니 일이 이렇게 처리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들.

미간을 찡그린 이들은 고작 제자로 들였다고 어떤 처벌도 없이 넘어가는 것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앞으로의 일을 고심하던 때.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도백에게로 향했다.

“그렇다면 그 정파 놈은 왜 무사히 돌려보낸 거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질문.

흑룡학관에서 그 개판을 친 놈을 그냥 돌려보낸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 질문에 도백은 이번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은 맹주님께서 말씀해 주시지 않아 저도 그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난 잘 모르니까. 궁금하면 맹주님한테 직접 물어봐라.

그 대답에 모여 있던 이들이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그 영감한테 그런 걸 물어볼 수 있으면 이런 회의를 안 하지.

사파에서도 이름난 가문과 문파의 주인들인 그들도 사천맹의 정규 회의에 끼지 못해 제3 참모를 붙잡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제대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는 이들을 보며 도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인간들, 맹주님이 지시하지 않았으면 그 친구가 돌아가는 길에 피 좀 봤겠어.

그나저나.

‘그놈은 정파의 용이 될 녀석이 아니다. 그냥 두어라.’

맹주가 말한 평가를 떠올린 도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궁금하다.

사파의 하늘이 그냥 두라고 한 정파의 작은 용이 과연 어떤 용이 될지.

‘내가 살아가는 시대도 그리 심심할 것 같진 않군.’

* * *

“결국 이렇게 돌아가네요.”

“그러니까.”

돌아가는 말 위.

청아의 뒤에 앉은 설천위는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봤다.

백유의 학생회 설립.

그와 함께 떨어진 복귀 명령.

“……하나 더 먹었어야 했는데.”

“뭘요? 꼬치요? 백 소저도 바쁘니 주책 좀 그만 부리세요.”

가기 전날에도 구워 줬잖아.

혀를 쯧쯧 차는 청아.

하지만 그런 청아의 짐작과 다르게 설천위가 아쉬워하는 건 꼬치가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것도 아쉽긴 하지만.

“영약…….”

“예? 영약이요? 하나 드셨잖아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 개 먹은 거지.

그 지네의 내단도 영약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것이니까.

청아의 목소리에 다시금 힘없이 늘어지는 설천위.

“씁…….”

차마 말은 못 하고, 씁.

흑룡학관의 지하.

이제는 거의 모두에게서 잊힌 창고.

그 창고 안에 잠들어 있는 영약을 먹었어야 했는데……!

뭐, 백유에게 대충 그린 약도를 넘겨주고 왔으니 백유라도 챙겨 먹겠지.

이거 너무 챙겨 준 거 아닌가 몰라.

백유에게 넘겨줬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미련을 떨쳐 낸 설천위는 이번엔 앞에서 말을 다루는 청아를 바라봤다.

말도 끌 줄 알고 훌륭해.

흑룡학관에서 말을 두 마리 주면 뭐해.

한 마리에 이렇게 같이 타고 가야 하는데.

뭐, 그래도 두 사람을 데리고 가다 지친 말을 바꿔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건 좋나.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 가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설천위.

그리고 그 순간.

[천위.]

“응?”

[적이다.]

순간, 자세를 고친 설천위는 청아를 양팔로 감싼 채 주위를 살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천마의 목소리를 듣고 상황을 인지해 얌전히 말을 끄는 청아.

“암살자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쯧.”

기척이 정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가 어떤 녀석들인지 깨달은 설천위는 작게 혀를 찼다.

아니, 무슨 암살자 놈들이 허구한 날 이렇게 달라붙어.

[남서쪽에 둘, 북동에 셋, 북서에 둘이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도 있구나.]

이어지는 혼들의 상황 설명을 들으며 설천위는 도를 뽑았다.

“청아.”

“넵.”

“들어가 있어.”

“옙!”

순간 혼령의 상태로 변해 설천위에게 흡수되는 청아.

실체를 지녔으나 실체가 없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기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청아 덕에 갑작스레 가벼워진 등에 놀란 말이 주춤거린다.

그 순간, 곧바로 말의 등을 박차고 뛰어내리는 설천위.

순식간에 꽂히는 대침이 말의 몸 곳곳에 박히자, 말은 이내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독까지 쓰고, 너무하네.”

“……감이 좋군.”

설천위의 한마디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사내가 설천위와 마주했다.

“왜 애를 먹는지 알겠어.”

“뭐래. 혈사련이냐?”

“……감도 좋군.”

“뭐야, 혈사련 아니야?”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데?

잠시 사내를 살핀 설천위는 미간을 찡그렸다.

혈사련 특유의 무늬가 새겨진 소매.

혈사련 맞는데?

“진짜 혈사련이네? 너희 미쳤냐?”

“뭐가 말이지?”

“사천맹주가 직접 그냥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는데, 이걸 어긴다고?”

여기서 설천위가 죽거나 실종되면 그 오명이 누구에게로 향하겠는가?

직접 설천위를 그냥 보내라고 한 사천맹주에게로 향한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다가 오명을 뒤집어쓴 사천맹주의 분노는 어디로 향하겠는가?

당연히 흉수다.

사천맹주의 분노를 직격으로 맞으면 아무리 혈사련이라고 해도 무사할 리가 없는데?

가뜩이나 음지에서 빡빡하게 움직이던 것이 이젠 제대로 힘들어질 거다.

사천맹주가 능력이 없어서 혈사련이나 혈교 같은 음지의 세력들을 방치한 게 아니니까.

그럴 이유가 없어서 안 하던 것에 굳이 이유를 만들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갈 필요까진 없을 텐데?

“혈성지록을 뺏긴 게 그렇게 가슴 아프냐? 고작해야 역사가 기록된 물건일 뿐이잖아.”

