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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07화 (107/624)

제107화

106화-그만 좀 나와라 (1)

“쯧, 끝까지 말썽인 녀석이군.”

목을 베인 괴를 확인한 남자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신중한 놈이란 건 알았지만, 저렇게 어중간하게 덤비다가 목을 베이다니.

저건 좀 크다.

괴는 후보에서 완전히 밀려났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나마 이제 후도가 도착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애초에 이성 따윈 거의 남아 있지 않던 녀석인지라 생각보다 유도가 훨씬 잘됐다.

나머지 하나인 부(剖)가 이제야 근처에 다다른 걸 생각하면 확실히 빠른 속도다.

문제는…….

‘후도로 상대가 될까?’

괴를 상대하는 놈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후도가 괴보다 실질적인 전투력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거 하나만 믿기엔 괴를 가볍게 정리한 놈의 실력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진짜 괴물 놈이었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도를 말 그대로 두들겨 패고 있는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전에 괴의 독에 당한 녀석을 가볍게 치료해 내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

후도조차 저리 가볍게 두들겨 팰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만.

“조금 더 지켜본다.”

후도는 쉽게 죽일 수 있는 악귀가 아니다.

아직 그 힘이 미완성이라곤 하지만, 수많은 분신을 부리는 괴조차 접근을 꺼렸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싸워 봤자 손해만 볼 수밖에 없는 괴물.

그것이 후도니까.

본체를 이루고 있는 액체 자체에 독성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후도는 몇 안 되는 불사성을 지닌 악귀…….

“비, 비후가 나타났습니다!”

“뭐야?”

생각에 빠져 있던 남자는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치켜떴다.

비후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다급하게 설천위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남자는 이내 침음을 삼켰다.

“……저 괴짜 놈이.”

비후(悲吼).

몇 년을 살았는지 짐작도 안 되는 괴물 중 괴물.

조직의 수뇌부는 상당히 중히 여기는 존재 같지만, 그 어떤 통제에도 따르지 않는 망종이다.

가끔 조직이 준 의뢰 목록에서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는 괴짜.

여기에 후도와 부(剖), 괴(乖)를 붙잡아 놓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 술법적 능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괴물인데…….

‘갑자기 왜?’

상황을 확인하러 온 건가?

비후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술법을 발동시킨다.”

“하지만 아직 부(剖)가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도착했으니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즉시 부하들을 움직인 남자는 낮게 가라앉는 눈빛으로 비후를 바라봤다.

무엇을 노리는 건진 모르겠지만, 방해가 된다면…….

‘곱게 끝나지 않을 거다. 비후.’

* * *

“……이건?”

“저는 처음 보는 종류의 술법입니다.”

술법을 발동시킨 뒤, 다시 관찰을 위해 몸을 숨긴 남자는 부하의 대답에 미간을 찡그렸다.

부하가 모른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자신도 처음 보는 술법이라서다.

시선을 돌려 다른 부하들을 바라봤지만, 하나같이 눈을 아래로 내리까는 것이 알고 있는 놈은 없어 보인다.

‘무림맹 쪽에서 새롭게 개발한 술법인가?’

그렇다면 백화단주?

최근에 돌았던, 백화단주가 무림학관의 학생을 직접 만나 가르쳤다는 소문이 진짜인가?

무림맹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간자들.

하지만 술법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백화단은 결코 간자를 들이기 쉽지 않은 곳이다.

술자 하나하나에게 전부 비싼 돈을 들여 술법을 걸어 간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니까.

비전의 술법들이 빼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도 있겠지만, 현 백화단주의 간자 수색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른 단이나 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도움을 줄 정도로.

그래서 소문으로밖에 접할 수 없기에 정보가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괴물을 만났는데 아무런 정보도 안 올라왔다고?’

심지어 공개되지 않은 술법까지 가르쳐 줬는데?

뭐가 됐든, 열 명에 가까운 인원을 넉넉하게 감싸는 저 검은 상자는 간단한 술법이 아닐 터.

백화단주가 그리 신경 쓰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특급 경계 대상에 올려야 마땅하다.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부하 하나를 불렀다.

