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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23화 (23/624)

제23화

22화-혈사련 (3)

빨려 들어간다.

창을 뺏긴 산적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창을 뺏기는 와중에 저항하다가 한 번.

그리고 창을 뺏긴 후에…….

“커헉!”

복부를 관통하는 창의 통증에 허리가 꺾여 또 한 번.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서하영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산적의 의식이 끊긴 순간.

“뭐, 뭐 해!”

갑작스럽게 기절한 산적의 모습에 당황한 장영의 외침에 멍하니 있던 다른 산적들이 정신을 차렸다.

고작해야 창 하나를 뺏겼을 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여자가 창 하나를 쥐었다고 상황이 크게 바뀔 리 없다.

지금 건 우연일 뿐.

확실하다.

“이년이! 매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렇기에 산적 하나가 너무나 뻔한 대사와 함께 달려들 때, 다른 산적들은 그저 보고만 있었다.

혼자로도 충분할 테니까.

오히려 앞으로 이어질 광경이 기대될 정도였다.

하지만.

“응?”

순식간에 목을 감싼 창.

창이 목을 감쌌다고 느끼는 그 기묘한 감각에 어리둥절해하며 산적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컥!”

강렬한 충격이 산적의 목을 덮쳤다.

일순간에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의 충격.

단숨에 산적의 의식을 날려 버린 서하영은 뻗었던 창을 회수하며 손에 쥔 창을 바라봤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기분.

고양감?

흥분?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할 수 있어.”

작은 중얼거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하영은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단숨에 휘둘렀다.

서하영이 잠시 멍하니 있는 틈을 타 달려들던 산적들을 단숨에 털어 내는 강렬한 일격.

적들을 털어 낸 서하영은 다시 창을 품으로 가져와 자세를 잡았다.

창법을 배운 적은 없다.

그녀가 배운 거라곤 권법 하나뿐이니까.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권법뿐.

하지만, 알고 있다.

머릿속엔 있다.

수천, 수만 번을 떠올린 무공이니까.

아버지의 등을 보며, 셀 수도 없이 많이 눈에 새긴 무공이니까.

그러니까.

옮길 수 있다.

서하영은 천천히 손목을 움직였다.

[풍영류권(風泳流拳) 창형(槍形) 제1초 쇄풍(灑風)]

순간, 서하영의 앞에 서 있던 산적은 서하영이 쥐고 있는 창이 흔들렸다고 느꼈다.

“커헉!”

갑작스레 찾아온 격통에 기절하기 전까지.

“이, 이게 무슨……!”

바로 앞에 있던 산적은 보지 못했지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유심히 관찰하던 장영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일순.

정말 일순, 몇 개로 늘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이 단숨에 산적을 난자했다.

사실 산적이 쓰는 창이란 게 조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그 탄성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 창으로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방심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약한 척하고 있었던 건가?

“이…….”

이를 악문 장영은 서하영을 노려봤다.

그래 봤자 하나다.

이쪽은 이류만 열.

할 수 있다.

“정신 차려! 천천히 압박한다!”

슬슬 사태 파악이 끝난 산적들이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무기를 들었다.

장영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다음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건 자신이다.

그러한 공포가 스멀스멀 산적들 사이로 퍼지기 시작했다.

* * *

“와, 말도 안 되네.”

[진짜 재능이란 건 저런 것이다.]

리얼, 이건 인정이다.

서하영을 살피기 위해 거리를 벌렸던 설천위는 부당함에 몸을 떨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권법을 단숨에 창법으로 소화해 냈구나.]

이게 말이 되냐고.

거, 아무리 창절(槍絶)이라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재능의 차이를 실감하며 설천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가 됐든, 상황은 단숨에 좋아졌다.

얼핏 보니 철백도 표정을 편하게 하고 전투에 집중하고 있고.

이젠…….

“이놈들…….”

“슬슬 급해지나? 저 여자는 딱 보니까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데. 죽창 한 방이면 훅 가겠어.”

입꼬리를 비튼 설천위는 부들거리는 장철을 보며 이리저리 몸을 틀었다.

