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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62화 (62/624)

제62화

61화-입관 시험 (2)

“끄으읍!”

이를 악물고 다리를 편다.

그 위에 얹어진 큼지막한 돌덩이 덕에 흔들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제어한다.

그렇게 한 번 완전히 편다.

“끄아아아!!”

성취감.

해냈다는 짜릿함.

이래서 헬창들이 쇠질을 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감각과 함께…….

[뭐 하느냐! 한 번 더 하거라!]

“아니, 진짜 무리인데……!”

[놈! 무리인 건 없다! 나약한 정신만이 있을 뿐!]

아니, 그게 무슨 억지야.

그게 되면, 운동선수로 성공 못 할 사람이 어디 있어?

속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과 달리 설천위는 결국 다시 한번 무릎을 굽혔다.

왜?

천마가 할 수 있다면 진짜 할 수 있으니까!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죽진 않으니까!

[쥐어짜라! 몸이란 자고로 상처를 입었을 때 더욱 강해지는 법!]

근성장의 원리를 잘 알고 계시네요.

누가 보면 현대에서 연구하다 온 줄.

“끄으으으!”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신음과 함께 설천위가 또다시 다리를 편다.

[한 번 더!]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재촉.

“살벌하네요.”

그 모습에 서하영은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에게 저 수련을 하라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

설천위가 들고 있는 무게는 가벼우니까.

한데, 설천위가 들 수 있는 무게의 한계치보다 조금 낮은 무게를 들고 있다면?

만약 자신이 들 수 있는 무게에서 조금 낮은 무게로 한다면?

‘반도 못 할 것 같은데…….’

정말 억지로, 억지로 쥐어짜고 있다.

저런 수련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이유?

간단하다.

천마의 말대로 몸을 혹사할수록 더 강하게 회복하니까.

정말 간단한 이치이고, 무가에서 배웠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단련의 상식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리하지 못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근육이 혹사되기 전에 관절이 먼저 혹사되기 때문이다.

근육만을 정확하게 혹사하는 자세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수련이 거듭될수록 근육에 힘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관절에 힘이 들어가고, 망가진다.

근육과 달리 관절은 소모되는 인체다.

상처 입으면 회복도 더디고, 힘들다.

당연히 그 관절이 상처를 입기 전에 훈련을 멈추는 것이 상식이다.

상식인데…….

‘섬뜩하네.’

자세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유야 알고 있다.

천마의 끝없는 교정.

몸을 다루는 데 재능이 없는 설천위조차 몸을 다루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일 정도의 수련이다.

아마 자신이 보지 않을 때도 그 수련을 하고 있었겠지.

그러니 저리도 혹독한 수련을 할 수 있는 것일 터.

설천위의 모습에 새삼 감탄하며 서하영은 고개를 돌렸다.

설천위도 설천위지만, 이쪽의 수련도 만만치 않으니까.

몸 곳곳에 묶인 철이 달린 혁대.

의자에 앉은 것과 비슷한 기마 자세.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수축을 유지하는 것도 훌륭한 단련법이 된다.

[하체란 모든 무(武)의 근본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흔들리고, 꽃을 피울 수 없는 법.]

서하영의 뒤에 서 있던 현태중이 흔들리는 그녀의 다리를 검으로 살짝 누른다.

[버텨라. 지금의 인내가 네 명줄을 늘려 줄 터이니.]

“예!”

정말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천위 덕에 화경급 고수에게 일대일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다니.

그것도 수련 시간 내내.

어떤 문파라도 이런 건 안 해 준다.

아니, 못 해 준다.

화경급 고수도 자기 수련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어찌 후학의 수련에 하루 종일 전념한단 말인가?

창을 쓰는 고수가 없다는 건 아쉽지만, 무학의 기초를 다지는 훈련에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쿵!!

설천위와 서하영이 각자의 수련에 전념하던 순간, 묵직한 소리가 훈련장에 울렸다.

원인은 하나.

“후욱, 후욱.”

철백이 들고 있던 철 덩어리를 내려놔서 생긴 소음이다.

