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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86화 (86/624)

제86화

85화-진짜배기 (4)

수많은 제자를 받아들이는 문파와 달리, 무가는 지원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설가(雪家)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히 현 가주의 아들인 설천강 또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재능.

설천강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비슷한 지원을 받았던 다른 형제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초절정에 오른 재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도 자신과 같은 나이일 땐 자신보다 약했다.

배다른 누나와는 지금 싸워도 승률이 5할은 된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재능이라곤 쥐뿔도 없는 막내?

자신의 상대가 될 리 있나.

‘건방진 놈.’

얘기가 끝나고 나온 직후, 방으로 돌아가면서 설천강은 그 안에서 설천위가 한 말을 전부 들었다.

뛰어난 청력 덕에 자연스럽게 들을 수밖에 없었던 대화 내용.

그 대화에서 설천위는 자신의 승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건방지다.

건방지다 못해 아주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래서 더욱 화가 솟구친다.

그딴 놈이 감히 나를?

제대로 본때를 보여 주마.

비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면서 설천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설천위를 바라봤다.

“도망치지 않고 오는 용기는 있구나.”

아니, 여기선 용기가 아니라 오만이라고 해야겠지.

감히 나에게…….

“뭐래.”

“이놈이……!”

어디서 개가 짖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설천강을 바라보던 설천위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주둥이 말고 검으로 말해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설천강은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들듯 으르렁거린다.

그 모습에 심판을 위해 무대에 선 교관은 한숨과 함께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

이 자식들, 누가 사이 안 좋은 거 안 믿을까 봐 빨리 시작 안 하면 그 전에 싸울 기세네.

심판의 손이 떨어지자마자 설천위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최근 성취가 상당히 좋아진 [섬뢰풍영보(閃雷風影步)].

그 초절의 보법이 만들어 내는 속도는 가히 훌륭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흥! 가소롭구나.”

마치 훤히 보인다는 듯 설천위가 코앞에 도달한 순간, 검을 뽑은 설천강의 강렬한 일격이 설천위를 밀어냈다.

제대로 검법을 쓰기도 전에 힘으로 밀린 설천위는 살짝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설천강은 바라봤다.

“어디서 조금 좋은 보법을 배운 것 같다만 그래 봤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가문의 무공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네가 타인의 무공을 익힌다고 강해질 성싶으냐?”

그 안에 담긴 경멸이 너무나도 뚜렷해 설천위와 친하게 지내는 몇몇 이들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 안에는 서하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요? 아무리 형이라지만…….”

자신의 가문에선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둘 있는 오빠는 자신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과분한 사랑까진 아니어도, 형제간에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배가 다른 형제라도 결국 형제는 형제.

심지어…….

“설 공자의 어머니도 정식 부인이셨잖아요.”

첩(妾)이 아니다.

처(妻)다.

대개 무림인들은 일부일처가 많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에서 다처제를 막은 건 아니다.

즉, 설천위의 어머니 또한 합법적으로 결혼한 부인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고작 태어난 배가 다르다는 이유로 저런…….

생각하니 또 열이 솟구치는 상황에 서하영이 부들부들 떨자, 철백이 쓰게 웃으며 그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우월감이 그리 만든 거겠지.”

설천위와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장녀, 설란에겐 그러지 않는다고 들었으니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대놓고 물어뜯고 헐뜯는 사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설천위가.

“자신보다 늦게 태어난 배다른 동생. 재능이 하나도 없어 가문의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동생.”

거기에다 그 어미는 그로부터 몇 년 후 병으로 죽기까지 했다.

완전히 고립된 상황.

고독 속에 빠진 아이는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 보상받는 일은 없었다.

그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쭉 지켜본 아이.

쟤는 안 되는 애구나.

멍청이야.

역시 내가 대단해.

그런 생각을 품고 자랄 만하다.

심지어 설가(雪家)는 방임주의라고 하지 않는가.

누가 옆에서 제대로 고쳐 주지도 않았을 테니 애X끼 성격이 저렇게 될 법도 하지.

“천위에게 다 들었던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더 화난다고요.”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설명하는 설천위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미치도록 화가 났다.

그런 서하영의 마음에 공감하며 철백은 웃었다.

“그러니 지켜보자고, 저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내가 아는 설천위는 생각보다 악독한 놈이니까.

한때의 엇나감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고 봐줄 인간이 절대 아니거든.

철백의 시야에는 가소롭다는 표정과 함께 검신을 왼손으로 쓸어내리는 설천강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할 모양이군.

* * *

가볍게 몇 번 공격했지만 전부 막힌 설천위는 적당히 거리를 벌린 채 설천강을 바라봤다.

역시 제대로 배운 초절정.

아직은 무린가.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이 정도면 정말 절정 정도는 할 만한 수준이니라.]

혼들의 칭찬에 절로 어깨가 올라간다.

하긴 스킬의 발동 없이 이 정도 수준이다.

나도 참 많이 발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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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설천위

나이: 16세

레벨: 5

근력 中下

체력 中下

순발력 中下

지력 中下

정신력 中中

내공 中下

영력 中中

패기 上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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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혈단의 효과는 진짜 괜찮았다.

역시 몸보신을 위한 약이라고 해야 하나.

내공은 오르지 않았지만 신체 스탯들이 여태껏 쌓아 온 훈련의 성과를 보이며 한 단계씩 성장했다.

최근엔 심상 세계에서도 철귀를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졌지.

그나저나 이렇게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

처음 이 몸에 들어왔을 땐 진짜 답도 없는 상태였는데.

뭐, 몸 상태 확인은 여기까지면 됐고.

“이 정도 수준이라면 더 이상 확인할 것도 없겠군.”