“뭐, 그럼 느긋하게 해 보자고. 나는 이제 급할 거 없으니까.”

“이놈!!”

상황이 유리해지자마자 노골적인 비웃음을 던지는 설천위의 모습에 결국 장철은 폭발했다.

땅을 박차는 호쾌한 보법.

단숨에 거리를 좁히는 것과 동시에 도를 내려찍는다.

그 엄청난 속도에 일반인이라면 단숨에 두 동강이 나 버렸겠지만…….

‘할 만하네.’

설천위는 가볍게 피하며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속도로는 우위에 있는 지금, 정면 대결은 하책이다.

제대로 된 근접전에서 치고받고 싸울 기술도 없고.

그러니 히트 앤 런.

이 방식으로 간다.

측면으로 도는 것과 동시에 가벼운 잽.

아웃 복싱의 기본.

그걸 설천위는 무공을 기반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놈!!”

“뇌가 굳어 버렸나? 같은 말만 계속하면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지.”

주둥이도 함께 놀리면서.

끊임없이 측면으로 도는 것과 동시에 입과 손으로 상대를 흔든다.

흔들고.

“덩치가 커다란데, 영 힘을 못 쓰네. 애첩이 하나밖에 없다던데 이유를 알겠어.”

흔들고.

“어휴, 둔해. 또 맞았어? 산적 두목이 아니라 차력사가 맞았던 거 아닌가?”

흔든다.

“뭐야? 파리랑 친구야? 도가 왜 이렇게 느려?”

“이 개자식이!”

맞아도 상관이 없는, 정말 가벼운 주먹.

그런 주먹만 날리면서 끊임없이 입을 놀리는 설천위의 모습에 결국 분노로 장철의 눈이 돌아갔다.

저 날파리 같은 녀석을 잡아 쪼개 놓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는다.

두목이라는 위치 때문에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던 장철은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주변 상황을 눈에 담는 건 포기한다.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눈앞에 있는 녀석을 죽이는 것.

살기로 번들번들 빛나는 눈동자와 함께 장철이 몸을 낮춘다.

낭인 출신이지만, 일류(一流)의 경지에 오른 장철이다.

아무리 초입 수준에 머물러 있다지만 숨겨진 한 수 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있다.

낮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은 폭발적인 순간 속도.

주워 배운 장철의 보법은 폭발적인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을 최대로 살린 일격.

내공을 폭발적으로 운용해 만드는, 순간의 파괴.

그 준비 자세에 설천위가 입꼬리를 올리는 그 순간.

장철이 땅을 박찼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속도.

뒤를 생각하지 않는, 몸 전체를 앞으로 내밀며 나아가는 최속의 공격.

그렇기에 부족한 힘을 큼지막한 도의 무게로 해결하면서 생겼던, 느린 공격 속도라는 단점마저 사라진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극한의 속도를 만들어 낸 일격.

여태껏 이 공격을 피한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하는 장철의 공격이 설천위의 코앞에 도달한 순간.

설천위는 이미 몸을 틀어 낮추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도가 설천위의 가슴을 지나 하늘로 솟구친다.

완벽하게 공격을 읽어 낸, 최적의 회피.

그리고 그 도가 지나간 빈자리를 채우는 설천위의 팔.

그 팔을 봤다고 생각한 순간, 장철의 고개는 꺾이고 있었다.

[섬벽권(閃霹拳) 제1초 일벽(一霹)]

설천위가 펼칠 수 있는 신속의 일격이 장철의 안면에 꽂힌다.

장철 스스로가 나아가려는 힘에 더해 꽂힌, 완벽한 카운터.

그 묵직한 손맛에 설천위가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분 순간.

장철의 몸이 스르륵 땅으로 쓰러졌다.

기절.

단 한 방에 기절한 그 모습에 설천위는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아웃 복서의 꽃은 크로스 카운터지.

만화에서 본 거지만.

[훌륭한 반격기였다.]

[음, 무공에는 더럽게 재능이 없지만 싸움에는 어느 정도 재능이 있구나.]