훈련장이 흙바닥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정도다.

비싼 돈을 들여 돌을 깔았다면 전부 부서졌을 테니.

[음음, 훌륭하도다.]

[무인이 본받아야 할 몸가짐이군.]

천마와 현태중의 만족스러운 목소리에 서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몇 번의 지적을 받더니 홀로 완전히 몸을 쥐어짜는 법을 터득해 끊임없이 무게를 늘리고 있다.

서하영은 아직도 자신이 없는 근육의 온전한 활용을 철백은 해내고 있었다.

거기에 설천위와 자신을 동원한 대련까지.

아니, 사실 대련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철백은 오로지 방어만 할 뿐이니까.

근육과 뼈, 그리고 가죽을 충격에 적응시키는 훈련.

그것들을 해 나가는 철백의 육체는 그야말로 금강(金剛)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진짜 금강불괴(金剛不壞)라도 나오는 거 아니야?’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서하영은 다시 자신의 수련에 집중했다.

철백이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그 뒤를 따르려면 자신도 수련을 멈출 수 없으니까.

“오! 소 소저!”

땀을 훔쳐 내던 철백은 훈련장으로 들어오는 이의 모습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팔은 두꺼운 근육이 무색하게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지만.

“오늘이 입관 시험 시작 아니오?”

“가기 전에 여러분들께 인사나 드리려고요. 오늘은 간단한 시험이니까요.”

“음, 암석을 밀고 철을 우그러트리는 그런 종류의 시험이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철백의 대답에 드디어 천마의 허락을 얻고 바닥에 엎어져 있던 설천위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거 내공을 시험하는 시험 아니야?”

“맞다.”

“그런데 넌 어떻게 들어왔어?”

설천위의 질문에 철백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냥 힘줘서 하니까 됐다.”

“……괴물 같은 새끼.”

독학으로 익힌 외공으로 내공을 익힌 무인급에 도달했다는 소리 아니야?

진짜 더러운 세상.

누구는 피똥 싸게 해도 일주일에 무게 하나 겨우 올릴까 말까인데, 누구는 그냥 숨 쉬듯 무게를 올리네.

철백의 압도적인 재능에 부들부들 떨던 설천위는 이번엔 서하영의 눈빛을 받았다.

“그런데 소협은 어떻게 들어왔나요?”

“나?”

“예. 저는 권각술은 엉망이었어도 내공은 있어서 통과했는데…….”

넌 어떻게 들어왔냐?

서하영의 눈빛에 의혹이 맴돌자, 설천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 시험 안 봤는데?”

“응?”

“응?”

철백과 서하영 그리고 소윤혜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가운데 설천위는 어깨를 으쓱였다.

“인맥으로 들어왔어. 빽, 빽 몰라?”

[자고로 무림이란 더러운 법이니라.]

[에잉, 정파 놈들. 내가 그러니 안 좋아하지.]

[설가의 자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

천마, 소백진, 현태중의 목소리에도 설천위는 뻔뻔하게 고개를 들었다.

“뭐,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와, 더럽게 재수 없네.

* * *

“그나저나 그럼 이번에 소 소저를 도와준 분을 뵐 수 있는 거겠죠?”

대충 수련을 마무리한 세 사람은 소윤혜의 시험을 응원해 주기 위해 소윤혜와 함께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관 안에서 입관 시험을 보러 가는 건 뭔가 좀 이상했지만…….

뭐, 상관없나.

“그렇겠죠?”

“후후후, 기대되나 봐요?”

“좋은 분 같았으니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요.”

놀리기 위한 서하영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넘긴 소윤혜는 빙긋 웃었다.

“물론 그분도, 저도 합격해야 하겠지만요.”

“할걸? 아마도.”

그놈이 떨어질 리가 있나.

피식 웃은 설천위는 이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소윤혜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우리 소 누님은 몇 살로 원서를 내셨을까?”

“……18살.”

“아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땐 14살이라고 했으면서!”

“그건!”

18살이라고 하면 안 믿을 테니까 그런 거 아니야!

