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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54화 (54/624)

제54화

53화-참수사신 (4)

[천위!]

전장에 감도는 기이한 정적.

현태중의 목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하지만 정적이 깨진 건 오로지 설천위뿐.

빠르게 상황을 인지한 설천위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남은 적은 셋.

전부 죽여야 한다.

저 소녀를 본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

단숨에 땅을 박찬 몸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적 앞에 도달한다.

그와 동시에 검이 한 사람의 목을 훑고 지나간다.

일격에 목을 벤다.

그런 기예는 불가능하다.

사람의 목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기에 이렇게 속도만을 살린 검격으론 양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장 단단한 뼈를 베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앞에 있는 주요 혈관과 근육을 자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인간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죽음에 이른다.

적 하나의 숨통을 끊은 설천위는 그대로 다음 적을 향해 움직였다.

어느새 반응해 무기를 들고 이쪽을 노려보는 모습.

몇 수로 끝내야 하지?

다섯 수?

아니, 세 수 안에 끝내자.

처음은 검과 검이 부딪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련을 거듭했음에도 허접한 설천위의 근력은 이류 정도인 상대와 맞먹는다.

아니, 한쪽 팔로만 싸우는 지금은 명백하게 밀린다고 볼 수 있다.

힘으로 밀어 낼 순 없다.

그렇기에 검을 비튼다.

상대의 검이 향하는 방향을 조절하며, 틈을 만들어 낸다.

허나 그걸 상대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검을 거두기 위해 팔을 당기는 상대.

그 순간, 설천위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렇기에 검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상대의 몸과 가까워진다.

설천위의 접근에 당황한 상대가 이번엔 반대로 힘을 줘서 설천위를 밀어내려 하는 순간.

“읏?!”

손에 힘을 완전히 풀어 검을 놓아 버린 설천위의 손이 그대로 상대의 목으로 향한다.

허공에 힘을 주며 자세가 흐트러진 상대는 그 손에 반응할 수가 없었고.

“컥!”

목을 내어준 순간, 설천위는 내공을 운용해 손에 힘을 더했다.

뿌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상대의 몸이 허물어진다.

즉사는 아니더라도 목뼈가 어긋났으니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한 명을 더 정리한 설천위가 남은 한 명을 정리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음, 오빠는 제 적이 아닌가요?”

도를 거둔 소녀가 웃고 있었다.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목이 두 개가 된 상태로.

* * *

“놓쳐?”

“다섯이 한 번에 당했습니다.”

포위망이 거의 좁혀졌는데, 이렇게 놓친다고?

미간을 찡그린 윤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포위망은 상당히 조여진 상황.

여태껏 이리저리 휘둘리며 그 좁아지는 그물 속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그 그물을 찢었다고?

왜?

그물이 조여지기 전이었다면, 더 쉽게 찢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답은 하나다.

“조력자군.”

“예. 일격에 목이 베인 시체가 둘 있었습니다.”

“참수사신인가? 아니, 그 늙은이일 리가 없지.”

그 괴팍한 노인네였다면 진즉에 이쪽의 목이 땅에 떨어졌을 테니.

그렇다면…….

“후손인가?”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 노인은 혈족이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들? 딸?

아니, 손녀나 손자일 가능성도 있군.

미간을 찡그린 윤백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추중, 일거리다.”

“빨라서 좋군.”

윤백의 부름에 근처에 대충 앉아 있던 마추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려 나간 발엔 조잡한 목재 의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착용한 의족은 끔찍한 통증을 불러왔지만 상관없었다.

마추중의 분노는 그 통증으로 더욱 솟구치고 있었으니까.

내공으로 감싸면 참을 만하기도 하고.

“사냥이다.”

그물을 들어 올릴 때가 됐다.

* * *

“흐음~, 그래서 도망치는 중이라고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작은 오두막.

소녀의 도움으로 간단한 응급처치까지 끝낸 설천위는 가만히 소녀를 바라봤다.

느릿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이름은 소윤혜.

조부는 저기 허공에서 떠들고 있는 소백진.

