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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37화 (37/624)

제37화

36화-승급전 (5)

“이야, 이번 무룡투쟁은 여러모로 기대되는군요.”

학관 회의.

한 교관의 발언에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무룡투쟁은 생각보다 더 질이 좋더군요.”

“그러니까요. 특히 병(丙) 단계의 학생이 나온 게 얼마 만인지.”

한 교관의 말에 다른 교관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갑(甲), 을(乙), 병(丙).

상위라 불리는 이 단계는 교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생의 범주를 벗어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아이들이다.

뛰어난 재능에 막강한 가문의 지원을 받았거나.

모든 걸 찍어 누르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뭐가 됐든, 젊은 나이에 이미 무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교관들과 동렬에 섰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 학생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애초에 이 등급에 있는 학생들은 교관보다 숫자가 적은 경우가 대다수다.

갑(甲) 등급의 경우, 있는 해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고.

그런 학생이 무룡투쟁에 나왔다?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뭐, 그래도 창궁무애검은 구경 못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겠지요.”

“그 검을 받아 낼 만한 상대가 없으니.”

실력의 격차가 뚜렷한 상대에게 본신의 무공을 꺼낼 리가 없다.

솔직히 말해, 무룡투쟁에 남궁천이 출전하는 건 어떤 의미로 부조리니까.

“뭐, 그래도 다른 아이들도 꽤나 기대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래서 자네들은 누가 가장 기대되나?”

가만히 웃으며 듣고 있던 팽후의 질문에 몇몇 교관들이 턱을 쓸었다.

“전 아무래도 서하영 그 아이가 가장 기대되더군요.”

“아, 그 절정에 도달했다는? 듣자 하니 그날 아침에 깨달음을 얻었다더군.”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그분의 여식이라고 해야 하나요.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낸 것 같더군요.”

무림에서도 이름 날리는 그 사람의 딸 아닌가.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얼마 전까지 삼류를 전전하던 녀석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더니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거, 조만간에 새로운 상위 등급을 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힘들지 않겠습니까?”

“젊은 아이의 성장이란 게 원래 무섭지 않습니까? 또 모르지요.”

“음음, 그 외에도 몇몇 눈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긴 있었습니다. 철백이라는 아이도 그렇고요.”

“그 외공을 익힌 녀석 말입니까? 분명 빠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역시 내공이 없어서야…….”

모두 공통되게 칭찬하고 기대하는 서하영과 달리, 철백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뉘었다.

홀로 그만큼 노력해 올라왔으니 미래가 기대된다는 반응.

아무리 노력해서 올라왔어도 내공 없이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반응.

그 두 가지 반응에 팽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시련을 줘 보자고.”

“시련 말입니까?”

“그런 철 덩어리 같은 녀석은 원래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법이지.”

그런가?

팽후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교관들은 이내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그렇게 교관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신경 쓰는 학생들을 말하며 무룡투쟁의 대진표를 작성했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 대회의 목적 자체가 학생의 성장이니까.

너무 쉬운 대상만 상대하며 위로 올라가 봤자 의미가 없는 거다.

반대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나 배우는 것 하나 없이 패배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게 대진표가 하나둘 작성되고.

“마지막은 이 녀석이군요.”

한 교관의 목소리에 다른 이들이 일제히 하나 남은 목패를 바라봤다.

[설천위]

참…… 묘한 기분이다.

역시 호남설가(湖南雪家)라고 해야 하나.

재능이라곤 바닥을 치는 아이가 어떤 수를 썼는지 일류까지 기어 올라왔다.

그 독기(毒氣)와 집념(執念)은 정말 칭찬할 만하지만…….

“참, 무공은 뛰어난데 어찌 그리 몸이 허약한지…….”

“한데 약해 보이는 몸 상태에 비해 상당히 날렵하니 판단이 잘 안 되는군요.”

속도와 위력은 기술에 큰 영향을 받지만, 당연히 그 근본엔 육체가 있다.

육체는 당연히 근육을 의미하고.

근육의 질이 아무리 좋아도 그 크기의 중요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데, 설천위는 아무리 봐도 동네 산적 수준의 근육 정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산적보다 쓸데없는 군살은 없으니 더 날렵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런 몸으로 나올 만한 속도인가? 그런 의문이 계속 든다는 점이다.

