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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80화 (80/624)

제80화

79화-혈사자(血師資) (5)

공격을 막는다.

검을 비틀고, 허리를 비튼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 하나하나가 사혈을 노리고 들어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먼저 상대하던 셋을 차분히 꺾어 놓아 그 녀석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거기에다 사방 중 한 곳이라도 맡아 주는 청랑의 존재가 크다.

손이 하나라도 덜 가야 더 많은 공격을 막고,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

까득.

검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설천위는 한 걸음 내디뎠다.

빈틈.

사선을 몇 번이나 넘는 방어를 하면서 찾아낸 좁디좁은 통로.

그 통로 사이로 검을 휘두른다.

죽음을 겪으며 얻어 낸 검기(劍技)가 휘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적을 꿰뚫는다.

목젖을 지나 경추를 관통한다.

즉사다.

그렇게 한 사람의 숨통을 끊어 낸 설천위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몸을 비틀었다.

본능.

통증에 즉각 반응한 몸이 어떻게 해서든 몸에 생기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펼치는 발악.

그 발악이 상처를 줄인다.

가죽을 지나 살점까지 떨어져 나간 옆구리의 통증에 이를 악물면서도 설천위는 뽑아낸 검을 휘둘렀다.

검이 박혀 있던 목이 처참하게 뜯어질 정도로 거칠게 검을 뽑아내 자신의 목을 향해 파고들던 비수를 막아 낸다.

이제 고작 하나.

하지만, 무려 하나다.

넷을 상대하는 것보단 셋이 쉽다.

어깨에 비수가 박혔지만, 한 놈의 목을 베는 데 성공했다.

전신에 가득한 상처보다 훨씬 더 깊은 관통상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아찔한 통증이 엄습해 오른팔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왼손으로 도를 쥐고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허나, 한 명을 더 줄였다.

당연하게도 셋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둘이 쉽다.

철귀와 싸우면, 오른팔이 날아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그의 무공은 날카로운 절삭력을 자랑하는 철사가 주력이니.

그렇기에 왼손으로 도를 휘두르는 태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른팔만큼이나 능숙한 건 아니었다.

크게 열린 빈틈을 채우기 위해 망가진 오른팔을 방패로 썼다.

마지막 남은 절정 고수의 목을 치는 대가로, 몸을 지키는 방패로 쓴 오른팔이 완전히 부서졌다.

똑 하고 부러진 게 아니라 완전히 으스러진 뼈가 만들어 내는 끔찍한 통증.

순식간에 부어오르기 시작한 팔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독하구나!”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며 그 충격으로 거리를 벌린 설천위를 보며 혈사자가 감탄했다.

하지만 그 감탄에 설천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죽이지 못했구나.”

그건 도발이다.

하지만 그 도발은 누가 봐도 어리석었다.

어리석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넝마나 다름없는 꼴이 되어서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도발하다니.

자살하는 방법치곤 상당히 고통스럽고 어리석다고 비웃을 만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저 혈사자란 놈이 자신의 몸을 아끼느라 상처를 감수하면 끝낼 수 있었던 것을 끝내지 않은 것이.

그런 혈사자의 꼬라지에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공격을 감행한 세 놈이.

좋았다.

고맙다.

겨우 모았다.

입관 시험에서 테러를 일으킨 놈들을 막고, 철귀를 잡았다.

그것도 게임에선 이룰 수 없었던 목표까지 달성해 가면서.

그렇게 얻은 경험치로도 부족했다.

게임에선 이런 초반엔 임무 하나를 깨면 보통 스탯 두세 개를 올려 준다.

나중엔 임무 두세 개를 깨도 하나 올리기도 힘들지만.

이유는 당연히 여러 가지 있다.

스탯은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해야 하고, 초반 진행에서 육체 관련 스탯 및 내공 스탯은 필수다.

그쪽에 집중하다 보면 투자되는 경험치는 늘어 간다.

육도에서 스탯을 올리는 데 들어가는 경험치의 양을 정하는 것은 횟수와 수준.

여태껏 얼마나 많은 스탯을 올렸는가.

이 스탯이 오르는 단계가 어디인가.

이것들을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설천위는 아직도 레벨이 4다.

