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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131화 (131/133)

131화. 길(11)

131화. 길(11)

쐐액- 쐐액-

나는 양손에 쥔 검을 휘둘러, 강불해를 향해 연신 초승달 모양의 강기를 뿜어냈다.

쾅! 쾅!

모래 먼지 사이로 새하얀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해치웠나?’

희끗희끗하니 몽환적이기 그지없는 새하얀 초승달 모양의 강기.

비록 그 크기는 마신의 초승달보다 조금 작았지만,

담고 있는 기운의 절대량만큼은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아직 살아있는 것 같군.'

강불해를 단박에 끝장내기엔 부족함이 좀 있었나 보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재차 검날에 기운을 눌러 담은 뒤, 놈을 향해 힘차게 뿌렸다.

쐐액-

순간 놈이 헛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쓰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는, 기운을 뽑아내고 발출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마신의 그것보다 한참은 짧았으니.

놈의 입장에선 곧장 날아온 공격이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놈이 손바닥 위에 모으던 새까만 기운을 급히 거두고.

곧장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펄럭-

놈의 발바닥 아래를 훑고 지나가는 새하얀 초승달 모양의 강기.

물론 나는 그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활용했다.

재차 초승달 모양의 강기를 뿌렸다.

쐐액-

이번엔 세로로 뿌린 까닭에, 바닥에 기다란 흔적을 만들며 놈을 향해 날아갔다.

쾅!

세상을 길쭉하게 가르는 강기.

놈은 급히 손을 교차해 공격을 막아냈다.

모래 먼지 속에 새빨간 핏물이 흩날리는 걸 보면, 그래도 이번엔 꽤나 큰 피해를 입힌 모양.

다시금 검에 기운을 충전하고 곧장 휘둘렀다.

쐐액-

이번엔 가로로···.

이내 놈이 훌쩍 몸을 뒤로 날리며, 자리를 피하는 게 보였다.

데리고 온 강시들을 방패막이 삼아 공격을 막아내더라.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나는 미처 놈이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기세를 이어가 승기를 굳힐 생각.

'···놈도 언제까지고 강시를 방패막이로 쓸 순 없을 테니.'

물론 이처럼 멈추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함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에도 단점은 존재했으니.

바로 그 단점 때문이었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는, 워낙 사용되는 기운이 특별하기 때문에, 공격 횟수에 제한이 있었던 것.

마신이 건네는 무한에 가까운 힘을 받지 않은 까닭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결국 기운이 전부 소진되기 전까지, 놈에게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는 것.

정확히는 몸속에 있는 대환단의 기운이 전부 소진되기 전까지, 놈을 해치워야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쐐액- 쐐액-

그렇게 연신 강기를 뿌리고 있노라니,

이번에 초승달 모양 강기의 구결이 머릿속에 불로 지지듯 세겨졌다.

소령에게 호법을 부탁한 뒤.

초승달 모양의 강기를 흉내 내기 위해 명상에 빠지지 않았나.

그때 깨닫게 된 구결이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강기를 뿌리기 위해,

공격을 함과 동시에 계속 구결의 내용을 궁리하고 있던 까닭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처럼 머릿속에 세겨지는 것 같았다.

'뭐, 이 또한 나쁘진 않군. 이는 결국 해당 무공에 대한 숙련도가 올라간다는 뜻과 같을 테니.'

어쨌든 떠오른 구결의 핵심은 이랬다.

형(形)은 본디 식(式)이 낳음이고.

형(形)은 무릇 식(式)을 낳음이니.

결국 형(形)과 식(式)은 그 본질이 다르지 않음이다.

정확히는 천마신공의 서론에 있는 구결과도 닿아 있는 깨달음이었다.

무학은 흐르는 인간사와 같다는 구결.

그로부터 유추한 깨달음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인간사의 본질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쉽게 말해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대한 물음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마신의 무공의 진체를 이해하려 들기 이전에,

마신의 무공을 그 모습부터 흉내내보자 생각을 하게 된 것.

모습을 흉내 내다 보면, 결국에는 그 본질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후,

몸에 지니고 있는 기운들을 이리저리 조합을 하며 모방을 하다 보니,

마신의 무공이 대환단의 기운과 무척이나 흡사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고···.

'그걸 이용하니, 사용할 수 있게 됐지.'

만물의 극과 극은 닿아 있음이 아닌가.

뛰어난 요상의 효능을 지닌 대환단의 기운과, 파괴력이 극에 달하는 마신의 무공.

둘 사이엔 분명 연결점이 존재했다.

하물며 개인적으로 몸에 지니고 있던 선기를 금귀방탄공으로 주무른 뒤 함께 버무리니···.

작금의 초승달 모양의 강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옥처럼 새까만 초승달 모양의 강기를 뿜어내는 마신의 무공과 맞먹는 위력을 내는, 그런데 발출 속도는 더욱 빠른, 독자적인 초승달 모양의 강기 다발을 말이다.

