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65화-철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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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시험일 습격을 훌륭히 막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목표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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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옷?
대충 진천뢰를 품에 넣고 돌아가려던 설천위는 눈앞을 어지럽히는 알림에 환호했다.
아니, 스킬 포인트라니.
고작 저런 놈 하나 처리했다고?
진천뢰 때문인가?
하긴 이거 하나 터지면 다 죽는 거긴 하지.
그나저나.
“흠.”
목표 달성이라.
밖에서 피 터지게 싸울 때도 이런 알림은 없었는데.
실전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제압하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게임에서 나왔던 사건이라 그런가?
조건을 영 모르겠네.
업적 달성 이외에 보상을 주는 조건이 뭔지 정확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아미타불.”
대충 고민하고 있던 설천위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생했습니다. 시주.”
“교관님?”
“소승은 무각이라고 합니다. 권각술 강의를 주로 맡고 있지요.”
웃으며 손을 내미는 무각을 가만히 바라보던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이는 머리, 주황색의 법의(法衣).
소림의 무승인가 보네.
하긴 여기 교관으로 소림의 무승이 몇 있다고 했지.
“설천위라고 합니다.”
포권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인 설천위는 합장으로 답하는 무각을 본 후 주위를 둘러봤다.
상당히 많이 쓰러트렸는데, 왜 여태까지 안 오나 했더니…….
“구경하고 계셨던 건가요?”
“허허, 훌륭한 솜씨에 조금 넋을 잃고 봤을 뿐이오.”
“흐음?”
그렇게 대단한 솜씨는 아니었을 텐데?
무려 소림의 무승이다.
아무리 구파일방의 세가 약해졌다곤 해도 소림과 무당의 이름은 여전히 하늘에 닿을 정도다.
특히 소림은 더욱 그렇고.
무자배라면 일대제자라 불리는 소림의 실질적인 무력층.
그런 사람이 넋을 잃고 볼 실력은 아닐 텐데.
“소승이 검에 조예가 깊지 않으나, 참으로 인상적인 검술이었소이다.”
아, 검법?
그건 그럴 만하지.
주현운도 놀랄 만한 검인데.
“과찬이십니다.”
대충 고개나 끄덕이고 넘어가고 싶지만, 명색이 교관이다.
적당히 겸손을 떨어 준 설천위는 다시 한번 포권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 저는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향한 친우가 걱정되니 그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아, 물론입니다. 이들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무각의 대답에 설천위는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이들을 둘러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긴 녀석들이 대부분인 걸 보니 아마 소림의 속가 문파의 녀석들이겠지.
저 사람들에게 맡기면 큰 문제는 없을 터.
그렇게 무각에게 현장을 맡긴 설천위는 그대로 철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설천위가 떠난 빈자리.
“아미타불.”
낮게 염불을 왼 무각은 그런 설천위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참으로 모를 시주시구려.’
권각술도 뛰어나긴 하나 왠지 어설픔이 느껴졌는데, 한 번 보인 검은 그야말로 고고한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기묘한 무인.
천재인가 둔재인가.
그것도 이젠 헷갈린다.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들을 보는 무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아무래도 숨어 있던 놈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 * *
“그래서 전부 다 구했다고?”
“아아, 역시 소림이더군.”
왜 현장에 속가 쪽 애들만 있는가 했더니, 진짜배기는 구조 현장에 보낸 건가?
과연 소림답다고 해야 하나.
뭐, 소림이라고 올바르기만 한 문파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절은 절이고 중은 중이구먼.
“물론 사망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건 이 녀석의 덕이 크지만.”
철백의 시선이 설천위의 어깨에 앉아 헉헉거리고 있는 청랑에게로 향했다.
이 귀엽기 그지없는 새끼 늑대가 사람이 묻혀 있는 곳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아마 때를 놓쳐 상당한 숫자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거다.
철백의 설명을 들은 설천위는 피식 웃으며 청랑의 턱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뭐, 귀여운 만큼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녀석이란 거지.”