여태까지 딱 3번 스탯을 올렸다.

횟수로 인한 경험치 요구량 상승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부족한 이유는 딱 하나.

설천위가 올리고 싶은 스탯이 벽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족한 양이 방금 절정 고수 셋을 썰어 버리면서 채워졌다.

“상태창.”

즉시 상태창을 연 설천위는 그대로 손을 움직였다.

올려야 하는 스탯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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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가 中上에서 上下로 성장합니다.

스킬 [패룡지심(覇龍之心)(上中)]을 습득합니다.

스킬 [패룡지기(覇龍之氣)]와 [패룡지체(覇龍之體)]가 강화됩니다.

존재를 향한 지배력이 크게 강화됩니다.

스킬 [????]의 습득 조건 충족(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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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에서 중으로 오를 땐 [패룡지기(覇龍之氣)]가 추가됐다.

중하에서 중중, 중상으로 오를 땐 존재를 향한 지배력이 상승하고 [패룡지기(覇龍之氣)]와 [패룡지체(覇龍之體)] 두 스킬이 강화됐다.

그런데, 이번엔 중에서 상으로의 상승이다.

그 변화는 어떤 때보다 극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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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체(心氣體)가 갖추어졌습니다.

패융이 실체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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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르르르.]

전신을 감싸는 패융의 낮은 울음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실체를 얻어?

대충 감이 오긴 하지만, 정확하게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뭐 됐어.

어차피 원하던 건 얻었으니.

고개를 든 설천위의 두 눈이 혈사자를 향했다.

“대체 뭐 하자는 것이냐?”

그 의문에 뭐라 대답할지 잠깐 고민하던 설천위는 이내 웃었다.

“됐다.”

더 말해 뭐하냐.

대화로 해결될 상황도 아니고.

상쾌하게 웃은 설천위는 조금 전부터 속에서 끓던 것을 확 풀어 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억눌렀던 것을 탁 놓아 버린다.

그렇게 풀려나는 것은 존재를 짓누르는 힘.

[패령안(覇靈眼)]을 품은 두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난다.

홍채에 묵빛의 기가 서린다.

동시에 점점 더 선명해지던 패융의 울음소리가 완전해졌다.

[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뭐, 뭣이?!”

다급한 목소리.

동시에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살기(殺氣).

그 노골적인 살의(殺意)에 설천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뿌득.

부러진 팔을 들어 올린다.

아니, 이젠 부러졌던 팔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내공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어차피 앞으로의 싸움에 내공은 필요 없다.

아낌없이 회복에 내공을 때려 박으며, 설천위는 웃었다.

“뒈졌다고 복창해라.”

아직 멀쩡한 두 다리가 대지를 박찼다.

* * *

‘심각한 사태다!’

유예린을 상대하던 암평은 두 눈을 부릅떴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 잡힌다.

저 미친놈이 기어이 자신의 호위를 전부 죽이더니 갑자기 기이한 용을 불러냈다.

그 크기가 작으니 용이라 불러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새끼라고 해도 용은 용.

그 용이 저 어린놈의 몸에 붙어서 혈사자를 물어뜯고 있었다.

오른팔의 부상으로 어색함이 느껴지는 왼팔로 도를 휘두르고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물어뜯는 건 물론이고, 몸을 휘두르고 꼬리를 휘두르는 용의 공격은 멀리 떨어진 자신이 봐도 묵직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혈사자의 장법으로도 뚫을 수 없는 굳건한 비늘.

대체 저게 뭐란 말인가.

“후후후후후.”

“……미친 건가?”

“아뇨. 멀쩡해요. 멀쩡하고말고요.”

단지 웃겨서 웃었을 뿐이다.

좋아서 미소 지었을 뿐이다.

그래, 당신은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지.

약한 몸을 이끌고 들개 무리와 싸우고.

자신의 몸이 부러져도 나를 감싸고.

공포에 질려 우는 나를 위해 아픔도 참던.

“내 사랑.”

유예린의 눈동자가 강렬한 빛으로 번뜩인다.

그리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무(武)에 손을 댄 것이 아닌가.

가문의 내부 싸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무(武)를 멀리했던 나약한 자신은 이곳에 없다.