듣자 하니,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은거한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음, 저놈이 그리 신기하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소 선배.]

[허어, 내 평생 살다가 이런 일도 아, 이젠 살아 있지 않구먼! 껄껄!]

혼령들끼리 아주 친목회가 열렸구먼.

현태중의 공손한 모습이 꽤나 재미있다.

천마랑은 상당히 친해져 저렇게까지 공손하게 안 대하니까.

애초에 천마가 그런 걸 딱히 신경 쓰지도 않고.

“그래도 신기하네요.”

“뭐가?”

“무림학관에 다니시는 거요. 재능 있는 사람들만 다닐 수 있다면서요?”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보통은 인맥빨로 들어오지.

돈이나.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윤혜의 모습에 설천위는 어깨를 으쓱였다.

“재능은 너도 충분한 것 같은데?”

“예? 제가요? 아뇨. 저는 할아버지가 맨날 무인으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하셨는걸요.”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14살.

그 나이에 몇 걸음 밖에 있는 상대의 목도 일도양단하는 인간이 재능이 없어?

그렇다면, 이 무림에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천무지체밖에 없다, 이건가?

소윤혜의 어처구니없는 개소리에 설천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향했다.

그 개소리를 말한 장본인을 향해.

당연히 듣고 있던 다른 혼들도 소백진을 바라봤고, 소백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무인으로서의 재능은 아주 처참하지.]

[그게 무슨…….]

[도술(刀術)은 뛰어나지만, 그 외의 것은 전부 함량 미달인지라…….]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소백진의 대답에 미간을 찡그렸던 설천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도망칠 곳은 있어? 친척이라든가.”

“친척이요?”

“나 때문이라 미안하지만, 앞으로 여기에 살긴 힘들 거야.”

설천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소윤혜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저희 아버지는 독자시거든요.”

“씁, 그래?”

그럼 어찌해야 하나?

[차라리 학관으로 데려가는 것은 어떠냐? 두세 달만 지나면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올 시기 아니더냐?]

오, 그거 명안이네.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는 그 이야기를 그대로 소윤혜에게 전했다.

“으음……. 하지만 저, 돈이 없는걸요?”

“아, 괜찮아. 아까 보여 준 정도의 실력이면 돈 없이도 다닐 수 있어.”

무림학관은 무림맹의 병사 양성소다.

실력만 증명할 수 있으면, 공짜로도 다닐 수 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빨리 짐 챙겨.”

“예? 벌써요?”

“여기로 오면서 흔적을 지워 놓긴 했지만, 오래 머물 순 없어.”

이 오두막 자체가 찾기 힘든 곳에 숨어 있지만, 그래도 찾기 힘든 수준일 뿐이다.

적들의 집착을 생각하면 반드시 찾아낼 터.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천위, 근처까지 왔다.]

“씁.”

빠르네.

암영의적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설천위는 검을 챙겼다.

“아무래도 늦은 것 같네.”

“예?”

“생각보다 더 추적에 뛰어난 놈들인가 봐.”

설천위의 말에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소윤혜는 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싸우는 건가요?”

“그래야지.”

오두막 문을 연 설천위는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벌써 포위당한 건가.”

오두막에서 한 시간도 안 있었는데 말이지.

추적이 너무 빠르다.

아니.

“이제야 제대로 속도를 낸 건가?”

“정답이다.”

수풀 사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사내를 보며 설천위는 미간을 찡그렸다.

소매에 놓인 혈사련 특유의 자수.

소매 끝 흰 바탕에 수놓은 붉은 꽃이 참으로 꼴 보기 싫구나.

잡생각과 함께 헛웃음을 지은 설천위는 품에서 서책을 꺼냈다.

“원하는 건 이거겠지?”

“……네놈.”

혈성지록을 흔드는 설천위의 모습에 윤백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신성한 책을 저런 식으로……!

분노를 넘어 살기를 품은 그 눈빛에 설천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런데 이거 어쩌냐? 난 이걸 너희들한테 넘겨줄 생각이 없는데.”