“맞아요! 귀여워요!”
“아니, 그게 핵심은 아닌데.”
청랑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서하영을 대충 무시한 설천위는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소윤혜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제 제대로 축하해야지. 시험 합격을 축하하러 모인 거잖아?”
“아! 그렇죠!”
정신을 차린 서하영이 부랴부랴 찻잔을 들었다.
술을 마셔도 되지만 소윤혜가 가볍게 밥만 먹자고 했기에 이렇게 술 없는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무려 학관 밖으로까지 나와서.
“그럼 소 소저의 합격을 축하하며!”
“건배는 뭔가 술이 없으니까 분위기가 안 사는 것 같은…….”
“자자!”
오늘 참 활발하네, 서 씨.
밥이나 먹으라는 듯 젓가락을 움직이는 서하영의 모습에 피식 웃은 설천위는 결국 젓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적당히 떠들며 배를 채우니 어느새 탁자 위에 가득했던 음식들이 바닥을 보였다.
“아따, 배부르다.”
“음, 흡족하군.”
계급이 오르고, 나름 학관에서의 지원도 많아졌기에 주머니에 나름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한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응?”
“왜? 무슨 일인가?”
갑작스레 멈춘 설천위의 모습에 철백이 그를 바라봤다.
“……아니, 내가 잘못 봤나?”
“뭘 말인가?”
“으음, 아니야. 잘못 봤겠지.”
어깨를 으쓱인 설천위가 그대로 나가려는 순간.
[저자를 말하는 것이냐?]
천마의 목소리에 설천위의 걸음이 멈췄다.
천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설천위는 아까 놓쳤던 이의 모습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거대하진 않지만 다부진 육체.
질끈 묶은 머리.
술잔을 쥔 모습 자체로 그림이 되는 외모.
[너와 비슷하게 생긴…….]
“설천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목소리에 살짝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형에게 설천운이 무엇이냐.”
[호오?]
어느새 옆에 선 설천운의 모습에 천마가 감탄하고.
“누구냐?”
철백이 으르렁거렸다.
순식간에 전투태세로 돌입한 그 모습에 설천운은 가볍게 손을 뻗어 그를 진정시켰다.
“천위의 친구들 같은데,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담담한 표정으로 철백 일행을 바라보던 설천운은 가벼운 포권과 함께 자기를 소개했다.
“천위의 큰형인 설천운이라고 하네. 잘 부탁하지.”
* * *
“음, 천위가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군.”
얼떨결에 설천운을 데리고 훈련장까지 온 설천위는 훈련장을 구경하는 설천운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담담한 모습, 표정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딱하다는 인상은 별로 없다.
“유 소저랑은 어찌 되고 있느냐?”
“뭐, 그냥 그렇죠.”
“흠, 유 소저가 적극적이라고 해서 네가 너무 수동적으로 있으면 이루어질 사랑도 안 되는 법이다.”
아니, 이 양반이?
동생 연애사에 잔소리를 하러 온 건가?
설천위가 싫다는 듯 노골적으로 미간을 구기자, 설천운은 피식 웃으며 철백을 바라봤다.
“부족한 동생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뇨. 천위만큼 든든한 친구가 없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요.”
철백의 말에 그 뒤에 반쯤 숨어 있던 서하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리 주책일까, 쟤는.
그런 서하영의 모습에도 그저 잔잔한 웃음을 지은 설천운은 다시 설천위를 바라봤다.
“내가 이곳까지 온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만, 네게 전해야 할 이야기는 두 가지구나.”
“두 가지요?”
“음, 하나는 천강이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다.”
이어지는 설천운의 설명에 설천위는 미간을 찡그렸다.
게임 속에서도 봤었지만…….
“쪼잔한 새끼.”
“어허, 형에게 쪼잔한 새끼라니? 맞는 말이지만 말을 가려 하거라.”
