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향 217화
그때 소검선으로 이름 높은 패도맹의 소공자, 초운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내디딘 땅의 공간이 접히며 순식간에 일 리를 이동한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한참 후에야 놀랐다.
“방금 그거 축지인가?”
“에이, 설마…….”
“설마라니, 적제께서도 저런 건 못하셔.”
“그럼 진짜로…….”
무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적제는 그 소리들을 하나하나 들으며 괜히 가슴을 쭉 펴며 우쭐해했다.
“팔불출…….”
마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인정하지, 나는 팔불출이야. 알겠는가? 저 아이가 바로 내 제자라네. 하하하하하.”
적제가 기쁨을 감추지 않고 크게 웃었다.
몸이 다 나은 장왕이 피식거렸고, 창왕과 악휘구도 대소했다.
귀면호리가 마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저리 인정해 버리니…… 이젠 놀릴 거리가 없겠구만.”
“쩝.”
초운이 일 리 앞으로 나서자 요괴 측에서도 누군가 튀어나왔다.
초운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날아서 오고 있었다.
그는 곽호, 신선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시해선의 유해로 천강시를 만들어 그 몸을 차지한 법칙의 이단아였다.
그는 선계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미 신선으로서의 힘은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초운.”
“네, 오랜만이네요. 모습은 조금 변하셨지만.”
“보아하니 선계에 올랐나 보구나. 좋더냐?”
“지루한 곳이었어요.”
“킥. 지루해?”
일단 선계에 먼저 올랐다면 인세의 연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그가 모든 증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선계에만큼은 오르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초운은 선계에 오르는 걸로 모자라 돌아오기까지 했다.
어쩌면 자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곧 부정했다.
이는 초운에게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일 터. 자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선계에 올랐다고 해서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거라 생각 중이라면 크나큰 착각이다. 난 이미 세상의 법칙을 손에 넣었다. 선계에서 도망쳐 나온 신선에게 패할 일은 없다는 소리야.”
“글쎄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 않을까요?”
“큭큭…… 이 아저씰 따라가면 맛있는 걸 많이 주마. 따라가겠느냐?”
초운이 화산에서 수학하던 시절, 그가 초운에게 했던 말이다.
초운은 빙그레 웃으며 거절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저는 사부님이 좋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그를 질투했었지. 하하하하하.”
그가 웃자 초운도 함께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웃음이 뚝 끊기며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밉지 않느냐? 증오스럽지 않느냐? 난 네 사제들을 죽이고 화산을 멸문시켰으며 화산의 터전에서 마인을 제조하였다.”
멸문시킨 뒤에도 그 터전에서 잔혹한 마인을 생산했으니 복수라면 그야말로 확실한 복수다.
“왜 밉지 않겠어요. 저는 당신이 밉습니다, 곽 아저씨.”
“한데 왜 증오하지 않느냐. 그때처럼 미쳐라. 미쳐서 날 공격해.”
“아저씨야말로 절 어째서 그냥 두었지요?”
“……무슨 소리냐?”
“절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많았잖아요. 제가 아저씨 계획에 방해되리란 것도 짐작했을 텐데 왜 살려 두었나요?”
“알고 있을 텐데? 네 선체를 빼앗기 위해서라는걸…….”
초운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뿐만이 아닐 거예요. 아저씬 이미 좋은 몸이 있었잖아요. 굳이 저를 원할 필요가 없었어요. 한데도 저에게 집착했죠.”
“…….”
“제 몸을 얻는 걸 실패한 뒤로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선계에 오른 걸 알았다면 제 몸을 없애 버리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
“돌아온 뒤로도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죠.”
“그만…….”
곽호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초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그만해라…….”
“곽 아저씬 저를…….”
“그만하라고 하였다!”
펑---!!
그의 눈이 붉게 빛나며 공기가 폭발했다. 이는 흉마검 노일백의 마공, 적린마염광(赤鱗魔炎光)이었다.
하나 그것은 초운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초운의 입술에선 결국 듣기 싫은 이야기가, 곽호로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저를 대적자로 키우셨던 거예요.”
終章
“무슨 이야기를 저리 길게 하는 거지?”
“몰러, 원래 두목끼리는 다 그런 법인가 보지, 뭐.”
“맞어, 나름 협상 같은 것도 할 테고…….”
“근데 저 요괴 놈들이랑 협상이 가능할까? 요괴 두목도 결국은 요괴잖아.”
“음…….”
무사들은 조금 지루해졌는지 웅성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썅! 요괴들이 움직인다!”
“뭐라고?”
안력을 돋워 보니 확실히 요괴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숫자가 이백만이나 되다 보니 느려 보였던 것일 뿐, 형상이 선명해지는 속도로 보아선 일다경이 채 안 되어 맞부딪칠 게 뻔했다.
적제를 비롯한 고수들도 긴장한 채 내력을 끌어모았다.
최후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는 중이었다.
