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71화-인생불이(人生不易)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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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괴뢰사(人間傀儡師) 철귀를 처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목표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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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거 참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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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목표 달성!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철귀를 처단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중급 스킬 개화권을 하나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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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대박이구먼.
고작 스킬 하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업적도 아닌데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철귀를 잡은 값은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스킬 포인트도 하나 더 줬고.
이 정도면 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전화위복이라 볼 수 있지.
보통 소설 같은 데서는 이런 상황에선 멋지게 미리 준비해서 딱!
……그런 게 가능하면 내가 설천위가 아니지.
그나저나 약제당이라.
의약당은 무림맹에 있는 거라서 약제당이라 이름 지었다고 듣긴 했는데…….
“더럽게 쓰네.”
약발 한번 죽이네.
내공이 부족해서 상처를 전부 치료 못 했더니 이렇게 약을 먹네.
지금부터 쓰는 건 좀 어색하니 자제하고 있긴 한데…….
생각해 보면 약을 먹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증거구먼.
처음 깨어났을 땐 마빡에 주먹만 한 혹을 달고도 쫓겨났었으니까.
많이 컸구먼.
[뭐 하느냐?]
“아뇨. 그냥 성장했다 싶어서요.”
[도토리가 좀 큰 도토리가 됐다고 성장했다고 평하진 않느니라.]
……거, 표현이 참 섭섭하시네.
천마의 말에 설천위는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에 누웠다.
오랜만에 혼들을 전부 갈무리했다.
철귀 놈이 시끄러워서 넣는 겸에 다른 혼들도 전부 넣었다.
천마 할배는 내 제어 아래에 있는 게 아니라 못 넣었지만.
그나저나 안은 어떤 상태일까?
잠들어 있나?
아니면 의식은 있나?
검은 공간에 의식만 떠 있는 그런 느낌인가?
그런 거라면 오래 두고 싶진 않은데.
혼을 거둔 뒤에 딱히 억지로 넣은 적이 없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것도 생각해 볼 문제.
거기에다 혼을 저장하는 공간이 커진다는 개념이 있으니 무언가 변화도 있을 것 같고.
‘이번에 얻은 스킬 포인트는 웬만하면 [영혼지체(靈魂之體)]에 쓰고 싶은데.’
미래를 위해서도 그게 맞는 것 같고.
흠.
고민 좀 해 봐야겠어.
“뭘 그리 고민하고 있나?”
“어? 별거 아니야. 그나저나 왜 여기에?”
“이번에 다친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니 오래 있기 힘들어서 말이지. 연 소저는 남았지만.”
어깨를 으쓱인 남궁천은 상당히 능숙한 솜씨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 사과가 등장해서 고증이 맞느냐 아니냐로 한바탕 논란이 생겼었지.
뭐, 결국 고증 따윈 신경 쓰지 않는 겜이라 유야무야됐지만.
애초에 고증을 신경 쓰면 무공도 없어야지, 라는 말이 나왔었지.
이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은데, 뭐.
그땐 공략에 집중하느라 다 흘려듣던 얘기라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아삭.
“맛있으면 됐지.”
“응? 뭐가 말인가?”
“아,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
그나저나 그럼 저쪽은 걸즈 토크가 한창 진행 중이란 소린데…….
드르륵.
“왔네?”
“쫓겨났다.”
“뭐, 그렇겠지.”
서 소저도 의식을 되찾았으니까.
확실히 튼튼해.
과연 창절.
명불허전이구먼.
“음, 그러고 보니 학관장님께서 찾아오라고 전해 달라 하셨다.”
“응?”
“몸이 회복되면 즉시 오라고 하시더군.”
“왜? 그때 조사관들 와서 다 설명해 줬는데?”
친절하게 병실까지 와 주길래 나도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줬지.
“아마 공훈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 상 주려고 그러나?
……딱히 바라는 건 없는데.
무림학관에서 임무를 몇 번 수행했지만 임무 보상은 게임에서 나왔던 것만 주는 걸 확인해 버렸다.
물론 한 가지 걸리는 점은 형식상으론 임무가 아니라 과제의 형태로 일을 시작했다는 점인데…….
그것 때문에 임무 보상이 따로 없는 건가?
이건 역시 고민을 좀 해 봐야겠네.
수련할 시간은 필요하니까.
임무를 무작정 많이 수행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성장 방법을 모르는 다른 스탯에 비해 수준이 낮고, 성장 방법이 확실한 신체 능력 스탯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니까.