아니, 이제 없다.

이곳에 있는 건.

은검(隱劍) 유예린이다.

유예린이 뻗은 손이 허공을 휘젓는다.

상대는 이미 폭혈(爆血)이 해제된 상태다.

아마 설천위가 보여 준 충격적인 모습에 당황하는 사이에 풀린 거겠지.

그리고 한번 폭혈(爆血)을 사용해 망가진 몸으로 다시 폭혈(爆血)을 발동시키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충분하다.

우웅.

적의 목숨을 거두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우웅.

동굴 내부를 가득 채우는 검명(劍鳴)이 슬프도록 시리게 울려 퍼진다.

서걱.

베인다.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이 암평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까진 괜찮다.’

이 정도 상처는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

펑!

“크윽!”

순간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충격을 줄인 암평은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봤다.

살짝 스쳤던 상처를 중심으로 큼지막한 구멍이 파였다.

새하얀 뼈가 드러나 시리도록 아찔한 고통이 엄습했다.

“사파의 마두도 쓰지 않을 수법이구나!”

“혈교의 개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필사적으로 상처를 지혈하며 경계 태세를 갖추는 상대를 보며 유예린은 빙긋 웃었다.

“피와 살이 터져 나가는 내가중수법이라니! 이토록 잔인한 무공을 사람에게 쓰면서 네년이 정녕 정파더냐?”

정도를 걷는다고 말하는 정파에서 쓸 무공은 아니다.

화려함으로 유명한 화산파의 검도 그 실전성이 높아 사특하다고 말하던 이들이 정파다.

단지 그 화려함 속에 날카로움을 숨겼을 뿐인데도.

그런데 정파라 자칭하는 이들이 이런 수를 쓰다니.

암평이 두 눈을 부릅떴지만, 유예린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은 사람이 아니죠.”

혈교, 마교, 사파 등등.

약자를 짓밟고, 그들의 고혈로 자신의 탑을 쌓는 이들을 유가(妞家)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아닌 상대와 정정당당하게 싸울 필요는 없다.

사특한 여우를 잡기 위해선 함정을 파고, 활을 쏘고, 미끼를 던지는 등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의 목표.

수단의 정당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마(邪魔)의 제거.

중생의 구제는 관아가 할 일이니, 자신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다.

그것이 유가(妞家)의 신념.

서걱.

어느새 옆구리가 베인 암평이 필사적으로 내공을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폭혈로 망가진 기혈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펑!

폭약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옆구리가 터져 나가고 내장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필사적으로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서걱.

어느새 자신의 목을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으니까.

“천신강림(天神降臨) 혈세도(血世到)……!”

말을 다 끝맺지 못한 암평의 목이 몸과 이별하고, 유예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렸다.

이쪽은 끝냈으니 이제 설천위를…….

“크아아아아! 이, 이……!”

“좋네! 좋아! 이제 비등하네!”

“무엇이 비등하단 말이냐!!”

왼팔이 뜯겨 나간 혈사자가 이를 악물고 발악했지만, 설천위는 웃으며 도를 휘둘렀다.

그에 호응하듯 뜯어낸 혈사자의 팔을 퉤 하고 뱉어 낸 패융이 그런 설천위를 도왔다.

거기에.

[크왕!]

끊임없이 혈사자의 다리를 노리는 청랑까지.

“……이건 안 도와줘도 될 것 같네요.”

상처 입은 설천위의 몸을 보면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도와주고 치료를 돕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뒈졌다고 복창하랬지!”

복수로 이글거리는 저 눈동자를 보아하니, 자신이 손을 보태면 아마 만족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 보이니까.

그렇다고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진 않겠지만 자신의 낭군님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이뤄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

인내심을 발휘하며 유예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도 멀쩡하진 않았다.

비슷한 경지에 있던 초절정 고수와 생사투를 벌였으니 멀쩡할 리가 있나.

다만.

‘빨리 철 소협을 찾아와야겠네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멈출 수 없을 뿐이다.

……결코 눈이 돌아간 설천위를 이 지친 몸으로 말리고 싶어서가 아니다.

‘……철 소협이면 몇 대 맞아도 멀쩡하시겠지?’

상처 없이 진정시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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