기술로 곱하기 10을 해 줄 수 있다고 해도 그 기본이 1이라면 결국 10밖에 되지 못한다.

다른 학생들은 3, 4의 육체를 7, 8의 기술로 곱하고 있으니 당연히 밀려야 하는데…….

“으음.”

왜 안 밀릴까.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만큼 보통의 무인보다 그런 부분에서 민감한 교관들은 대부분이 그 괴리감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민된다.

이 학생은 어디에 배치해야 할까?

얼마나 강한 걸까?

아니, 일류가 맞긴 한 걸까?

이류인데 그냥 무공이 너무 좋아서 일류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교관들이 고심에 빠진 그 순간.

팽후가 웃으며 그 패를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쯤이 적당할 것 같군.”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려놓는 선택.

그 선택을 가만히 바라보던 교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 어느 정도 맞추긴 한다 해도 그 한계는 있는 법이다.

이 정도 오차는 괜찮겠지.

“그럼, 이대로 공지하겠습니다.”

* * *

“천위, 대진표 떴네.”

“그래?”

늦은 저녁 훈련장.

마무리 훈련을 하던 설천위는 서하영과 함께 등장한 철백이 가져온 소식에 기마 자세를 풀었다.

대진표는 중요하지.

유예린 덕분에 정보도 많이 모아서 상대를 알면 어느 정도 전략도 세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철백이 꺼낸 대진표를 받아 든 순간, 설천위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거 맞는 거냐?”

“음,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빡세긴 하더군.”

“야, 이게 그냥 빡세다로 끝나는 수준이냐?”

아주 그냥 밸런스 개판이네.

“너 이기면 16강에서 남궁천 만난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겠지.”

철백의 대답에 설천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알기론 대진표는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는 거로 알고 있는데.

대체 왜 철백이 이렇게 빨리 남궁천을 만나는 거야?

거기에 첫 상대도 일류 끝자락.

상대하기 만만찮은 녀석이다.

이거 괜찮을까 모르겠네.

그렇게 대진표를 잠시 바라보던 설천위는 다시 기마 자세를 취했다.

애초에 이쪽이 철백을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다.

철백이 16강에서 만나면 이쪽은 8강에서 만나니까.

즉, 목표로 하는 4강에 들어가려면 남궁천을 이겨야 한다는 소리다.

“씁.”

전략을 세우는 거로 가능하려나?

그 정도 격차가 아닌데?

역시 답은 그거인가?

* * *

무룡투쟁 본선 당일.

무림학관은 간만에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유는 당연히 무룡투쟁 때문이다.

애초에 무림학관은 무림맹의 무사를 기르기 위한 교육시설.

그 학관의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한다면 그들을 영입해야 할 무림맹 인사들이 보러 오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아, 애X끼들 대회를 내가 직접 와야겠냐?”

그런 무림맹의 인사들 중.

한 여자가 짜증을 내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안 됩니다. 단장님.”

“아니, 내가 짬이 얼만데…….”

칼 같은 눈빛으로 거절을 표현하는 부관의 모습에 단장이라 불린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저 대쪽 같은 성격 때문에 뽑은 거긴 한데, 이럴 땐 참 귀찮다.

“항상 신입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신 건 단장님이십니다. 지도도 안 하시면서.”

밑에 애들만 죽어 가고 있지.

짜게 식은 부관의 눈빛에 여자가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누님!”

“천아!”

목소리가 들린 순간, 부관의 눈앞에서 사라진 여인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끌어안고 있었다.

“누님! 남들이 봅니다!”

“내가 내 동생을 안겠다는데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니?”

자신의 가슴팍에 볼을 부비는 누님의 모습에 남궁천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가 보면 한소리 하실 것 같…….

음, 못 하시려나?

요즘 대련 성적이 누님한테 밀린다는 소리가 있는 것 같으니.

이젠 누님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는 건가.

남궁천이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자, 어느새 살짝 떨어진 남궁선이 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고민 있어?”

“고민이라고 할 것까진 아닙니다.”