부들거리는 팔을 겨우 억누르며 소윤혜는 고개를 돌렸다.

무시하자, 무시.

무시가 답이다.

“그건? 그건 뭘까요, 누님?”

“……혼난다.”

“에에에? 뭐가요? 14살 누님이 뭘 혼…….”

서걱.

앞머리가 바닥으로 흩어진다.

“진짜, 혼난다.”

살벌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설천위는 부동자세로 경례했다.

“옙.”

“흥.”

“껄껄! 역시 연상은 연상…….”

서걱.

“씁.”

“죄송함돠.”

똑같은 부동자세가 된 철백을 뒤로한 채 소윤혜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를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 서하영이 따랐다.

그렇게 두 여자가 멀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철백은 설천위를 바라봤다.

“왜 안 따라가냐?”

“원래 칼 들고 삐진 사람은 건드리는 거 아니다.”

“뭐, 맞긴 하지.”

잘못하면 죽을 테니까.

고개를 끄덕인 철백은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시험은 구경해야지.

“천위?”

“어, 가고 있어.”

가만히 서 있던 설천위는 철백의 부름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네.

* * *

“쉽군.”

“쉽네요.”

시험장 구석.

양해를 얻어 자리를 잡은 설천위 일행은 입관 시험을 구경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다.

그것도 엄청.

하라면 한 손으로도 할 수 있겠네.

“이 정도면 소 언니가 떨어진다는 건 있을 수가 없네요.”

“앞에서는 소저라 부르면서 갑자기 웬 언니?”

“이럴 때 익숙해져야 나중에 언니라고 부를 때 안 어색하죠!”

“아, 그래?”

서하영 얘도 별종이긴 해.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다시 시험장을 바라봤다.

무림학관에 입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중에 재능 없이 입관할 수 있는 건 설천위처럼 빽 있는 놈들뿐.

거기에다 애초에 이 시험은 무인(武人)의 기본을 갖추고 있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시험이다.

난이도 자체는 별거 없다.

애초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바위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되고, 철은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면 된다.

그러니 철백이 합격할 수 있었겠지.

그나저나.

‘이번 입관 시험으로 들어오는 녀석이 둘.’

플레이어블 캐릭터라고 불리는, 괴물 중 괴물.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들이기에 그 재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용세가다!”

그렇기에 설천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온 곳으로 향했다.

훤칠한 외모에 영웅건을 두른 모습이 무슨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다.

“모용세가라면 오대세가 바로 밑이라는?”

“듣자 하니 자신들은 오대세가에도 안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뭐, 그렇겠지.

실제로 모용세가는 강하니까.

기억하기론 설정상 오대세가에 비빌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문 중 하나다.

물론 오대세가보다 약하긴 하지만.

심지어 신흥삼가보다도 약하다.

신흥삼가는 근 백 년간 기이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오대세가와 같은 선상에 오른 세 가문을 말하는 거니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그렇게 사람 구경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아! 저분!”

서하영의 놀람에 철백과 설천위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큼지막한 짐을 짊어진 소년.

“저분 아니에요? 소 언니가 말한 사람.”

“과연 특이한 분위기를 가진 소년이군.”

서하영의 말에 철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그런 철백의 의견에 설천위도 동의했다.

“어때요?”

[음, 그냥 겉으로만 봐선 뭐라 말하기 힘들다만…….]

천마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천마에게 집중됐다.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천마는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소년을 응시했다.

[최소한 너보다는 강할 것 같구나.]

“그렇죠?”

괴물 같은 쉑히.

게임이란 성장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성장을 버거워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는 캐릭터가 몇 가지 있고, 그런 캐릭터를 사람들은 ‘치트캐’라고 불렀다.

초보자가 엔딩을 보기 위해 사용하는 캐릭터.

그리고.

“주현운 앞으로!”

저 주현운이 그 치트캐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천무지체(天武之體).

온갖 무(武)에 통달하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괴물.

또한, 이야기의 시작점.

그의 존재를 확인한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턴 또 바빠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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