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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무림학관의 낙제생이 되다-6화 (6/624)

제6화

5화-낙제생 (5)

연무장 위에 선 설천위는 멍하니 상대를 바라봤다.

뭐라고 씨부리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그저 그 모든 행동에 집중한다.

“이 개자식이…….”

상스러운 말로 도발을 하던 가두호는 자신을 무시하는 설천위의 태도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래, 어차피 처맞을 거 군말 없이 처맞겠다, 이거냐?

원하는 대로 해 주마.

흥분으로 들뜬 호흡과 함께 가두호가 걸음을 내디딘다.

속도를 중시하는 낭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보법.

제대로 된 상위 문파에선 삼류로 치는 무공이지만, 실전성만큼은 어느 정도 보장된 보법이다.

단숨에 파고든 가두호가 주먹을 치켜든다.

제대로 된 무공 초식이 아닌, 동작이 큰 주먹질.

너 따위를 상대로는 무공을 쓸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보통의 대련이라면 그런 가두호의 태도에 구경꾼들부터가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계급(癸級)의 설천위라면 얘기가 다르다.

무공을 쓰지 않는다고 예의에 어긋난 것이 아니다.

무공을 써서 이기는 것이 되레 수치인 것이다.

이 학관 내에서 계(癸)라는 등급은 그 정도의 위치에 있다.

모두가 그저 조소를 품고 앞으로 있을 폭력을 기대하며 잠자코 구경꾼으로 있는 그 순간.

[예상대로구나. 어리석은 놈.]

오직 설천위만이 천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몸을 움직였다.

뒤로 작게 한 걸음.

그리고 상체를 조금 튼다.

그것만으로 설천위는 가두호의 주먹을 피하며 그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이 자식이?”

우연의 일치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가두호는 물론이고, 구경꾼들도 모두 그리 생각했다.

애초에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설천위의 신체 능력은 바닥 중의 바닥.

설령 가두호의 공격을 보았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속도가 나올 리가 없다.

그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관들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모르는 조력자의 존재는 그것을 가능케 해 주었다.

[좌로 반 보, 허리를 작게 숙여라.]

2수, 아니 3수 앞을 내다보는 천마의 조언.

가두호의 공격 흐름 따위, 천마는 미래를 보는 것처럼 읽어 낼 수 있었다.

말로 설천위에게 대처를 말해 주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설천위의 속도로도 충분히 반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렇기에 피한다.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한다.

막무가내의 주먹질 따위, 천마의 눈엔 아이가 팔을 휘두르는 재롱보다 못했다.

거기에 무념무상(無念無想).

오로지 천마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설천위는 그의 조언을 즉각 따랐다.

“이, 이 개X끼가!!”

그렇기에 터져 나오는 분노.

자신이 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가두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세를 고쳤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구나! 오냐, 제대로 상대해 주마!”

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날리는 가두호.

그 모습에 천마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지금이다.]

천마의 신호에 한계까지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설천위가 즉각 반응했다.

양손을 앞으로 교차하여 내밀고, 중심은 몸의 가운데 단단히 둔다.

하룻밤.

체력이 약한 설천위를 배려해 천마는 오로지 한 가지 기술만을 연마시켰다.

이 학관을 오랫동안 떠돌아다닌 천마는 대부분의 무공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급(庚級)인 가두호가 어떤 무공을 쓸지도 훤히 알고 있었다.

왈패 출신의 움직임, 단련된 주먹.

그렇다면 쓸 만한 무공은 하나뿐이다.

뇌풍권(雷風拳).

우레와 바람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이류 권법.

실전성은 높지만 상승의 무리는 담지 않는, 직선적인 무공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초식도 한정된다.

단숨에 파고들어 얼굴을 노리는 척하면서 명치를 공격하는 이뢰(二雷).

속임수가 들어간 공격이 으레 그렇듯…….

알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내밀어 교차했던 설천위의 왼손이 안면을 노리는 주먹의 경로를 비튼다.

정면에서 막을 순 없다.

힘에서 밀리니까.

그렇기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부드러움.

즉, 화경(化勁)이다.