맞는 말이라고 인정하는 게 더 나쁜 거 아닌가?
설천운의 말에 철백이 살짝 의문을 품었지만, 설천위는 그런 철백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쪼잔하게 내가 강해진 것 가지고 집에다 일렀단 말이죠?”
“이른 게 아니라 보고다. 너에 관한 소식을 접했으니 확인할 필요가 있었느니라.”
그 과정에서 설천위에게만 특수한 지원을 해 준 게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고?
“뭐, 노골적으로 물어본 건 아니다. 제 딴에는 나름 돌려서 물어봤다고 생각했겠지.”
설천강의 나이는 설천위보다 2살 많은 18살.
이제 조금 있으면 19살이 되는 나이지만, 정신연령은 그보다 확실히 낮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런 설천강의 생각을 아버지나 설천운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질투가 많은 아이다. 네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여라.”
“아니, 조심하라고 할 게 아니라 가서 혼내요. 하지 말라고.”
“아버지나 내가 혼내면 더욱 삐뚤어질 뿐이다.”
“그럼 패서 똑바로 펴면 되죠.”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나 있겠느냐?”
쯧.
담담한 설천운의 대답에 설천위는 가볍게 혀를 찼다.
신경도 안 쓰던 문제 때문에 골 아프게 생겼네.
설천강은 유예린과 같은 병(丙) 등급이다.
초절정 초입에 이른 미친 재능의 소유자다.
그런 녀석이 시비를 걸어오면 상당히 귀찮아질 텐데…….
“그 녀석은 질투가 많은 녀석이다. 다 아버지의 잘못이지.”
“뭐, 그렇죠.”
“네가 그걸 부정 안 하면 내가 뭐가 되느냐.”
아니, 솔직히 잘못인 건 맞잖아?
설가(雪家)의 현 가주는 철저한 방임주의다.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놔두는 편이다.
그나마 하고 싶다고 하면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마저도 스스로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해 준다.
설천위가 원하니 무림학관에 넣어 놓고도 완전히 방치한 것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뭐, 전부 게임에서 본 거지만.
이건 설가라는 가문의 시조와 그 특징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해빙궁 출신의 시조는 혹한의 상황 속에서도 꿋꿋한 정신을 강조했고, 호남에 가문을 세우며 척사(斥邪)를 외쳤다.
설가의 힘은 거의 전부가 사파와의 전투에 투입된 상태다.
지금은 전선이 상당히 고착화된 상태라고 듣긴 했지만.
“여하튼 그 녀석이 허튼짓하면 알아서 잘 대처하거라.”
“예.”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꾸나.”
응? 거기서 끝이야?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철백은 당황했지만, 설천운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철귀(綴鬼)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철귀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설천위와 철백의 반응에 설천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광서 출신의 살인귀다.”
살인귀.
그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이들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무공 실력이 뛰어난 데다 은신에도 능하다. 내가 이곳에 온 건 그에 관한 정보를 학관에 넘기기 위한 것도 있다.”
“그렇게 문제가 되는 녀석입니까?”
“음, 문제가 되고말고.”
철백의 물음에 설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손을 대는 악질인 데다 방식 또한 잔인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다.”
“그래도 고작해야 한 명이잖아요?”
고작해야 한 명이라면 무림맹이 움직여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당연한 의문에 설천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너무 신출귀몰하게 사라져 조사한 결과, 음지에 있는 조직이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음지에 있는 조직.
그 말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생각나는 조직만 해도 적어도 네 곳은 된다.
육도는 더럽게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음지에서 활동하는 조직이 수도 없이 많다.
메인 스토리에 등장하는 조직만 서너 곳이 넘으니까.
“녀석이 무엇을 노리고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심해서 활동하도록.”
“옙.”
“물론 이 무림에 조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거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긴 한데요.
……입관 시험이 있고 얼마 안 있어서 일어나지. 철귀랑 엮이는 사건.
슬슬 준비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