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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35화 (35/624)

제35화

34화-승급전 (3)

“무룡투쟁에 당신이 왜 나가요?”

“음?”

어이없었던 건 설천위만 그런 게 아닌지 옆에서 지켜보던 홍유화도 놀란 얼굴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아니, 남궁천 정도 되면 가문의 비전(祕傳)을 익힌 몸.

그런 공개된 대회에 나가서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큰 손해다.

그런데 왜 굳이?

홍유화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의문에 남궁천은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쉽게도 조금 점수가 부족해서 말이오.”

“차라리 외부 임무를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지금은 가능하면 수련에 힘쓰고 싶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오. 소저.”

가능하면 수련에 힘쓰고 싶다?

그 말을 들은 설천위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이 자식, 제왕검형(帝王劍形)을 배운 거다.

분명 게임 초창기에 남궁천과 만나게 되면 익힌 지 얼마 안 된 제왕검형을 시험해 보겠다는 대사가 있으니까.

다음 학기에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니 이번 방학 중에 제왕검형을 배웠다면 말이 된다.

여하튼,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무공을 배운 지 얼마 안 됐으니 수련에 힘쓰고 싶겠지.

동시에 을(乙)을 향한 도전도 하고 싶으니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무룡투쟁으로 좁혀진 것일 테고.

그렇다면…….

‘대진운을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네.’

이쪽의 목표는 애초에 4강.

그 이하에서 남궁천만 안 만나면 솔직히 할 만하다.

저 괴물 같은 녀석은 진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니까.

“흥, 뭐가 됐든 저놈은 내가 짓밟아 주지.”

남궁천의 등장에 단숨에 식어 버린 공기를 틈타 황보택이 재빨리 발을 뺐다.

조금 있으면 교관이 온다.

이런 상황을 길게 이어 가서 좋을 게 없다.

설천위의 반응조차 보지 않은 황보택은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하! 혈기 넘치는 친구군!”

“너만 하진 않을 것 같은데.”

황보택이 물러났기에 다시 자리에 앉은 설천위는 호탕하게 웃는 남궁천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육도(六道)에서 선한 가문은 없다.

선한 개인만이 있을 뿐.

그리고 남궁천은 그 선한 개인에 속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항상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나오니까.

“흐하하! 혈기론 밀리지 않는 게 내 자랑이지!”

“칭찬한 거 아닌데.”

철백은 말은 통하는 열혈인데, 이 녀석은 말이 안 통하는 열혈이구만.

남궁천에 대한 평가를 깔끔하게 내린 설천위는 그에게서 신경을 껐다.

마침 덕분에 홍유화도 이쪽에 대한 흥미를…….

“아! 저기요. 우리 얘기 안 끝났거든요?”

“씁.”

“쓰읍?”

눈을 치켜뜨는 홍유화의 모습에 설천위는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요?”

“아우! 그 어색한 존댓말 됐어요. 언니한테는 반말한다면서요? 저한테도 편하게 해요.”

“그건 어떻게 알았어?!”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언니는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아.

하긴 개학식 때 얘기하긴 했지.

고개를 끄덕이는 설천위를 보던 홍유화는 대뜸 주먹을 내밀었다.

“저는 이번 무룡투쟁에 안 나가거든요?”

“어.”

“그러니까 알죠?”

알죠, 라는 물음과 함께 슬쩍 한 곳을 눈짓하는 홍유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설천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뚝배기를 부숴 줄게.”

“……뚝배기요?”

“머리통.”

“아, 은어인가요?”

“농담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시답잖은 대화와 함께 다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으려는 그 순간.

“하하, 그럼 형제. 나도 좀 대화에 끼워 주겠나?”

“뭐야. 저리 가.”

“거, 섭섭하게 그러지 말고 얘기나 한번 나누자고.”

이 녀석 봐라?

말투가 점점 편해지네?

홍유화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남궁천은 웃으며 설천위를 바라봤다.

“도저히 계(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수준인데, 방학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물어봐도 되나?”

“안 돼.”

“하하! 부끄러워하기는! 편히 털어놓아 보게!”

“뭐라는 거야. 저리 가, 쉬쉬!”

이 자식, 성격 뭔데?

뭐 이리 뻔뻔해?

“정말 낯짝 두꺼운 건 여전하시네요.”