그렇게 얼굴을 향한 공격을 막아 냄과 동시에 오른팔은 아래로 움직여 명치를 노리던 다른 주먹을 거둬 낸다.

그 순간, 거두호와 설천위의 가슴이 활짝 열렸다.

이때, 보통의 무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회피하든가, 공격하든가.

회피는 그대로 몸을 빼면 되는 것이고.

공격은 발을 이용하거나 손을 신속하게 움직여 행한다.

하지만, 설천위에겐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하다.

회피하면 다음에는 같은 수에 당해 주지 않을 것이니 필패일 것이고.

공격을 하기엔 설천위의 발길질은 너무도 조악하며, 팔을 회수해 공격할 수 있는 초식은 익히고 있지도 않다.

그의 재능으론 하룻밤 만에 속성으로 익힐 수 있는 초식은 이 방어가 한계였으니까.

그렇기에 천마는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가두호는 돌진해 오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기에 발차기로 응수할 수 없다.

그럴 만한 실력이 안 되니까.

때문에 가두호가 설천위의 가슴팍으로 뛰어드는 형태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은?

“뒈져라.”

빠각!!

하룻밤의 울분이 담긴, 설천위의 박치기가 작렬한다.

뼈가 깨진 것 같은 섬뜩한 소리와 함께 두 무릎이 땅에 닿는 가두호.

서서히 이마가 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설천위는 손을 들어 올렸다.

승리의 환호?

아니다.

“개쉑히야.”

짝!

그리 세지 않은, 기분만 더러워질 위력의 싸대기와 함께 설천위의 몸도 힘이 풀려 쓰러진다.

설천위의 기절.

하지만, 먼저 기절한 건 가두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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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세 단계 높은 상대에게 승리하였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업적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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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설천위가 되었다.

* * *

양측 모두 기절.

그 상황에 구경꾼들이 소란스러워지는 순간.

“모두 조용. 각자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세요.”

어느새 대련장 위에 선 화영이 상황을 진정시켰다.

기웃거리는 구경꾼들을 눈빛으로 쫓아낸 화영은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가두호 학생을 의무실로.”

“예!”

화영의 지시에 기다리고 있던 가두호의 친구들이 그를 둘러메고 의무실로 달렸다.

그렇게 대련장 위에 혼자 누워 있는 설천위를 보며 화영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떻게 됐나요?”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린 화영은 다른 교관을 바라봤다.

그 교관 또한 마찬가지로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상황.

“아무도 없었다. 뭐, 진짜였으면 못 찾는 게 당연하겠지만.”

동료 교관의 말에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 중 설천위의 말도 안 되는 대처.

그건 누가 옆에서 조언을 해 주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혼자서 그런 움직임이 가능했다면 설천위가 계(癸)로 떨어질 일은 없었겠지.

움직임을 보는 눈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소리니까.

거기에.

“뇌풍권의 이벽을 완벽하게 파훼하는 초식이라…….”

“상대의 수준이 낮아서 가능했던 거였겠지만, 대처 자체는 확실히 깔끔했지.”

화영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인 동료 교관은 그 순간을 떠올렸다.

무공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벽만큼은 확실하게 막아 낼 수 있는 초식이었다.

“누구에게 배운 걸까?”

“이 학관에서 화경급 이상의 고수 중 설천위와 연이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그러니까. 신기하네.”

고개를 끄덕인 동료 교관은 아직도 누워 있는 설천위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서, 등급 상승 시험은?”

“……보류입니다.”

“뭐, 그렇게 되겠지.”

계(癸) 등급은 무림학관에서 재능이 없다고 낙인찍힌 낙제생들이다.

그런 낙제생 무리에서 재능을 개화해 실력을 펼치는 학생이 나온다?

교관들의 눈이 옹이구멍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치욕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성장을 보여 줘야만 한다.

지금 보여 준 건 그저 설천위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된다는 것뿐.

그마저도 조언자의 실력이 아득히 높기에 가능한 기예일 뿐이다.

화영이 여러모로 고민이 많아지는 사이, 동료 교관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뭐가 됐든, 한동안은 재미있어지겠네.”

