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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12화 (12/624)

제12화

11화-실전 시험 (5)

“하악, 하악.”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서하영은 빠르게 걸었다.

철백이 몸을 방패 삼아 길을 뚫어 준 것이 무색하게 적의 두목을 해치워서 단숨에 상황이 해결됐다.

그러니.

“뭐 해요! 빨리 치료를!”

자신의 소매를 거침없이 뜯어낸 서하영이 철백의 몸에 천을 감았다.

그 와중에 상처 부위를 살펴 상처가 깊은 곳엔 약을 바른다.

‘이 멍청아! 왜 약을 이것밖에 안 챙긴 거야.’

고작해야 산적.

계급(癸級)만이 아니라 다른 급도 몇 명 함께 간다는 이야기에 안심한 게 잘못이었다.

혹시 다칠까, 1인분도 안 되는 양밖에 안 들고 왔으니까.

서하영이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는 순간.

철백은 어색하게 웃으며 설천위를 바라봤다.

“상처는 쟤가 더 심할 텐데.”

“제 능력으로 내상은 못 다스려요.”

“됐어. 조금만 쉬면 충분히 학관까지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니까.”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서하영에게 대충 손을 저어 준 설천위는 그대로 땅에 엉덩이를 붙였다.

뭐가 됐든.

이긴 건 이긴 거다.

[흠, 그렇게 나온다 이건가?]

“예?”

[별거 아니다.]

갑작스러운 천마의 목소리에 대답했던 설천위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근처에 철백과 서하영이 있으니 천마와의 대화는 자제해야지.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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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크게 강한 상대에게 승리하였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업적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불굴(不屈)(中上)]을 습득합니다.

스킬 [회복(回復)(中中)]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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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좋아.

아직 구체적인 성능은 확인 안 해 봤지만, 이름만 봐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불굴은 잘 모르겠지만, 회복은 아니까.

내공을 소모해 일정 시간 동안 체력 재생력을 높이는 스킬이다.

현실이니 얼마나 대단하게 작용할진 모르겠지만.

‘아니, 지금 당장 써 볼까.’

전투로 거의 다 써 버렸지만, 회복은 원래 효율이 좋은 스킬이다.

이 정도 내공으로도 충분하겠지.

문제는 사용 방법인데…….

잠시 고민하던 설천위는 일단 눈을 감았다.

스킬창을 열어서 보면 좋겠지만, 허공에 손가락질하는 게 썩 멀쩡한 광경은 아니다.

그러니 일단은 그냥 써 보는 게 맞겠지.

액티브 스킬은 이게 처음이니까.

일단…….

‘회복.’

속으로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

역시 이거론 안 되나.

그럼 다음은…….

“회복.”

순간 내공이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몸 안이 끓어오른다.

고통이 가시고, 뻐근한 느낌이 사라지는 감각.

즉각적으로 효과가 체감될 정도의 성능이라니.

[음? 뭔가 이상하구나?]

“왜, 왜요?”

갑작스러운 천마의 눈빛에 설천위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었다.

주변의 시선을 까먹을 정도로 당황한 그 순간.

[……흐음.]

설천위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천마는 그저 조용히 설천위를 바라봤다.

그러곤 이내 입꼬리를 비튼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왜 여태껏 안 쓴 건진 대충 짐작이 간다만…….]

어느새 설천위의 어깨에 손을 올린 천마가 섬뜩한 미소로 웃었다.

[다음부턴 훈련에 꼭 사용하도록 해라. 안 그럼 죽을 테니.]

“잠……!”

[어허, 대화는 금물인 거 모르더냐? 회복에 집중하거라.]

이런, 미친 악마 할배!

천마의 의도를 알아챈 설천위는 치를 떨었다.

아니, 그럼 몸의 회복을 위해 쉬던 시간까지 전부 수련에 쓰겠다는 거 아니야.

미래를 위해 분명 좋은 길이겠지만, 정신적으로 무리라고.

확실하게 예정된 지옥에 설천위가 머리를 감싸는 순간.

“이, 이겼어.”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천문.

어느새 정신을 차린 배천문이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이겼다.

산적들은 쫓아냈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승리한 거다.