차마 누님 걱정 때문에 그렇다곤 말하지 못한 남궁천은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조금 신경 쓰이는 친구들이 있어서요.”

“신경 쓰이는 친구?”

내 동생이 성격이 좋긴 한데, 친구는 상당히 가려서 사귀는 거로 알고 있는데?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어요.”

“아하, 그래서 조금 강해졌구나?”

“보이나요?”

“그럼, 동생의 성장을 이 누나는 나날이 확인하고 있단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 할 말을 삼킨 남궁천은 결국 어깨를 으쓱였다.

“안내해 줄게요. 제 경기는 조금 지나야 하니까. 아, 제가 신경 쓰인다고 한 친구가 첫 경긴데 같이 볼까요?”

“좋지! 그나저나, 언제쯤 옛날처럼 누나라고 불러 줄 거니?”

“……그건 조금 더 시간을 봐서요.”

남궁천 옆에 착 달라붙어 걸어가는 남궁선의 모습에 부관, 백윤철은 고개를 저었다.

어째 동생 앞에만 서면 저리 철딱서니가 없어지는지.

뭐, 가족 간의 사이가 좋다는 건 좋은 징조지.

한숨과 함께 두 사람의 뒤를 따른 백윤철은 자연스럽게 경기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마침 시작된 첫 경기.

싸우는 녀석들은…….

“일류? 생각보다 좋네.”

“상대는 이류입니까?”

“음……. 잘 모르겠네?”

잘 모르겠다고?

남궁선의 대답에 백윤철은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당신이 모르면 여기서 누가 알아?

학관장이 아나?

백윤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남궁선은 눈을 빛내며 설천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미있는 아이네.”

“어떤 부분에서 말입니까?”

“몸의 상태보다 움직임이 더 좋아.”

검을 든 상대와 근접전을 벌이는 설천위를 보며 남궁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의 상태에 비해 기술이 좋다.

둘 중 하나다.

재능이 더럽게 많아서 기술은 빠르게 익혔지만 훈련을 제대로 안 했거나.

재능이 더럽게 없어서 훈련은 열심히 했지만 몸의 성장이 따라오질 못했거나.

사랑스러운 동생이 신경 쓰고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전자는 아닐 거고.

무조건 후자인데…….

“쟤, 그 설가의 막내지?”

“예.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바뀌어서 알아보긴 힘들지만.

백윤철의 확인에 남궁선은 흥미롭게 설천위를 바라봤다.

듣자 하니 정말 재능이 더럽게 없다던데, 저런 움직임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까?

궁금하네.

그렇게 남궁선의 평가가 올라가는 사이,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설천위의 상대가 서서히 승기를 잡기 시작해서다.

조금씩, 조금씩 밀리며 우위를 뺏긴다.

그 모습에 계(癸)의 반란을 기대하던 이들의 기대가 조금씩 깎여 나가던 순간.

“후.”

설천위가 낮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그의 움직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변화는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은 딱 하나.

“으음?”

“기술이 갑자기 날카로워졌군요.”

“그냥 날카로워졌다는 수준이 아닌데?”

마치 다른 사람이 싸우는 것 같은 변화.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낸 것처럼 움직임의 질 자체가 변했다.

빨랐던 움직임을 더 빠르게.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관절의 방향.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했다.

그 급변한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한 상대가 속절없이 밀리고, 이내 패배한다.

승자는 설천위.

그 반전에 모두가 환호하는 사이, 다음 경기가 빠르게 펼쳐졌다.

설천위만큼의 이변은 없는 싸움.

허나 나름 열기를 유지한 채 또 다음 경기가 진행됐고.

“아, 여기서 이기는 상대가 제 다음 상대예요.”

“그래?”

남궁천의 말에 남궁선의 시선이 조금 더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이내 힘과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철백이 그녀의 시야에 가득 찬다.

“야, 야! 쟤, 쟤 뭐야!!”

“예? 뭐 말씀입니까?”

“쟤 뭐냐고! 우리 정보에 없었잖아!”

남궁선의 시선 끝.

깊숙이 묻혀 있던 씨앗이 끝내 발아해 그 싹을 지상으로 피워 올린 기적이 바로 그곳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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