* * *

“또 혹이네…….”

의무실에서 거의 꼬박 하루를 잔 설천위는 다음 날 점심시간에 의무실을 나왔다.

아직도 부어 있는 이마가 아프지만…….

[뭐가 그리도 좋으냐?]

“좋긴요. 이마가 아직도 아픈데요.”

설천위의 엄살에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흠……. 뭔가 얻은 게 있는 것 같긴 한데…….]

거, 눈치 한번 빠르시네.

무려 3단계 이상의 차이를 넘어 쟁취한 승리.

그 승리 끝에 설천위는 달콤한 보상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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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영혼지체(靈魂之體)(上中)를 습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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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개의 스킬.

2단계를 넘었을 때도 스킬 하나에 스탯까지 줬는데 이게 더 안 좋은 게 아닐까 할 수도 있지만, 등급이 무려 상중(上中)이다.

상급(上級).

최상급도 그렇지만, 이 육도(六道)에서 상(上)이란 등급은 그 가치가 특별하다.

중(中)과 하(下)는 흔하고 말고를 떠나 인간의 범주에 들어 있는 재능이다.

똑똑하거나 튼튼하거나 하는 수준의 재능.

하지만 상급부턴 다르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재능.

하늘이 내려 줬다고 해도 이견이 없는 재능.

그 경계선이 상급이다.

그리고 그 상급인 [영혼지체(靈魂之體)]의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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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지체(靈魂之體)(上中)(一星)

영혼과 일체화할 수 있는 재능을 품은 육체.

영혼을 통해 얻는 모든 경험치에 소폭 추가 보정이 더해집니다.

영혼을 이용한 모든 스킬의 효율이 소폭 상승합니다.

스킬의 단계에 따라 스킬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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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아주 그냥 이쪽으로 테크를 타라고 끝내주게 밀어 주는구먼.

그래, 이게 설천위의 옳은 길이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설천위의 미소에 천마도 밝게 웃었다.

[그래, 오늘은 쉬고, 수련은 내일부터 하자꾸나.]

부드러운 미소, 그 미소에 설천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 보자.

까짓것 훌륭하게 적응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거야!

* * *

[뛰어라! 뛰어! 지나가는 개미도 너보다 빠를 것이다!]

“하악! 하악!”

[어허! 혹이 아픈 것이냐? 아직 다리에 통증이 부족한 것 같구나!]

이른 아침.

천마의 지시대로 연병장을 달리던 설천위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이건 미친 짓이다.

이 천마란 노친네, 사람을 무슨 기계로 안다.

하면 된다니.

해도 안 되는 게 있으니까 스포츠라는 것이 성립하는 거라고.

누구나 해서 다 되면 그게 경쟁이 되냐?

머릿속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요동친다.

포기하고 싶다.

지금 당장에라도 다 때려치우고 눕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러기 싫다.

왜냐고?

[근성이란 걸 어미 배 속에 두고 온 모양이구나! 또 느려졌어!]

[굼벵이랑 친구 하는 게 꿈이더냐? 그렇다면 좋겠구나! 벌써 이루었으니!]

“으아아아아!!”

온갖 욕과 비방.

거기에 추가로 천마의 손에 들린 무형의 채찍.

쫙!

설천위에게만 들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강렬한 통증이 덮친다.

영혼에 작렬하는, 혼의 공격!

저 악마 쉑히, 의식을 한 이유가 이거였나.

끔찍한 고통에 설천위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 모습을 천마는 웃으며 지켜봤다.

계속해서 욕하고 있지만, 이런 방법을 따라올 수 있는 녀석은 많지 않다.

기본적인 끈기와 독기는 있다는 소리.

‘마음에 드는구나.’

재능?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없는 재능은 시간과 노력으로 메울 수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정신의 기둥이 없는 거다.

위와 아래에서 오는 고통과 고난을 견딜 수 없으면 아무리 큰 재능이 있어도 망가지는 법.

그런 점에서 일단 설천위는 합격이다.

합격이니까…….

[달려라, 굼벵이!!]

죽도록 굴려서 강해지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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