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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89화 (89/624)

제89화

88화-선발 (2)

“헉헉! 제가 아직 살아 있습니까?”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헛소리를 하는 주현운을 보며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어, 잘 살아 있으니까. 헛소리 말고 뛰어라.”

“크윽!”

무려 창천단주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고 있는 상황.

설령 친선전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것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기회다.

그렇기에 철백, 서하영, 주현운 세 사람은 당연히 남궁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고 난 뒤에는 간단했다.

남궁선과 간단한 비무 후에 각자 해야 할 훈련을 지정받았다.

주에 사흘.

그것도 오는 시간이랑 가는 시간을 빼면 실질적으로 이틀인 수업 시간.

필연적으로 혼자 해야 하는 시간이 생긴다.

남궁선은 다른 이들은 자유롭게 하라고 내버려 두었지만, 세 사람에게는 훈련을 정해 주고 갔다.

먼저 주현운.

달리고, 들고, 버틴다.

육체의 기본을 다지는 훈련이 주현운의 주된 훈련 내용이 됐다.

무(武)를 좋아해 남들의 수련이나 비무를 보는 걸 즐기던 주현운에게는 당연히 재미없는 시간이다.

고되고 힘들기 그지없는 시간.

그럼에도 주현운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왜냐고?

‘친선전……!’

나가고 싶으니까!

흑룡학관과의 친선전이다.

당연히 나가야만 한다.

이기면 명예가 따라온다.

하지만 그 명예는 사실 주현운에게는 관심 밖의 이야기다.

나가서 공을 세우면 그만한 보상이 따라오고, 그 보상은 원한다면 무공으로 받을 수 있다.

학관 내에서도 잘 공개하지 않는 그런 상승 무공.

그런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아니, 그런 무공들은 대체 어떤 무공일까?

주현운의 눈에 깃든 호기심이 독기로 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새로운 무공을 볼 거다.

그 의지 하나로 이를 악무는 주현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쟤는 뭘 해도 되는 녀석이니까.

어깨를 으쓱인 설천위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다른 친구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철백은 육체 훈련은 거의 그대로 하지만 한 가지 추가된 게 있었다.

“대단하군!”

감탄과 함께 떨어지는 검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멈춘다.

무려 남궁천의 검을 맨몸으로 받아 낸 철백은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

그것이 반영된 움직임에 남궁천은 더욱 미소 지었다.

“좋네! 철백!”

“크아아압!”

남궁천의 검을 튕겨 내며 또다시 돌진.

작게 허리를 비틀어 휘두르는 주먹이 남궁천의 옆구리를 노린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남궁천은 본인이 잘 드러내지 않을 뿐 제대로 된 정규 훈련을 받은 무인이다.

무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바로 방어.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을 먼저 배우기에 지금의 철백의 주먹은 남궁천에게 닿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닿지 않는군.”

“아쉽지만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이쪽의 공격을 무시하고 파고드는 건 볼 때마다 놀랄 일이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설천위는 남궁천의 의견에 동의했다.

몇 번이나 치러진 대련.

모두 철백의 패배였다.

철백이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남궁천에게는 그의 주먹이 닿지 않았으니까.

이유야 간단했다.

철백이 지금 익힌 권법은 천마가 가르쳐 준 것인데, 애초에 천마가 그리 깊은 무공을 가르치지 않아서다.

이유는 하나.

육체를 단련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데 무예(武藝)까지 갈고닦는 건 너무 욕심이라고 판단해서였다.

그래서 최소한의 전투가 가능한 수준의 단순한 권법을 가르쳐 줬지만, 그게 이제 와서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거다.

물론.

[슬슬 새로운 권법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했거늘…….]

천마는 아쉬움을 삼켰지만.

뭐, 선발전 시작 전까지는 가르쳐 주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저 대련은 목적이 그게 아니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던가.

대충 철백에 대한 생각까지 넘긴 설천위는 마지막으로 남은 서하영을 바라봤다.

훈련장 구석에 앉아 명상에 빠진 서하영.

육체의 단련?