문득 적제는 이곳에 오기 전 초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걱정 마세요. 하늘이 우릴 돕고 있어요.”
“하늘?”
“사람들의 마음속엔 잠시나마 희망이 채워졌고, 하늘은 그 점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믿고 싶었고, 또 믿었다.
그의 제자는 진선이다. 허튼말을 할 리가 없었다.
“모두 돌겨억!!”
적제의 사자후가 사방을 흔들었다.
* * *
“부나방이 따로 없군.”
곽호는 자신의 요괴대군을 향해 마주 달리는 무사들을 비웃었다.
“아까 그 폭발음이 신호였군요?”
“그래, 그따위 마공은 네게 통하지 않음을 뻔히 아는데 왜 사용했겠느냐. 돌격 신호였다. 크하하하하.”
“그랬군요.”
초운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곽호는 웃다 말고 물었다.
“걱정되지도 않느냐?”
“걱정요? 걱정을 왜 하겠어요? 어차피 이길 건데.”
“이겨?”
“네, 제 사부님과 토벌군이 이길 거예요.”
“풋, 선계에 다녀오더니 어딘가 모자라진 게냐? 아님 여전히 둔한 것이냐.”
초운은 대답 대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좀 더 높은 곳에서 전투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었다.
곽호도 질 수 없다는 듯 따라 올랐다.
약 백여 장 정도 오르고 나서야 초운은 멈추었다. 곽호도 마주 보는 형국으로 떠오르며 멈췄다.
발치를 내려다보던 곽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 죽을 거다.”
“과연 그럴까요?”
* * *
돌격대, 제1조장 구휴적(構休的)은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욕망을 애써 내리눌렀다.
돌격대답게 그의 역할은 가장 선두에서서 적과 일 합을 겨루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면에 보이는 것은 덩치가 십 장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거미 형상의 괴물. 잡아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는 오래전에 죽은 사부를 떠올리며 외쳤다.
“사부니임!! 제자도 곧 가겠습니다아아아!!”
그의 쌍부(雙斧)가 허공을 날았다.
필살의 각오로 던진 두 자루의 도끼. 하지만 미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 도끼는 분명 저 거대한 다리에 튕겨져 나오겠지. 그리고 자신과 1조의 부하들은 한 끼 식사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콰직---!
“응?”
그가 던진 두 자루의 도끼가 거미 요괴를 네 조각으로 갈라 버린 것이다.
거미 요괴? 당연히 즉사였다.
“어라?”
요괴를 가르고 다시 돌아온 쌍부를 받아 들며 구휴적이 중얼거렸다.
“할 만하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자는 구휴적만이 아니었다.
한 번 격돌해본 모든 무사들의 사기가 몇 배나 솟아올랐다.
집채만 한 돼지 요괴를 베어버린 무사가 소리쳤다.
“우와! 이놈들 약해졌어!”
눈이 한 군데로 모인 여자 요괴를 바닥에 메다꽂은 무사 또한 소리쳤다.
“뭐냐, 이 의지 부족한 놈들은! 우리가 상대했던 요괴들 맞아?”
놀랍게도 목숨을 내놓고 돌격하던 돌격대원들 중 죽은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무사들이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 힘이 최소 절정고수에 비견된다는 요괴들이 지금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일류고수 수준.
그에 반해 일만여 명의 토벌군은 요괴와의 싸움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절정 이상의 고수들뿐이었다.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 * *
파죽지세로 요괴들을 밀어붙이는 무사들을 바라보며 곽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한 게냐?”
초운의 답은 단순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죠.”
“그것만으로?”
“곽 아저씨, 당신은 그것만으로 요괴를 만들었는데 뭐가 문젠가요?”
확실히 그랬다. 곽호는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 두려움과 같은 악감정을 양분으로 삼아 요괴를 창조했다.
그러니 초운이 하는 짓은 자신이 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천강시의 특기인 죽음의 기운이었다.
하나 그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초운과 곽호, 두 사람을 외부와 차단하기 위한 결계의 역할이랄까?
그들이 떠 있는 허공의 약 오십여 장 정도의 공간에 검은색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어두운 내부에는 오로지 초운과 곽호, 단둘뿐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한구석에선 네가 나를 막아 줬음 좋겠다고 여겼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러려면 중요한 게 남아 있지 않느냐…….”
우우우웅----!
곽호의 전신이 결계를 이루는 어둠과 동화되었다.
천강시의 육신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氣)의 덩어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그가 그 스스로 만든 결계에 동화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공간은 내가 만든 작은 세계. 이 안에선 내가 법칙을 만드는 신(神)이다.
곽호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거대한 기운이 해일처럼 초운을 덮쳤다. 그 거대한 압력에 찌부러진 초운의 몸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의 번개가 수십만 개나 튀어나와 초운의 몸을 태웠다.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린 초운이었다.
-겨우 이 정도였는가?
어둠 속에서 곽호의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요.”
-헉!