그러니 뭐, 그건 나중에 해결하고.
“그럼 지금 가 볼까.”
“지금?”
“어, 솔직히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충분하거든.”
원래 회복으로 거동에 문제가 생길 정도의 상처는 그 자리에서 치료하기도 했었고.
지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매도 먼저 맞을수록 좋고 상도 빨리 받을수록 좋은 거지.
“가자.”
“알겠다.”
“나도 따라가도 되나?”
“안 될 건 없지 않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면 학관장님이 나가라고 하시겠지.”
“음, 그것도 그렇군.”
이 자식, 정말 심심했나 보네.
가서 수련이나 해라, 빠져 가지고.
결국, 한 번의 튕김도 없이 따라오는 남궁천을 데리고 셋이서 학관장실로 직행했다.
“학관장님, 설천위입니다.”
“응? 벌써 왔나?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무용 책상에서 일어난 팽후가 웃으며 맞이해줬다.
“음, 이리 빨리 올 줄 알았다면 미리 준비해 놓는 건데, 아쉽군.”
“뭘 말인가요?”
“철귀에게 걸려 있던 포상금 말일세.”
포상금?
돈!
계(癸)를 탈출한 이후 가문에서 다시 용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래도 돈은 좋은 것이지.
암, 좋고말고.
나처럼 혼마다 쓰는 무기가 다른 경우엔 장비도 많이 갖춰야 하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하나 더.”
뭐가 또 있나?
팽후의 말에 집중하느라 세 사람 다 입을 다물고 있으니 묘한 침묵이 학관장실에 찾아왔다.
하지만 그런 침묵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팽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철귀에게는 관에서 내건 현상금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들이 건 현상금도 있네.”
이 새끼, 진짜 많이 해 먹고 다녔나 보네.
유족들이 얼마나 많으면 현상금과 별개로 이야기가 나와?
웬만하면 그냥 현상금에 끼워서 줄 텐데.
“그런데 이것들 중엔 현물도 상당히 있네.”
“현물이요?”
“그래. 돈에 여유가 없는 가문들 중에 아예 가보를 내건 이들이 있어서 말일세.”
씁.
가보.
한 가문에서 대대로 물려줄 정도의 물건이라면 그 가치가 상당할 거다.
허나, 그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한 가지 사실이 입맛을 쓰게 만들었다.
‘……대체 어떤 몰골이었길래 유족들이 가보를 걸 생각까지 한 거냐.’
대체 자식의 어떤 몰골을 봤길래.
얼마나 참혹하고 끔찍했기에 남은 이들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 가보를 현상금으로 거냐.
설천위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팽후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부담스러워하지 말게. 유족들은 기뻐하며 물건을 내놓았으니.”
“……그렇겠죠.”
원수를 죽였는데.
당연히…….
“죽이기 전까지 고문했다지? 죽이는 방법도 상당히 잔인했고.”
“……아.”
“조사관들이 혀를 내두르더군. 죽이기 위한 고문은 오랜만에 본다고. 유족이 복수한 줄 알았다더군.”
“……뭐, 그, 비슷한 거죠.”
잠시 생각에 빠졌던 설천위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해 보면 할 만큼 했으니 가보를 받아도 될지도.
무엇보다.
“혼도 붙잡혀 고통 받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혼도?”
“예. 아마 지금도 처맞고 있을 걸요?”
“하하하! 그것 참 기분 좋은 소식이군.”
설천위의 능력을 전부는 모르지만 백화단주까지 와서 데려갔던 녀석이다.
혼에 관해선 아마 이 무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신빙성을 가지겠지.
그러면 믿을 수 있다.
“유족들에겐 내가 전해 주지.”
“그럼 됐어요.”
“가보들은 자네들의 훈련장으로 보내 놓겠네. 내가 분배하는 것보다 낫겠지?”
“예. 감사합니다.”
“이런, 내가 환자를 괜히 붙잡아 뒀군. 들어가서 쉬게.”
“예. 그럼 이만.”
나와 팽후의 대화 속에서 망부석처럼 앉아 있던 철백과 남궁천이 내 뒤를 따라 일어났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예?”
“사천맹(邪天盟)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정확히 말하면…… 흑룡학관이 움직이기 시작했지.”
……벌써?
그 스토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나오는 거 아닌가?
“물론 지금 당장은 일이 없겠지만……. 수개월 내에 일이 생길 터이니 준비해 주게. 자네들 모두 우리의 전력이라 할 수 있으니.”