“죽겠다는 거냐?”

“아니.”

설천위는 서책을 품에 넣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거래하자.”

“……거래?”

“여기 안에 누가 있는지 알겠지?”

“참수사신의 후손 말인가.”

“쟤는 상관없으니 풀어 주자고.”

“우리 교인의 목을 둘이나 벴는데?”

“그건 걔들이 먼저 달려들어서 그런 거고.”

거래.

설천위의 눈을 윤백은 가만히 바라봤다.

거래를 제안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혈성지록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니까.

문제는 저 꼬맹이가 그 가치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혈성지록이 가진 가치를 알 수 있는 건 교인밖에 없을 터인데.

도주한 교인이 설가에 들어가 자식을 낳았다는 정보는 없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설가가 우리를 그렇게 깊게 파헤쳤나?

저런 꼬맹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윤백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 좋다. 우리로서도 문제없이 넘겨받는 게 좋으니.”

“거래 성립?”

“단, 네 녀석은 놓아줄 수 없다. 이유는 알겠지?”

“음음, 그건 곤란한데? 나도 내 몸은 소중한걸?”

윤백의 으름장에 어깨를 으쓱인 설천위는 피식 웃으며 윤백을 바라봤다.

“나와 안에 있는 친구의 안전을 보장해라.”

“……어쩔 수 없군. 좋…….”

“혈주의 이름에 걸고 맹세해.”

“……네놈.”

살기를 품고 있던 윤백의 눈동자가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설천위의 입에서 언급돼선 안 될 존재가 언급됐기 때문이다.

“뭐, 싫냐?”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혈주의 이름에 대고 맹세하는 거 아니면 안 믿지.”

그리고 못 하는 꼬라지를 봐선 딱 봐도 살려 줄 생각이 없었던 거고.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에 설천위는 어깨에서 놀고 있는 패융을 바라봤다.

진짜 도망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어쩔 수 없지.

“인생은 결국 도박 아니겠어?”

뜬금없는 설천위의 말에 윤백이 미간을 찡그린 순간.

설천위가 손을 움직였다.

허공을 만지작거리는, 기묘한 손짓.

그리고.

‘음?’

공기가 무거워진다.

왜?

그 의아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 번 더 공기가 변했다.

이젠 무겁다를 넘어서서 움직이는 데 제약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의아함이 해소되기 전에 한 번 더 공기가 변했다.

“네놈……?”

몸을 짓누르는, 기묘한 기운.

그 느낌에 윤백의 시선이 그 근원지인 설천위를 향했다.

물론, 설천위는 그런 윤백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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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가 下上에서 中下로 성장합니다.

스킬 [패룡지기(覇龍之氣)(上下)]를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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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모은 경험치를 전부 때려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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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가 中下에서 中中으로 성장합니다.

스킬 [패룡지기(覇龍之氣)]와 [패룡지체(覇龍之體)]가 강화됩니다.

존재를 향한 지배력이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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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업적을 깨면서 얻은 막대한 경험치를 전부 때려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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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가 中中에서 中上으로 성장합니다.

스킬 [패룡지기(覇龍之氣)]와 [패룡지체(覇龍之體)]가 강화됩니다.

존재를 향한 지배력이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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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스탯.

솔직히 투자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스탯만이 답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다른 스탯을 올리는 것으론 이 난관을 헤쳐 나갈 각이 보이질 않았으니까.

그러니.

이게 정답이다.

무(武)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무(武) 이외의 것에서 길을 찾으면 된다.

[크르르르르르르르.]

그의 어깨에서 뛰놀던 패융이 그의 몸을 감싼다.

어깨부터 허리를 넘어 허벅지까지 닿는다.

길어진 몸체는 단단한 묵빛의 비늘로 감싸져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힘을 품고 있다.

머리에 난 두 개의 뿔과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는 여태껏 보였던 귀여운 패융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진짜 용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패룡지체(覇龍之體)]

그 용이 설천위의 몸을 감싸며 동화된다.

“준비 끝났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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