“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당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공 실력이죠. 그 뻔뻔한 성격이 아니라.”

오, 홍유화, 직설 좀 치는데?

아주 그냥 스트레이트로 꽂아 버리는구먼.

“하하! 그런 평가도 있지!”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정말 낯짝 하나는 두꺼워 보이네.

“뭐, 사실 궁금한 건 맞지만 이렇게 굳이 말을 거는 이유가 있네.”

“뭔데?”

“친해지고 싶어서! 나는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거든!”

“……무인은 대체로 다 성실하지 않나?”

그게 일인데.

심지어 계(癸)에 있던 녀석들도 대체로 다 성실했다.

철백이나 서하영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제대로 대화도 못 해 본 같은 방을 쓰는 녀석도 매일같이 나간다.

무인이란 게 프로 선수 같은 건데, 성실하지 않으면 못 하지.

“그건 아니네.”

“그건 아니죠.”

“……아, 그래?”

남궁천과 홍유화의 칼 같은 부정에 설천위는 머쓱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대부분 가문이나 배운 무공을 믿고 어깨에 힘이나 잔뜩 주는 놈들이 대다수일세.”

“그래서, 넌 그런 녀석들이 싫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는 사이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친구라고 하기에는 아쉽다고 해야겠지.”

“해서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

“그렇지!”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참 싸가지가 없네.”

“음?”

“이거 아주 그냥 기본 사상 자체가 잘못되어 있어.”

혀를 끌끌 찬 설천위는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홍유화의 시선을 무시한 채 남궁천을 바라봤다.

“마, 친구가 되고 싶으면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너, 아직 이름도 말 안 했지?”

“아.”

“그리고 네가 성실한 녀석들이랑 친구를 하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왜 너랑 친구를 해야 하냐? 내가 친구 삼고 싶은 이유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아무리 유명해서 상대가 알고 있을 것 같아도 자기소개는 기본이지.

“너는 성실 운운하기 전에 예의부터 배워 와라.”

“꺄하하! 예의부터 배워 오래!”

싹퉁머리 없는 자식.

그대로 몸을 돌린 설천위가 앞을 바라보고, 이내 교관이 들어와 수업이 시작됐다.

한참을 웃던 홍유화는 교관의 질책 어린 눈빛을 받았지만.

* * *

“왜? 솔직하고 좋은 성격인 것 같은데.”

수련장.

땅바닥에 앉아 있던 설천위는 철백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것 같긴 하더라.”

게임에서도 그런 성격으로 나왔으니까.

아마 정말로 순수하게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랬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굳이 매몰차게 거절한 이유.

친해진 다음에 무룡투쟁에 나가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다.

친구에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예의!

이러면서 죽일 듯이 달려들 것 같거든.

그리고 앞으로 3주나 남았으니 친해지면 이 훈련장에도 올 텐데.

이쪽의 수를 공개할 순 없지.

혹시라도 4강 전에 만날 때를 대비해 놔야 하니까.

“뭐, 무룡투쟁 끝나고 나면 가서 사과하고 친해지면 되겠지. 그렇게 속 좁아 보이지도 않고.”

싸가지 없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설천위의 말에 철백은 그 속내를 파악했다.

“이쪽의 전력이 드러나는 게 싫어서 쳐낸 건가?”

“그렇지. 나도 너도 솔직히 가진 게 쥐뿔도 없는데, 무룡투쟁에서 만나면 한 방이라도 먹여야지.”

설천위의 말에 피식 웃은 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건 맞지.

“암, 져도 제대로 먹이고 져야지.”

“뭐래, 난 제대로 먹이고 이길 건데?”

“크하하하! 뭐, 그게 가장 좋긴 하겠군!”

호탕하게 웃은 철백은 무릎을 펴고 팔을 위로 뻗어 몸을 늘렸다.

“휴식은 여기까지 하자고.”

“그래야지.”

철백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설천위는 다시 검을 잡았다.

아까 쉬기 전까지 죽어라 권법이랑 보법을 수련했다.

이젠 검법을 수련할 시간이다.

“그런데, 제가 전에 물어본 거 가능해요?”

앞으로 나타난 현태중을 바라보던 설천위는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조금 보면서 파악해 본다더니 일주일째 답이 없어.

설천위의 질문에 다시금 설천위를 가만히 바라보던 현태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 단, 조건은 네가 선유적월검(仙遊跡月劍)의 1초식을 완벽하게 익혀 내는 것이다.]