'물론 대환단의 기운이 핵심이라는 게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소림사의 태상장문인이 내게 대환단을 건네며 그러지 않았나.

천뇌가 구도자에게 건네라고 소림사에 맡겼던 거라고···.

그런데 봉황진검도 천뇌의 안배에 따른 것이니.

결국 천뇌란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물론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놈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얼마나 강기의 다발을 뿜어냈을까.

기존에 지니고 있던 대환단의 기운을 전부 소진하고.

소림사의 태상장문인에게 받은 대환단을 섭취하고 얻은 기운까지, 오 할 가까이 사용했을 무렵이었다.

한 번쯤 기운을 재정비해야 함을 느끼고, 검을 갈무리 한 채, 차분히 심호흡을 할 때였다.

눈앞의 모래 먼지가 가시고.

그 너머로 흐릿하게 강불해의 신형이 나타났다.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놈.

아쉽게도 결정적인 피해는 입히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놈의 입가에 핏물이 맺힌 걸 보니,

이런 과정을 조금 더 반복한다면, 승기를 굳힐 수 있을 터.

남은 대환단의 기운을 알뜰하게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이후엔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곧 놈이 말을 걸어왔다.

“···역시 대단하구나.”

헌데 놈의 얼굴에 걸려 있는 묘한 웃음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왜 웃는 거지?’

절대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닌데, 웃는다라.

놈이 허세를 부릴 만한 성격도 아니고.

등 뒤에선 “역시 미친 건가?” 이런 식의 말이 들려왔지만, 내가 보기엔 꼭 미쳐서 그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전생에 무려 10년 동안 놈과 함께 하지 않았나.

지금 놈의 눈빛엔 분명 이지가 남아 있었다. 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무슨 말이지?”

물론 단순히 질문만 할 생각은 없었다.

말을 하며 동시에 놈의 빈틈을 살폈다.

아까 제갈천소와 대화하던 상황으로 짐작하건데, 놈은 대화 도중 종종 이성을 잃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였으니.

이후 나와 대화하는 중에도 이성을 잃고 빈틈을 보인다면?

현재 행하고 있는 기운의 재정비가 끝나는 즉시, 그 빈틈을 파고들 생각이었다.

그때가 놈을 무찌를 절호의 기회일 테니.

곧 놈이 말했다.

"역시 네놈이었어."

"무엇이 말이냐."

"마신께서 보여주시는 환상 속의 꼬마아이. 내게 천마신공을 알려주던 아이. 그게 너였구나. 이 강기 속에서 당시 그 아이에게 느꼈던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지는구나."

순간 저도 몰래 두 눈이 커다래졌다.

'그저 빈틈을 노릴 기회로 삼을 생각이었는데···.'

대화의 내용 또한 적잖이 유익했으니.

이후 강불해가 미친놈처럼 중얼거렸다.

어쩐지 아무리 불러도 응답하지 않으시던 마신께서, 네놈과 무림맹 앞에서 접촉한 그날 이후로 꿈자리에 찾아오시는 게 심상치 않았다나?

'나와 무림맹 앞에서 접촉한 날?'

아마 과거 놈이 우리 표국의 표사들을 인질로 잡았던 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날 있지 않나.

내가 모산파 죽간본의 내용을 알려줄 테니, 표사들을 풀어달라고 했던 날.

그리고 모산파 죽간본 구결 속에 교묘하게 함정을 심어넣어 놈에게 혼란을 유도한 뒤, 한 방 먹이고 도망친 날.

그런데 그날부터 꿈속에 마신이 찾아왔다라···.

'···이 또한 모산파의 무공과 연관이 있는 건가.'

애초에 내가 이 몸을 차지한 것도 천마신공 구석에 쓰여 있던 모산파의 이혼대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지 않나.

물론 이는 당장 크게 신경을 쓰진 않고 있던 문제였다.

작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을 하게 된 이후로 그렇게 된 것 같다.

정확히는 소령과의 관계가 애틋해진 이후로, 본능적으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 생각하게 된 것이리라.

어쩌면 이 몸에 남아 있던 기억과 온전히 하나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후에도 놈의 말이 이어졌다.

"크크크. 재미있구나. 세상천지 나보다 더 비참한 인생을 살다 죽을 사람이 딱 한 명 있다면, 그게 그 환상 속의 꼬마아이일 거라고 생각했거늘."

"······."

놈은 연신 입을 나불댔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놈은 전생의 기억을 전부 되찾은 것 같았다.

의도한 것인지, 이후 놈은 연신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말들을 뱉어냈다.

"전생의 내가 널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아느냐? 도무지 마신을 영접할 길이 보이지 않아 좌절을 거듭할 때, 척굉이라는 부하놈이 자신이 관리하던 매음굴에 놀라운 능력을 지닌 꼬마아이가 있다고 했다. 반신반의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실제로 놀라운 재능이었고···."

물론 이것처럼 익히 짐작하고 있던 내용도 있었다.

이건 음양굴을 처리할 때, 그곳에 있던 놈들을 심문하며 들었던 내용 아닌가.