“지금까지 본 것을 전부 보고하도록.”

“예!”

그렇게 부하 하나를 보고를 위해 보낸 뒤 남자는 다시 상황에 집중했다.

검은 상자 속에 숨은 저들이 대체 무엇을 할지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부(剖)가 지척에 이르렀습니다.”

“상태는?”

“완전히 폭주 상태입니다.”

부하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남자는 검은 상자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부가 폭주 상태로 도달할 것이란 것은 이미 예상한 바이고, 애초에 자신들이 의도했던 바이니까.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이다.

‘……후도가 움직이는군.’

부의 존재감을 느낀 걸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정지됐던 사고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애초에 사고라는 걸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검은 상자의 등장에 멈칫했던 후도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거칠기 그지없는 일격이 검은 상자를 강타한다.

대지가 떨리는 일격.

‘점점 더 강해지는군.’

현계에 대한 간섭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층 더 자신들이 원하는 재앙에 가까워진 모습.

이대로만 가면 후도 하나만 건져도 성공한 실험이 될 거란 확신이 들 정도다.

하지만.

“……멀쩡하군.”

그렇게 발전하는 후도조차 충격으로 검은 상자를 균열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단단한 한철 같은 것이 아니라 주술로 만든 벽이다.

후도가 품은 영력에 영향을 받을 텐데도 저만한 강도라니.

‘백화단주, 무서운…….’

속으로 감탄하던 그 순간.

드디어 검은 상자가 흔들렸다.

* * *

[그륵?]

검은 상자가 흔들리고 밖으로 나온 존재를 확인한 후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 녀석은?

“생각보다 단단한데?”

왜 저리 여유롭지?

내 앞에서?

아니, 그럴 수밖에 없나?

조금 전, 몸 곳곳이 산산이 부서졌던 기억을 떠올린 후도는 울컥거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우어어어어어어어어!!]

산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울음과 함께 후도의 몸이 비틀렸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

이리도 물렁하고 나약한 몸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것을 깨달았기에 후도는 모습을 바꿨다.

좀 더 작게.

좀 더 단단하게.

그 몸체가 줄어든다.

이내 그 몸은 훨씬 더 크기가 줄어든 짐승의 것으로 변했다.

검은 호랑이가 연상되는 외모.

그 변화에 홀로 흑관에서 빠져나온 설천위는 가만히 놈을 바라봤다.

작아지는 것은 보통 속도를 올리기 위함이다.

[그륵.]

특유의 울음소리와 함께 후도가 땅을 박찼다.

과연, 진짜로 속도를 올리기 위함이었는지 그 속도가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패룡지체(覇龍之體)]를 발동하고 있는 설천위도 아슬아슬하게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속도.

하지만.

[어리석구나.]

아슬아슬해도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도라는 것은 의외로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능력치다.

시속 350km를 낼 수 있는 차를 탄다고 모두가 그 속도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탔을 때, 그 차는 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거다.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후도의 공격을 받아 내며 설천위는 몸을 비틀었다.

이대로라면 그냥 치고받고 싸우는 거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 봐야지.

몸을 비틀어 후도와 거리를 벌린 설천위는 다시금 품 안으로 손을 넣어 부적 하나를 꺼냈다.

아까와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는 부적.

“박도(縛道) 흑관(黑棺).”

검은 관이 후도가 있던 장소를 먹어 치운다.

하지만.

“쯧.”

빨라진 탓에 맞히기가 어려워졌다.

흑관이 생겨난 자리에 이미 후도가 없는 것을 인지한 설천위는 그새 거리를 벌린 후도의 모습을 바라봤다.

경계하듯 거리를 벌린 모습.

작아진 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기본조차 모르는 거다.

작고 빠른 몸이라면 최대한 붙어서 전투를 해야지.

한 번이라도 공격을 당하면 큰 손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이득을 보려면 바짝 붙어야 하는 게 작고 빠른 몸이다.

짧은 비수를 쓰는 이들이 붙어서 뒤를 노리는 것을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이성도, 지식도 없는 짐승이구나.”