갑작스레 들려온 화답에 곽호는 다시 몸을 숨겨야 했다.
-뭐냐! 살아 있다니…… 어떻게…….
곽호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
초운은 재가 떨어져 있던 곳에 좀 전과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분명 재생도 힘들 만큼 태워 버렸다. 그런데 저 모습은 아예 처음부터 공격을 당한 적도 없는 듯 보였다.
초운이 허리춤에서 반검을 뽑았다.
“그거 알아요? 신선의 불사성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곽 아저씨 같은 기(氣)의 작용 때문도 아니고요.”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지금의 전 진선이라고도 하죠. 어쨌든 신선은 신선이지요.”
초운이 검을 일직선으로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신선은 죽지 않는 게 아니에요. 계속 존재하는 것이죠. 지금의 저를 막기 위해, 제가 신선이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아저씨가 과거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봐요. 그곳에서 아저씨가 저를 죽인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까요?”
-있겠지…… 계속 ‘존재’할 테니까.
“맞아요. 신선은 삼생을 보는 자이지만, 삼생을 사는 자이기도 해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변화하지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요. 시간이 흐른다, 흐르지 않는다의 개념이 아니라, 시간에서 벗어난 거예요.”
신선이 되는 순간, 미래의 자신도, 과거의 자신도 한 공간에 존재하게 된다. 즉, 지금 눈앞에 있는 초운은 과거의 초운이기도, 현재의 초운이기도, 미래의 초운이기도 한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하나, 완벽한 존재.
그것이 바로 신선이었다. 그러니 그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불사라기보다…… 불멸이로구나.
“네, 맞아요. 세상이 소멸되지 않는 한 신선이나 신들은 계속 존재하겠죠. 아저씬 그저 불사를 이룬 것뿐이에요. 법칙에 근접하였다지만, 그것은 근접한 게 아니라 그림자를 엿본 것뿐. 정작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법칙을 비틀어 요괴를 생성했는데도? 수많은 인간들을 죽였는데도?
“법칙을 비튼 것도 법칙이죠.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순간 법칙은 새로 갱신되는 법이에요. 죽은 자들의 경우, 명부가 조금 바빠졌겠지만 다행히 그들 모두 다음 환생지가 정해졌답니다.”
이윽고 초운의 반검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진한 매화 향과 함께 그들을 둘러싼 구체가 갈라졌다.
바깥 세계의 빛이 안으로 흘러들어 오기 시작하자 곽호도 더 이상 결계를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원래의 형상을 되찾았다.
“그럼 나는 뭐냐…… 나는 신선이 아닌 것이냐?”
결계가 완전히 사라지자 초운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선계에 오르셔야 신선이 되죠.”
“허…… 허…….”
곽호는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요괴들은 이미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반면 토벌군 측의 무사들은 아직까지도 사망자가 없었다.
곽호는 우울한 눈빛으로 한참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허공에다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따라 허공에 빛의 글자가 새겨졌고, 그것을 다 쓴 곽호는 글자를 향해 장법을 날려 부숴 버렸다.
글자는 수십, 수백만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지상의 요괴들에게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요괴들이 갑자기 후퇴하기 시작하더니 여러 갈래로 흩어져 도망쳐 버렸다.
“요괴들의 통제권을 놓아버렸군요.”
“그래…… 더불어 저것들에게 자유도 주었지. 내가 사라진다고 해서 저것들까지 사라지진 않을 게다. 생식 능력이 생기는 녀석들도 생길 게야.”
단순히 주술적인 존재로서 지내는 것도 있을 것이나, 저들 중 일부는 훗날 종족으로서 번성할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요괴들에게 하계에 속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역시 하계를 어지럽히는 일이었지만 초운은 막지 않았다.
“막지 않는군…….”
“알아서 하시겠죠, 위에서.”
초운이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큭, 그런가?”
“네, 지금 이 정도까지 해준 것도 제게 고마워할걸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자, 그럼 이제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초운은 반검을 다시 높이 들었다.
이대로 휘두른다면 곽호의 육신은 사라지고 양신은 선계에 오를 것이다.
곽호는 체념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지루하긴 하지만 선계도 좋은 곳이니까.”
“위선자들뿐이다.”
초운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검을 내려치며 말했다.
“그 위선자들 중에 반가운 사람이 있을 겁니다.”
“뭐…….”
초운의 검이 곽호의 몸을 갈랐다. 그러나 그저 몸만 가른 것이 아니라 그 불사성마저 철저히 파괴했다.
곽호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매화 잎이 나부끼듯 바람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눈처럼 지상으로 내려앉아 싸움을 끝낸 무사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었다.
그리움이 맺힌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던 초운은 이내 지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천히 지상으로 하강하던 그가 문득 생각났는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부드러운 매화 향이 검(劍)에 맺히자.
검향(劍香)은 바람을 타고 온 천하로 퍼져 나갔다.
‘됐죠? 할아버지.’
초운은 미소와 함께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