가슴 앞으로 든 검을 왼손으로 쓸어내리며 설천강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가소롭다는 듯한 얼굴.

마치 네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뭐, 실제로도 그리 생각하고 있겠지?

설천강은 그런 캐릭터니까.

게임에서도 설천위를 데리고 다닐 때 쓸데없이 끼어드는 녀석을 몇 번이고 봤었다.

설천위와 함께하는 주인공의 명성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꼭 나타나는 놈.

설천강이 왜 설천위를 싫어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지녔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답은 그냥 애X끼라는 거지만.

정신은 하나도 성장하지 못한, 몸만 큰 애X끼.

봐라. 지금도 온갖 똥폼이란 똥폼은 다 잡으면서 검에 냉기를 불어넣고 있지 않은가.

손에 쥔 상태로 그냥 냉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면서.

자기 딴에는 공포를 유발하기에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저러고 있다는 게 뻔히 보였다.

“주둥이 말고 검으로 말하라니까?”

“……끝까지 오만방자하게 구는구나.”

두 눈을 부릅뜬 설천강은 자신이 먼저 달려들면 면이 살지 않는다는 생각 따윈 그새 잊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찬 생각은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철저히 짓뭉개 버리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움직였다.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이놈을 확실하게 교육해 주겠다고.

냉기를 한껏 머금은 검이 거대한 얼음 폭포처럼 떨어진다.

위에서 아래로.

미세한 흔들림을 품고 떨어지는 검은 언뜻 검을 쓰는 자세가 불안해서 검이 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군.]

현태중의 평가에 다른 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적으로 검을 흔들어 경로를 예상하기 힘들게 만드는 수법.

검이 살짝 흐트러져도 맞히기만 하면 얼마든지 상대를 베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설천위는 담담하게 자세를 굳혔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막아 내며 동시에 검을 휘둘러 털어 낸다.

“……네놈?”

아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설천위의 힘과 속도에 설천강의 눈이 커졌다.

힘을 숨겼다고?

나랑 싸우는 와중에?

당황보다 먼저 찾아온 분노에 설천강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휘몰아치는 눈 폭풍을 닮은, 거세게 몰아치는 검식.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눈발처럼, 경로를 예측하기 힘든 검이 설천위의 몸을 뒤덮었다.

[너무도 뻔히 보이는구나.]

현태중의 담담한 평가와 함께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보였으니까.

‘역시 [패룡지체(覇龍之體)]로 상승하는 스탯은 장난 없네.’

아까까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던 움직임이 이젠 손안에 들어온 정도까진 아니어도 얼추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까진 보였다.

거기에 왠지는 모르겠지만 [패령안(覇靈眼)]을 익히고 난 뒤 패기나 영기를 끌어올리면 동체 시력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건 느낌 수준이 아니라 거의 확실한 사실이긴 하지만.

뭐, 해가 되는 건 없으니 문제없겠지.

초절정 고수와 하는 진짜배기 비무.

실전에선 하지 못해 아쉬워한 실험이 몇 가지던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 둬야지.

설천위가 실험 정신으로 차분하게 비무를 이끌어 가는 사이.

설천강은 설천위와 전혀 다른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설천위가 무너지기는커녕 너무도 쉽게 버티며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으니까.

내 검이 이딴 놈에게 막힌다고?

……그럴 순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나는 설천강이다.

이딴 벌레와는 격이 다른 인간이라고!

설천강의 눈동자에 살벌한 살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 * *

“역시 예상대로네요.”

“음, 재능이 없는 이들의 한계지.”

화영의 말에 팽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정직하다.

어쩌다 보니 이 시험의 주최인 같은 것이 되어 팽후와 함께 자리를 잡았던 화영은 불편함조차 잊고 비무를 지켜봤다.

“고인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한들 선천적인 재능의 부족함을 모두 메울 순 없겠지요.”

고수가 섬세하게 지도를 해 준다면 분명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배우는 것이 끝이 아니다.

무(武)라는 것은 결국 실전에서 쓰여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세상은 결코 배운 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응용.

초식을 완전히 익혀 그 안에 담긴 무리(武理)를 이용해 초식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런 것들을 이용해 적을 속이는 수법도 쓸 줄 알아야 한다.

변초와 허초.

그것을 극대화한 것이 변검이니 환검이니 하는 것들이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무인이라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익힐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재능의 영역.

노력으론 해결할 수 없는…….

“응?”

잠깐, 저거 뭐야?

순간 당황한 화영은 옆에 팽후가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고 비무를 바라봤다.

“잘…… 하네?”

아니, 왜 잘하지?

화영의 시선의 끝.

강렬한 냉기를 머금은 설천강의 검을 자유자재로 희롱하는 설천위가 입꼬리를 비틀고 있었다.

눈깔에 힘주고 검을 휘두른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다.

내가 해 봤거든.

[그 사실을 배우기까지 열 번을 죽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는 말이지.

혀를 차는 천마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설천위는 검을 움직였다.

정직한 검식?

애초에 설천위가 익힌 [선유적월검(仙遊跡月劍)]은 변초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검법이다.

여태껏 설천위가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했을 뿐.

그런데 이제 잘 활용한다.

왜냐고?

못 하면 죽으니까!

신체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철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겠는가?

속이고, 속이는 것밖에 없다.

변초와 허초?

재능이 없어서 응용을 못 해?

천 단위로 죽어 가면서 검을 휘두르면 해결하지 못하려고 해도 못 할 수가 없다.

“이, 이익!”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설천강이 이를 악물었지만, 설천위는 입꼬리를 비틀며 속삭였다.

“뒈졌다고 복창해라. 형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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