“혈성지록은 언제든 되찾으면 된다. 문제는 네놈 자체지.”

혈사련은 혈성지록을 되찾으려다 수치를 당한 이후로 철저하게 설천위를 추적해 왔다.

그의 행보.

그의 성장.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그것들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앞길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될 거다.

삼공 중 하나인 노공이 수긍했고, 그와의 전투로 불구가 된 대주가 크게 동의했다.

이대로 두면 절대 안 된다.

혈사련 내부의 의견이 모여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설천위는 강하다.

그 성장세가 기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빨랐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림학관 내부에 있으며, 설령 나온다고 한들 강한 고수들과 함께였다.

당장 그와 붙어 다니는 약혼녀만 해도 무림에서 손꼽히는 후기지수가 아닌가.

이미 후기지수의 영역을 벗어난 강자라 무림 백대 고수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즉, 접근 자체도 힘든 상황.

아무리 그래도 행하던 모든 계획을 중지하고 전력을 투입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지라 여유 병력으로 처리하려면 정말 최선의 빈틈을 노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흑룡학관으로 올 때도.

흑룡학관 내부에서도.

참았다.

연가 놈들이 손을 벌렸지만, 구태여 거절했다.

왜?

설천위는 어차피 홀로 돌아갈 테니까.

흑룡학관에서의 수업이라면 다치거나 좋지 못한 상태로 돌아갈 게 뻔했으니까.

약해진 상태를 노리는 건 기본이다.

그렇기에 참고 인내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어째 흑룡학관에 오기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 설천위를 마주한 사내는 한숨과 함께 검을 들었다.

비록 약해진 설천위를 친다는 계획은 크게 어그러졌지만, 그래도 계획 자체가 망가지진 않았다.

왜냐고?

“네 녀석은 너무 날뛰었다.”

설천위의 과격한 행보에 분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로 인해 생겨난 이번 폭동으로 죽은 자식들의 관을 만진 부모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움직였다.

“……하, 이 미친놈들이?”

[……우리의 짐작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구나.]

최소 서른.

그 숫자도 숫자거니와 문제는 그 수준이다.

[용케도 이런 전력을 모았군.]

최소 일류.

어지간한 무력대보다 높은 수준의 최소치.

혈사련이라면 이 정도 무력을 갖추는 게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 시점은 아니다.

한창 벌이고 있는 일이 많은 이 시점에 이만한 무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가문이다.

사파의 온갖 가문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 서슬 퍼런 기세를 뿜어내며 설천위를 노려봤다.

“진짜 돌았네, 이놈들? 너희, 그러다가 사천맹주한테 다 죽어.”

“흥, 쓸데없는 걱정이다.”

설천위의 말에 조소하는 사내.

너무나 여유로운 그 모습에 미간을 찡그린 설천위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곤 고개를 끄덕였다.

“연가구나?”

“…….”

침묵.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당황한 감정을 눈치챈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친놈들이 무슨 깡으로 이러나 했더니, 연가에게 전부 뒤집어씌울 생각으로 이 짓을 벌이고 있던 거다.

흑룡학관으로 오는 길에 습격했던 놈들.

흑룡학관 내부에서 공격해 온 놈들.

명분은 물론이고, 증거도 충분하니 제물로 내세우기 딱 좋을 터.

“거참…….”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는 설천위.

이내 어깨를 으쓱인 설천위는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며 도를 들었다.

“그럼 그냥 덤벼라. 뭐라도 준비해 온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

당당하게 싸움을 걸어오길래 뭐라도 있는가 싶어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이 정도밖에 준비를 안 했으면 뭐…….

[천위, 조금 불안한 감이 든다.]

싸울 준비를 한 채 손가락을 까닥이던 설천위는 천마의 경고에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아마 그냥 감 수준일 테지만, 천마쯤 되는 존재의 감은 특별하다.

결코 무시해선 안 되는, 예지에 가까운 수준.

하지만, 지금 도망가는 것도 그리 좋은 수는 아니다.

“일단 싸웁니다.”

필요한 순간이 되면 바로 경고해 주세요.

자신의 뜻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를 뒤로한 채 설천위는 도를 휘둘렀다.

가장 앞에 섰다가 그 도를 마주한 혈사련의 사내는 마찬가지로 도를 꺼내 응수했다.

모자란 녀석.

이렇게 포위당한 시점부턴 무조건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공격은 빈틈을 만들어 내니까.

하물며 상대에게 막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대로 죽음과 직결된다.

‘끝이다.’

자신이 옳게 반응했으니 한 번 정도는 공격을 무조건 막아 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끝.

주변에서 무기를 뽑은 이들이 달려들면 이 승부는…….

거기까지.

사내가 생각을 이어 나가던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순간 그의 몸을 짓누르는 힘이 그의 육체를 둔하게 만들었고, 둔해진 육체의 자세는 흐트러져 참격을 막아 내지 못했다.

서걱.

들고 있던 도와 함께 단숨에 목이 베인 사내.

허공으로 떠오르는 목을 스쳐 지나가며 설천위는 연신 도를 휘둘렀다.

뒤늦게 패기에 적응한 적들이 대응했으나 그래 봤자 둔해진 육체엔 한계가 있는 법.

무엇보다 설천위의 능력 대부분은 약자를 찍어 누르는 데 특화되어 있다.

어쩌다 보니 얻게 된 힘이지만…….

“안 되지.”

고작해야 일류에서 절정 수준으로 자신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자체가 오만…….

“여전히 영악하구나. 애송이.”

혈첩검(血疊劍) 노공(老公).

그가 은은한 살기를 뿌려 대며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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