“좋아. 조금 휴식하며 부상자들을 추스르고 귀환한다.”

이젠 승전보를 올릴 때다.

* * *

“저 싸가지 없는 새끼.”

돌아가는 길.

반 시진(약 한 시간) 정도를 휴식한 일행은 배천문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귀환했다.

그리고 가는 길 내내 설천위는 감사의 인사 한 번 받아 본 적 없었다.

설천위의 말에 보통이라면 그저 웃으며 넘어갔을 철백도 고개를 끄덕였다.

“짐승 이하의 녀석이군.”

설천위도 설천위지만, 자신은 직접 목숨을 구해 줬다.

함께 임무를 수행한 동료였으니 사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감사 인사조차 안 하는 건 분명 선을 넘었다.

“계급(癸級)에게는 고개도 숙이기 싫다는 거겠죠.”

서하영의 이죽거림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 그런 사고방식 때문이겠지.

안 그러면 지들끼리 저렇게 뭉쳐서 갈 이유가 없다.

이쪽이 얼마나 피똥 싸면서 도와줬는데.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설천위가 혀를 차자, 서하영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래도 설 공자 대단했어요! 저 거한을!”

서하영은 수레에 묶여 있는 거한을 가리켰다.

일류다.

무려 일류.

학생의 급으로 따지면 기급(己級) 이상.

이류가 기급(己級)에 오르려면 그만한 실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류는 다르다.

그들은 무력만으로 조장 이상의 지위가 확보된 이들.

그만한 무력을 설천위가 이겨 낸 것이다.

물론 협공을 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반짝이는 서하영의 눈빛에 설천위는 손을 저으며 고개를 돌렸다.

“됐어. 완전히 내 실력으로 이긴 것도 아니니까.”

[호오, 알고 있구나?]

천마의 목소리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을 리가 있나.

아까 몰래 스킬을 확인해 봤었다.

등급을 보고 예상하긴 했지만, 일류를 이긴 것치고는 보상이 짰다.

학관 내 계급으로 치면 최소 네 단계 이상의 차이다.

최소 상급 스킬을 받을 만한 업적이었을 터.

그런데 이 정도 보상밖에 안 준 이유야 뻔하다.

철백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컸을 것이고, 천마가 직접 손을 댔기 때문일 거다.

목숨을 구하고 공격의 시작점을 만들었던 천마의 손길.

그걸로 인해 보상이 어느 정도 깎인 거겠지.

천마는 아직 자신의 휘하에 들어온 게 아니기에 외부의 조력으로 판단됐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따지면 천마의 조언으로 이겼던 것도 어느 정도 보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순수하게 혼자의 힘으로 이겼으면 어떤 보상이 있었을지 상상도 안 되네.’

하긴 혼자서는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인 업적들이긴 하지.

불가능했던 과거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털어 낸 설천위는 이내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다섯 시간.

떠들지라도 않으면 지루해서 못 견딘다.

* * *

“보고는 내가 하도록 하지. 각자 숙소에 가서 쉬도록.”

도착하자마자 해산을 명령한 배천문은 아직도 기절 중인 거한을 데리고 사라졌다.

혈도 짚는 거로도 불안해서 약까지 먹여 놨으니 아마 한참은 못 일어나겠지.

사라지는 배천문을 잠시 바라보던 설천위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 몸을 돌렸다.

뭐, 이런 게 또 아랫사람일 때의 장점이지.

바로 쉬러 가 볼까.

[어허, 어딜 가느냐.]

“예?”

[회복된 거 다 안다. 이제 보니 아주 좋은 몸이구나.]

설천위의 어깨를 붙잡은 천마가 웃으며 설천위의 몸을 이끈다.

“응? 왜 그래? 가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가는 것처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 수련하러 가야지!”

“수련? 지금?”

“무, 물론이지! 오늘 치 수련은 안 했으니까!”

발악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어색한 웃음과 함께 사라지는 설천위.

그 모습에 철백은 혀를 내둘렀다.

자신도 수련에 환장하긴 했지만 저 녀석만큼은 아니다.

솔직히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오늘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쟤도 내상이 그리 안 심하니까 저렇게 하는 거겠지.