천마와 암영의적의 칭찬에 설천위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천마가 말을 덧붙였다.

[입을 놀리는 것만큼이나 몸도 놀릴 수 있었으면 진즉에 절정고수가 됐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입을 놀리는 거죠.”

설천위가 확 가라앉는 기분과 함께 입술을 삐죽이려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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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크게 강한 상대에게 승리하였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업적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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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예!

가라앉았던 기분이 단숨에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느끼며 설천위는 쾌재를 불렀다.

무려 스킬 포인트!

새로운 스킬을 못 받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오히려 지금 익히고 있는 스킬들을 골고루 단련도 못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희희낙락하는 설천위의 모습에 천마와 암영의적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 녀석은 진짜 가끔 보면 미친놈 같단 말이지.

천마와 암영의적의 시선이 짜게 식어 가는 가운데 설천위는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새로운 스킬도 아니니 스킬과 스탯의 확인은 다음에 하면 된다.

일단 지금 해야 하는 건 상황의 정리…….

“이야.”

[훌륭하구나.]

서하영이 있던 곳, 그곳을 바라본 설천위는 감탄과 함께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 훌륭하다.

“몇이나 죽었어요?”

[셋 정도가 죽었구나.]

고작 셋?

나머지는 다 제압했다는 거잖아?

널브러진 산적들 사이에서 창을 움켜쥔 채 의연하게 서 있는 서하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니, 창을 처음 쥔 것치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덕분에 일은 잘 풀려서 다행이긴 한데…….

살살 아파 오는 배를 달래던 설천위는 고개를 돌려 마지막 남은 사람을 확인했다.

“으우어어어어어어!!”

승리의 포효.

자기가 무슨 곰도 아니고.

적을 쓰러트리고 포효하는 철백의 모습에 설천위가 고개를 젓는 그 순간.

“철 소협! 괜찮아요?”

아까의 의연함은 어디 갔는지 평소의 모습 그대로 뛰어가는 서하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절로 흘러나오는 헛웃음.

하긴, 창절이고 뭐고 서하영은 서하영이지.

피식 입꼬리를 올린 설천위는 어느새 서로를 챙기고 있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마지막 싸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좋다!!”

웬 변태 새끼와 싸우고 있는 약혼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경지는 비슷한지 싸움의 양상은 꽤 팽팽했다.

문제는 내공.

아무리 영약으로 보충했다고 한들 세월을 보내며 쌓아 온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불리한 것 같은 표정은 아니지만……. 그게 또 어디 사실과 같겠는가.

적 앞에서 불리하다고 티를 내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으니까.

아마 불리해도 유예린이라면 완벽하게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거다.

그냥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도울 만한 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설천위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 앉으려는 그 순간.

“……응?”

[무슨 일이냐?]

“저 녀석 소매, 뭔가 특이하지 않아요?”

[아아, 소매만 흰색 바탕에 붉은 꽃으로 수놓아져 있는 것 말이냐? 독특하지만 꽤나 인상적이구나.]

하얀 소매 끝에 붉은 자수.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독특한 패션 감각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설천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 * *

유예린은 차분하게 움직였다.

자신이 지면, 모두가 죽는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유예린은 온 신경을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바둑을 두듯이, 한 수 한 수에 모든 것을 담아 전체를 그린다.

하지만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닌지라 승기를 잡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가다가 무승부로 끝날지도.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일지 모른다.

‘……안 돼.’

이런 사고방식은 좋지 않다.

방심은 패배를 불러오니까.

상대는 그야말로 전투에 모든 것을 바친 것처럼 집중하고 있는데, 이쪽에서 흐트러지면 그 자체로 큰 빈틈이 된다.

마음을 다잡은 유예린이 다시 상대에게 집중하려는 그 순간.

“어이! 혈주(血主)는 잘 지내냐?”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가 유예린의 귀에 파고들었다.

혈주?

그게 뭔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전투가 끝났으면 가만히 기다…….

“네놈이 어찌 그 존함을 입에 담는 것이냐!”

여태껏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던 적의 시선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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