그 무엇도 없기에 그 선택에는 오류가 많다.

기술도, 지식도 없다.

그저 본능에 이끌리는 짐승이 속도가 빨라진다 한들 뭐가 변할까?

하나 더 부적을 꺼낸 설천위가 다시금 부적을 던진다.

그 순간 즉시 경계하며 땅을 박차는 후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 싸울 때보다 더 약해졌네.

본능의 깊숙한 곳에 새겨져 버린 거다.

미지에 대한 공포가.

당할지도 몰라.

잡히면 죽을지도 몰라.

무너질지도 몰라.

온갖 불안은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고, 행동에 망설임을 만들어 낸다.

인간은 용기로 그것을 극복해 내지만…….

“용기를 품을 수 있는 의지가 없으니 짐승 그 자체네.”

땅을 박차 다른 위치로 이동하던 후도의 머리 위로 거대한 흑관이 떨어진다.

“박도(縛道) 흑관(黑棺).”

[그르으아악!]

괴성과 함께 몸체가 흑관에 사로잡혀 버린 후도.

그 모습을 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는 대상을 상대로 써 보니 확실히 더 감이 잘 잡히네.

[괴물 같은 놈.]

혼자서 고민해 만들어 낸 술법을 실전에서 몇 번 써 본 거로 이렇게까지 정밀하게 구사하다니.

자신이 알고 있던 술사들이 게으른 녀석들이었나, 잠시 고민하던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단순히 술법을 잘 쓰는 걸 넘어서서 응용력 자체가 좋다.

아마 무(武)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전투 자체를 괜찮게 하는 그 전투 감각에 기인한 것이겠지.

‘……역시 무공이 아니라 술법을 가르쳐야 했나?’

무공을 익히는 게 괜히 헛심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영역 내에선 이리도 강하니 그냥 술사나 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천마가 다시금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을 때, 설천위는 만족하며 부적을 여러 개 꺼냈다.

옛날에 재미있게 본 만화에서 나온 술법 흑관(黑棺).

원래 이건 박도(縛道)가 아니라 파도(破道) 즉, 공격 술법이다.

검은 관 내부에 압도적인 중력을 적용시켜 파괴하는 뭐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 어렵네.’

저 관 내부에 존재를 파괴할 정도의 강한 중력을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다.

뭐, 중력을 더하려다 보니 외부가 상당히 단단해져 그냥 가두는 결계로 쓰고 있지만.

애초에 이 면을 만들어 내는 부적은 보통 결계를 만들 때 쓰는 것이기도 하고.

흑관 내부에서 대충 설명해 주니 청백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젓긴 했지만.

그거야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고.

“박도(縛道) 흑관(黑棺).”

다시금 술법을 발동시킨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다.

[키엑?]

[크륵?]

아직까지 주변에 남아 있던, 서른이 좀 안 되는 악귀들.

그들 전체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은색의 관.

단숨에 제압된 악귀들을 보며 설천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의 영력 개화를 위해 그냥 놔두긴 했지만, 확실히 이게 빠르네.

“자,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그륵 그륵.]

쟤 하난데.

불사성(不死性)을 지닌 괴물, 구부주귀(久腐洲鬼).

그 시작이 되는 녀석이니 아마 그와 비슷한 성질을 지녔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일단 이대로 봉인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짧게 고민한 설천위는 일행을 지키고 있던 흑관을 풀었다.

“이, 이게 무슨?”

한껏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가 밖에 펼쳐진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당황하는 청백.

그 모습에 살짝 신뢰가 더욱 줄어든 설천위는 한숨과 함께 그를 불렀다.

“여기 이 녀석, 봉인하자.”

“예?”

그게 무슨 개소리야?

쟤를?

귀(鬼) 중에서도 중급은 되어 보이는 녀석을 내가 무슨 수로?

당황으로 가득한 청백의 반문에 어깨를 으쓱인 설천위는 빙긋 웃었다.

“아니면, 네가 쟤 상대할래?”

설천위가 가리킨 방향.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거한이 도끼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뇨. 해 보겠습니다.”

에이, 저건 아니지.

싸우면 무조건 내가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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