어깨를 으쓱인 철백은 그대로 숙소로 향했다.

뒤에서 울려 퍼지는 설천위의 환호(?)를 무시하고.

훈련하면서 환호성이라니, 너도 상당한 변태구나.

* * *

수레를 끌고 이동하던 배천문은 구석진 곳에 도착해 수레를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확인.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배천문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버러지 놈들.”

역시 버러지들이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기지.

입꼬리를 비튼 배천문은 그대로 검을 내려찍었다.

목표는 하나.

거한의 목.

“컥!”

단숨에 파고든 검이 회생 불가능한 치명상을 만든다.

경추를 단숨에 끊어 버린 배천문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내 검을 내리쳐 거한의 목을 잘라 낸다.

땅에 떨어지는 거한의 머리를 무심히 바라보던 배천문은 품에서 하얀 천을 꺼냈다.

검에 묻은 피를 천으로 닦아 내는 배천문. 그의 앞으로 함께했던 이들이 나타났다.

“몸의 처리는 부탁하마.”

“예.”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을 뒤로한 채 배천문은 목을 들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보고할 일만 남았다.

* * *

“설 공자!”

“응?”

“쟤가 웬일이래?”

한창 오후 수련에 집중하던 설천위와 철백은 갑작스러운 서하영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나름 가문의 무공을 익힌다고 이런 공용 연병장엔 안 나오던 녀석이 왜?

갑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달려온 서하영은 어찌나 빨리 달려왔는지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화를 냈다.

“진짜! 미쳤어요!”

“뭔데? 갑자기 왜 그래?”

“아우, 지금 이렇게 훈련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왜?”

“배천문 그 개, 아니 그 인간이 승급에 성공했다잖아요!”

“그게 왜? 산적 토벌에 성공했으니까 당연히 되는 거 아니야?”

“아니죠! 실력을 보러 보낸 건데, 처리는 두 분이 다하셨잖아요!”

……응? 그것도 그러네?

[끌끌끌, 이래서 정파 놈들은 재미있다니까.]

천마의 웃음소리에 설천위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개자식이…….”

“뭔데?”

“공적을 빼돌린 거야. 아마 우리를 제외한 인원들끼리 처리했다고 했겠지.”

“뭐?”

상황 파악이 끝난 설천위는 이를 악물었다.

아마 그 거한도 이미 죽인 뒤일 거다.

기절해 있는 녀석을 죽이는 건 날붙이만 있으면 꼬맹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즉, 이제 증거는 없다.

“완전히 당했네.”

“당하긴 뭘 당해요! 빨리 가서 항의해야죠!”

“항의해서 어쩌게? 우리 말을 듣기나 하겠냐? 우린 계(癸)인데?”

아마 나머지 셋이 이 조작에 함께한 이유도 그거겠지.

계(癸) 따위에게 밀리기 싫으니까.

차라리 거짓을 진실로 바꾸자고 생각한 거겠지.

특히 다치기까지 했던 두 명은 더 절실했을 테고.

평가는 중요하니까.

한숨을 내쉰 설천위는 근처 바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아마 이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거다.

솔직히 그렇게 나쁘진 않다.

계(癸)에 있으면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여러모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까.

이쪽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부 얻었고.

하지만…….

“사도(邪道)를 걷는 쓰레기들이……!”

분노로 눈이 돌아가기 직전인 친구를 봐선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공적을 뺏긴 것보단 거짓으로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모습에 화가 솟구친 거겠지.

그런 녀석이니 반드시 들이박을 테고…….

저 녀석이 들이박는데 이쪽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지.

설천위의 생각을 눈치챈 천마는 웃으며 그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어떻게 하긴요.”

작은 목소리로 천마에게 대답하며 설천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들이박아야죠.”

* * *

학관 내에 있는 작은 연병장.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이곳은 상을 주거나 공적을 치하할 때 이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번에 승급이 결정된 이들이 하나둘씩 승급하고, 어느새 배천문의 차례가 되어 그가 기(己)라 새겨진 철패를 받는 그 순간.

“이 승급, 나는 반대일세!!”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단상 위로 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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