“명심하겠습니다.”
포권과 함께 고개를 숙인 설천위는 그대로 학관장실을 나왔다.
이 육도에는 수많은 음지의 세력이 있고 수많은 적이 있지만, 양지의 적은 단 하나밖에 없다.
사천맹(邪天盟).
경우에 따라 아군이 되기도 했다가 적군이 되기도 하는 황실과 달리, 확고부동의 적이 되는 세력.
그 본질은 흑도에 있으며, 이익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
무림맹이라는 정파의 거대한 힘에 사천맹이란 이름으로 뭉치긴 했으나, 그 내부에서도 수많은 배신과 모략이 일어나는 복마전.
‘……하긴 스토리상으로 슬슬 시작인가.’
그 복마전이 하나의 규율 아래 뭉치게 되는 게.
쯧.
“수련하러 가자.”
“음?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을 텐데?”
“아니, 다 나았어.”
학관장실을 나온 시점부터 회복을 운용해 상처는 회복됐다.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내가 철귀를 게임에서 없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것.
그건 즉, 이 세계가 꼭 게임대로 돌아가리란 법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큰 힘이 되겠지만, 절대적인 지표는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수련이나 하러 가자.”
스펙을 올려서 찍어 눌러 버리는 방법이 짱이지.
* * *
어둑해진 방 안.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이가 천천히 눈을 뜬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나지막한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뭐라는 거냐.]
[얘가 드디어 맛이 갔나 봅니다.]
혼들의 조롱.
“씁, 아 거 섭섭하네, 좀 쿵짝이 맞아야지…….”
[헛소리 그만하고, 하고 싶은 말이나 꺼내거라.]
늦은 밤, 흘린 땀을 상쾌하게 씻어 내고 방으로 들어온 설천위는 혼들을 불러냈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혼들이 의문을 품었고, 설천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저 새끼 좀 더 패세요.”
[오냐.]
[악! 잠! 잠깐만! 제발!]
[어허, 손들면 팔 다치느니라. 그러면 몸에 맞는 것보다 덜 아프지 않으냐.]
[그러려고 드는 거지, 이 노망난……!]
[이놈이?!]
대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도를 도집째로 휘두르는 소백진의 곁에서 현태중이 손을 보탠다.
검집에 들어간 검이 저렇게 무서워요.
아주 그냥 몽둥이가 따로 없네.
[그게 본론은 아닐 테고, 뭘 하고 싶은 게냐?]
“음, 일단 암영의적 아저씨?”
[왜 그러냐?]
“안에 들어가 있을 때 어땠어요?”
[무슨 공터 같은 곳이 있더구나. 넓이는 네 녀석이 쓰는 훈련장 정도?]
……어? 진짜?
심상 세계 뭐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전에 잠깐 들어갔을 때보다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얘기가 좀 다른데?
심상 세계.
내 안에 정말 그런 게 있는 거라면.
“……일단 명상부터 배워야겠네.”
[왜, 들어가려고 그러냐?]
척하면 착이라고.
천마 할배, 눈치 좋네.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가라앉는 눈동자로 처맞고 있는 철귀를 바라봤다.
“여러모로 생각이 있긴 한데, 일단 저 녀석을 굴복시키는 것부터 해 보고 싶어서요.”
[흠.]
[왕!]
“그리고 이 녀석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인지 좀 알아봐야 할 것 같고요.”
철귀에게 서하영이 납치당했을 때, 청랑은 훈련장에 둔 상태였다.
유예린이 두고 가자고 했는데, 아마 개가 있으면 혹시라도 철귀가 접근해 오지 않을까 봐 그런 거겠지.
여하튼, 혼을 다루고 안에 심상 세계 같은 게 있다면…….
“일단 들어가 보고 싶은데, 도와주실 거죠?”
[물론이다. 어차피 너도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니 지금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의 모습에 설천위가 주먹을 쥐려는 순간.
[그럼 일단 밖으로 나가자꾸나.]
“……예?”
[스스로의 내면을 느끼기 가장 좋은 환경은 몸이 지치는 것이다.]
“……예?”
[달리거라. 죽어라고, 밤새도록.]
“……에?”
[허허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느냐?]
이 미친 영감이?
철썩!
[어허! 뭐 하느냐! 달리지 않고!]
“악! 나 방금까지 수련하다 왔는데!”
[그러니 의미가 있는 거다! 달리거라!]
……이 미친 영감탱이가?!
하, 띠벌 인생이 쉽지 않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