다만.

'이 참에 궁금했던 것들을 몇 개 물어도 좋을 것 같군.'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 척굉이란 놈은 지금 어떻게 됐느냐?"

"그러고 보니, 둘이 꽤 친했지? 크크크. 그놈이 널 팔아먹었다는 것도 모르고. 뭐, 보자. 이 근처에 있을 텐데?"

"강시로 만들었다는 말이냐?"

"그래. 보자. 음. 아까 네가 강기를 뿌려 죽였구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후에도 놈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너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모두 내게 보배와 같구나. 아까 말했듯이 이번 생에도 내게 마신을 만날 기회를 선사해주었으니···."

그러더니 곧 놈이 그러더라.

"어떠냐. 내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내 옆에서 함께 하지 않겠느냐?"라고.

어지간히도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올 뻔했지만,

놈이 꽤나 감정적인 것 같아, 일부러 진지하게 대꾸해 주었다.

혹여 놈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게 무슨 말이지?"

"아까 내가 그러지 않았느냐. 세상에 나보다 딱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면, 그게 너라고."

이후 그러더라.

"너도 아까 들었지 않느냐. 내가 따로 납치해둔 아이들이 있다고. 그 아이들도 너나 나와 같은 삶을 살아온 아이들이다. 이 지옥같은 세상의 피해자들이지. 물론 맨 처음 그들을 납치한 목적은 전생의 너를 찾기 위함이었지만···. 무슨 상관이냐.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정녕 실성한 모양이구나."

"실로 그런 것 같으냐?"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과거에 얽매여 사는 꼴이라니. 더욱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은 과연 정당한 짓이라 생각하느냐? 지옥같은 세상의 피해자들을 납치해두고 있다고 했지? 그들은 원래도 지옥 같았던 삶이 너로 인해, 더욱 처참해진 것이다."

[···전생의 내가 그랬 듯이.]

마지막 말은 혹여 못 들을까 전음으로 귓구멍에 떼려박아줬다.

이에 곧 강불해가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더라.

"아니? 과연 그들에게 희망이 있었을까?"

그리고 곧 허공을 향해, 이상한 소리를 뱉더라.

자신이 구해준 거라나 뭐라나. 종종 마신을 찾는 것도 같았다.

'예상대로 이성을 잃은 것 같군.'

이러나저러나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마침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 또한 재정비가 막 끝나기도 했으니.

마지막으로 놈에게 한 마디만 더 건넬 생각이었다.

놈이 흥분할 만한 말을 뱉어내고, 그때 공격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그거 아나?"

"뭐지?"

슬쩍 기운을 움직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근래 사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여전히 무척이나 소중하다."

"호오. 그래?"

사실 그에게 건네 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너 또한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천마와 함께하던 그 시절. 그땐 행복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결국, 꼭 나쁜 세상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더욱이 세상에 분노만 할 게 아니라, 그곳에서 행복을 찾아 보라는 말.

현재의 삶을 즐기는 착한 사람들도 많으니, 혁명은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내포했다.

결국 형을 낳는 것이 식이었고.

식을 낳는 것이 형이었으니.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그게 무슨 상관이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

어쩌다 보니, 아까 얻은 깨달음과도 닿아 있는 말이었다.

천마신공의 서두와도 닿아 있기도 하고.

물론 강불해가 이해하길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놈은 천마라는 말에 역린을 공격 당한 용처럼 흥분을 했으니.

'여전히 머리가 나쁘군.'

나는 그대로 검을 뽑아 기운을 발출했다.

쐐액-

새하얀 초승달 모양의 강기.

순간 놈의 눈이 홉떠진 게 보였다.

물론 이게 내 공격에 놀랐기 때문인지, 마지막에 내가 건넨 말에 분노를 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할 틈도 없었다.

남아 있는 기운을 모두 뽑아 연신 강기를 뿜어냈으니···.

그리고 곧···.

새하얀 강기가 놈의 허리를 깔끔하게 양단했다.

툭!

놈이 흉흉한 눈빛을 뿌리며 바닥에 허물어지는 게 보였다.

다만.

미련이 남았는지 눈은 감지 못하더라.

"감히!"

심지어 죽는 순간 이런 말도 내뱉었다.

눈이나 감겨주자 생각하고 걸음을 옮겼다.

등뒤에서 무림맹 무사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좌호법을 비롯한 일행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당연히 소령의 목소리도 있었고.

'다행이야.'

막 이런 생각이 들 때였다.

'잠깐. 저게 뭐지?'

별안간 놈이 죽은 자리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기운이 있었으니.

정확히는 새까만 초승달 모양의 강기였다.

그게 눈앞으로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기운을 쥐어짜 하얀 초승달을 만들어 방어했다.

쾅!

그리고 동시에.

'저건.'

놈의 시체 위에 어른거리는 익숙한 형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신?'

그래. 분명 저건 마신이었다.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놈을 올려다 봤다.

거대한 삼두육비의 마신이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이 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치 내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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