설천위나 철백, 주현운과 다르게 서하영은 그것을 쌓아 온 세월 자체가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방법으로 몸을 단련해 왔으니까.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조급하게 완성하려 하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육체적 단련은 해야 하는 만큼만 하고 있다.

초식의 연마?

창을 쓰는 시점에서 서하영은 초식의 형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낼 수 있다.

서하영의 창에 대한 재능은 주현운이 무(武) 전체에 품은 재능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뛰어나니까.

여하튼, 일반적인 수련은 서하영에게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무를 계속해서 하자니 그 상대가 마땅치 않다.

유예린이 직접 해 주겠다고 했지만, 서하영이 거절했다.

민폐라고 생각한 거겠지.

여하튼, 그래서 내린 결론이 저거다.

명상.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련.

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

[음?]

“응?”

“음?”

“어?”

순간, 훈련장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설천위가 바라보던 곳.

“후…….”

어느새 일어나 낮은 숨을 내뱉으며 창을 쥔 서하영.

그녀는 손에 쥔 창을 천천히 앞으로 뻗었다.

양손으로 움켜쥔 창이 앞을 향한다.

마침, 설천위가 서 있는 방향.

사람을 향해 창을 들이미는데, 아무런 흔들림도 없다.

“……무아(無我)?”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서하영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설천위는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아니, 관통되었다.

창을 쥔 자세에서 창을 내지르는 자세로.

순식간에 모습이 변한 서하영.

그 날카롭기 그지없는 기세를 겨우 흘려 내는 데 성공한 설천위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헛웃음을 흘렸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이 재능충!

더럽게 불공평한 세상!

* * *

“허어…….”

저녁 시간.

설천위, 철백, 주현운, 남궁천, 이 네 사람은 간만에 남자들끼리 모여 학관 밖으로 나와서 고기를 뜯고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발전 속도군.”

“대단하긴 했죠.”

“너무 빨라서 제대로 받아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공격이었소.”

남궁천과 주현운의 대화를 들으며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긴 하더라. 아마 좀 더 다듬으면 위력도 올라가겠지?”

남궁선의 조언이 있다면, 그 수준까진 순식간에 올라갈 테고.

설천위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움직이는 주현운.

그 모습에 남궁천이 웃으며 그를 위로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 온 단련이란 것이 그런 것이라오. 그 노력이 지금 꽃피우는 것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오.”

“예. 하지만 쉽지 않네요.”

똑같이 친선전 선발을 노리고 있는데,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진 느낌이다.

풀이 죽은 주현운의 모습에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품은 재능이 얼마인데, 남의 재능을 부러워해? 과욕은 몸을 해친다. 기본이잖아?”

설천위의 지적에 주현운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주현운이 스스로 저 수준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더 신기한 일이다.

주현운이 여러 무기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그 무기들을 다루는 걸 좋아해서도 있지만 아직 주력 무기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깊이가 있는 무공을 배우지 못한 이유가 컸다.

물론 시간이 지나 스스로 마음이 가는 무기를 정하고 갈고닦으면 그 깊이가 있는 무공을 혼자 만들어 내겠지만.

뭐, 그건 그거고.

“창천검 대협이 허락하면 그때부터 가르쳐 줄게. 검법.”

“정말이십니까?”

“그래. 미뤄서 뭐가 좋다고.”

“감사합니다!”

어느새 두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 주현운의 시선을 대충 넘긴 설천운이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자 다른 이들도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 누님은 잘 계신가?”

“누님?”

“연 소저 말이야.”

“아, 잘 있지. 그나저나 자네가 누님이라 부른다는 걸 알면 상당히 놀라겠군.”

“뭐, 뒤에서 부르는 거지. 아니면 제수씨라고 불러 줄까?”

“커흠.”

뭐야, 이 자식.

왜 부정을 안 해?

순간, 세 사람의 눈이 짜게 식자 남궁천의 헛기침이 더욱 거세졌다.

“아직, 아직 그 노력을 하는 단계일세!”

“어쭈? 누구는 죽어라 수련하는데 연애질을?”