씁.

무룡투쟁까지 남은 3주 만에 그 미친 검법의 1초식을 완벽하게?

잠깐 한숨을 내쉰 설천위는 떨리는 눈동자로 현태중을 바라봤다.

“3주 안에 가능?”

[충분히, 네 녀석이 가끔 쓰는 말로는 쌉가능이다.]

씁, 학습 능력 좋네. 이 아저씨.

또다시 삐져나오려는 한숨을 삼킨 설천위는 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럼 시작합시다!”

[좋은 각오구나!]

초식의 시작.

첫 동작을 하는 것과 동시에 현태중의 손에 들린 막대기가 불을 뿜는다.

[몇 번이나 말하느냐! 근육의 움직임이 다르다!]

[어허! 팔꿈치를 그렇게 빼면 힘이 분산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 터인데!]

[무릎과 허리가 같이 움직여야 하느니라! 그런 식으로 움직여선 무릎 하나로 움직인 것과 다를 게 없다!]

매서운 매질과 함께 수많은 지적이 실시간으로 설천위를 때린다.

그렇게 고통과 고통 속에서 수련은 이어진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열흘, 보름.

하루하루를 지옥 같은 수련으로 보내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무룡투쟁을 이틀 앞둔 시점.

훈련장 위에 서 있는 설천위의 검이 허공에 멈춘다.

[음, 훌륭하다.]

이 수련을 시작하고 처음 듣는 것 같은 현태중의 칭찬과 함께 설천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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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적월검(仙遊跡月劍)(上中)]을 습득하였습니다!

체력이 下上으로 상승합니다.

순발력이 下上으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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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습득의 알림과 함께 찾아온 좋은 소식에 설천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근력이 안 오른 건 조금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이번에 한 수련은 대체로 다 체력이랑 순발력과 관계있던 것들이니까.

오히려 이 두 가지가 이제 오른 게 더 신기할 정도다.

설천위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상태창을 보는 사이, 그를 보던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무인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상태지만…….]

그래도 애들 싸움에 낄 수 있을 정도는 됐네.

천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사이, 설천위는 다시 검을 들었다.

“다시!”

스킬로 익혔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이 몸뚱이는 언제 잊어버릴지 모르니까.

다시를 외치는 설천위의 모습에 현태중은 웃으며 그의 곁에 섰다.

[집중하거라!]

방심하지 않는 녀석만큼 이기기 힘든 녀석은 없지.

이번 무룡투쟁,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시작이구먼.”

“그러게.”

무룡투쟁이 열리는 당일.

철백과 함께 대기실에 앉아 있던 설천위는 허리춤에 있는 검을 만지작거렸다.

최근 수련한다고 차고 있긴 했는데, 역시 조금 불편한 감이 있다.

움직일 때 조금 거슬린다고 해야 하나.

뭐, 큰 문제는 없으니까.

“그나저나, 서 소저는 왜 안 와?”

“음, 오늘까지 마무리할 수련이 있다고 해서 따로 부르러 가진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가라.”

“천위, 네 경기는 조금 뒤인데?”

시작하는 첫 경기에 배정된 설천위다.

지금 서하영을 찾으러 가면 그 경기를 볼 수 없다.

철백의 물음에 설천위는 피식 웃으며 그 어깨를 쳤다.

“내가 얘냐. 옆에서 봐줘야 하게. 가서 서 소저나 챙겨.”

“음……. 알겠네.”

결국, 고개를 끄덕인 철백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영을 찾으러 가고, 설천위는 곧이어 호명되어 연무장 위로 올라갔다.

첫 경기.

솔직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걱정 말거라. 네 수준은 결코 낮지 않으니.]

[음, 충분하지.]

충분히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천마의 보증과 현태중의 미소에 설천위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 양반들이 있는데 쫄 게 어디 있냐.

그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로 연무장 위에 선 설천위.

그를 반겨 주는 상대는…….

“어? 너?”

“드디어 만났구나…….”

분노와 증오로 이글거리는 눈동자.

묘하게 익숙한 얼굴.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건지 살짝 튀어나와 있는 이마.

설천위 박치기의 첫 희생자.

복수를 다짐하며 신급(辛級)에서 절치부심한 남자.

그 이름은…….

“……누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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