“하! 인생!”

술을 주문하려는 철백을 설천위가 말렸다.

돌아가서도 수련해야 하니까.

“아니, 천위! 자네는 이미 약혼자까지 있는데 연애질이라니?”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남궁천의 모습에 설천위는 어깨를 으쓱였다.

“에? 난 모르겠는데? 우리는 이미 정해진 사이라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고 있거든?”

“그게 무슨 궤변인가!”

부부가 꽁냥꽁냥 하면 그건 연애질 아닌가?

밖에서 보면 전부 연애질인데!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남궁천의 시선이 이번엔 철백을 향했다.

“그리고 자네도 나를 비난할 입장은 아닐 텐데?”

“커흠! 고기가 맛있구먼!”

“너는 또 왜 그러냐.”

그쪽도 거의 기정사실 아니었어?

어색하게 웃으며 고기를 집어 드는 철백의 모습에 설천위가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

“그러고 보니 소 매가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

“뭐?”

“그러니까 소 매도 요즘 고민이 많…….”

“소…… 매?”

대체 언제부터?

순간 세 사람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 걸 눈치채지 못한 주현운은 자신도 고민이 된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 아무래도 친선전에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말하면 저한테 부담이 될까 봐 말을 안 하는 것 같…….”

“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 고양이 같은 놈이!”

잘생기면 다냐!

더러운 세상!

설천위의 발이 허공을 갈랐다.

“크흠, 거, 현운아?”

친근하게 어깨에 팔을 두른 남궁천이 남은 손으로 그 발을 가볍게 쳐 냈기 때문이다.

“우리 서로 상담을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 아, 예.”

저 더러운 배신자 새끼.

연애 상담을 위해 주현운을 감싸는 남궁천을 설천위가 배신감 가득한 눈동자로 노려보자 철백은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는 약혼자도 있는 녀석이 왜 저러냐.

누가 보면 한평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 보고 산 줄 알겠네.

* * *

“오, 다들 훌륭하게 내가 내준 과제들을 하고 있었나?”

대략 일주일.

첫 번째 방문 이후 두 번째 방문을 한 남궁선은 훈련장에 모인 이들을 보며 웃었다.

기세가 눈에 띄게 변한 사람이 하나.

조금씩 변해 가는 도중에 있는 녀석이 둘.

부들거리고 있는 녀석이 하나.

……쟤는 왜 주현운을 바라보며 부들거리고 있지?

설천위의 이해 못 할 행동에 잠깐 고개를 갸웃했던 남궁선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곤 본론으로 들어갔다.

“먼저 내가 말한 수련 방식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 손?”

“저희의 부족한 점을 선배님께서 하나하나 직접 살피고 고쳐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오, 역시 은검. 똑똑하네.”

한번 말했던 걸 거의 그대로 기억하고 있네.

유예린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남궁선은 웃으며 검을 뽑았다.

“시간이 아까우니 바로 시작하자고.”

“시작이라 하심은?”

“당연히 대련이지.”

검을 뽑아 든 남궁선은 웃으며 설천위를 가리켰다.

“일단, 너부터 하자.”

“……한 수 배우겠습니다.”

“오냐.”

후다닥 공간을 만드는 이들 속에서 마주 보고 선 남궁선과 설천위.

“일단, 육체 능력을 올리는 그 괴상한 기술을 쓰지 말고 덤벼 봐.”

“……알겠습니다.”

남궁선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가볍게 호흡을 고르며 달렸다.

바닥을 경쾌하게 달리는 다리.

[섬뢰풍영보(閃雷風影步)]를 능숙하게 펼칠 수 있게 된 덕에 그 속도는 확실히 빠르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궁선의 앞으로 파고들어 일단 견제 겸 한 방…….

“……이건 심각한데.”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 검을 맨손으로 붙잡은 남궁선이 헛웃음을 삼키며 설천위를 바라봤다.

“넌, 일단 맞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예?

일단 맞으라니, 그게 무슨 개…….

의문을 입으로 내뱉기도 전에, 안면을 때리는 검면에 설천위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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